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르포> ‘택시가 왕’ 새벽 이태원 탈출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17 14:18:45
  • 호수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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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미터기…흥정도 어렵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태원의 불이 다시 켜졌고, 사람들이 몰려 새벽이 될수록 활기찬 분위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 택시’의 온상이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피해자는 승객이다. 이태원의 새벽은 ‘말도 안 되는’ 택시비에 놀라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사람과 길거리에서 첫차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용산구청은 그저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할 뿐이다.

서울시 용산구에는 이태원동이 있다. 용산구의 대표적 번화가로 외국인과 외국 문화의 집결지로 유명하다. 이태원동은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주택가와 상업 지구로 이뤄져 있으며, 중심이 되는 길은 해밀톤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취객들의 
귀가 전쟁

이태원 상업 지구의 중심에는 클럽이 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강남과 홍대에 비해 외국인 또는 주한미군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못지않게 국내 청년들도 이태원 클럽에 많이 방문한다. 이태원은 코로나19 감염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2020년 5월7일 이태원의 한 클럽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태원의 집단감염이 심각했던 이유는, 확진자가 젊은 층이어서 활동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 보고가 1일 한 자릿수대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신규 확진자는 지역 발생이 아닌 해외 유입이 높아 코로나가 수습되는 방향이었다.

전 세계 주요 외신은 한국 사례를 모범 사례로 알렸다. 그러나 이태원발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 이상인 것이 확인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이태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번화가이며, 한국 인구의 절반가량인 2500만명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이다. 이 한복판에 감염병이 터진 것이다. 특히 최초 확진자가 주로 방문했다는 이태원 클럽은 게이 클럽으로 분류됐고, 일반 클럽에 방문한 사람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태원 클럽은 ‘코로나 클럽’이라고 낙인찍혔다. 

2020년 10월28일부터 이태원, 강남, 홍대 거리에 있는 대규모 인기 클럽은 방역 당국‧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끝에 할로윈 기간 휴업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기도 했고, 지난해 7월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2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작됐다. 유흥주점 영업은 밤 10시로 제한됐다.

이때부터 이태원의 ‘곡소리’가 감지되기 시작됐다. 이태원 상권이 무너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뒤 이태원은 황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골목마다 북적였던 사람은 찾을 수 없었고, 상가에는 ‘임대 문의’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손님이 없어 가게에서 시간만 때우는 상인들도 많았다.

이태원에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정부와 언론 등에서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고 부르자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발길을 끊었다. 정부 방침으로 ▲집합 금지 ▲영업 제한 ▲영업 시간 제한 등이 이어지자 이태원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전체가 피해를 본 것이다.

지난 4월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전면 해제됐다. 이때부터 ▲영업시간 12시 제한 ▲사적 모임 인원 제한 ▲행사·집회 최대 299인까지 허용 ▲종교활동 수용인원의 70% 허용 ▲영화관·종교시설·교통시설 등 다중 이용 시설 실내 취식 가능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직접 나가보니…
‘부르는 게 값’ 험난한 집에 가는 길

이태원 상권은 즉시 살아났다. 20대와 30대의 이태원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소비가 빠르게 회복됐다. 이를 ‘보복 소비’라고도 불렀다.


지난 5월16일 KB국민카드가 발표한 ‘서울시 주요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 분석’에 따르면 영업 제한 시간을 전면 해제한 지난 4월18일~5월8일 오후 6시 이후 매출건수와 매출액은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였던 지난해 12월18일~ 올해 2월18일보다 각각 44%, 60% 증가했다.

용산구는 매출건수 69%, 매출액은 76% 증가했다.

늘어난 매출액은 이태원에 방문한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태원 거리에는 다시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태원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방불케 한다. 2년 만에 ‘유령도시’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는 불명예를 완벽하게 졸업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또 다른 불명예가 시작되는 실정이다.

버스와 지하철 막차가 끊기면 이태원역 인근의 택시 운전사가 택시 승객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이태원 일대에 퍼져있는 불법 영업 택시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일 밤 11시에 이태원에 방문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대를 살폈다. 

우선 지하철 강남역에서 이태원역까지 어플을 통해 택시를 불렀다. 어플을 통해 측정된 금액은 1만원 정도였고, 이동 시간은 길어봤자 30분 정도다.

