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막말 종결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입으로’ 정치판 들었다 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 초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새로운 ‘막말 스타’로 등극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김일성주의자”라고 주장한 것이 화두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자신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정치 성향은 극우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엄호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을 정도다. 김 위원장의 과거는 지금과 매우 대조적이다. 학창 시절 그의 모습은 노동운동가들 사이에서 전설로 불리고 있다. 누구보다 전투적이었고 치열했던 노동운동가로 명성을 떨치면서 ‘운동권의 황태자’로 불렸다.

운동권
황태자

김 위원장의 과거는 가난하면서도 화려했다. 1951년 경상북도 영천에서 4남3녀 중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중학교 동창으로는 삼성전자 CEO를 역임하고 제4대 지방선거에서 상대했던 진대제가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3선 개헌 반대 시위를 하다가 제적됐다가 복적됐다. 1970년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 내 모임인 후진국 사회연구원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노동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같은 해 피복공장 노동자 전태일이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분신자살한 소식을 접한 것이 컸다. 그 뒤 동기들과 함께 서울 구로구 구로공단에 노동자로 위장 취업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다른 노동자들과 계몽운동을 하던 고대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을 만나 그로부터 마산수출자유지역, 영등포공장 이야기 등 언론에 보도되지 않던 비화를 접하며 노동계 현실을 깨달았다. 김 위원장의 회고에 따르면 구로공단 위장취업 당시 오전에는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하고, 저녁에는 사람들과 만나 담론 토론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1년이 지난 1971년 10월15일 김 위원장은 부정·부패 척결 전국학생시위에 참여했다가 제적됐다. 1971년부터 1972년까지 고향 경북 영천에서 4H 운동과 야학 등 농민운동을 했으며, 1974년에는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제적됐다.

같은 해 김 위원장은 1청계천 피복공장 재단보조공으로 근무했다. 이후 여러 공장을 전전하면서도 고학으로 1977년에는 환경관리기사 2급, 안전관리기사 2급 등의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다. 1978년 전국금속노조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여파로 회사가 노조 해산정책을 추진하자 김 위원장은 노동조합 위원장직을 그만두게 되고, 회사에서도 해고를 당했다. 이후 구로동맹 파업을 주도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을 받았고 서대문구치소로 이감되기도 했다.

수감 중 기소유예로 석방돼 다시 한일 도루코로 복직할 수 있었다. 1984년 방용석 등과 함께 ‘한국노동자복지회’를 조직했다. 여기서 만난 안선모 등을 출판사 등에 주선해주기도 했다. 같은 해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 부위원장에 피선되고 1985년 전태일 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이후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씨와도 교류했다.

1985년 서울지역노동운동연합(서노련)이 출범하자 그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함께 활동했으며, 서노련 지도위원 등으로 선출됐다. 1986년 서노련 지도위원으로 인천시 5·3직선제 개헌 투쟁 주도 혐의 등으로 구속돼 고문을 받고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형무소에서 복역했다가 1988년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1990년 초부터 성장에 자원을 집중하되 복지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며 ‘좌파적 노동관’을 버리고 온건론으로 노선을 선회했다.


학창 시절 공장 경험하며 노동계 발전에 앞장
90년대 공산주의 국가 몰락 후 정치노선 선회

정치적 노선을 선회한 김 위원장은 정치를 시작했다. 1990년 민중당 창당에 참여해 구로갑지구당 위원장을 지낸 뒤 민중당 노동위원장으로 제14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전국구 3번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992년에는 노동인권회관의 소장으로 추천됐고 이듬해에는 한국노동연구원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진단팀장에 임명됐다.

1994년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혁명의 시대는 갔다”는 말을 남기고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자유당 경기도 부천소사구지구당 조직책이 됐다. 같은 해 노동부 행정규제완화위원회 위원과 노동인권회관 이사에 선출됐고 1996년 신한국당 공천으로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부천시 소사구에서 출마해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현실주의를 내세운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 뒤 민주자유당이 김영삼 체제에서 이회창 체제로 바뀌고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에도 계속 활동했고, 1996년부터 1년간 신한국당 대표최고위원 특별보좌관을 수행하기도 했다.

1998년부터 1년간 야당 의원으로는 특별히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1998년 한나라당 원내 부총무,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대중정권 대북 뒷거래 진상조사위원회 특별위원장을 맡으며 대정부 공격에 앞장섰다. 2000년 시민단체인 희망을 여는 정치연대의 간사로 활동했고, 2000년 6월 근로기준법을 재개정에 찬성했다.

노동부는 별도의 예산을 확보해 이들의 노동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했으며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자 스스로 끊임없는 권리찾기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며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2001년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 2003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거쳐 2004년 2월에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온건에서
과격으로

국회의원 시절에는 노동 분야와 환경, 수도권 교통과 아동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많은 의정 활동을 벌였다.

