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르포> ‘택시가 왕’ 새벽 이태원 탈출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17 14:18:45
  • 호수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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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미터기…흥정도 어렵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태원의 불이 다시 켜졌고, 사람들이 몰려 새벽이 될수록 활기찬 분위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 택시’의 온상이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피해자는 승객이다. 이태원의 새벽은 ‘말도 안 되는’ 택시비에 놀라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사람과 길거리에서 첫차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용산구청은 그저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할 뿐이다.

서울시 용산구에는 이태원동이 있다. 용산구의 대표적 번화가로 외국인과 외국 문화의 집결지로 유명하다. 이태원동은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주택가와 상업 지구로 이뤄져 있으며, 중심이 되는 길은 해밀톤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취객들의 
귀가 전쟁

이태원 상업 지구의 중심에는 클럽이 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강남과 홍대에 비해 외국인 또는 주한미군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못지않게 국내 청년들도 이태원 클럽에 많이 방문한다. 이태원은 코로나19 감염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2020년 5월7일 이태원의 한 클럽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태원의 집단감염이 심각했던 이유는, 확진자가 젊은 층이어서 활동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 보고가 1일 한 자릿수대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신규 확진자는 지역 발생이 아닌 해외 유입이 높아 코로나가 수습되는 방향이었다.

전 세계 주요 외신은 한국 사례를 모범 사례로 알렸다. 그러나 이태원발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 이상인 것이 확인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이태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번화가이며, 한국 인구의 절반가량인 2500만명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이다. 이 한복판에 감염병이 터진 것이다. 특히 최초 확진자가 주로 방문했다는 이태원 클럽은 게이 클럽으로 분류됐고, 일반 클럽에 방문한 사람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태원 클럽은 ‘코로나 클럽’이라고 낙인찍혔다. 

2020년 10월28일부터 이태원, 강남, 홍대 거리에 있는 대규모 인기 클럽은 방역 당국‧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끝에 할로윈 기간 휴업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기도 했고, 지난해 7월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2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작됐다. 유흥주점 영업은 밤 10시로 제한됐다.

이때부터 이태원의 ‘곡소리’가 감지되기 시작됐다. 이태원 상권이 무너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뒤 이태원은 황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골목마다 북적였던 사람은 찾을 수 없었고, 상가에는 ‘임대 문의’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손님이 없어 가게에서 시간만 때우는 상인들도 많았다.

이태원에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정부와 언론 등에서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고 부르자 그나마 오던 손님들도 발길을 끊었다. 정부 방침으로 ▲집합 금지 ▲영업 제한 ▲영업 시간 제한 등이 이어지자 이태원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전체가 피해를 본 것이다.

지난 4월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전면 해제됐다. 이때부터 ▲영업시간 12시 제한 ▲사적 모임 인원 제한 ▲행사·집회 최대 299인까지 허용 ▲종교활동 수용인원의 70% 허용 ▲영화관·종교시설·교통시설 등 다중 이용 시설 실내 취식 가능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직접 나가보니…
‘부르는 게 값’ 험난한 집에 가는 길

이태원 상권은 즉시 살아났다. 20대와 30대의 이태원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소비가 빠르게 회복됐다. 이를 ‘보복 소비’라고도 불렀다.


지난 5월16일 KB국민카드가 발표한 ‘서울시 주요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 분석’에 따르면 영업 제한 시간을 전면 해제한 지난 4월18일~5월8일 오후 6시 이후 매출건수와 매출액은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였던 지난해 12월18일~ 올해 2월18일보다 각각 44%, 60% 증가했다.

용산구는 매출건수 69%, 매출액은 76% 증가했다.

늘어난 매출액은 이태원에 방문한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태원 거리에는 다시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태원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방불케 한다. 2년 만에 ‘유령도시’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는 불명예를 완벽하게 졸업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또 다른 불명예가 시작되는 실정이다.

버스와 지하철 막차가 끊기면 이태원역 인근의 택시 운전사가 택시 승객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이태원 일대에 퍼져있는 불법 영업 택시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일 밤 11시에 이태원에 방문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대를 살폈다. 

우선 지하철 강남역에서 이태원역까지 어플을 통해 택시를 불렀다. 어플을 통해 측정된 금액은 1만원 정도였고, 이동 시간은 길어봤자 30분 정도다.

