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국 노래자랑’ 새 MC 김신영

무거운 마이크 물려받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 6월 별세한 KBS <전국 노래자랑> 진행자 고 송해. 그의 34년 이력을 누가 이어갈지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KBS는 숱한 예측을 깨고 개그우먼 김신영을 차기 진행자로 낙점했다. “의외의 발탁”이라는 반응과 함께 낙점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그 답은 개그부터 진행·연기까지 모두 수준급인 그의 이력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 MC’ 송해의 <전국 노래자랑> 후임자는 그가 작고한 지 두 달을 훌쩍 넘기고서야 비로소 결정됐다. 하지만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이들도 KBS의 장고를 책망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34년간 자리를 지켜온 거목을 대체할 누군가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묘수 뒀다

다만 장고 끝 KBS가 내린 결론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KBS는 지난달 30일 <전국 노래자랑>의 진행자로 개그우먼 김신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신영은 세간에 돌던 후임자 하마평 속에 언급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초 하마평 속 유력 후보군은 이상벽·이상용·임백천·이택림 등이었다. 그간 <전국 노래자랑>이나 전 MC 송해와 깊은 인연을 쌓은 이들이다. 세간에서는 진행 능력과 인지도 등을 고려해 남희석·이수근·이찬원 등이 적임자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KBS의 선택은 결국 김신영이었다. 

KBS 김상미 CP는 김신영 발탁 배경을 두고 “김신영은 데뷔 20년 차의 베테랑 희극인으로 TV·라디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계에서도 인정하는 천재 방송인”이라며 “무엇보다 대중들과 함께하는 무대 경험이 풍부해 새로운 <전국노래자랑> MC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 김신영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인정받아온 ‘만능 엔터테이너’다. 2003년 SBS 개그 콘테스트를 거쳐 S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웃찾사> ‘행님아’ 코너에서 개그맨 김태현과 함께 인기를 끌었다. 이를 인연으로 코너가 끝난 뒤에도 김태현과 콤비로 KBS <스타 골든벨> MBC <세바퀴> 등에서 활약했다.

이후로는 배우 이계인 성대모사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계인이 MBC 드라마 <주몽>에서 연기한 ‘모팔모’역을 흉내 내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김신영의 개그 중 단연 압권인 것은 바로 즉흥 생활 연기다. 백반집 아줌마, 목욕탕 아줌마, 아줌마 춤, 본인의 어머니, 고모와 할머니, 전라도 아저씨 등 일상을 재현한 개그들을 적절히 활용한다. 이를 통해 연령대에 관계 없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해낸다는 점이 강점이다.

김신영은 이 같은 개그들을 선보이며 여러 연령대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그는 즉흥 생활 연기에 강점을 보이는 만큼, 콩트에도 능한 모습이다. 여러 개그맨과 예능인이 모인 프로그램에서도 항상 순발력 있게 콩트를 주도한다. 방송계에선 “예능감을 타고났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나온다는 후문이다.

데뷔 초 김신영을 기억하면 큰 체구가 함께 떠오른다. 하지만 사실 김신영은 어렸을 때 허리가 잘록할 정도로 늘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디언으로서 활동한 이래로 체중을 불리거나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이다. 

실제로 그는 과거 대중에게 큰 체구에서 비롯된 이미지로 각인됐고, 여러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식신원정대> MC를 맡기도 했다.


송해 후임자로 전격 발탁 “의외지만 기대”
“감사하고 영광…인생 모든 것 바칠 것”소감

이렇게 큰 체구를 유지하던 중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김신영은 병원에서 “고도비만에서 초고도비만으로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동시에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여러 질환이 발견됐다. 결국 김신영은 체중감량을 결심,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약 38㎏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살을 빼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큰 체구를 가졌던 시절 가졌던 인기를 잃을 수 있겠다는 불안함과 “개그에 몰입하지 않고 외모만 가꾼다”는 주변의 오해가 걸림돌이었다. 악성 댓글에도 시달린 김신영은 결국 공황장애까지 앓게 됐다.

