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⑩해외는? 시카고 법의관 만나 보니…

“부유촌과 빈민가, 기대수명 30년 차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의학을 하려는 ‘미친 사람’이 없습니다.” “아무도 이 일을 하려 하지 않는데 법의학에 미래가 있을까요?” “현재 법의학자는 ‘사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책임만 주어진 전문가’에 불과합니다.” 권한은 없고 처우가 부족하다. 법의학자가 입을 모아 말하는 한국 법의학계의 현실이다. 

희소성으로만 따지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직업이다. 한국의 법의학자는 전국을 통틀어 70명이 채 안 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하다. 치아로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는 법치의학자는 전국에 7명, 뼈를 통해 개인을 식별하는 법인류학자는 전국에 단 3명뿐이다.

권한·처우↓
할 사람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법의관은 수년째 30명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내년에는 충원율 ‘제로(0)’다.

대한법의학회가 연구한 <법의학 전문 감정 연구 인력 인재 양성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에서 활동 중인 법의학자 수는 63명. 국과수 30명, 국방부과학수사연구소 2명, 대학 15명, 개원의 10명, 은퇴 후 촉탁부검의 6명 등이다. 절반가량(44%)이 서울에서 근무 중이다. 제주도에는 법의학자가 1명뿐이다.

이 중 사법부검을 주 업무로 하는 법의학자는 전국에 32명밖에 안 된다. 국과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부검 건수는 8813건이다. 법의학자 1명이 1년에 275건의 사체를 부검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 10월에 만난 한 법의학자는 “아직 6월에 부검한 건의 부검감정서를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경무 국과수 법의학부 부장은 “들어오는 사람은 없는데 나간다는 사람은 많다”며 “병리과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관문 앞에 서는 사람도 줄고 있다”고 한탄했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김순례 의원실(자유한국당)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병리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6년 66.1%, 2017년 60.7%, 2018년 41.7%, 2019년 35% 등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중이다. 

신규 법의관 지원자가 줄자 국과수는 지원자격을 병리과 전문의에서 일반의로 바꿨다. 낮아진 진입장벽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병리과 전문의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어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 여기에 개원의나 봉직의와 비교해 처우 수준도 낮다.

‘사명감’만 가지고 뛰어들라고 하기엔 법의학자 자체가 일종의 ‘극한 직업’인 셈이다. 결국 인력이든 제도든 어느 쪽이라도 충족돼야 한국 법의학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은 “법의학은 망하지 않는다. 국가가 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성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은 “20년 안에 법의학은 망할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사회에 미칠 파장이다. 죽음을 다루는 전문가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최민성 법의관은 “선진국의 경우 법의학의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기도 한다. 죽음에 대한 정책과 제도가 잘돼있어 법의학이 융성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쿡카운티 MEO서 520만명 관할
어시스턴트 법의관으로 재직 중


경제지수로는 선진국이지만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그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의 검시제도는 크게 영미법계의 전담검시제와 아시아와 독일, 덴마크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대륙법계의 겸임검시제로 나뉜다. 한국은 대륙법계의 검시제도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두 검시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검시권의 주체다.

영미법계는 검시관(Coroner)과 법의관(Medical Examiner)이 광범위한 권한을 갖는 반면 대륙법계는 대체로 수사기관이 1차 주체가 된다. 한국은 검사에게 독점적 검시권이 있다.

김윤신 조선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영국은 살인사건을 조사할 때 사건을 담당할 법의관이 반드시 현장에 입회하도록 하는 법을 갖고 있다. 살인사건은 죽음을 조사해 가해자를 기소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 죽음의 처리에 허술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제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국은 전담검시제도인 검시관 제도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국가다. 검시 책임자인 검시관이 변사사건을 조사하고 부검 여부를 결정해 의과대학의 법의학‧병리학 교수에게 의뢰하는 방식이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주별로 검시제도가 매우 다양하다. 영국식 검시관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주도 있고, 미국만의 법의관 제도로 운영되는 주도 있다. 

지난 7월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기초의학 학술대회 주관의 대한법의학회 프로그램에 참석한 송혜정 법의관을 만났다. 송 법의관은 미국 시카고 쿡카운티 MEO(Medical Examiner Office)에서 어시스턴트 법의관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하는 500여명의 법의관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다.

결국 피해
국민에게로

지난 7월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송 법의관을 다시 만났다. 송 법의관은 은사님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 원주에 다녀온 참이었다. 학회 참석과 개인적인 업무로 바쁜 시간을 보낸 송 법의관은 출국을 하루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냈다. 송 법의관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법의학 현실을 들을 수 있었다. 

송 법의관이 일하는 MEO는 시카고와 시카고 주변 작은 도시를 합쳐 약 520만명을 관할한다. 일리노이주 인구의 약 45%에 달하는 수치로 해당 지역의 유일한 법의관 시스템이다. 1972년 국민투표로 1976년 12월6일 쿡카운티 검시관실이 설립됐다. 

MEO에 소속된 법의관은 15명 정도다. 송 법의관은 “법의관 정원이 16~17명 정도인데 다 채운 적은 없다. 15명 전후로 늘었다 줄었다 한다”고 말했다.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인구 100만명 당 법의관 수가 3명이다. 한국(인구 100만명당 1.16명)과 비교해 3배 정도 많다. 

