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 경찰병원 허술한 주사약 관리 실태

생명이 달렸는데 대충 느슨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립’이라는 두 글자에는 숙명이 담겼다. 나라가 세우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더 철저하고 더 ‘잘’해야만 한다. 그리고 병원은 본디 철저한 곳. 사람들이 국립병원을 특히 신뢰하는 이유는 이 ‘덧칠’된 철저함에 있다. 하지만 경찰병원은 그 믿음을 저버렸다. 그리고 그 대가는 애먼 환자들의 몫이다.

경찰병원(이하 병원)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립종합병원이다. 개원 이후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오면서 이제는 병상 500개에 달하는 대형 병원이 됐다. 주로 경찰관·의경·소방관들이 이용하지만, 민간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늦어도 1시간
부실한 조제

국립병원인 만큼, 의료진 대부분은 공무원이다. 현재 전문의 73명과 간호사 243명이 일반직·일반임기제·전문임기제 공무원 등으로 근무 중이다.

또 이곳은 책임운영기관이다. 책임운영기관이란 정부 조직 가운데 정책 집행과 행정 서비스 전달을 담당하는 행정 기관을 가리킨다. 일반 행정 기관과 달리 운영 과정에서 폭넓은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운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서 넓은 자율성이 ‘느슨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율성을 넓히는 것은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지, ‘대충’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경찰병원 의료진은 이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내부에서 “의료진 편의와 환자 안전을 맞바꾼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병원 안에서 의료법 및 규정 위반이 상습적으로 반복된다”는 내부 고발을 접했다. 제보자 A씨는 “의료진이 환자 안전보다 자신들의 편의를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의료진이 관행적으로 주사용 약물과 멸균 드레싱(테가덤) 사용수칙을 어기는 탓에, 환자들의 2차 감염 가능성이 커졌다.

본래 주사용 약물은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조제하는 게 원칙이다. 식염수에 약물 일정량을 섞고 주사기에 넣는 일련의 과정 전부를 마치면 지체 없이, 늦어도 1시간 이내에는 투여를 시작해야 한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이를 미리 만들어둘 경우, 세균 오염 및 증식·주사제 변질·주사액 유출로 인한 약물 함량 미달 등이 우려된다. 

하루 사용할 모든 약물 일괄 조제?
최대 7~8시간 상온 방치 의혹 제기

환자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보니, 정부도 각종 지침·수칙에서 이 원칙을 수차례 강조했다. 5년 전 보건복지부는 부령인 <의료법 시행규칙>에 ‘일회용 주사기에 주입된 주사제는 지체 없이 환자에게 사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난해 제작한 <주사 감염예방 안전 가이드라인>에도 같은 지침을 담았다.

2019년 질병관리청(당시 본부)과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공동 발간한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도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주사기에 약물을 준비하며, 준비된 약물은 가능한 한 빨리 늦어도 1시간 이내에 투여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병원 간호사들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A씨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출근 직후에 그날 사용할 모든 약물을 일괄 조제하고 본 업무에 들어간다. 3교대인 병원 근무 시스템을 고려할 때, 약물과 주사가 최대 7~8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A씨는 “위반사항을 처음 인지한 때가 지난해 말”이라며 “이 관행은 이번 달까지도 계속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병원 응급실에서도 비슷한 규정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 응급실에서는 멸균 드레싱 ‘테가덤’을 사용한다. 환부에 직접 부착되는 테가덤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의료품이다. 한 박스에 담겨도 개별 멸균 포장이 돼있는 이유다. 테가덤은 세균 오염을 막기 위해 사용 직전에 포장을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의료진 편의를 위해 미리 개별 포장을 벗겨뒀다가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A씨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병원 의료진은 현행법과 의료수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국립병원 소속 공무원이다. 누구보다도 정부 지침에 충실히 따라야 할 이들이, 외려 앞장서 지침을 어긴 셈이다.

더구나 이로 인해 2차 감염이라도 발생한다면, 환자에 따라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제 약물을 오랫동안 상온 보관할수록 오염 가능성이 커진다”며 “병원 환경에서는(약물이) 포도상구균을 비롯한 다양한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빈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면서도 “만약 오염된 약물이 주입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발열부터 심하면 쇼크까지 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2차 감염되면… 
“심하면 쇼크”

그 빈도보다도 중요한 것은 병을 고치러 왔다가 도리어 병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만에 하나’의 심각성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말 경찰병원에 공문을 보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병원은 이틀 만에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병원은 주사용 약물 사용수칙 위반 의혹에 대해 “질병관리청의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엄격한 관리하에 약물을 투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테가덤에 대해서는 “의료 소모품 관리는 병원의 업무표준관리지침 및 의료기구 관리지침·기구 세척·소독·멸균지침에 따라 의료품을 관리하고 있다”며 “직원 필수 교육으로 매년 1회 이상 감염관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앞선 답변과 같이 병원은 환자의 빠른 쾌유를 위해 최선의 진료서비스를 목표로 모든 의료진이 노력하고 있다”고 에둘러 부정했다. 이어 ‘관할 보건소 등으로부터 의료 규정 위반에 관련된 별도의 제재나 지도를 받은 바 있는지’ 묻자 “없다”고 일축했다.