김신영은 감량한 체중을 10년째 유지하며 꾸준한 자기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황장애도 극복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KBS 예능 <빼고파>에 멘토로 등장해 출연진에게 건강한 체중감량 비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유도선수로 활동했던 김신영은 “유도가 좋은 것보다도 가난했던 유년 시절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운동부 숙소 생활이 더 좋았다.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다녔다가 남자로 오해받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김신영은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유도를 너무 못해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동부 출신인 만큼 평소 발군의 운동신경을 보여준다. JTBC <마녀체력농구부>에선 출연진 중 돋보이는 농구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콩트 연기 대신 웃음기를 뺀 정극 연기까지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 김신영을 직접 캐스팅했다. 김신영으로서는 지난 2005년 <파랑주의보> 이후 약 17년 만의 영화계 재방문이다.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김신영 역시 ‘재발견’ 등의 수식어를 받으며 호평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제가 열렸던 지난 5월, 김신영의 캐스팅 비화를 직접 설명한 바 있다. 같은 달 23일 처음 선보인 <헤어질 결심>에서 김신영은 후반부 주요 배역을 맡았다. 영화 전반부에 등장한 고경표를 이어 박해일의 후배 형사로 출연했다.

콩트부터
정극까지

박 감독은 김신영을 캐스팅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아주 옛날 <웃찾사>에 나올 때부터 정말 팬이었다. 저 사람은 탁월한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계가 그런 사람을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느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연기를 당연히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안 시켜봐도 알 것 같더라”며 “즉흥적인 순발력도 그렇고 사람들의 특징을 잡고 모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 역할에 김신영씨를 얘기했을 때 처음에 다 찡그리는 표정을 지었다”며 “이후 1시간쯤인가 생각해보고 (제작진이)좋을 것 같다고 했다. 결국엔 모두가 환영했는데 그걸 확인하고 시나리오를 보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김신영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확신을 갖고 캐스팅이 실현됐는데 촬영할 때 보니 정말 타고났더라. 자기 딴에는 긴장도 하고 그랬다고 하는데 전혀 못 느꼈다. 평생 연기해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며 “캐치가 굉장히 빠르더라. 무슨 말을 해도 잘 알아듣고 뉘앙스를 잘 살리고 그렇더라. 그녀가 나오는 연기를 볼 때마다 흐뭇하다”고 칭찬했다.

박찬욱 감독에 이어 봉준호 감독도 김신영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봉 감독은 박 감독이 김신영을 캐스팅했다는 소식을 듣고 환영의 뜻을 전한 바 있다. 박 감독은 “봉 감독도 캐스팅 소식을 듣고 나보고 잘했다더라. 자기도 김신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연기한 모습을 모아 놓은 파일도 따로 가지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라디오 DJ를 맡으며 다진 탄탄한 진행력도 강점이다. 김신영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MBC 라디오에서 <심심타파> 진행을 맡았다. 2012년부터는 MBC FM4U에서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고 있다. 청취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소통이 뛰어나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년 시절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양한 사회생활을 겪었던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이 같은 경험 때문인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청취자들에게 사비로 선물을 준 미담이 종종 있었다. 가게를 처음 연 자영업자 청취자에게 화환을 보내고, 학자금대출을 다 갚은 사회초년생에겐 외식상품권을 건넸다. 곧 중학교를 입학하는 학생에겐 그 자리에서 바로 신발을 선물했다.

만능 재주
발탁 배경


<정오의 희망곡>은 김신영의 능수능란한 진행 능력과 높은 공감 능력에 힘입어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오의 희망곡>은 2019년 8월 방송 3사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을 맡은 지 7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여세를 몰아 2020년 11월에는방송 3사·AM·FM 등을 모두 통틀어 단독 청취율 1위를 차지했다.

예능을 통한 가수 데뷔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2018년 동료 개그우먼들과 함께 여자 아이돌 컨셉의 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했다. 이후 세 차례 노래를 내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시작된 ‘부캐 열풍’에 합류했다.

김신영은 2020년부터 ‘빠른 45년생 트로트 가수’라는 콘셉트로 만든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로 활동 중이다. 데뷔곡 ‘주라주라’ 활동 당시 광고를 여러 편 찍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로는 래퍼 마미손, 아이돌 그룹 있지(ITZY)와 함께 신곡을 발표했다. 