1996년 녹색정치인상을, 1998년 한국유권자운동연합으로부터 국회 의정활동 환경노동위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1999년 결식아동돕기 의정활동 공로패와 전국 보육시설협회 감사패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결식아동에게 밥을 줄 책임이 국가에 있는데 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성금에 의존토록 하느냐?”고 항의하면서 “김결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16·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3선 국회의원으로서 2000년 밝은 정치 시민연합 새천년 밝은 정치인상을 수상했고, 2005년 국정감사 최우수의원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에는 국회출입기자단으로부터 약속 잘 지키는 국회의원 1위와 일 잘하는 국회의원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 광역자치단체장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사임한 후, 2006년 4월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2006년 7월1일 경기도 민선 4기 도지사에 취임했다. 2006년부터 2008년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7년 4월 수도권 규제 완화와 경기지역 개발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2009년 한국메니페스토운동본부에서 평가하는 공약 이행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공약 이행 2년 차 목표 달성 최우수, 주민 소통·민관협력 최우수, 웹소통 최우수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논란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10년 5월29일 6·2 지방선거를 위한 유세를 위해 대학생들과 간담회 중 다음과 같은 발언들을 했다. “국민에게 큰 불편을 끼치며 촛불집회에 나섰던 이들은 사과를 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에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워야 한다” 등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과거 학창 시절 때와 매우 대조적이었다.

같은 해 11월 김문수의 대학 특강과 실·국장회의에서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걸그룹 소녀시대에 대해 젊은이들과 공감하는 차원에서 “내가 봐도 잘생겼다. 쭉쭉빵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유감을 표명할 사안이 아니라며 사과하지 않았다.

2011년 6월에는 대한민국의 고전소설 <춘향전>에 대해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하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고배 마시다
윤정부 합류

한 달여 뒤에는 병문안 차원에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찾은 와중에 119에 전화를 걸어 “도지삽니다”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부분의 언론은 당시 김 위원장이 소방관에게 갑질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측에 개선할 것을 알렸고,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의 징계성 인사 조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 위원장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이후 경기도청은 도지사의 목소리를 몰라서 해임한 것이 아니라 규정 위반으로 해임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다음 날 김 위원장이 직접 소방서에 찾아가 두 소방관을 원대복귀시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선거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게 된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 안방 챔피언인 줄 알고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완패를 당했다. 뒤이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했으나 2위로 낙선했다.

2019년 8월20일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주최로 국회에서 ‘보수통합’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 연사로 참석한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나보다 깨끗한 사람이고 돈 받을 이유도 받은 적도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특히 전직 대통령들의 억울함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총살감”이라는 과격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서울시가 2020년 2월 다중집회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시민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는데 같은 달 22일과 23일 전 목사 사단과 함께 8·15 광복절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에 참여해 경찰 수사 대상이 됐다.

같은 해 8월17일 국회의사당역에서는 김 위원장과 동행하던 검진 대상자를 보건소로 연행하려던 경찰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경찰은 김 위원장과 같이 있던 성창경 기독자유통일당 대변인에게도 보건소로 같이 가서 검사받기를 요청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경찰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경찰이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영등포경찰서라고 하자 본인의 신분증을 꺼내며 “나 김문수다”라고 했다.

“도지삽니다” 소방관 갑질 논란 후 여론 악화
“문 총살감” “김일성 주의자” 잇단 발언 논란

김 위원장의 막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경사노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 주의자’라고 주장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기어이 국정감사에서 사고를 쳤다”며 “국회의원 모독을 넘어서 국회증언감정법이 규정한 모욕적인 언행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 환노위 국감장에서 “젊은이들에게 세월호처럼 저렇게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 물러가라” “불법파업에 손배(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 “민노총이 김정은 기쁨조 맞죠?” “문재인 대통령은 김일성 사상을 굉장히 존경하는 그런 분이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이 올린 페이스북 글을 언급하며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 이 생각에 변함이 없나”라고 묻자 김 위원장이 “저런 측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위원들은 민생 국감을 위해 사과할 기회를 주었지만 김 위원장은 그 상황만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에 급급했다”며 “경사노위 위원장에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가 확실하게 참사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거짓 사과와 막말의 경계를 넘나들며 국회를 모욕한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위원장 자격이 없다”며 고발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태를 만든 김 위원장은 지금 당장 자진사퇴하라. 윤 대통령은 인사 참사에 책임을 지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 협의와 환노위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여야를 떠나서 국회와 300명 국회의원에 대한, 국회의원을 선출해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여야를 가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윤 의원도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모멸적인 언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나 어제 김 위원장이 상임위 자리에서 퇴장 조치를 당했음에도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에 나가서 똑같은 언사를 했다.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이는 국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시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말한다면 확실하게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영복 사상이라는 것은 김일성 사상이다. (이로 인해)통일혁명당의 3명이 사형됐고, 신영복 선생은 무기징역을 받고 20년 20일을 감옥에서 살았는데, (이후)그분은 한 번도 본인이 전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 리셉션에서 당시에 펜스 (미국)부통령과 (일본)아베 총리, 그리고 (북한)김영남, 북한의 김여정, 세계 100여개국 정상을 앞에 두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는 신영복이라고 공개적으로 전 세계에 공포했다”며 “그래서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22년형, 이명박 대통령 17년형, 국정원장 4명을 다 감옥에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아마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멈추지 않는
실언 기관차

그러나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확실한 김일성주의자’ 등 전날 ‘국감장 강퇴’ 계기가 된 발언에 대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총살감’ 발언을 두고 “어떤 대통령도 구속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22년형이고 17년형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거보다 훨씬 크다. 따지자면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현에 과격한 점이 있는 건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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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