이태원으로 향하는 중 택시 운전사에게 “심야 시간에 이태원에서 택시를 잡는 게 어렵냐”고 물으니 택시 운전사 A씨는 “기본적으로 일반 택시가 이태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차가 너무 많이 막히고, 이태원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태원을 빠져나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린다. 교통문제가 심각한데 용산구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역 인근 길거리에 자가용이랑 렌터카가 줄지어 주차돼있는데, 이 사람들 중에는 승객에게 ‘현금으로 돈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불법”이라고 분개했다.  

날뛰는
불법 택시

A씨는 “일반 택시 운전사는 하루 일해서 순수익 20만원을 벌기가 어렵다. 가스값, 보험료, 4대보험 등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법은 이런 게 없다. 현금을 가져 가니까. 심야 택시비를 올린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먼저 주차단속이랑 불법 택시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법 택시 영업을 하는 택시 운전사는 전체 택시 운전사에 비해 소수며, 모든 택시 운전사의 잘못이 아니란 걸 정확하게 확인하고 보도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도착지에 다가갈수록 A씨의 말처럼 이태원역 인근부터 차량 정체가 심했다. 

어쨌든 이태원의 밤은 화려했다. 특히 해밀톤 호텔 바로 뒤인 ‘이태원 세계음식 거리’는 직선거리가 300m로 걸으면 총 3분 정도의 걸리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사람이 많아 앞으로 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이태원에는 한국의 밤 문화를 즐기러 온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은 한국의 청년이었다. 사람들은 야외 테라스가 제공되는 펍의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유명 클럽을 입장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 서로 뒤엉켜 있었고, 그마저도 내부 클럽 인원이 가득 차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도 없었다. 기다려서 들어간 클럽 내부 역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버스 막차 시간인 밤 12시가 지나고부터 이태원역 인근의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이태원역 주변 대략 600m 거리의 1차선 도로에는 더 이상 주차할 수 없을 정도로 승용차나 택시들로 가득 찼다.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중심으로는 택시가 주차돼있었다.

길거리에는 택시 호출 앱으로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길바닥에 앉아서 택시를 잡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새벽 1시가 다 돼갈 때쯤 택시 호출 3개 앱으로 택시를 잡아봤다. 출발지는 이태원역이고, 도착지는 강남역이었다. 우선 택시 플랫폼인 ‘카카오’와 ‘타다’는 아무리 시도를 많이 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우버 앱인 ‘우티’로만 택시가 잡혔다. 이것도 여러 차례 시도해 나온 결과였다. 핸드폰으로 택시를 잡는 것은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했다. 택시를 잡는 데 1시간이 걸릴지, 2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도로에는 빈 택시가 즐비했다.

3만원 이상 
많이 내야


도로의 빈 택시가 일반 택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의 모든 택시에 ‘예약’ ‘휴무’라고 불이 들어와 있고 서행 중이었다. 길거리에 택시를 정차해 놓고 택시 운전사가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쯤부터는 사람들이 직접 도로에 나가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도로 중간까지 나간 사람도 많았다. 아무리 차가 서행 중이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술에 취한 사람,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 등이 많아 위험천만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목적지가 을지로인데 이태원에서는 15분 걸린다. 대부분은 목적지를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간다. 이유를 모르겠다”며 “벌써 1시간 넘게 택시를 잡고 있다. 이태원은 새벽 시간이 지날수록 더 택시가 안 잡힌다. 오랜만에 이태원에 왔는데 발도 아프고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잠실로 가는 택시를 잡는 20·30대 여성도 있었다. 이들은 “카카오택시는 전혀 잡히지 않는다. 도로에 있는 예약 차량을 잡으려고 하면 ‘경기도 간다’ ‘안양 간다’고 승차를 거부했다”며 “보통은 얼굴을 보지도 않고 가라고 한다. 이런 택시가 제일 많다. 이태원은 자주 오는데 새벽 2시부터는 택시가 정말 잡히지 않는다”고 답했다. 

