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화제의 당선인> 울산 동구청장 김종훈 

그들만의 리그서 살아남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그들만의 리그’에서 거대 양당이 벌이는 각축전.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정당 색채가 중도가 아닌 진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진보’ 팻말을 들고도 국회의원 당선, 기초단체장 재선을 연거푸 이뤄낸 이가 있다. 바로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인이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당의 유일한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이기도 하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인은 노동운동가 출신의 진보 정치인이다. 20여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고배도 많이 마셨지만, 제3회 지방선거에서 울산광역시의원, 2011년 재보궐선거에서 울산 동구청장, 제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한국 진보 정치사에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이번에는 다시 지방선거에 도전해 울산 동구청장 재선에 성공했다.

울산 동구가 노동자 밀집 지역으로 진보 정당 강세 지역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당선인 선거 전적을 살펴보면 ‘텃밭’은 결코 아니고, ‘그나마 해볼만한 곳’ 정도의 표현이 적합해 보인다. 과연 ‘그나마’를 ‘진짜’로 바꿔낸 비결은 무엇일까. 아래는 김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진보당의 유일한 기초단체장 당선인이다. 당선 소감을 전한다면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구조 등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진보정치의 절박함과 동구의 위기라는 두 과제를 극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선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행히 주민들께서 이런 마음과 노력을 알아봐주신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주민과 노동자의 힘이 되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원외정당인 진보당이 지방선거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는데

▲단순히 선거 한 번을 치른 게 아니라, 주민들과 호흡하는 흐름을 이어간다는 마음가짐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진보당은 지난해 ‘동구살리기 주민대회’ 등을 열어 2만여 주민의 참여를 이끌었습니다. 여기서 선정된 7대 요구안 중 일부는 이번에 다른 당 후보의 공약이 됐습니다. 주민의 요구가 정치 현안이자 행정 의제가 된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진보당은 주민편’이라는 생각이 주민 사이에서 많이 퍼진 게 선전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 유일 진보당 기초단체장
‘원외’ 이번에 제3당으로 약진

-진보당의 이번 ‘약진’에는 어떤 의의가 있을지

▲주민들께서 진보 정치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주셨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진보 정치는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처음 주장한 무상급식은 당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보편화된 정책입니다.

이렇듯 시대를 앞서나가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계속 만들어나가는 게 진보 정치의 소임입니다. 기회를 주신 만큼, 이런 부분을 잘 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울산 동구의 현안과 주민 관심사를 설명하자면


▲동구는 오랜 시간 동안 거대 양당에 기회를 번갈아 줬습니다. 그 결과 20만명을 바라보던 인구는 15만명으로 줄고, 코로나19 유행과 조선업 위기에 잘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조선업 일자리 보장이 동구의 미래다”라는 제 주장에 주민들이 힘을 실어주신 만큼, 우선 조선업 유지 발전이 가장 중차대한 현안입니다. 

아울러 동구는 아름답고 환경이 좋은 곳입니다. 교통·문화·체육·복지시설을 잘 조성해 청년들이 여기서 일하고 부모세대와 함께 살 수 있는 동구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선인의 ‘1호 공약’을 소개한다면

▲하청노동자의 생활안전망 구축을 위한 노동기금을 조성하겠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돌봄 노동자·초단기 근로계약 노동자·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 유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조선업 기술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숙련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11년 차 하청노동자 기본급이 최저임금도 안 되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최근 수주량이 증가해 위기에서 벗어나는 중이라지만 모두 끝난 건 아닙니다. 2016년 6만명을 넘던 노동자가 올해는 2만500명으로 반이 넘게 쪼그라들었습니다.

앞서 몰락을 겪은 일본 조선업을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일본은 조선업 위기가 왔을 때 노동자의 기술력을 보전하지 않고 방치했습니다. 그 결과 숙련 노동자들이 모두 흩어졌고, 지금은 한국과 중국에 따라잡힌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과 호흡 이어나간 게 마중물”
“더 성찰하고 반성하고 단결할 것”

-올해 초 이주한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주민들을 위한 공약은?

▲앞서 책임 있는 기관과 학부모 간의 소통이 대단히 부족했습니다. 동구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 역시 합리적 소통과 대책 마련이었습니다. 그런데 행정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금 아프간 아이들이 배정된 서부초등학교가 상당히 과밀한 상황인데, 학부모님들이 보기엔 배려와 고민 없이 아이들을 배정한 것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아이들 교육은 세심하게 계획하고, 꼼꼼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한 제대로 된 보완책을 준비하겠습니다.
아울러 학부모와의 소통·협력, 아프간 이주민들의 성공적인 동구 정착을 위해 교육청 등 당사자와 관계자가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 구성도 필요할 것입니다.

-진보당이 당면한 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해법은?

▲이번 선거에서 힘을 모아 하나의 후보로 함께했는데, 노동당과 정의당은 당선자가 나오지 않아 참 아쉽습니다. 물론 진보당에도 낙선한 후보가 있습니다. 출마하셨던 모든 진보 정당 후보에게 먼저 수고 많으셨다는 말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선거는 노동당·정의당·진보당이 단일후보로 함께한 선거입니다. 그래서 특정 정당의 패배라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함께 분투했지만 아직은 주권자인 시민의 선택 기준에 진보 정당들이 조금 더 미치지 못한 부족함과 과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하는 사람의 희망을 만드는 노동 중심성을 명확히 하며, 더욱 주민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과 대안·방향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진보 정당 모두에게 주어진 듯합니다. 더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단결의 흐름을 이어나가겠습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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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