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⑦피에로씨의 허망한 연애사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1.08 08:54:36
  • 호수 14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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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아마 피에로씨처럼 연애를 많이 해본 남자는 없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이기보다 몽상적이고, 육체적이기보다 정신적인 홀로 사랑이었기에 허망하겠지만…. 

그는 옛 동자동 하숙집에서 맘속으로 사랑했던 연인들을 싹 잊어버리고 새로운 애인을 물색했다. 이번에 찝적거린 건 한 여인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이었다. 

낙엽 인간 

예전처럼 오직 한 사람만 별바라기 했다간 서글픈 실연으로 생명마저 꺼진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성공학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뇌까렸다.

영원한 번영을 지향하는 성공철학…


아무튼 그는 세 명, 아니 네 명의 여성을 애인으로 몽상 속에 품었다.

무지개 하숙집의 여주인, 그녀의 외동딸 그리고 청춘을 그리워하는 노녀였다.

나머지 한 여인은 아직 신원불명이므로 나중에 확실히 밝혀지면 소개하련다. 참 꿈도 크다고나 할까, 한국판 카사노바의 일그러진 거울에 비친 허깨비라고나 할까. 

뻔뻔스럽기 짝이 없지만 어찌 보면 좀 가엾은 모습이었다.

누군 멋진 얼굴과 신체 조건에 정력과 연애술까지 겸비해 현실에서 수십 수백 수천명의 여성을 실제로 ‘따먹는’ 판국인데…

물론 금전만 풍부하다면 늙은 개 꼬라지라도 수만명 여인을 농락할 수 있겠지만…

가난뱅이 절뚝발이 중년으로선 몽상밖에 더 할게 있으랴 싶었다.


그래도 그런 짓거리보단 눈높이를 낮춰 알맞은 여자를 찾아내 성심성의껏 사랑하는 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아마 그런 여인이 나타났다면 그랬으리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불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한때 서울역 근처를 돌며 노숙녀나 창녀를 접촉해 보기도 했으나 왠지 상대방 쪽에서 웃으며 사절했다고 한다.

만약 돈만 많았다면 절름발이 왕자로서 추앙받았으련만…

아무튼 피에로씨는 남이 싫다 하든 좋다 하든 뭐라든 자신이 세상에서 체득한 방식의 길을 걸어갔다. 꺼벙한 돈키호테처럼….

당연히 공상 속에선 왕자였는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누추한 만년 노총각에 불과했다.

그나마 여자를 향해 더듬이를 잠시 내세워 보았다가 반응이 없으면 즉시 움츠리곤 몽상애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에 큰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로 낙인 찍혔을 뿐…. 

여주인은 그를 아예 남성 자체로 보지 않았었다. 허풍선 아저씨라고 별명을 지어 부르며 그녀는 그를 불쌍스러운 어떤 존재로 보아 넘겼다.

제 길을 잡아 걸어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낙엽 같은 인간이랄까. 하숙비를 제때 못 내도 음식으로 사람 차별을 하진 않았다. 

딸은 중년 사내의 야릇한 눈빛을 과연 어떻게 느꼈을까?

그녀는 그를 신사 아저씨라고 불렀다. 진짜로 신사 같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인 듯싶었다.

살짝 이상스러운 피에로씨도 어쨌든 그녀 앞에선 신사인 양 언행했으므로, 선도하는 척 갖고 놀며 짐짓 희롱했는지도 모른다.


반아마추어 화가인 그녀는 혹 자신의 마음속 캔버스에 동시대의 한국판 피에로를 슬쩍 그려 보고 있지 않았을까. 

좀 괴팍스러운 ‘청춘 노녀’는 자신을 누님이라 부르며 따라붙는 피에로 사내를 향해 깔깔 웃어주곤 했다.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도 못하고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는 웃음이었다. 살살 가지고 논다고나 할까.

피에로씨도 눈꼽만 한 자존심은 남았는지라 콧방귀를 뀌곤 곧 몽상 속의 여인들에게로 절뚝절뚝 달려가 좋은 한숨이든 슬픈 한숨이든 푹푹 내쉬곤 했다. 

‘각각 다 개성미가 있을 텐데… 어떤 놈은 근전 덕에 아방궁 여인들을 다 섭렵하련만, 자신은 온 마음 다해 애모하는데 단 한 여인과도 정을 나누지 못하다니… 짚신마저 짝이 있다는데 하느님도 참 너무하시지. 아, 어쩌면 지저분한 현실보다 몽상 속의 여인들이 더 리얼한지도 몰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세속에 찌든 여자들보다 훨씬 더 아리땁고 품속은 천당인 양 포근해. 아 쫌 허무하긴 하지만…’.

