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의 재발견 ①경복궁

추억하는 궁궐

경복궁(사적)은 추억과 어울린다. 전각 지붕에는 애틋한 사연이 내려앉고, 교복 대신 한복을 입은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마당을 채운다. 왕비가 거닐던 꽃담, 왕이 풍류를 즐기던 연못가에 궁의 이야깃거리가 담겨있다. 근정전 박석에 지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질 듯한데, 담장을 돌아서면 따사로운 햇살과 미소가 창호에 스며든다. 궁은 서울로 수학여행에 나선 학생들의 단골 방문지였다.

경복궁은 조선왕조 5대 궁궐 중 최초로 건립됐다. 태조는 조선을 세운 뒤 고려의 도읍지 개경에서 한양(서울)으로 천도하고, 1395년 경복궁을 창건했다. 권위가 깃든 정궁이자 왕이 정사를 돌보던 법궁이며, 국가의 대사를 이곳에서 거행했다.

수없이 보고 들은 공간이지만 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맞닥뜨림은 생경하다. 광화문 천장에는 주작이 그려졌고, 문 너머로 흥례문과 백악산(북악산)의 자태가 곱다. 일제가 세운 조선총독부가 한때 이곳을 가로막았으나, 지금은 완연한 왕궁의 품 안이다.

가장 먼저 지은 궁궐

돌짐승이 다리를 지키는 영제교를 지나면 근정전으로 향하는 길이다. ‘천록’이라 불리는 돌짐승은 물길을 타고 궁으로 들어서는 나쁜 기운을 경계하는 역할을 했다. 세 번째 남문인 근정문(보물)의 가운데 문은 왕이 지나는 ‘어문’이고, 동쪽 문은 문관, 서쪽 문은 무관이 오갔다. 성리학에 바탕을 두고 세운 궁궐에는 길과 문마다 준엄한 규율이 존재했다.

정치가 발현되던 근정전(국보)은 유별함과 휴식으로 무르익는다. 일월오봉도를 드리운 용상은 경복궁의 어느 공간보다 화려하다. 월대 모서리의 석견상은 새끼를 품에 안은 모습이 해학적이다. 월대 아래로는 흥례문, 광화문이 직선으로 엄숙하게 뻗어 있다.


예전 육조거리였던 세종로 마천루와 새롭게 단장한 광화문광장도 담장 너머 몸을 낮춘다.

근정전 드넓은 마당에는 박석을 깔았다. 박석은 궁궐의 넉넉한 여백이 되고, 동서남북을 에워싼 행각은 여행자의 쉼터로 자리를 내준다. 행각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대고 근정전과 인왕산, 백악산을 바라보면 왕의 느꼈을 번민이 발끝에 스며든다. 태조 때 정도전이 올린 근정(勤政)이란 이름은 ‘천하의 일이 부지런해야 다스려진다’는 뜻이
다.

훼손·중건 반복하며 이어온 명맥
그때 그시절 수학여행 1순위

근정전과 경회루(국보)를 잇는 길은 방문객으로 늘 분주하다. 임금은 나뭇잎 서걱대고 꽃향기 흩날리는 연못 위
경회루에서 궁중 연회를 베풀었다. 연못 주변에는 버드나무가 허리를 낮추고 그늘을 만든다. 경회루는 노비 출신 토목건축가가 처음 건립했으며, 1960년대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쓰였다.

연못 앞 수정전(보물)은 궐내 각사 중 유일하게 남은 곳으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집현전이 있던 자리다.

궁은 깊숙이 들어설수록 이야깃거리를 더한다. 임금의 집무실인 사정전(보물) 좌우에 자리한 만추전과 천추전에는 온돌을 깔고 난방을 한 아궁이 흔적이 있다. 왕의 침전인 강녕전 지붕과 추녀는 마주 보는 선이 유독 아름답다. 강녕전 서쪽 경성전에는 왕의 우물 ‘어정’이 있다.

왕비가 머무는 교태전은 아담한 쪽문과 창호 밖 후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교태전에 들어서면 궐은 바탕색을 바꾼다. 화려한 단청 아래 아미산 뒤뜰에는 왕비의 마음을 다독였을 화단이 있다. 꽃과 나무, 새 등이 새겨진 아미산 굴뚝(보물)은 교태전 꽃담과 어우러져 궁을 자줏빛으로 단장한다. 대비가 머무르던 자경전(보물)에도 십장생 굴뚝(보물)의 섬세함이 깃든다.


