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③선덕여왕? 모리배? 옥신각신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0.11 14:06:57
  • 호수 13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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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대통령에 관한 하숙생들의 견해는 각양각색이었다.

“잘하겠지. 일단 한번 두고 보자구. 선덕여왕이 롤모델이라잖아.” 

“그러게. 사리사욕과 권력욕에 미쳐 당파 싸움이나 벌이는 사이비 정치꾼 모리배 놈들과는 다르겠지.”

모리배

“글쎄, 과연 그럴까? 그녀 뒤에도 당리당략에 눈이 벌건 모리배들이 파벌을 이루고 있을 텐데.”

“남편도 자식도 없고 오직 이 나라만이 자신의 연인이라고 밝혔잖아.” 

“허 참, 그런 입에 발린 소릴 믿어?”

“암튼 이미지 자체는 퍽 깨끗하잖아.”

“허허, 엿이나 먹으며 입 닥쳐!”

“왜?”

“선덕여왕님에게 가서 한번 물어보든지.”

“급변하는 시대를 두고 과거의 여왕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흠,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이란 건 있는 거니까.”

“그게 뭔데?”

“가서 한번 알아보라니깐 그러네.”

“씨팔, 뒷골 당기는군.”

“간단히 말하자면…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마음속의 진[眞]이 아닐까?”

“흐흐, 그런 걸 대체 어디 가서 찾아?”

“아마 그건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을 거야.”

“국민들도 가지각색인걸 뭐.”

“그게 가장 문제야.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암튼 쥐통령보다야 낫지 않을까.”

“쥐새끼처럼 생긴 자식이 해 처먹긴 잘 해 처먹었지. 오직 국민 세금만으로….” 

“사대강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심성마저 훼손시킨 자식으로 역사에 남을 테니, 어쨌든 그 꼴상 주제에 자기 나름 성공해 버렸다고 자부하려나 몰라.”

“역사적인 쥐새끼지. 그놈이 저질러 놓은 개망나니 짓은 일반 중류층 국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나라 빚이 되었으니, 흐흐….” 

“하숙하는 주제에 그런 걱정으로 골 썩힐 건 없잖을까 싶어.”

“한 마리 인충[人蟲]의 영달 욕망 때문에 많은 국민이 물심 양면으로 고생하니깐 그렇지 뭘. 사실 상류층 부자나 최하층 극빈자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 몰라. 부자들 역시 세금 내기가 아깝겠지만 새 발의 피일 테고, 하류층 무산자들에겐 생활보조금이 들어가니까.” 

“응?”

“이 세상 삶의 전쟁터에서 가장 총탄을 많이 맞는 건 오히려 중류 하층과 하류 중상층이 아닐까 싶어. 아무리 벌어 모아도 이런 저런 세금 명목으로 스리슬쩍 빼앗아 가 버리니 언제 하층으로 전락할지 몰라 불안스러운 거지. 더구나 하층민이면서도 이런 저런 조건에 걸려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엔 삶 자체가 시시각각 죽음보다 못한 지옥이지 않을까.”

“흥, 부자들이 이 땅에서 각종 특권을 누리며 돈을 벌어 떵떵거리고 사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건 당연해. 다만, 여러 계층의 국민이 각자 나름 피땀 흘려 번 돈이니 꼭 필요한 데다 알뜰히 사용해야 하는데… 실상 허비가 너무 많으니깐 말야.”

“이기적인 국회의원놈들이 낭비하는 세금이 너무 아까워. 쥐박이 같은 대통령도 그렇고….”

“이번 여대통령은 아마 그런 일만큼은 없을걸.” 

“흠, 과연 그럴까? 두고 보면 알겠지.”

수구 꼴통-급진 좌빨 하숙생 설전
침 튀기며 욕설까지…무슨 소용?

간혹 수구 꼴통과 급진 좌빨적인 하숙생 간에 격렬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고만장이로군. 단지 2%p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을 뿐이라구. 그것도 온갖 부정 비리를 사기꾼들처럼 자행한 끝에 말이야. 대통령이 아니라 국권 문란 행위 범죄자로 감옥에 처넣어질 수도 있어.”

