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회화공간’ 신성희

회화란 무엇인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점·선·면 그리고 입체물, 색채의 언어물을 통해 회화는 오히려 나의 생각을 지우고 묻어버리고 또 다시 반복하는 하나의 행위 안팎의 과정으로 남아버린다. 작업 도중 우연히 떨어지는 물감의 방울에서도 모든 손의 행위가 적절한 때에 작업을 끝맺음했을 때에도, 회화는 이미 내가 설정해놓은 물질의 공간과 정신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숨 쉬고 있기를 바란다.”(신성희 ‘공간’ 중에서)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고 신성희 작가의 개인전 ‘회화공간’을 준비했다. 1980~1990년대 초반 작업한 종이 드로잉 작품을 중심으로 평면과 입체가 공존하는 ‘회화를 넘어선 회화’ 영역을 개척한 신성희의 창조적인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뜯고

여기에 신성희 작품세계의 유기적인 연속성을 확인할 수 있는 드로잉 작품의 방법론, 이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꼴라주’ ‘연속성의 마무리’ ‘누아주 엮음’ 회화 연작도 함께 소개한다. 

신성희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특정 사조에 속하지 않는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된다. 구도자처럼 회화의 절대적 공간인 캔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평면과 입체의 일체를 모색했다. 1971년 초현실주의 화풍의 ‘공심’ 3부작으로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받는 등 주요 공모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1974년 거친 질감의 마대에 풀린 올과 그림자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일명 ‘마대’ 회화 연작을 발표하며 재현과 추상, 대상과 회화, 사실과 허상의 관계를 탐색했다. 


종이 드로잉 중심으로
작품세계 집중 조명

1980년 파리로 활동 무대를 옮긴 신성희는 ‘회화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골몰했다. 허구로서의 회화를 거부하고 평면의 화면에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입체감과 공간감을 도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두툼한 판자를 찢어 콜라주하거나 종이의 무른 성질을 활용해 일부를 자르고 뜯어 평면이면서 동시에 입체가 되는 역설의 회화를 탄생시켰다. 

채색한 판지를 찢어 화면에 콜라주하고 과감한 색채를 도입한 ‘구조공간’ 연작, 종이의 일부를 뜯거나 잘라 입체적 형상과 제3의 공간을 완성하는 ‘드로잉’ 작업,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재단하고 그것을 박음질로 이은 ‘연속성의 마무리’ 연작, 잘라낸 캔버스 색띠를 틀이나 지지체에 묶어 평면과 입체의 통합을 이룬 ‘누아주’ 연작 등으로 작품세계를 확장해나갔다. 

이번 전시는 10년 주기로 작품세계에 큰 변화를 모색한 신성희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종이 드로잉 작품에 주목했다. 1980~1990년대 초반 완성된 종이 드로잉은 캔버스라는 지지체로 확장돼 대표 연작인 연속성의 마무리와 누아주가 탄생하는 데 기반으로 작용했다. 

평면과 입체의 일체 모색
‘연속성의 마무리’ ‘누아주’

신성희의 드로잉 작품은 종이에 오일을 발라 무르게 한 다음 이를 뚫고 뜯어서 조각적 형상과 평면 너머의 실제 공간을 만드는 ‘공간탐색’ 연작, 매끈한 종이에 원통의 공간을 그리고 그 안에 형형색색의 덩어리를 넣은 듯이 재현의 정도를 달리하거나 평면화된 무채색의 추상적 덩어리에 보석처럼 박힌 색색의 파편을 그린 회화공간 연작으로 구분된다. 

종이의 잘라낸 부분을 접어 입체를 만들고, 잘라낸 부분을 비워두고 이를 새로운 회화적 공간으로 정립했다. 이를 통해 그림의 지지대를 뚫고 찢는 파괴를 창조적 행위로 전환하는 신성희만의 독창적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신성희 작가의 대표 연작인 연속성의 마무리와 누아주 연작이 다채로운 색채와 입체적 형상을 통해 맥시멀리즘을 지향했다면, 그의 드로잉은 미니멀하면서도 작은 디테일을 통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고 설명했다. 

찢어

이어 “회화공간 전시를 통해 신성희가 평면에서 입체를 찾는 탐색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살피며, 그가 우리에게 던진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신성희는?]

1948년 경기도 안산에서 출생, 2009년 서울에서 작고했다.

1966년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했다.

1968년 신인예술상전 신인예술상, 1969년 제18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 1971년 초현실주의 화풍의 ‘공심’ 3부작으로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1980년 파리로 이주해 작가 활동을 이어갔다.

프랑스 엘랑꾸르트화랑, 그랑 팔레, 보두앙 르봉, 갤러리 꽁베흐정스, 시그마갤러리,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 갤러리 프로아르타, 도쿄도 미술관, INAX 갤러리, 환기미술관, 소마미술관, 단원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갤러리현대에서 1988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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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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