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법적 공방’ 남보다 못한 가족들 세태

죽기 전엔 남남 죽은 뒤엔 부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간으로서 마땅해 해야 할 도리에 어그러진 행동을 하면 ‘패륜을 저질렀다’고 한다. 패륜을 저지른 사람은 ‘패륜아’라고 칭한다. 한국 사회에서 패륜아는 부모에게 못된 짓을 하는 자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천륜이라고 했다.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리로 맺은 인연이기 때문에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천륜을 어기면 즉, 부모-자녀 간에 도리를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끊어진 천륜

최근 자녀에게 ‘남보다도 못하게’ 구는 부모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폭언을 내뱉거나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만큼이나 여론이 좋지 않다. 듣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도 왕왕 일어난다. 

방송인 박수홍의 가정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처음에는 형과의 문제로만 알려진 사안이 부모 등 가족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수홍은 형 부부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검찰 대질조사 과정에서 박수홍이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말 그대로 가족이 쑥대밭이 된 상황이다. 

앞서 박수홍은 형 부부를 계약료·출연료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형은 지난달 13일 법정 구속된 상태다. 박수홍은 형 부부가 매니지먼트 법인에서 나온 수익을 배분하지 않고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횡령했다고 주장했다.


횡령 규모도 처음에는 30년간 86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지만 형수가 박수홍의 개인 통장에서 매일 800만원씩 무단 인출한 정황도 확인하면서 116억원으로 늘었다. 

오랜 기간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대중 인지도가 높은 방송인의 송사 소식은 많은 이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박수홍이 아버지에게 정강이를 차이는 등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박수홍의 주장을 배척하고 형을 두둔하는 아버지의 태도에 ‘(박수홍이) 안타깝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사 과정에서 박수홍의 아버지는 “(박수홍의)재산은 내가 다 관리해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홍의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박수홍씨 부친은 형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 하는 상황이다. 모든 횡령과 자산관리는 본인이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친족상도례를 악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수홍 재산 문제로 풍비박산
형은 구속되고 아버지는 폭행

친족상도례는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일어난 절도‧사기‧배임‧횡령‧공갈죄 등 재산 범죄 형을 면제하는 특례 조항이다. 형은 비동거 친족으로서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다. 횡령의 주체가 박수홍의 아버지라면 친족상도례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이 급격하게 박수홍 쪽으로 쏠렸다. ‘아들에게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 ‘가족인데 남보다 못하다’는 말이 쏟아졌다. 흥미로운 점은 박수홍 사건이 크게 불거지면서 가족 간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남보다도 못하게 군’ 일들이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하라법’ 발의를 야기한 연예인 구하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하라는 2019년 11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돌 가수로 데뷔해 큰 인기를 누린 구하라는 상당액의 재산을 남긴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20년 간 연락 한 번 한 적 없던 어머니가 그 재산에 대해 소유권을 일부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현행법상 상속은 상속인 스스로 상속을 포기하거나 상속인에게 ‘상속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민법이 정한 상속순위에 따라 이뤄진다. 구하라는 유산과 관련해 별도의 유언을 하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법상으로는 직계존속인 부모에게 각 50%의 비율로 재산이 분배된다.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지 않은 사람이 자녀의 사망 이후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정부입법으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 의안으로 상정됐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자녀가 어린 시절 재혼해 50년 넘게 연락 없던 어머니가 아들이 사망하자 보험금을 수령하겠다고 나선 일도 있다. 사망한 아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 법률상 보험금이 부모에게로 상속될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고인의 누나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알려졌다.

보상금 노리고 연락
구하라법 언제 통과?

세월호 참사 뒤 보상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끊어졌던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는 일도 종종 일어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자녀의 죽음을 이용해 돈을 챙기려 한다는 비난이 일었지만 그때뿐 법은 결국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에도 아들이 남긴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해 34년 만에 친모가 나타난 사건이 있었다.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제동이 걸렸지만 본안 소송은 알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지난 8월30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사망한 A씨의 이복형인 B씨가 친모와 보험사 등에 제기한 ‘보험금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B씨에 따르면 친모는 4세 때 A씨를 떠난 이후 34년 간 단 한 번도 연락하거나 찾지 않았다.  

문제는 본안 소송이다. 구하라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 본안 소송에서도 법원이 B씨의 손을 들어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15일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하라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이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범죄행위를 한 경우, 학대 또는 심각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나 법정 상속인의 청구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구하라법은 1년3개월째 국회에 계류돼있다. 

그나마 공무원은 ‘공무원재해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이 통과돼 시행 중이다. 재해유족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 사망한 경우 양육 책임이 있는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심의를 거쳐 부모에게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른바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린다. 

법으로 묶여…

누군가는 가족에 대해 ‘남보다도 못한 사이’라고 말하곤 한다. 살아있는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만난 부모가 진짜 부모라고 할 수 있냐고도 항변한다. 사망 이후 보상금을 요구하는 게 부모가 할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법은 여전히 그들을 가족으로 묶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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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