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④모창가수 지망생의 일상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0.17 13:40:43
  • 호수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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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대통령이 연애(자기애적인 나라 사랑)를 하든, 낙선자와 그의 지지자들이 심리적 자살을 꿈꾸든 와신상담하든 말든, 자연의 운행은 무심한 척 어김없었다. 하숙생들의 삶 또한 천차만별이면서도 한강 같은 큰 흐름 속을 자맥질하는 듯싶었다. 

나그네 길

즉, 들어왔다가 머무는 척하다가 나가는 것…. 하지만 물론 그 속에 희노애락의 앙금이 남지 않을 순 없다. 그런 걸 감내하며 살다가 떠나가는 게 하숙생의 신세이리라.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누구도 알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인생 항로도 알기 힘든걸 뭐….

난 통찰력에 대한 꿈이 있다. 무엇이든 한번 흘깃 보곤 본질을 파악해 버리는 능력… 이걸 초능력이나 천재적 재능이라고 하긴 어려울 성싶다.


그런 면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차라리 마음 정리 능력이라 부르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천재들은 일상 다반사를 홀연 뛰어넘어 나뭇가지 위에서 조감할 수 있으므로 평범한 인생을 통찰하나마, 어떤 개인적인 문제에 얽매이면 자기 마음의 거울을 돌아보지 않고 자살해 버리기도 한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 중엔 죽음보다 더 암담한 고해 속을 허우적거리다가 한순간 문득 깨달아 최소한 자기 인생만큼은 통찰해 유유자적 남은 삶을 즐긴다. 

나 같은 경우 음식엔 별 큰 욕심이 없어 그런지 온 세상의 산해진미를 탐식하려 안달복달하는 미식가들이 가소로워 보인다.

하지만 간혹 내 삶보다 더 미각을 현혹시키는 별미를 맛보았을 땐 탐욕으로 인해 통찰력이 싹 사라져 버려 갈팡질팡 세상 별미 지옥을 동경하며 헤맨다. 

누구의 욕망이든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인간 족속이기 때문일까.

포르노에 대해선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꽤 고심을 많이 했다. 드넓고 깊은 포르노의 바다, 일엽편주로 과연 어찌 헤쳐 나갈 것인가?


하지만 일단 열린 마음으로 두려워하지 말고 항해해 보자. 악의 꼬리, 내 마음속에 또아리 튼 추악의 대가릴 잡아내 보자구!

음, 설령 두세 편만으론 안 되더라도 열댓 편 정도 보고 나면 그 야릇한 망망대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겠지. 흐흐,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오대양 심해의 어족과 육대주의 짐승들처럼 다종다양한 음란물 속에선 죽기 전엔 헤어나지 못할 듯싶었다. 

더구나 웬만큼 보고 나서도 마치 중독된 양 점점 더 탐닉하고 싶어졌다. 아아, 유한한 인생을 포르노에 빠져 허비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통찰력보다 결단력이 더 필요한 때다! 포르노냐, 인생이냐, 그것이 문제인 순간인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쪽으로 결단을 내리자 그동안 본 아름답고도 음란스러운 장면들이 허깨비로 느껴지면서 통찰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혹시 단 포도를 신 포도라고 왜곡해 침 뱉으며 떠나는 여우 꼴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포르노가 아무리 달콤하더라도 분명 신맛과 씁쓸한 맛은 있다. 내 경우엔, 포르노 물을 보는 1초 1초 순간순간이 열락이면서 동시에 고통의 연속이었다.

누구나 자기 인생만큼은 통찰
8시부터 시작되는 하숙의 일상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반면 빨리 벗어나고 싶은 양가감정. 처녀막이 찢어지는 괴로움 속에도 쾌감은 존재하고, 지옥에서도 천국이 얼핏 엿보인다고 하지만…

한시 바삐 벗어나 거울 속에 비친 진짜 내 얼굴을 보고 싶었다. 천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삶의 본질, 마음속 꿈… 육체적으로 살기 위해… 포르노 속에 빠져 영혼을 죽이는 멍청이… 음란업자들이 설치해 놓은 덫도 문제지만 그 꾐에 빠진 토끼와 오소리 또한 제 생명에 대한 책임이 없지 않다. 

