지역이기주의로 흔들리는 GTX 사업…수도권 100만여명 발목 잡아

A·B·C 노선 계획 차질 및 경제적·사회적 손실 불가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초대형 국책사업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최근 경제성 여부와 함께 해당 사업 예정지의 집단 이기주의 문제가 가중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GTX-B 노선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진행한 민자 적격성 검토에서 ‘수요 부족 등으로 전 구간을 민자사업으로 진행해서는 사업성이 나오기 어렵다’며 두 차례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재정 구간과 민간이 참여하는 민자사업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해당 노선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서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역까지 이어지는 광역급행철도 노선으로 2024년 상반기까지 착공을 마칠 예정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1일 열렸던 민자사업 구간 입찰에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응찰하면서 유찰됐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재정 구간 역시 세 차례나 연속으로 입찰 참여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업계에선 사업자 선정 입찰이 연이어 불발 사태를 맞이하면서 착공 일정 연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사업성 자체가 불투명한 가운데 역 위치를 놓고서도 해당 지역 주민들 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남양주시 및 인천시에서 역 신설 및 이전을 요구하고 있으며 구리시는 갈매역 신설을 요구 중이다.


GTX-C 노선은 갑작스러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수정안을 요구하면서 착공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기도 수원시와 양주시를 연결하는 해당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강남구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형태로 계획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6월 정부안을 준용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이 갑자기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난데없이 수정안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앞서 “안전 문제에 이상이 없다”는 정부의 공식 견해 및 건설 전문가, 시공사 관계자들은 수정안 요구를 주장하는 주민들 설득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GTX-C 사업노선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서 “GTX-C 관련 모든 안전 문제에 대해 국토부가 책임을 지겠다”며 “특히 은마아파트 구간의 공법은 기존 GTX-A, 한강 터널 등 도심 한가운데를 이미 지나가며 안전성이 검증된 공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선동이 계속된다면 국토부가 행정조사 및 사법적 수단까지 강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들이 은마아파트 인근의 주거 지역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수막과 피켓과 함께 소음을 유발시키면서 주민들의 주거안정 및 사생활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부 주민들의 막무가내식 요구로 인해 해당 노선의 확정이 미뤄지면서 설계 등 착공을 위한 나머지 제반절차마저 뒤로 밀리면서 예정된 내년 착공도 어려워졌다는 부분이다. 게다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될 경우 추가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면서 고스란히 그 부담을 이용자들이 떠안을 수도 있다.

해당 노선은 왕십리역 신설을 두고 인근의 청량리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청량리역 등 기존 10개역 이외에 왕십리역과 인덕원역이 추가 신설역으로 유력 검토되자, 청량리역 주민들은 “정차역이 늘어날수록 완행열차 수준이 되는 데다 개통이 지연될 것”이라며 ‘원안 사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결국 GTX로 인한 집값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지난 2018년 착공에 들어간 GTX-A도 적잖은 홍역을 치렀고 내년 완공 시점이 2024년 6월로 1년 이상 늦춰졌다.

해당 노선은 운정역에서 동탄역까지 이어지는 광역급행철도 노선이다. 서울 청담동 주민들은 “도심에 터널을 뚫을 경우 지반침하 및 건물 균열 등으로 인해 거주지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강남구의 굴착 허가 거부로 이어지면서 공사가 1년여 동안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당시 전체 6개 공구 중 청담동이 속해 있던 지역만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고 공기가 연장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공사인 SG레일이 강남구청을 상대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2020년 5월, 시공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착공에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익을 외면한 무분별한 요구들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다수 시민들이 볼모가 되고 있다”며 “국책사업이 사적이익에 휘들리지 않고 공익을 우선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성숙한 시민들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