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로펌에 취직해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내용입니다.
해당 드라마는 한국 넷플릭스 순위 1위를 넘어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주간 순위 1위를 석권하는 쾌거를 달성했는데요.
이에 우영우 관련 상품 판매와 장소 방문이 급증했고 ‘우영우 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우영우가 가진 장애는 바로 ‘자폐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
‘자폐증’ 혹은 ‘자폐’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일견 익숙지 않은 용어일 수도 있겠는데요.
최근 들어 왜 자폐에 ‘스펙트럼’이란 말을 붙이는 걸까요?
과거 ‘자폐’란 ‘달리 분류되지 않은 전반적인 발달장애’를 비롯해 ‘자폐성 장애(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전형적 자폐증)’ ‘아스퍼거증후군(언어와 인지 능력에는 이상이 없으나,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소아기 붕괴성 장애(만 2, 3세까지 정상적으로 발달하다가 급격히 언어 및 사회기능이 붕괴하는 장애)’ 등을 한데 묶어놓은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자폐는 독립적인 장애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연장선상에 가깝다’는 학문적 관점이 대두됐고, 2013년 미국정신과학회가 발표한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 따라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용어가 보편화됐습니다.
즉 자폐는 ‘종류’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은 100명 중 약 3명꼴로 길거리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한 번쯤 스쳐 지나갔을 법한 비율인데요.
자폐 인구는 세계적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며, 우리나라도 10년 전에 비해 2배 증가했습니다.
또한 인종이나 지역과 관계없이 남성 자폐인이 여성보다 4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자폐스펙트럼은 X 염색체에 있는 ‘NLGN4X’ 유전자의 결함과 관계돼 발생하는데, X 염색체가 두 개인 여성은 다른 X 염색체의 동일 유전자로 보완이 가능하지만 X 염색체가 한 개밖에 없는 남성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유전적 이유 이외에도 여성 자폐인은 남성보다 증상이 더디게 나타나는 데다가, 비교적 비장애인을 모방하는 데에 능하기 때문에 과소 진단 및 오진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폐스펙트럼의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증과 중증을 아우르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바로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의 결함’인데요.
자폐 영유아의 경우 타인에 관심이 없어 눈맞춤이 어렵고 좀처럼 미소를 짓거나 울지 않으며, 심한 편식을 하는 등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이 되어도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잡담이 서툴며, 특정 소리나 냄새 등에 지나치게 예민한 모습을 보입니다.
따라서 가벼운 증상의 자폐인은 원만하게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간혹 특이한 사람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자폐인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어느 한 분야에 천재적’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번트증후군’은 단 몇 분 동안 본 도시 풍경을 정확히 그려내거나 두꺼운 책을 모조리 암기하는 등 특정 분야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은 자폐스펙트럼 중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자폐인을 천재로만 그려내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자 차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에 정확히 해당하는 예시죠.
그렇다면 과연 실제 자폐인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할까요?
자폐인들은 종종 신경질적인 반복 행동을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 미국 ABC 방송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한 여성 자폐인은 ‘한 번에 너무 많이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피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반복 행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터져버릴 것 같다” “멈출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매일 나의 뇌와 싸우는 것 같다”며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자폐스펙트럼 정책은 서서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현행 영유아 자폐 검진은 생후 12개월 이후에 이루어지는 데다가, 검사 항목의 수가 현저히 적어 효과적으로 자폐증 증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는데요.
최근 질병관리청은 이르면 2023년부터 자폐 검진 시기를 생후 6개월로 앞당기고, 보다 구체적인 검사지를 만들어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기 드라마로 인해 촉발된 사회적 관심.
하지만 미디어 속 다듬어진 이미지에 환호하기보다는, 현실의 자폐인들이 곤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우영우 신드롬이 그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한 걸음’이길 소망해봅니다.
총괄: 배승환
기획: 강운지
구성&편집: 김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