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윤석열 대통령 불신과 한계

벌써 탄핵? 욕먹다 날 샐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분명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이 별 의미 없다”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이 정도면 하루하루가 고비다.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 게 무리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어려워진 상황을 헤쳐나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덧 100일(오는 17일)째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탄압을 받던 인사로 등장부터 정치권에서 주목받았다. 0선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부족한 정치경험이 약점으로 부각됐지만 진보, 보수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은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에도 충분했다. 

인사 실패
쇄신 필요

대선 기간 동안 파격적인 공약으로 유권자들은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10년 주기설을 깨고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순간이다.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와는 0.73%p 차이가 났다. 득표 수로 환산하면 24만여표로 1987년 대통령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최소 격차다. 

윤 대통령의 승리 원동력은 정권교체 여론이었다. 문정부의 내로남불, 부동산정책 실패 등은 국민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안겼고, 정권교체의 배경이 됐다. 일각에서는 정치에 때묻지 않은 정치 초년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당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는 반쪽 대통령이라는 지적이 쏟아졌으나 초반만 해도 문정부와 반대 길을 걸으려는 방향성으로 기대하는 이도 많았다. 초기 윤 대통령이 내세운 기조는 국민 대통합이었다. 


윤 대통령의 국민 통합 기대감은 광주의 투표 결과에서도 알 수 있었다. 광주에서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12.72%를 기록했다. 보수정당의 대통령이 기록한 최다 득표율이다. 광주 득표율에서 국민 통합 가능성을 확인한 윤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갔다.

윤 대통령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보수정당 역사상 유례없던 일이다. 이는 대통령으로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게 된 계기였으며 한미정상회담 역시 성공적으로 평가받았다.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찾은 점과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빠르게 정상회담을 가진 게 이례적이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윤 대통령에게 5년 국정을 운영할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셈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초반과 다르게 최근 윤 대통령은 역풍을 맞는 중이다. 50% 가까이 되던 지지율이 최근 반 토막 수준이다. 취임 100일 만에 위기를 맞은 셈이다. 최근 지지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초 지지율과 엇비슷해졌다.

지지율 하락이 빠른 이유로 여러 요소가 나온다. 인사 문제, 여당인 국민의힘의 혼란, 민생 문제, 경제 대책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점은 인사 논란이다. 인사 참사라고 불릴 만큼이다. 대통령실 인사 문제는 장관 및 후보자의 자질 문제, 사적 채용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와 사적 채용
민생 회복 최우선으로 못하면 역풍

최근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낙마하면서 첫 현직 국무위원의 사퇴로 기록됐다. 박 전 장관은 임명을 강행했을 때부터 논란이 된 인물이다. 음주운전, 논문 표절 등 의혹이 끊임없이 터져나온 까닭이다. 결국 그는 스스로 장관직에서 내려왔다. 


벌써 6번째 인사 실패 사례다. 현 정부의 1호 낙마자는 아빠 찬스 등의 논란으로 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였다.

김인철 후보를 비롯해 줄줄이 낙마가 이어졌다.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김성회 대통령 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 사퇴에 이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까지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후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를 새롭게 발탁했으나, 정치자금 사적 사용, 갭투자 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승희 후보를 대검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사퇴가 불가피했다. 

정 후보자에 이어 같은 정부부처 장관 후보가 연속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로 기록됐다. 김승희 후보는 지명 직후부터 부동산 갭투자 의혹과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승희 후보를 대검찰청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하면서 낙마가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전히 공석이다. 코로나19가 재창궐한 가운데 방역대책에도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과학 방역도 의문이 제기된다. 윤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자율방역이다. 4차 접종 대상을 50세로 확대하고, 국민이 자발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게 골자다. 

사적 왕국
대통령실?

이 밖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는 과거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가 지명 일주일 만에 사퇴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 낙마한 후로 새 인선 진행을 머뭇거리는 중이다. 더 이상의 인사 참사를 막아야 한다는 시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 등 인사 실패만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에서 채용한 인사들 역시 사적 채용 의혹이 잦았다. 사적 채용 논란의 시작은 윤 대통령 부부가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길에 올랐을 때부터 본격화했다.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한동안 대통령실에 출근해 채용 절차를 밟은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또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주기환 후보의 아들이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주 후보는 윤 대통령과 20년 전부터 인연이 있다. 과거 광주지검에서 윤 대통령이 근무할 당시 검찰 수사관으로 함께 일했다. 윤 대통령과 광주서 마지막 술자리도 함께 갖기도 했다. 