그렇게 입속으로 중얼거리곤 하던 피에로씨는 일단 국내파 여성은 포기한 뒤 국외파 쪽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조선족 또는 탈북 여성이었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건너온 여자도 슬쩍슬쩍 집적거려 보았다. 하지만 하숙비마저 제대로 못 내는 일종의 푼수에게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여성은 거의 전혀 없었다. 

피에로씨가 가장 싫어하는 건 경찰이었다. 아니, 경찰 전체가 아니라 하숙생 중 한 명인 유 순경이었다. 아니, 유 아무개 순경 자체라기보다 그 인간 내부에 들어 있는 어떤 요소였다. 

가난뱅이 중년의 몽상 속 사랑
죽은 사람이 하숙 떠나도 악담


유는 엽색가였다. 범인은 놔두고 여색에 미쳐 뛰어다녔다. 모창 가수나 피에로처럼 공상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여자들을 꾀어 따먹는 모양이었다.

처녀든 유부녀든 가리지 않았고, 소녀나 노파들에게도 슬쩍 촉수를 뻗어 보았다.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말고…

성공률이 별로 높은 편은 아니었다. 어쨌든 경찰의 힘을 은근히 사용하면서도 무척 조심했으니까.

그럴 바에야 딴 직업을 택하지 왜 굳이 경찰에 입문했는지 의문스러웠다.

여재수생을 구스르거나 협박해 욕망을 채우기도 하고, 도리어 창녀에게 걸려 성병의 고통에 신음하기도 했다. 양동 혹은 갈월동 쪽 춘희(椿姬)들도 이따금 지나는 길에 올라와 따스한 식당 밥을 먹었던 것이다. 

“흥, 쌤통이로군 그래. 쥐꼬리만한 권력을 과장해서 인간을 핍박하곤 했지. 흠, 선인선과 악인악과…. 갈수록 낯짝이 노르스름해지는 게 곧 복상사할 꼴이군.” 

피에로는 콧방귀를 뀌며 뇌까렸다.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반성했는지는 의심스럽다. 

헌데 언젠가부터 유 순경의 엽색행각이 잠잠해졌다. 아니,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던 물줄기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고나 할까.

그 대상은 바로 ‘청춘 노녀’였다.

젊은 사내는 소리 없이 조용조용 계단을 걸어올라 3층 맨구석에 박힌 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장미꽃 한 송이를 든 채…

한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았다. 마치 은밀스러운 식충화(食蟲花) 속에 들어가 꿀 빨아먹느라 혼몽해진 곤충처럼, 꿀물 속에 푹 빠져 버린 개미나 벌처럼…

간간이 흐느끼는 듯한 신음만 바람소리에 섞여 들렸다고 옆방 사람은 속닥속닥 얘기했다. 적어도 30세 이상 차이나는 두 남녀가 어둑한 방 안에서 과연 뭘 했을까?

합궁(섹스)은 기정사실화되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노녀와 청년 경찰이 어울려 들었는지 의문이었다.

급기야 어느 무협지 애독자가 슬쩍 흘린 말이 진실인 양 하숙에 떠돌았다. 고독한 노녀가 남몰래 ‘음마흡양쾌락술법’을 연성해 홀리지 않았겠냐는 추측이었다.

사실인지 어쩐지 모르되, 얼마 후 겉으로 강건해 뵈던 유 순경은 안색이 푸르죽죽하고 비쩍 바른 몰골로 나타나 휘청휘청 계단을 내려오다가 곤두박질쳐 죽고 말았다. 허무한 삶 또는 색골의 초상화였달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모르는데 여주인은 별 말이 없었다. 오히려 피에로씨가 나서서, 잘 떠났노라고 조사인지 축사인지 모를 소릴 지껄였다.

유 순경은 말단 경관에 불과했지만 은근히 경찰청을 내세워 무지몽매한 하숙생들을 협박하며 자의반 타의반 검열 기능을 수행케 했기에 그의 종말을 섭섭해 하는 사람은 없었다.

개과천선만 잘 했다면 독특한 존재(카사노바 경찰)로서 부러움마저 좀 샀으련만…. 

강제 용서

죽은 사람이 하숙을 떠난 뒤에도 피에로씨는 간혹 악담을 퍼붓곤 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살아 생전 악인이었을지언정 일단 죽고 나면 선인으로 돌변시켜 버린다.

나빴던 점은 축소시켜 싹 잊어버리고 좋았던 면만 과장해 장송곡에 띄워 보낸다.

제 아무리 원한 맺힌 사람(피해자)이라도 죽은 사람의 악행을 만일 영정 앞에서 까발린다면, 설령 그 피해 당사자가 아무리 선인일지라도 곧 무정스러운 악인으로 비판받고 만다.

즉, 한국에선 용서가 자발적이지 않고 반강제적인 셈이다. 그런 반쪼가리 용서는 나중에 대대손손 화를 더 키워 줄 텐데도….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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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