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형편이 좋지 못했던 A씨는 사정을 잘 알던 회사 동료에게 ‘돈을 융통할 곳이 없다’며 한 달 뒤 갚기로 하고 2000만원을 빌렸습니다. 그러나 A씨는 돈을 갚지 못했고, 회사 동료는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돈을 빌렸다며 형사고소를 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할까요?
[A] 형법 제347조 사기죄에 따르면, 사람이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기죄는 기망행위로 착오가 발생해 상대방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경우 성립됩니다.
차용사기의 경우 판례에서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했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 범의의 존부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 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경우 ▲차용당시를 기준 ▲피고인이 자백한 경우 성립 가능한 점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은 경우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 과정, 피해자와 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차용 당시 변제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제할 수 있는 것처럼 가장해 금원을 차용하는 경우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차용사기의 경우 차용 당시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이 빌린 경우, 즉 ‘변제자력유무’가 차용증 사기죄 성립에 주요한 요건이 됩니다.
A씨의 경우 애초에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돈을 기간 내에 갚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차용을 감행해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소비대차 거래에서, 대주와 차주 사이의 친척·친지와 같은 인적 관계 및 계속적인 거래 관계 등에 의해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해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허위사실 발언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해 대주를 기망했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설령 피고인이 변제불능의 위험을 인식·용인했다고 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돈을 융통할 곳이 없다’며 자신의 신용 부족 상태를 미리 고지한 이상 피해자가 변제불능의 위험성에 관해 기망을 당했다고 보기도 어려움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차용 당시 돈을 갚지 못할 것이란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거나, 신용 부족 상태 등 사전에 미리 고지한 경우라면 사기죄의 고의가 없다는 판례입니다.
따라서 A씨는 돈을 갚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돈을 빌렸으나 자신의 신용상태를 충분히 알렸으며 상대방도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후 돈을 갚지 못했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02-522-2218·lawnkim.co.kr>
[김기윤은?]
형사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