사적 채용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외가 6촌과 극우 유튜버 안모씨의 누나 등이 대통령실에 근무했다는 사실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천으로 지인의 근무, 김건희 여사의 대학원 최고위 동기 등이 일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대선 승리에 공언했고, 역량을 인정받은 인물”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실도 여론의 공격 대상 중 하나다. 지난 3일 밤 방문했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입국 당시 한국 측에서 아무도 의전을 나가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휴가 중으로 저녁에 연극 관람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국 내 서열 3위로 의전 책임을 두고 여야는 한때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대통령실이 급히 해명에 나섰으나 여전히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탓에 대통령실을 비롯한 인사 전체에 걸쳐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쇄신 대신 분발을 촉구하며 내각에 대한 신임을 드러냈다. 그는 본래 한번 신임한 인물은 끝까지 믿고 가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현재 검사 출신, 윤 대통령 라인이 각 부처에 수장 혹은 핵심 인력으로 포진돼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정운영을 이끌어가는 데 주요 동력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민생 파탄
신뢰 하락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경제 및 민생 대책 해결 역시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휴가 복귀 직후 윤 대통령은 민생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운을 뗐다. 민생 안정을 통해 지지율을 회복하게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폭우가 불어닥치면서 민생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생겼다. 


농산물 출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고물가, 고금리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윤정부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민생 안정 대책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 공급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일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윤정부의 성수품 가격 대책이 과거 이명박정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취임 이후 5번이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개최했다. 만일 민생 안정을 꾀하지 못할 경우 윤 대통령에게는 큰 역풍이 불어닥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 윤정부에 대한 정책 신뢰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이 독선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만 5세로 낮춘다는 학제 개편 정책은 신뢰를 한층 더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학부모, 유치원 교사가 하나로 뭉쳐 해당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이전 정부도 해당 정책을 만지작거리기는 했지만, 본격화하지는 않았다. 

정책의 혼선이 연이어 나오자 결국 윤 대통령의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전 정부들은 대부분 뚜렷한 국정 철학과 브랜드, 비전을 내세워왔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부분은 명확한 편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문재인정부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고 있지만 아직까진 불명확해 보인다. 이런 탓에 최근 민주당은 사실상 무정부가 아니냐고 지적한다. 윤정부는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들을 수사를 통해서 바로 잡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윤정부의 국정 철학은 수사처럼 비친다”며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비전을 다시 밝히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책 실종은 여당의 내홍과 궤를 함께한다.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이긴 당답지 않게 내홍을 겪는 중이다.

처가 리스크 여전히 최대 약점
공정과 상식 잣대 더욱 엄격히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간신히 윤핵관 세력이 이준석 대표를 끌어내리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오랜 기간 장외 투쟁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이 이 대표뿐이 아닌 국민의힘 전체에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급히 비대위 체제를 꾸렸지만 이 대표가 결사 항전하면서 좀처럼 수습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내부에서조차 민생 대책과 정책은 뒷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처가 리스크는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걸림돌이다.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는 최대 약점 중 하나였다. 김건희 여사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여러 이슈들이 불거진다. 지인 동행 논란이 불거진 이후 김 여사는 한동안 두문불출하기도 했다. 윤정부가 스스로 김 여사를 리스크로 여겼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는 최근 대선 기간 동안 제기됐던 국민대 논문 표절 논란이 재차 수면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국민대 자체 조사 결과 표절이 아니라고 결론났지만, 숙명여대 교수들은 “표절이 상당하다”고 발표하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김 여사 등 처가 리스크와 관련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며 명확히 매듭을 짓고, 엄격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처가 리스크는 윤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다. 여전히 주가 조작,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모씨의 양평 땅 논란 등이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특별감찰관의 임명 필요성을 제기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의 잣대를 더욱 엄격하게 들이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대선후보가 아니다. 상대 후보도 없다. 남은 기간도 현재 해온 만큼 절대평가만 내려진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현재 지지율 하락이 윤 대통령이 처한 모든 상황을 대변한다”며 “국정운영에서 아마추어라는 언론과 야당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100일을 맞이해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생각했던 메시지와 다짐, 생각과 판단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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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