나 또한 한 마리 어리숙한 동물에 불과하다. 이런 경우 주관적이 통찰만 추구하기보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도를 위해 성기를 스스로 잘라 버린 어느 스님처럼….

포르노 물을 싹둑 끊어 버린 후 금단 증상인지 뭔지 한동안 싱숭생숭 삶이 허망스러웠지만 차츰 숨 쉬기가 편해졌다. 고해를 벗어나 마치 파도 치는 니르바나에 이른 느낌이랄까. 물론 그건 내가 ‘통찰’한 게 아니라 오히려 신과 자연의 선물이었다. 

쓸데없는 얘기가 길어졌다. 그 후부턴 인위적인 통찰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욕심은 모든 것을 망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자.


이 하숙집도 마찬가지다. 빨리 다 알고 싶지만 그런들 무엇하랴. 헛껍데기일 뿐. 차라리 그딴 욕심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 껍질을 벗고 차츰 조금씩 드러나는 양파야말로 삶의 진면목이 아닐까 싶었다. 

아침 7시쯤 되면 무지개 식당의 문이 열린다. 하숙집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6시 무렵부터 주방 쪽에서 달그락 달그락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꿈결인 듯 아련하다(TV 드라마에서 간혹 보는 것처럼 밤에 의자를 식탁 위로 뒤집어 올리고 아침에 다시 내려놓진 않는다. 그래도 빗자루로 깨끗이 쓸고 물걸레로 꼼꼼이 닦기 때문에 더럽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일찍 일터에 나가는 쪽방촌 노동자들이 들러 주린 배를 허겁지겁 채우기도 하고, 재수생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잠 기운 남은 상태로 반숙 계란 프라이를 삼키다가 사레들려 켁켁거리기도 한다. 인생의 무슨 프롤로그 같은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동안 조용해진다(잠시 잠깐 그런 느낌이 들 뿐이랄까).

8시경부터 본격적으로 하숙의 일상이 펼쳐진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생존경쟁의 중심 현장에서 살아가기 위해 나름껏 부지런을 떨어댄다. 서울 말씨를 구사하려 혀를 굴려 보지만 엉겁결에 고향 사투리 억양이 튀어 나오고 북한 말투가 들리기도 한다.

중국 조선족도 있고 탈북민도 하숙하기 때문이다. 한창 시간엔 장터 음식점처럼 꽤 시끌벅적거리긴 해도 귀로 듣는 것만큼 식당 내부가 퍽 복작거리진 않는다. 만석일 경우 하숙생들은 식판을 자기 방으로 가져가 먹기도 했고, 식권파들은 대개 그닥 기다리지 않고 다른 경양식 집이나 패스트푸드 코너로 갔기 때문이다. 

점심 땐 하숙생들은 별로 없고 식권파들이 몰려들어 왁자지껄 청춘의 희비애락을 떠벌이며 후룩후룩 쩝쩝 고픈 배를 채우곤 한두 시간 내에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다. 


그 무렵부터 홀엔 음악이 은은히 흘러나와 문득 침묵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여주인의 거실에 놓인 오디오 세트에서 흐르는 음향이다.

음악과 애환

그녀의 기분에 따라 어떤 날은 샹송이, 어느 날엔 팝송이나 한국 대중 가요가 인생 애락을 노래하는데, 아늑히 속삭이는 듯하기에 하숙생 누구도 시끄럽다며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로맨티스트 중엔 가끔 조금만 더 불륨을 높여 달라고 청하는 경우도 없잖다. 그 노래 속에 평소 활달한 그녀 삶의 애환이 조금쯤 서려 있는지 몰랐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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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