후원 영역인 향원정(보물) 너머 건청궁은 궁궐 안의 또 다른 궁이다. 고종은 경복궁 북쪽 끝에 단청 없는 사대부 가옥을 짓고 머물렀다. 건청궁은 국내에서 처음 전기가 들어온 전기등소이기도 하다. 명성황후는 건청궁 내 옥호루에서 일본 자객의 칼에 맞아 슬픈 죽음을 당했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당시 불탔고, 고종 때 흥선대원군이 주도해 중건하기까지 270여년간 외면됐다. 일제강점기에 전각이 헐리는 등 또다시 훼손의 아픔을 겪었다. 조선 최초 궁궐이라는 위용 뒤에는 질곡의 과거가 있다. 경복궁은 2045년까지 단계별로 복원을 진행 중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화요일 휴궁), 관람료는 어른 3000원이다(만 24세 이하·65세 이상 내국인 무료). 무료 해설을 진행하며,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과 한복을 입은 사람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경복궁 옆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왕실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경복궁 북쪽 신무문을 지나면 청와대 정문과 연결된다. 청와대는 경복궁의 후원이 있던 자리다. 올해 전격 개방해 청와대 본관, 영빈관 등을 내부까지 둘러볼 수 있다. 대통령 옛 관저에는 장독이며 살림살이가 남아 있다. 관저 뒤쪽 산책로를 오르면 ‘미남불’이라 불리는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보물)과 만난다.

전통 가옥 침류각(서울유형문화재)도 경복궁 후원의 자취다. 청와대의 운치를 더하는 상춘재, 녹지원 등은 냇물이 흐르고 새가 지저귀는 숲길 옆에 있다.

서민의 삶이 있던 곳

수백년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조연은 북악산이다. 올봄 북악산 남측면 탐방로가 개방되며 삼청안내소에서 청운대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이 열렸다. 창의문에서 시작되는 한양도성 백악 구간은 백악마루와 청운대를 거쳐 숙정문, 와룡공원, 혜화문까지 이어진다. 북악산을 밟고 북한산을 바라보며 호젓하게 걷는 길로, 탐방에 약 3시간30분이 걸린다.

경복궁 서쪽의 서촌은 북촌과 달리 옛 서민의 삶터가 있던 곳이다. 서촌에서 주목받는 공간은 옥인길이다. 윤동주 하숙집 터, 갤러리로 변신한 옥인동 박노수 가옥(서울문화재자료) 등 예술가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통인시장 지나 인왕산이 마주 보이는 골목에는 한옥, 식당, 카페, 빵집 등이 옹기종기 들어섰다. 옥인길 끝자락에 인왕산 수성동계곡(서울기념물)이 흘러, 도심 속 숨은 계곡에서 시원하게 발을 담가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경복궁→청와대→서촌 옥인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경복궁→청와대→북촌 
-둘째 날: 서촌 옥인길→한양도성 백악구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경복궁 www.royalpalace.go.kr 
-종로구 역사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s://tour.jongno.go.kr/tourMain.do 
-청와대, 국민 품으로 http://reserve.opencheongwadae.kr 
-서울한양도성 https://seoulcitywall.seoul.go.kr 

문의 전화
-경복궁 02)3700-3900 
-종로구청 문화관광과 02)2148-1114 
-서울한양도성 02)2133-2657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경복궁까지 도보 약 3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109번·601번·606번 간선버스, 1020번·1711번·7016번·7018번·7022번·7025번·7212번 지선버스, 6011번 공항버스, 9703번 광역버스 등 이용, 경복궁역 정류장 하차, 경복궁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topis.seoul.go.kr 

자가운전
세종대로→사직로→삼청로→경복궁 

숙박 정보
-한옥게스트하우스 동촌재: 종로구 자하문로11길, 010-9127-5227, https://dongchonjae.modoo.at 
-경복궁24게스트하우스: 종로구 자하문로5가길, 02)732-3000 
-신라스테이 광화문: 종로구 삼봉로, 02)6060-9000, www.shillastay.com/gwanghwamun 
-서머셋팰리스 서울: 종로구 율곡로2길, 02)6730-8888, www.discoverasr.com/ko/somerset-serviced-residence/korea-south/somerset-palace-seoul 
-노블관광호텔: 종로구 율곡로6길, 02)742-4025, www.noblehotel.co.kr 
-센터마크호텔: 종로구 인사동5길, 02)731-1000, www.centermark.co.kr 

식당 정보
-밥+(소고기부추덮밥): 종로구 옥인길, 02)725-1253 
-자하손만두(만둣국): 종로구 백석동길, 02)379-2648 
-남도분식 서촌점(곱창떡볶이): 종로구 옥인2길, 02)723-7775 
-효자베이커리(콘브레드): 종로구 필운대로, 02)736-7629

주변 볼거리
삼청공원, 갤러리현대 본관, 창덕궁, 익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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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