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떠나는 여름휴가 ②삼척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푸른 바다 껴안은 후덕한 산봉우리

이른 여름휴가를 떠난다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삼척이 어떨까. 백사장이 4㎞에 이르는 맹방해수욕장 귀퉁이에 자리한 맹방비치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차박족은 차박의 성지로 통하는 맹방해수욕장에 주차하면 된다. 캠핑장에서 나오면 왼쪽으로 맹방해수욕장이 끝없이 이어지고, 오른쪽에는 둥그스름한 산이 떡 버티고 있다. 여기가 덕봉산이다. 군 초소가 있어 통제구역이다가 지난해 개방돼 삼척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는 나무 덱 산책로, 정상 전망대와 벤치 등을 갖춰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맞춤하다.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는 맹방해수욕장과 덕산해수욕장에서 접근할 수 있다. 어느 곳으로 입장해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외나무다리가 볼만한 덕산해수욕장을 들머리로 하는 게 좋다. 덕산해수욕장에 너른 주차장이 있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안내 지도가 있다. 지도를 살펴보고 해변으로 내려서면 외나무다리가 덕봉산까지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외나무다리와 펑퍼짐한 덕봉산, 그 뒤에 바다가 펼쳐진 풍광이 장관이다.

차박의 성지

외나무다리에 올라선다. 생각보다 좁지 않다. 반대편에서 사람이 오면 몸을 틀어 비켜주면 된다. 외나무다리는 포토 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람들이 다리에 걸터앉아 덕봉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덕봉산은 높이 54m에 불과하지만, 둘레는 약 800m로 제법 길다. 산 모양이 물더덩(물독의 방언)과 비슷해서 더멍산이라 불렸고,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 덕봉산(德峰山)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덕봉산은 과거에 섬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덕산도(德山島)라 나오고, 훗날 덕산해수욕장과 이어져 육계도(陸繫島)가 됐다.

전설에 따르면 삼형제산이 양양에서 해상으로 떠내려왔는데 첫째가 덕봉산, 둘째가 삼척시 원덕읍 해망산, 셋째가 울진의 비래봉(혹은 영해의 죽산)이 됐다고 한다.


덕봉산 풍만한 허리에 해안생태탐방로가 있다. 해안 코스가 626m, 정상으로 이어진 내륙 코스가 317m 거리다. 우선 해안 코스를 한 바퀴 돌다가 적당한 지점에서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시계 방향으로 탐방로를 따른다. 탐방로 앞에 보이는 찰랑찰랑한 물이 마읍천이다.

제법 큰 물줄기가 덕봉산 앞에서 바다와 만난다. 마읍천이 너른 백사장을 만들어 덕봉산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마읍천 뒤로 멀리 백두대간 봉우리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읍천에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면 맹방해수욕장이다. 다시 탐방로를 따르면 바다 쪽으로 수려한 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위 사이에서 사람들이 뭔가 열심히 잡는 모습이 보여 물어보니 고둥이라고 한다. 고둥을 잡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지 나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맹방전망대를 지나면 덕산전망대가 나온다. 덕산전망대 주변으로 화려한 기암괴석이 널렸고, 바다는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보석 같은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바닷속은 얼마나 예쁠까.

지난해 개방, 삼척의 명소로 자리 잡아
정상 전망대·벤치 갖춰진 나무 덱 산책로

덕산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정상으로 갈 차례다. 솔숲을 지나자 예전에 화살대로 쓰인 신우대가 무성하다. 삼척에서 이곳 화살대가 유명했나 보다. 고사에 따르면 1572년(선조 5) 맹방리에 사는 홍견이 덕봉산에서 한 줄기에 다섯 개나 자라는 대를 발견하고, 이것을 베어 만든 화살로 무과에 응시할 때 사용하니 합격했다고 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나면 공터같이 넓은 정상에 닿는다. 정상 벤치에는 알록달록한 햇빛 가리개가 있다. 꼭 텐트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 보인다. ‘덕봉산’이라 쓰인 조형물 뒤로 덕산해수욕장이, 반대편으로 맹방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덕봉산이 두 해수욕장을 날개처럼 거느리는 셈이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은은하게 들리는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달콤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일찍 맹방해수욕장으로 나가 일출을 감상했다. 덕봉산 왼쪽으로 붉은 해가 불끈 떠올랐다. 백사장에 ‘BTS’ 조형물이 있다. 방탄소년단이 앨범 재킷 사진을 찍은 곳으로, 맹방해수욕장의 상징이 됐다. 젊은 연인은 물론 나이 지긋한 부부도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맹방해수욕장의 알려지지 않은 보물은 드넓은 곰솔 숲이다. 여기에 맹방해변산림욕장이 있다. 솔 향을 맡고 파도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벽너머엔 나릿골 감성마을은 정라동 나릿골을 말한다. 강원도 삼척시에서 경남 통영의 동피랑과 강원도 동해의 논골담길처럼 가꾼 달동네다. 삼척항이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어촌으로, 미로 같은 골목과 벽화, 무인 카페, 전망대 등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는 핑크뮬리 단지가 있어 가을철 촬영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삼척활기치유의숲

바다가 더우면 깊은 계곡에서 더위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삼척의 명산인 덕항산 줄기에 삼척활기치유의숲과 삼척활기자연휴양림이 붙어 있다. 치유의숲은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족욕실과 온열치유실 등을 갖췄다. 이곳의 진짜 보물은 청정 계곡이다.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면 더위는 안녕이다. 삼척은 바다가 푸르고, 산이 높고, 계곡은 차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맹방해수욕장→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맹방해수욕장→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 
둘째 날: 삼척 준경묘·영경묘→삼척활기치유의숲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삼척문화관광 www.samcheok.go.kr/tour.web
- 맹방비치캠핑장 http://samcheokcamp.kr
- 삼척활기치유의숲 www.samcheok.go.kr/healinglife

문의 전화   
- 삼척시청 관광과 033)570-3846
- 맹방비치캠핑장 033)802-8850
- 삼척활기치유의숲 033)571-26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삼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3~17회(06:20 ~22:3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20:05)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삼척종합버스터미널에서 호산행 농어촌버스 이용, 근덕 정류장 하차,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 txbus.t-money.co.kr 강원여객시내버스 033)574-2686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근덕 IC→근덕교차로→맹방해변로→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숙박 정보
- 맹방비치캠핑장: 근덕면 맹방해변로, 033)802-8850, http://samcheokcamp.kr
- 씨스포빌리조트: 근덕면 상맹방길, 033)570-5000, www.seaspovill.co.kr
- 삼척활기자연휴양림: 미로면 준경길, 033)574-0032, www.foresttrip.go.kr
- 쏠비치 삼척: 삼척시 수로부인길,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sb/sc
- 하이원추추파크: 도계읍 심포남길, 033)550-7788, www.choochoopark.com

식당 정보
- 장호막국수(막국수): 근덕면 방재로, 033)573-2223
- 행복횟집(활어회·물회): 근덕면 덕산해변길, 033)572-3277, http://hangbokfish.itrocks.kr
- 삼척수제비(된장해물수제비·들깨수제비): 근덕면 덕산해안로, 033)574-4786
- 장독(고등어조림·된장찌개): 근덕면 상맹방길, 033)573-8443


주변 볼거리
장호항, 초곡용굴촛대바위길, 수로부인헌화공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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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