김신영은 스스로를 ‘둘째이모 김다비’와 친한 이모 조카 사이로 소개했다. <정오의 희망곡>에 ‘김다비’로 출연해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당시 쇼케이스는 김신영 대신 셀럽파이브 멤버 신봉선이 MC를 맡았다. 김신영은 김다비와 그의 조카 ‘도코’ 1인2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이날 김다비는 쇼케이스에 힘입어 실시간 검색어 7위까지 올랐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아온 김신영의 이력이 바로 <전국 노래자랑> 낙점 배경이다. 의외의 소식에 놀랐던 대중들도, 발탁 이유를 이해하며 김신영의 연착륙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김신영은 전임자 송해처럼 출연자들에게 배우는 자세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개그부터 연기, 진행까지…만능 엔터테이너
공황장애 등 부침 이겨내고 ‘제3의 전성기’

김신영은 지난달 30일 KBS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송해 선생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며 “<전국 노래자랑>은 그동안 방송에 나와준 국민 여러분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에 흡수돼 배워가는 것 자체가 MC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제가 웃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여러분의 호흡대로 가겠다”며 “전국 팔도에 계신 많은 분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향토 색깔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MC로 발탁된 이유에 대해 “전국 어디에 갖다놔도 있을 법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턱이 낮은 사람이라 편하게 말을 걸 수도 있고 장난칠 수도 있다”며 “희극인 20년 차로 행사,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들 동요대회 등을 많이 진행했다. 손녀나 동생, 이모처럼 편안한 사람이라서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신영은 “<전국 노래자랑> MC를 맡게 된 건 가문의 영광이자 오복 중 하나”라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그는 “예전에 TV 버튼을 돌리던 시대에 주말 아침에 누워있으면 ‘딴따라 딴따’하는 프로그램 시그널 음악이 들려왔다. 프로그램과 같이 성장했는데 MC를 맡게 돼 정말 뭉클하고, 울컥한다”며 “제 건강과 국민 여러분이 허락해주실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 제 인생 모든 것을 <전국 노래자랑>에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못 먹는 음식도 없어서 전국 팔도에서 여러분들이 힘겹게 농사 지으신 것도 맛있게 먹겠다.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뛰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향서
첫 녹화

김신영이 진행하는 <전국 노래자랑>은 다음 달 16일부터 방송된다. 지난달 31일 KBS는 “김신영의 <전국 노래자랑> 첫 녹화가 9월3일 대구광역시 달서구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대구는 김신영의 고향이다. 그는 고향에서 <전국 노래자랑> 새 MC 신고식을 치르며 의미를 더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신영과 선배들 돈독한 우정 일화

김신영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진 인연을 바탕으로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특히 여러 개그우먼과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선희다.

김신영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정선희를 꼽았다.

2005~2006년경, 김신영은 난독증 때문에 라디오 사연을 제대로 읽지 못해 라디오에 고정 게스트로 섭외됐다가도 쫓겨나는 일이 반복됐다. 

당시 <정오의 희망곡>은 정선희가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김신영이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정선희가 난독증으로 고생하던 김신영에게 많은 응원과 도움을 줬다고 한다.

김신영은 “(정선희의)신뢰와 격려 덕분에 난독증을 고치고 정식 라디오 DJ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정선희를 “내 인생의 설리반 선생님”이라 부를 정도로 믿고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은이 역시 김신영이 존경하는 선배 중 하나다.

김신영이 촬영 중에는 각종 농담과 서슴없는 행동으로 무례하게 보일 때가 있지만, 촬영이 아닐 때는 송은이를 깍듯한 선배로 모신다.

자주 함께 활동하는 신봉선과 김숙은 “김신영이 카메라가 꺼지면 송은이에게 거의 군대 수준으로 예의를 갖춘다”고 증언했고, 송은이도 인터뷰에서 “신영이가 나를 존경하는 건 행동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김숙의 열렬한 팬으로 실제 팬카페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했다는 유명환 일화가 전해진다.

김신영이 아직 ‘지망생’이던 시절, 팬카페에서 쪽지를 보내면 김숙이 직접 응원과 조언의 답장을 보내줬다.

이후 김숙은 KBS <개그콘서트> 출연자 집단 하차 사태 때 SBS로 둥지를 옮겼고, 김신영 역시 SBS 공채 코미디언으로 합격하며 둘은 <웃찾사>에서 선후배 관계로 만났다.

이후 김신영이 김숙에게 “저 기억 못 하세요? 저 팬카페에서 활동했던 개그사냥(닉네임)이에요”라고 말해 김숙이 알아보고, 굉장히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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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