새벽 2시30분쯤 기자는 도로의 택시를 직접 잡기 시작했다. ‘예약’ 간판이 켜져 있는 택시 근처로 가니 앞 문의 창문을 열렸다. 기자가 “강남역까지 가나요”라고 물어보자, 택시 운전사는 대답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한 택시는 아예 얼굴을 보고 그냥 지나쳤다. 한 택시는 “강남역까지 3만5000원 주면 간다”며 그 이하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또 다른 택시는 “나는 경기도 택시니까 강남역은 3만5000원에 간다”고 말했다. 기자가 다시 “그러면 경기도 과천은 얼마에 가냐”고 물어보자 “경기도 과천은 멀어서 5만5000원에 간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기자는 과천까지 그 금액으로 가겠다며, 대신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택시 운전사는 “이거 불법인데 신고하려고 하지?”라고 언성을 높이며 지나가 버렸다. 

막차가 끊긴 이태원에서 택시를 타려면 택시 운전사가 부르는 가격을 현금으로 내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26세 한씨는 이태원 불법 택시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한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는 이태원에 안 왔다. 올해 4월쯤부터 다시 이태원에 왔는데, 친구들이랑 놀다 보면 새벽 1~2시까지는 논다. 귀가하려고 할 때 호출 앱을 사용하는데 잡히질 않았다”며 “도로에는 빈 택시가 많은데 안 잡혔다. 서 있는 택시는 대체로 안 간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 조직적 조폭식 활동
영수증 불가 “신고하니까 안 돼” 

이어 “‘수원만 간다’거나 ‘인천만 간다’고 한다. 택시가 안 잡혀서 이태원 상가 계단에 누워서 아침까지 잔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도대체 왜 안 갈까’하고 택시 운전사에게 금액을 더블로 주겠다고 했더니 금액을 흥정해줬다”며 “술을 마시고 집에 가고 싶으니 불법인 걸 알면서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보통은 돈을 더 주면 간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태원 지하철역에 들어가 보면 아침까지 자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택시 운전사들이 다 불법인 줄 알면서 이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상 숙박하려면 이태원은 너무 비싸다. 평일이 6만원 정도면, 휴일은 18만원까지 올라간다. 숙박 앱으로 예약하려면 또 안 된다. 전화로 직접 예약을 해서 현금을 달라고 한다”며 “이 부분은 고쳐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불법을 하지 않는 택시 운전사도 있는데 그런 분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1만원도 안 나오는 거리를 몇 배로 높이는 것은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한 택시 운전사는 이태원 길거리의 정차된 자동차 사진을 찍을 때 다가와서 “왜 내 택시를 찍냐”고 욕설을 하며 다짜고짜 화를 내기도 했다.

택시 운전사 B씨는 불법 택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B씨는 “예약을 걸어 놓는 건 손님이 어디 갈지 모르니까 예약을 걸어놓은 것이고 한국 사람은 금액이 너무 높으니까 대부분 안 탄다”며 “보통 1만원에 갈 거리를 3만원에 간다고 하는데 외국인들은 100% 탄다”고 귀띔했다.

이어 “아예 호텔에서 택시 타고 오라고 명함을 준다. 한국인은 안 가고 외국인은 가니까, 지도도 못 보고, 둘러서 가도 신경 안 쓴다. 그래서 택시 운전사들이 한국인이라서 물어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택시업계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개인택시운송 사업자 조합 관계자 역시 이태원 불법 택시에 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한 서울개인택시운송 사업자 조합 관계자는 “지금 이태원에 택시를 몰고 가면 그곳은 불법의 온상인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택시 잘못도 있지만, 교통 문제도 있다”며 “일반 승용차가 도로에 불법 주차 때문에 차량 진입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서울시에서는 주차 문제를 해결해서 통행이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로에 주차돼있으니 한 개 차선만 이용한다. 이태원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일부 택시 운전사가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보통 중형 택시, 고급 택시, 모범택시는 불법을 안 한다. 보통 K7 차량이 많고 그룹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평범한 택시 운전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택시 운전사가 거기서 자리를 잡으려면 분명 싸움이 날 것이다. 이태원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서울시에서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속?
“없다”

이태원이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시점은 4월부터다. 그렇다면 6개월 동안이나 불법 택시 영업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태원 택시 문제에 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연간 단속 계획을 세워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단속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단속 계획 외에 다른 계획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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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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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