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 경찰병원 허술한 주사약 관리 실태

생명이 달렸는데 대충 느슨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립’이라는 두 글자에는 숙명이 담겼다. 나라가 세우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더 철저하고 더 ‘잘’해야만 한다. 그리고 병원은 본디 철저한 곳. 사람들이 국립병원을 특히 신뢰하는 이유는 이 ‘덧칠’된 철저함에 있다. 하지만 경찰병원은 그 믿음을 저버렸다. 그리고 그 대가는 애먼 환자들의 몫이다.

경찰병원(이하 병원)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립종합병원이다. 개원 이후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오면서 이제는 병상 500개에 달하는 대형 병원이 됐다. 주로 경찰관·의경·소방관들이 이용하지만, 민간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늦어도 1시간
부실한 조제

국립병원인 만큼, 의료진 대부분은 공무원이다. 현재 전문의 73명과 간호사 243명이 일반직·일반임기제·전문임기제 공무원 등으로 근무 중이다.

또 이곳은 책임운영기관이다. 책임운영기관이란 정부 조직 가운데 정책 집행과 행정 서비스 전달을 담당하는 행정 기관을 가리킨다. 일반 행정 기관과 달리 운영 과정에서 폭넓은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운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서 넓은 자율성이 ‘느슨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율성을 넓히는 것은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지, ‘대충’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경찰병원 의료진은 이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내부에서 “의료진 편의와 환자 안전을 맞바꾼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병원 안에서 의료법 및 규정 위반이 상습적으로 반복된다”는 내부 고발을 접했다. 제보자 A씨는 “의료진이 환자 안전보다 자신들의 편의를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의료진이 관행적으로 주사용 약물과 멸균 드레싱(테가덤) 사용수칙을 어기는 탓에, 환자들의 2차 감염 가능성이 커졌다.

본래 주사용 약물은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조제하는 게 원칙이다. 식염수에 약물 일정량을 섞고 주사기에 넣는 일련의 과정 전부를 마치면 지체 없이, 늦어도 1시간 이내에는 투여를 시작해야 한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이를 미리 만들어둘 경우, 세균 오염 및 증식·주사제 변질·주사액 유출로 인한 약물 함량 미달 등이 우려된다. 

하루 사용할 모든 약물 일괄 조제?
최대 7~8시간 상온 방치 의혹 제기

환자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보니, 정부도 각종 지침·수칙에서 이 원칙을 수차례 강조했다. 5년 전 보건복지부는 부령인 <의료법 시행규칙>에 ‘일회용 주사기에 주입된 주사제는 지체 없이 환자에게 사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난해 제작한 <주사 감염예방 안전 가이드라인>에도 같은 지침을 담았다.

2019년 질병관리청(당시 본부)과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공동 발간한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도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주사기에 약물을 준비하며, 준비된 약물은 가능한 한 빨리 늦어도 1시간 이내에 투여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병원 간호사들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A씨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출근 직후에 그날 사용할 모든 약물을 일괄 조제하고 본 업무에 들어간다. 3교대인 병원 근무 시스템을 고려할 때, 약물과 주사가 최대 7~8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A씨는 “위반사항을 처음 인지한 때가 지난해 말”이라며 “이 관행은 이번 달까지도 계속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병원 응급실에서도 비슷한 규정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 응급실에서는 멸균 드레싱 ‘테가덤’을 사용한다. 환부에 직접 부착되는 테가덤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의료품이다. 한 박스에 담겨도 개별 멸균 포장이 돼있는 이유다. 테가덤은 세균 오염을 막기 위해 사용 직전에 포장을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의료진 편의를 위해 미리 개별 포장을 벗겨뒀다가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A씨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병원 의료진은 현행법과 의료수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국립병원 소속 공무원이다. 누구보다도 정부 지침에 충실히 따라야 할 이들이, 외려 앞장서 지침을 어긴 셈이다.

더구나 이로 인해 2차 감염이라도 발생한다면, 환자에 따라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제 약물을 오랫동안 상온 보관할수록 오염 가능성이 커진다”며 “병원 환경에서는(약물이) 포도상구균을 비롯한 다양한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빈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면서도 “만약 오염된 약물이 주입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발열부터 심하면 쇼크까지 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2차 감염되면… 
“심하면 쇼크”

그 빈도보다도 중요한 것은 병을 고치러 왔다가 도리어 병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만에 하나’의 심각성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말 경찰병원에 공문을 보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병원은 이틀 만에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병원은 주사용 약물 사용수칙 위반 의혹에 대해 “질병관리청의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엄격한 관리하에 약물을 투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테가덤에 대해서는 “의료 소모품 관리는 병원의 업무표준관리지침 및 의료기구 관리지침·기구 세척·소독·멸균지침에 따라 의료품을 관리하고 있다”며 “직원 필수 교육으로 매년 1회 이상 감염관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앞선 답변과 같이 병원은 환자의 빠른 쾌유를 위해 최선의 진료서비스를 목표로 모든 의료진이 노력하고 있다”고 에둘러 부정했다. 이어 ‘관할 보건소 등으로부터 의료 규정 위반에 관련된 별도의 제재나 지도를 받은 바 있는지’ 묻자 “없다”고 일축했다.