<Cook County Medical Examiner’s Office 2019 Annual Report>에 따르면 2019년 쿡카운티에서 4만1317명이 사망했다. 그중 MEO에 보고된 대상은 1만3758명, 이 가운데 법의관 관할로 결정된 대상은 6274명이다. 사고사가 2564명, 자연사가 2339명, 범죄 피해자가 676명, 극단적 선택이 479명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총기의 나라’인 만큼 쿡카운티에서도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이 많다. 자료에 따르면 16~30세 살인으로 인한 사망자의 93%가 총기로 인해 유명을 달리했다. 송 법의관은 “사람을 상대로 총을 쏠 때 한 방에 명중하기 쉽지 않다. 누군가를 죽일 의도라면 20발이고 30발이고 쏘게 된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벌집 같은 사체를 마주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송 법의관은 경주에서 열린 학회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과 비교해 한국 법의관에게 주어진 권한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쿡카운티에서는 법의관이 원하면 의료기록 등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사건 전후 사정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순히 요구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강제성을 띤다.

93% 총기 사망
벌집 같은 사체

미국의 법의관은 사건 당시 상황과 사망자의 생전 기록 등 여러 자료를 확인한 뒤 부검 등의 절차를 거쳐 사인을 내놓는다. 이 과정을 통해 나온 사망진단서는 법의관도 새카맣게 몰랐던 전혀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는 이상 유일무이한 결과로 남는다. 의사에 따라 사인이 바뀔 수 있는 한국의 시체검안서와는 다른 무게감이다. 

“시체검안서를 아무 의사나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예를 들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는데 그 기록을 남기기 싫어 다른 의사를 찾아가 병사로 써달라고 하면 써준다는 말이잖아요. 이렇게 되면 신뢰가 떨어지죠. 저는 제 직업적 공신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돼요. 안 그럼 MEO 전체에 누를 끼치게 되는 거예요.”

한국의 법의관은 부검 전 사망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변사사건이 발생한 이후 부검에 이르기까지 1~2일 동안 경찰이 모아온 수사기록을 확인하는 정도다. 사망자의 의무기록도 볼 수 없다. 한국은 사람이 사망하면 한 달 이내에 신고를 하도록 돼있다.


다시 말해 신고 전까지는 행정상으로 ‘살아있는 사람’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돼 법의관은 의무기록에 접근할 수 없다. 

반면 쿡카운티의 경우 법의관이 자신이 담당한 사체에 대한 사망의 원인과 종류를 직접 등록한다. 유족은 필요할 경우 법의관이 밝힌 사망원인을 기반으로 작성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으면 된다. 죽음을 확인한 자가 죽음을 등록하는 것이다.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 병원, 공공기관 등을 전전해야 하는 한국과 비교해 사회적 비용이 덜 드는 구조다.  

그렇다고 쿡카운티에 ‘죽음의 격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리노이주 제1도시인 시카고는 미국 역사에서 오랜 시간 ‘흑백 분리’가 돼있었다. 도시 자체가 빈부격차에 따라 굵직하게 구분돼있을 정도. 실제 시카고의 건강불평등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부유한 지역과 빈곤한 지역 사이의 기대수명 차이는 무려 30년에 이른다. 미국의 도시 중 1위다. 

한국 비해 광범위한 권한
사회적 비용 덜 드는 구조

구조적 인종 차별주의, 경제적 차이 등이 이유로 꼽힌다. 부검대에 오르는 이들의 배경만 봐도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송 법의관은 “경제적 빈곤으로 의사를 만나지 못해 사망 후 MEO로 옮겨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일리노이주는 법의관이나 검시관이 확인해야 하는 죽음을 명시하고 있다. 살인·극단적 선택·사고·교통사고·마약 사건, 그리고 자연사로 의심되지만 사망진단서를 써줄 주치의가 없는 경우 등이다. 

“미국인은 사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보험에 1년에 한 번 주치의를 만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있어요. 이건 무료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 주치의가 보험자의 사망진단서를 써주는 거거든요. 주치의가 없이 사망해 MEO에 오는 경우는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더 큰 문제는 이미 벌어진 기대수명 격차가 소득의 재분배를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송 법의관은 “젊을 때 일정 수준의 돈을 붓고 특정 나이가 되면 받는 연금제도가 있다. 하지만 가난한 지역의 사람은 죽어라고 연금을 붓지만 받을 때쯤 혹은 그 이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부자 지역의 사람은 오래 살면서 낸 돈보다 더 받는다. 연금제도 자체가 재분배를 위해 마련된 건데 아이러니하게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기자를 꿈꿨다는 송 법의관은 중학교 때 ‘의사가 되는 게 어떠냐’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의대로 진학했다. 이후 의대 예과 2학년 때 오대양 사건(오대양 공장에서 일어난 집단 극단적 선택 사건)과 관련한 강의를 듣고 법의학자에 대한 꿈을 키웠다.

법의학을 하면 ‘기자 같은 의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그는 ‘이 일(법의학)을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되뇌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악순환 반복
고리 끊어야

“저는 공급이 많지 않은 일을 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오래 버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 전역에서 법의관은 500명밖에 안 되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제 사명을 감당하는 거예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되 소진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jsjang@ilyosisa.co.kr>

 

[송혜정 법의관은?] 

▲Cook County Medical Examiner Office
▲Assistant Medical Examiner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
▲Miami-Dade County Medical examiner office 법의 펠로우
▲Jackson Memorial hospital 병리 레지던트
▲Miami-Dade County Medical examiner office international scholar
▲삼성서울병원 인턴, 병리 레지던트, 병리 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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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