이태원으로 향하는 중 택시 운전사에게 “심야 시간에 이태원에서 택시를 잡는 게 어렵냐”고 물으니 택시 운전사 A씨는 “기본적으로 일반 택시가 이태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차가 너무 많이 막히고, 이태원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태원을 빠져나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린다. 교통문제가 심각한데 용산구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역 인근 길거리에 자가용이랑 렌터카가 줄지어 주차돼있는데, 이 사람들 중에는 승객에게 ‘현금으로 돈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불법”이라고 분개했다.  

날뛰는
불법 택시

A씨는 “일반 택시 운전사는 하루 일해서 순수익 20만원을 벌기가 어렵다. 가스값, 보험료, 4대보험 등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법은 이런 게 없다. 현금을 가져 가니까. 심야 택시비를 올린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먼저 주차단속이랑 불법 택시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법 택시 영업을 하는 택시 운전사는 전체 택시 운전사에 비해 소수며, 모든 택시 운전사의 잘못이 아니란 걸 정확하게 확인하고 보도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도착지에 다가갈수록 A씨의 말처럼 이태원역 인근부터 차량 정체가 심했다. 

어쨌든 이태원의 밤은 화려했다. 특히 해밀톤 호텔 바로 뒤인 ‘이태원 세계음식 거리’는 직선거리가 300m로 걸으면 총 3분 정도의 걸리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사람이 많아 앞으로 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이태원에는 한국의 밤 문화를 즐기러 온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은 한국의 청년이었다. 사람들은 야외 테라스가 제공되는 펍의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유명 클럽을 입장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 서로 뒤엉켜 있었고, 그마저도 내부 클럽 인원이 가득 차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도 없었다. 기다려서 들어간 클럽 내부 역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버스 막차 시간인 밤 12시가 지나고부터 이태원역 인근의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이태원역 주변 대략 600m 거리의 1차선 도로에는 더 이상 주차할 수 없을 정도로 승용차나 택시들로 가득 찼다.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중심으로는 택시가 주차돼있었다.

길거리에는 택시 호출 앱으로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길바닥에 앉아서 택시를 잡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새벽 1시가 다 돼갈 때쯤 택시 호출 3개 앱으로 택시를 잡아봤다. 출발지는 이태원역이고, 도착지는 강남역이었다. 우선 택시 플랫폼인 ‘카카오’와 ‘타다’는 아무리 시도를 많이 해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우버 앱인 ‘우티’로만 택시가 잡혔다. 이것도 여러 차례 시도해 나온 결과였다. 핸드폰으로 택시를 잡는 것은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했다. 택시를 잡는 데 1시간이 걸릴지, 2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도로에는 빈 택시가 즐비했다.

3만원 이상 
많이 내야


도로의 빈 택시가 일반 택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의 모든 택시에 ‘예약’ ‘휴무’라고 불이 들어와 있고 서행 중이었다. 길거리에 택시를 정차해 놓고 택시 운전사가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쯤부터는 사람들이 직접 도로에 나가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도로 중간까지 나간 사람도 많았다. 아무리 차가 서행 중이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술에 취한 사람,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 등이 많아 위험천만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목적지가 을지로인데 이태원에서는 15분 걸린다. 대부분은 목적지를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간다. 이유를 모르겠다”며 “벌써 1시간 넘게 택시를 잡고 있다. 이태원은 새벽 시간이 지날수록 더 택시가 안 잡힌다. 오랜만에 이태원에 왔는데 발도 아프고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잠실로 가는 택시를 잡는 20·30대 여성도 있었다. 이들은 “카카오택시는 전혀 잡히지 않는다. 도로에 있는 예약 차량을 잡으려고 하면 ‘경기도 간다’ ‘안양 간다’고 승차를 거부했다”며 “보통은 얼굴을 보지도 않고 가라고 한다. 이런 택시가 제일 많다. 이태원은 자주 오는데 새벽 2시부터는 택시가 정말 잡히지 않는다”고 답했다. 