병원은 답변서에서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병원 측 답변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병원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을 여럿 확보했다. 이들은 각각 병원 측 해명을 반박할 수 있을만한 증거를 담고 있었다.

‘사진 1’ 속 주사제에는 제각각 숫자가 적혀있다. 이는 해당 주사제가 투여될 시간을 의미한다. 예컨대 ‘4P’라고 적혀있는 주사제는 ‘오후 4시’ 투여 예정이다. 크게 그려진 십자가는 식염수와 약물 혼합(+)을 마쳤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사진 속 주사제들은 이미 모두 혼합된 채 보관 중인 것인데, 오후 4시와 11시 투여 예정인 주사제는 ‘1시간 규정’을 준수했다면 함께 존재할 수 없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오후 3시21분. 4시 주사제는 문제없다고 치더라도, 11시 주사제는 원칙보다 6시간30분 이상 일찍 조제됐다. 규정에 따르면 무균 시설 내 제조 등 엄격한 조제 절차를 거치더라도, 보관 가능 시간은 최대 6시간이다.

해명 적당히
책임은 회피


심지어 ‘엄격한 조제’가 이뤄졌는지도 미지수다. 우려대로 미리 조제된 주사제 일부가 유출된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진 중 하나에서 주사기는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고, 새어 나온 주사제는 바닥에 흘러 있었다. A씨 주장대로 주사제는 미리 조제되고 있었고, 관리도 부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병원 측의 테가덤 해명도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사진 2’에선 개별 포장이 모두 벗겨진 채 쌓여있는 테가덤 뭉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그 위에 ‘깐 것’이라고 적힌 것은, 의료진이 의도적으로 껍질을 벗겨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힘을 싣는다. 

“보건소 제재·지도를 받은 바 없다”는 병원 답변도 사실과 다르다. <일요시사>는 송파구 보건소가 지난 1월 작성한 민원 답변서를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송파구 보건소 의약과는 지난 1월5일 병원 현장 점검에 나섰고, 현장에서는 명확한 위반 사실을 찾지 못했다.

다만 보건소는 병원 측에 “해당 민원이 발생하는 사례가 없도록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남긴 바 있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반박자료를 첨부해, 병원 측에 답변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대답이 돌아왔던 이전과는 달리, 병원은 메일을 확인한 지 나흘이 지났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병원 관계자를 채근하자 “아직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우리 역시 관련 부서에서 전해 들은 게 딱히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람 잡는’ 관행이 이어진 기간은 확인된 것만 반년이다. 이마저도 현재 진행형이다. 애꿎은 피해자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동안 이 관행을 끊어낼 방법이 정말 없었을까.

A씨는 “보건소에 이어 구청에도 위반 사실을 알려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일요시사>가 입수한 것과 유사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보건소와 송파구청에 넘겼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이들은 병원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당황스럽게도 ‘증거 부족’이었다.

의료진 편의 위해 의료법 위반 의혹
일단 발뺌했지만…위반 정황들 발견

<일요시사>는 A씨가 보건소와 구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확인했다. 보건소는 “의료법 등 법령 위반에 대한 처분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 접수된 내용과 그 증거자료를 근거로 담당 공무원이 현장 상황을 점검한 뒤 구체적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요청에 따라 현장 점검을 실시했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인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출한 사진만으로는 행정처분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송파구청은 보건소 답변을 그대로 인용하기만 했다. 구청이 따로 취한 조치는 전무했다.

A씨는 “보건소와 구청 측에 ‘사진 속 약물이 실제로 존재한 바 있는지, 담당자는 누구인지까지 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며 “실존 여부를 확인하는 만큼 확실한 게 어디 있겠느냐. 그럼에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조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니 지켜보는 사람 속이 다 타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증거가 뻔히 있는 상황인데, 한 번 만에 잡지 못했다면 몇 번쯤 더 살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립병원 입원 환자들 생명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는데, 저렇게 미온적으로 대충 시늉만 하고 마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만약 관련 의료사고가 터지면 환자는 ‘삼중고’에 빠진다. 환자는 원래 아픈 곳을 살피는 동시에 2차 감염까지 치료해야 하고, 또 이 가운데 2차 감염 책임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잘못은 의료진이 하고, 부담은 환자가 지는 불합리한 구조다.

게다가 의료진 과실 입증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천신만고 끝에 법적 다툼으로 들어가도, 환자가 승리할 확률은 단 1%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 과실로 제기된 소송은 총 6300여건으로 이 가운데 의료진 과실이 명백하게 인정된 건은 단 64건뿐이다.

환자 1명이 ‘상처뿐인 승리’를 거머쥘 때, 다른 환자 99명은 분루를 삼키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법도, 국가도 이들을 굽어살피지 않는다.

보건소·구청 
수수방관 한몫

A씨는 “이 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공무원들의 사명감 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의료진 공무원들이 투철하게 규정을 지켰다면, 혹은 보건소나 구청 공무원들이 조금만 더 면밀히 살펴봤다면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다”며 “이들 사이에 만연한 안일함이 환자들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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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