“흐흐, 자유 민주주의 세상에서 일단 0.00001%p로라도 이기면 짱 먹는 거지 무슨 개방귀 뀌는 소리야? 그리구 선거 철엔 미국 같은 선진 대국에서도 각종 유언비어가 들끓는 판인데 이 좁은 쥐새끼만 한 땅에서 무슨 찍찍대는 험담이 안 나오겠어.” 

“자식이 완전 친일파 족속 핏줄이구먼. 대륙을 향해 포효하며 뛰어다니고픈 호랑이를 토끼로 조작해 놓은 것도 안타까운데 쥐새끼 같다니… 너 한번 죽어 볼래, 응?”

“흥분하지 마. 사실을 말한 것뿐이니까.”

“뭐?”

“열불 내지 말구 한번 잘 봐. 한반도 모양이 과연 호랭이 같은지 토끼 같은지 혹은 쥐 같은지. 흐흥….”

“정신병자!”

“세워놓고 보면 포효하는 호랑이가 아니라 앞발을 든 채 싹싹 비는 쥐새끼 꼴이요, 옆으로 돌려 놓고 보면 영락없이 발발 기어다니는 서생원 쥐 꼴인 걸.”

“참 유치하군. 초딩보다 못한 수준이잖아. 그래서 쥐새끼 마냥 일본놈들이 지랄하는데도 엎드려 싹싹 빌며 뭘 사죄하란 얘기야, 응? 그놈들이 해야 할 사과를 왜 우리가 해야 하는데?”

“씨팔, 진짜루 답답하네! 우리 보수파도 간혹 착각을 하긴 하지만 자칭 진보파인 척하는 자들이 해대는 왜곡은 정말 진저난다니깐. 아니, 왜 사실을 말하는데 실상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시비를 거냐? 야, 호랑이나 토끼나 어차피 뜬구름 같은 얘기가 아니냔 말씀이야. 차라리 좀 더 현실적으로 보자구. 그래야 우리가 모두 살아남지 않겠는가, 응?”

“개소리 따윈 치워!”

“흥분하지 말고 진실을 직시하라니깐! 흠, 한국 땅엔 이미 진짜 호랑이와 토끼는 없어. 동물원 철장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거나, 사육돼 모피와 스테이크로 변하는, 뜬구름 속의 이미지일 뿐…. 차라리 선악 판단 없이 영리하게 재빨리 이익을 위해 뽈뽈거리는 쥐가 우리에겐 더 필요해. 쥐의 정신이!”

“쥐똥 같은 자식… 사실 쥐에게도 인간 못잖은 장점이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 문제 되는 건 생물인 쥐(mouse) 자체가 아니라, 그걸 십이지 육십갑자 속의 한 이미지로 만들어 버리고 그 뒤에 숨어 이기적인 도둑질을 자행하는 교활스런 사이비 대통령과 그를 추앙하는 사기 도박꾼 놈들이야. 4대강 훼손 사업도 그렇고… 아이구, 숨통 터져! 선덕여왕이라고 허풍 사기 치면서 선거 부정까지 저지른 공주병 걸린 노처녀가 1%p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돼 희희낙락거리니 나라 꼴이 과연 어찌될지….”

“흐흐흐, 천지신명님이 도와주신 거지 뭘… 흥, 만일 여대통령님이 아니라 만약 문씨 그놈이 까딱 잘못 당선됐다면 아마 북한 괴수한테 속아 나라를 빨갱이 공산당한테 말아 먹힐걸. 아아, 너무나 잘된 일이야.” 

“흥, 지 아비처럼 독재질하다가 나라 구워 먹을 년일걸!”

“개새끼!”

“개자식!”

수구 대 좌빨

그들은 서로 침을 튀기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육박전까지 가진 않았다.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랴. 어차피 그들은 한 집안에 둥지 튼 하숙생인 걸….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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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