새벽 2시30분쯤 기자는 도로의 택시를 직접 잡기 시작했다. ‘예약’ 간판이 켜져 있는 택시 근처로 가니 앞 문의 창문을 열렸다. 기자가 “강남역까지 가나요”라고 물어보자, 택시 운전사는 대답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한 택시는 아예 얼굴을 보고 그냥 지나쳤다. 한 택시는 “강남역까지 3만5000원 주면 간다”며 그 이하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또 다른 택시는 “나는 경기도 택시니까 강남역은 3만5000원에 간다”고 말했다. 기자가 다시 “그러면 경기도 과천은 얼마에 가냐”고 물어보자 “경기도 과천은 멀어서 5만5000원에 간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기자는 과천까지 그 금액으로 가겠다며, 대신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택시 운전사는 “이거 불법인데 신고하려고 하지?”라고 언성을 높이며 지나가 버렸다. 

막차가 끊긴 이태원에서 택시를 타려면 택시 운전사가 부르는 가격을 현금으로 내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26세 한씨는 이태원 불법 택시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한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는 이태원에 안 왔다. 올해 4월쯤부터 다시 이태원에 왔는데, 친구들이랑 놀다 보면 새벽 1~2시까지는 논다. 귀가하려고 할 때 호출 앱을 사용하는데 잡히질 않았다”며 “도로에는 빈 택시가 많은데 안 잡혔다. 서 있는 택시는 대체로 안 간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 조직적 조폭식 활동
영수증 불가 “신고하니까 안 돼” 

이어 “‘수원만 간다’거나 ‘인천만 간다’고 한다. 택시가 안 잡혀서 이태원 상가 계단에 누워서 아침까지 잔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도대체 왜 안 갈까’하고 택시 운전사에게 금액을 더블로 주겠다고 했더니 금액을 흥정해줬다”며 “술을 마시고 집에 가고 싶으니 불법인 걸 알면서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보통은 돈을 더 주면 간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태원 지하철역에 들어가 보면 아침까지 자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택시 운전사들이 다 불법인 줄 알면서 이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상 숙박하려면 이태원은 너무 비싸다. 평일이 6만원 정도면, 휴일은 18만원까지 올라간다. 숙박 앱으로 예약하려면 또 안 된다. 전화로 직접 예약을 해서 현금을 달라고 한다”며 “이 부분은 고쳐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불법을 하지 않는 택시 운전사도 있는데 그런 분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1만원도 안 나오는 거리를 몇 배로 높이는 것은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한 택시 운전사는 이태원 길거리의 정차된 자동차 사진을 찍을 때 다가와서 “왜 내 택시를 찍냐”고 욕설을 하며 다짜고짜 화를 내기도 했다.

택시 운전사 B씨는 불법 택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B씨는 “예약을 걸어 놓는 건 손님이 어디 갈지 모르니까 예약을 걸어놓은 것이고 한국 사람은 금액이 너무 높으니까 대부분 안 탄다”며 “보통 1만원에 갈 거리를 3만원에 간다고 하는데 외국인들은 100% 탄다”고 귀띔했다.

이어 “아예 호텔에서 택시 타고 오라고 명함을 준다. 한국인은 안 가고 외국인은 가니까, 지도도 못 보고, 둘러서 가도 신경 안 쓴다. 그래서 택시 운전사들이 한국인이라서 물어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택시업계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개인택시운송 사업자 조합 관계자 역시 이태원 불법 택시에 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한 서울개인택시운송 사업자 조합 관계자는 “지금 이태원에 택시를 몰고 가면 그곳은 불법의 온상인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택시 잘못도 있지만, 교통 문제도 있다”며 “일반 승용차가 도로에 불법 주차 때문에 차량 진입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서울시에서는 주차 문제를 해결해서 통행이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로에 주차돼있으니 한 개 차선만 이용한다. 이태원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일부 택시 운전사가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보통 중형 택시, 고급 택시, 모범택시는 불법을 안 한다. 보통 K7 차량이 많고 그룹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평범한 택시 운전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택시 운전사가 거기서 자리를 잡으려면 분명 싸움이 날 것이다. 이태원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서울시에서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속?
“없다”

이태원이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시점은 4월부터다. 그렇다면 6개월 동안이나 불법 택시 영업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태원 택시 문제에 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연간 단속 계획을 세워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단속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단속 계획 외에 다른 계획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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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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