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대통령에 관한 하숙생들의 견해는 각양각색이었다.
“잘하겠지. 일단 한번 두고 보자구. 선덕여왕이 롤모델이라잖아.”
“그러게. 사리사욕과 권력욕에 미쳐 당파 싸움이나 벌이는 사이비 정치꾼 모리배 놈들과는 다르겠지.”
모리배
“글쎄, 과연 그럴까? 그녀 뒤에도 당리당략에 눈이 벌건 모리배들이 파벌을 이루고 있을 텐데.”
“남편도 자식도 없고 오직 이 나라만이 자신의 연인이라고 밝혔잖아.”
“허 참, 그런 입에 발린 소릴 믿어?”
“암튼 이미지 자체는 퍽 깨끗하잖아.”
“허허, 엿이나 먹으며 입 닥쳐!”
“왜?”
“선덕여왕님에게 가서 한번 물어보든지.”
“급변하는 시대를 두고 과거의 여왕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흠,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이란 건 있는 거니까.”
“그게 뭔데?”
“가서 한번 알아보라니깐 그러네.”
“씨팔, 뒷골 당기는군.”
“간단히 말하자면…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마음속의 진[眞]이 아닐까?”
“흐흐, 그런 걸 대체 어디 가서 찾아?”
“아마 그건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을 거야.”
“국민들도 가지각색인걸 뭐.”
“그게 가장 문제야.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암튼 쥐통령보다야 낫지 않을까.”
“쥐새끼처럼 생긴 자식이 해 처먹긴 잘 해 처먹었지. 오직 국민 세금만으로….”
“사대강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심성마저 훼손시킨 자식으로 역사에 남을 테니, 어쨌든 그 꼴상 주제에 자기 나름 성공해 버렸다고 자부하려나 몰라.”
“역사적인 쥐새끼지. 그놈이 저질러 놓은 개망나니 짓은 일반 중류층 국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나라 빚이 되었으니, 흐흐….”
“하숙하는 주제에 그런 걱정으로 골 썩힐 건 없잖을까 싶어.”
“한 마리 인충[人蟲]의 영달 욕망 때문에 많은 국민이 물심 양면으로 고생하니깐 그렇지 뭘. 사실 상류층 부자나 최하층 극빈자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 몰라. 부자들 역시 세금 내기가 아깝겠지만 새 발의 피일 테고, 하류층 무산자들에겐 생활보조금이 들어가니까.”
“응?”
“이 세상 삶의 전쟁터에서 가장 총탄을 많이 맞는 건 오히려 중류 하층과 하류 중상층이 아닐까 싶어. 아무리 벌어 모아도 이런 저런 세금 명목으로 스리슬쩍 빼앗아 가 버리니 언제 하층으로 전락할지 몰라 불안스러운 거지. 더구나 하층민이면서도 이런 저런 조건에 걸려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엔 삶 자체가 시시각각 죽음보다 못한 지옥이지 않을까.”
“흥, 부자들이 이 땅에서 각종 특권을 누리며 돈을 벌어 떵떵거리고 사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건 당연해. 다만, 여러 계층의 국민이 각자 나름 피땀 흘려 번 돈이니 꼭 필요한 데다 알뜰히 사용해야 하는데… 실상 허비가 너무 많으니깐 말야.”
“이기적인 국회의원놈들이 낭비하는 세금이 너무 아까워. 쥐박이 같은 대통령도 그렇고….”
“이번 여대통령은 아마 그런 일만큼은 없을걸.”
“흠, 과연 그럴까? 두고 보면 알겠지.”
수구 꼴통-급진 좌빨 하숙생 설전
침 튀기며 욕설까지…무슨 소용?
간혹 수구 꼴통과 급진 좌빨적인 하숙생 간에 격렬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고만장이로군. 단지 2%p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을 뿐이라구. 그것도 온갖 부정 비리를 사기꾼들처럼 자행한 끝에 말이야. 대통령이 아니라 국권 문란 행위 범죄자로 감옥에 처넣어질 수도 있어.”