병원은 답변서에서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병원 측 답변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병원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을 여럿 확보했다. 이들은 각각 병원 측 해명을 반박할 수 있을만한 증거를 담고 있었다.

‘사진 1’ 속 주사제에는 제각각 숫자가 적혀있다. 이는 해당 주사제가 투여될 시간을 의미한다. 예컨대 ‘4P’라고 적혀있는 주사제는 ‘오후 4시’ 투여 예정이다. 크게 그려진 십자가는 식염수와 약물 혼합(+)을 마쳤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사진 속 주사제들은 이미 모두 혼합된 채 보관 중인 것인데, 오후 4시와 11시 투여 예정인 주사제는 ‘1시간 규정’을 준수했다면 함께 존재할 수 없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오후 3시21분. 4시 주사제는 문제없다고 치더라도, 11시 주사제는 원칙보다 6시간30분 이상 일찍 조제됐다. 규정에 따르면 무균 시설 내 제조 등 엄격한 조제 절차를 거치더라도, 보관 가능 시간은 최대 6시간이다.

해명 적당히
책임은 회피


심지어 ‘엄격한 조제’가 이뤄졌는지도 미지수다. 우려대로 미리 조제된 주사제 일부가 유출된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진 중 하나에서 주사기는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고, 새어 나온 주사제는 바닥에 흘러 있었다. A씨 주장대로 주사제는 미리 조제되고 있었고, 관리도 부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병원 측의 테가덤 해명도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사진 2’에선 개별 포장이 모두 벗겨진 채 쌓여있는 테가덤 뭉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그 위에 ‘깐 것’이라고 적힌 것은, 의료진이 의도적으로 껍질을 벗겨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힘을 싣는다. 

“보건소 제재·지도를 받은 바 없다”는 병원 답변도 사실과 다르다. <일요시사>는 송파구 보건소가 지난 1월 작성한 민원 답변서를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송파구 보건소 의약과는 지난 1월5일 병원 현장 점검에 나섰고, 현장에서는 명확한 위반 사실을 찾지 못했다.

다만 보건소는 병원 측에 “해당 민원이 발생하는 사례가 없도록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남긴 바 있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반박자료를 첨부해, 병원 측에 답변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대답이 돌아왔던 이전과는 달리, 병원은 메일을 확인한 지 나흘이 지났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병원 관계자를 채근하자 “아직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우리 역시 관련 부서에서 전해 들은 게 딱히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람 잡는’ 관행이 이어진 기간은 확인된 것만 반년이다. 이마저도 현재 진행형이다. 애꿎은 피해자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동안 이 관행을 끊어낼 방법이 정말 없었을까.

A씨는 “보건소에 이어 구청에도 위반 사실을 알려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일요시사>가 입수한 것과 유사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보건소와 송파구청에 넘겼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이들은 병원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당황스럽게도 ‘증거 부족’이었다.

의료진 편의 위해 의료법 위반 의혹
일단 발뺌했지만…위반 정황들 발견

<일요시사>는 A씨가 보건소와 구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확인했다. 보건소는 “의료법 등 법령 위반에 대한 처분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 접수된 내용과 그 증거자료를 근거로 담당 공무원이 현장 상황을 점검한 뒤 구체적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요청에 따라 현장 점검을 실시했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인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출한 사진만으로는 행정처분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송파구청은 보건소 답변을 그대로 인용하기만 했다. 구청이 따로 취한 조치는 전무했다.

A씨는 “보건소와 구청 측에 ‘사진 속 약물이 실제로 존재한 바 있는지, 담당자는 누구인지까지 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며 “실존 여부를 확인하는 만큼 확실한 게 어디 있겠느냐. 그럼에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조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니 지켜보는 사람 속이 다 타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증거가 뻔히 있는 상황인데, 한 번 만에 잡지 못했다면 몇 번쯤 더 살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립병원 입원 환자들 생명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는데, 저렇게 미온적으로 대충 시늉만 하고 마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만약 관련 의료사고가 터지면 환자는 ‘삼중고’에 빠진다. 환자는 원래 아픈 곳을 살피는 동시에 2차 감염까지 치료해야 하고, 또 이 가운데 2차 감염 책임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잘못은 의료진이 하고, 부담은 환자가 지는 불합리한 구조다.

게다가 의료진 과실 입증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천신만고 끝에 법적 다툼으로 들어가도, 환자가 승리할 확률은 단 1%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 과실로 제기된 소송은 총 6300여건으로 이 가운데 의료진 과실이 명백하게 인정된 건은 단 64건뿐이다.

환자 1명이 ‘상처뿐인 승리’를 거머쥘 때, 다른 환자 99명은 분루를 삼키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법도, 국가도 이들을 굽어살피지 않는다.

보건소·구청 
수수방관 한몫

A씨는 “이 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공무원들의 사명감 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의료진 공무원들이 투철하게 규정을 지켰다면, 혹은 보건소나 구청 공무원들이 조금만 더 면밀히 살펴봤다면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다”며 “이들 사이에 만연한 안일함이 환자들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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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