“흐흐, 자유 민주주의 세상에서 일단 0.00001%p로라도 이기면 짱 먹는 거지 무슨 개방귀 뀌는 소리야? 그리구 선거 철엔 미국 같은 선진 대국에서도 각종 유언비어가 들끓는 판인데 이 좁은 쥐새끼만 한 땅에서 무슨 찍찍대는 험담이 안 나오겠어.”
“자식이 완전 친일파 족속 핏줄이구먼. 대륙을 향해 포효하며 뛰어다니고픈 호랑이를 토끼로 조작해 놓은 것도 안타까운데 쥐새끼 같다니… 너 한번 죽어 볼래, 응?”
“흥분하지 마. 사실을 말한 것뿐이니까.”
“뭐?”
“열불 내지 말구 한번 잘 봐. 한반도 모양이 과연 호랭이 같은지 토끼 같은지 혹은 쥐 같은지. 흐흥….”
“정신병자!”
“세워놓고 보면 포효하는 호랑이가 아니라 앞발을 든 채 싹싹 비는 쥐새끼 꼴이요, 옆으로 돌려 놓고 보면 영락없이 발발 기어다니는 서생원 쥐 꼴인 걸.”
“참 유치하군. 초딩보다 못한 수준이잖아. 그래서 쥐새끼 마냥 일본놈들이 지랄하는데도 엎드려 싹싹 빌며 뭘 사죄하란 얘기야, 응? 그놈들이 해야 할 사과를 왜 우리가 해야 하는데?”
“씨팔, 진짜루 답답하네! 우리 보수파도 간혹 착각을 하긴 하지만 자칭 진보파인 척하는 자들이 해대는 왜곡은 정말 진저난다니깐. 아니, 왜 사실을 말하는데 실상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시비를 거냐? 야, 호랑이나 토끼나 어차피 뜬구름 같은 얘기가 아니냔 말씀이야. 차라리 좀 더 현실적으로 보자구. 그래야 우리가 모두 살아남지 않겠는가, 응?”
“개소리 따윈 치워!”
“흥분하지 말고 진실을 직시하라니깐! 흠, 한국 땅엔 이미 진짜 호랑이와 토끼는 없어. 동물원 철장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거나, 사육돼 모피와 스테이크로 변하는, 뜬구름 속의 이미지일 뿐…. 차라리 선악 판단 없이 영리하게 재빨리 이익을 위해 뽈뽈거리는 쥐가 우리에겐 더 필요해. 쥐의 정신이!”
“쥐똥 같은 자식… 사실 쥐에게도 인간 못잖은 장점이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 문제 되는 건 생물인 쥐(mouse) 자체가 아니라, 그걸 십이지 육십갑자 속의 한 이미지로 만들어 버리고 그 뒤에 숨어 이기적인 도둑질을 자행하는 교활스런 사이비 대통령과 그를 추앙하는 사기 도박꾼 놈들이야. 4대강 훼손 사업도 그렇고… 아이구, 숨통 터져! 선덕여왕이라고 허풍 사기 치면서 선거 부정까지 저지른 공주병 걸린 노처녀가 1%p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돼 희희낙락거리니 나라 꼴이 과연 어찌될지….”
“흐흐흐, 천지신명님이 도와주신 거지 뭘… 흥, 만일 여대통령님이 아니라 만약 문씨 그놈이 까딱 잘못 당선됐다면 아마 북한 괴수한테 속아 나라를 빨갱이 공산당한테 말아 먹힐걸. 아아, 너무나 잘된 일이야.”
“흥, 지 아비처럼 독재질하다가 나라 구워 먹을 년일걸!”
“개새끼!”
“개자식!”
수구 대 좌빨
그들은 서로 침을 튀기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육박전까지 가진 않았다.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랴. 어차피 그들은 한 집안에 둥지 튼 하숙생인 걸….
<다음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