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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27일 17시37분

사건/사고

<단독> ‘국립’ 경찰병원 허술한 주사약 관리 실태

생명이 달렸는데 대충 느슨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립’이라는 두 글자에는 숙명이 담겼다. 나라가 세우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더 철저하고 더 ‘잘’해야만 한다. 그리고 병원은 본디 철저한 곳. 사람들이 국립병원을 특히 신뢰하는 이유는 이 ‘덧칠’된 철저함에 있다. 하지만 경찰병원은 그 믿음을 저버렸다. 그리고 그 대가는 애먼 환자들의 몫이다.

경찰병원(이하 병원)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립종합병원이다. 개원 이후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오면서 이제는 병상 500개에 달하는 대형 병원이 됐다. 주로 경찰관·의경·소방관들이 이용하지만, 민간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늦어도 1시간
부실한 조제

국립병원인 만큼, 의료진 대부분은 공무원이다. 현재 전문의 73명과 간호사 243명이 일반직·일반임기제·전문임기제 공무원 등으로 근무 중이다.

또 이곳은 책임운영기관이다. 책임운영기관이란 정부 조직 가운데 정책 집행과 행정 서비스 전달을 담당하는 행정 기관을 가리킨다. 일반 행정 기관과 달리 운영 과정에서 폭넓은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운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서 넓은 자율성이 ‘느슨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율성을 넓히는 것은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지, ‘대충’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경찰병원 의료진은 이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내부에서 “의료진 편의와 환자 안전을 맞바꾼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병원 안에서 의료법 및 규정 위반이 상습적으로 반복된다”는 내부 고발을 접했다. 제보자 A씨는 “의료진이 환자 안전보다 자신들의 편의를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의료진이 관행적으로 주사용 약물과 멸균 드레싱(테가덤) 사용수칙을 어기는 탓에, 환자들의 2차 감염 가능성이 커졌다.

본래 주사용 약물은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조제하는 게 원칙이다. 식염수에 약물 일정량을 섞고 주사기에 넣는 일련의 과정 전부를 마치면 지체 없이, 늦어도 1시간 이내에는 투여를 시작해야 한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이를 미리 만들어둘 경우, 세균 오염 및 증식·주사제 변질·주사액 유출로 인한 약물 함량 미달 등이 우려된다. 

하루 사용할 모든 약물 일괄 조제?
최대 7~8시간 상온 방치 의혹 제기

환자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보니, 정부도 각종 지침·수칙에서 이 원칙을 수차례 강조했다. 5년 전 보건복지부는 부령인 <의료법 시행규칙>에 ‘일회용 주사기에 주입된 주사제는 지체 없이 환자에게 사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난해 제작한 <주사 감염예방 안전 가이드라인>에도 같은 지침을 담았다.

2019년 질병관리청(당시 본부)과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공동 발간한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도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주사기에 약물을 준비하며, 준비된 약물은 가능한 한 빨리 늦어도 1시간 이내에 투여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병원 간호사들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A씨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출근 직후에 그날 사용할 모든 약물을 일괄 조제하고 본 업무에 들어간다. 3교대인 병원 근무 시스템을 고려할 때, 약물과 주사가 최대 7~8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A씨는 “위반사항을 처음 인지한 때가 지난해 말”이라며 “이 관행은 이번 달까지도 계속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병원 응급실에서도 비슷한 규정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 응급실에서는 멸균 드레싱 ‘테가덤’을 사용한다. 환부에 직접 부착되는 테가덤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의료품이다. 한 박스에 담겨도 개별 멸균 포장이 돼있는 이유다. 테가덤은 세균 오염을 막기 위해 사용 직전에 포장을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의료진 편의를 위해 미리 개별 포장을 벗겨뒀다가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A씨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병원 의료진은 현행법과 의료수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국립병원 소속 공무원이다. 누구보다도 정부 지침에 충실히 따라야 할 이들이, 외려 앞장서 지침을 어긴 셈이다.

더구나 이로 인해 2차 감염이라도 발생한다면, 환자에 따라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제 약물을 오랫동안 상온 보관할수록 오염 가능성이 커진다”며 “병원 환경에서는(약물이) 포도상구균을 비롯한 다양한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빈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면서도 “만약 오염된 약물이 주입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발열부터 심하면 쇼크까지 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2차 감염되면… 
“심하면 쇼크”

그 빈도보다도 중요한 것은 병을 고치러 왔다가 도리어 병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만에 하나’의 심각성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말 경찰병원에 공문을 보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병원은 이틀 만에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병원은 주사용 약물 사용수칙 위반 의혹에 대해 “질병관리청의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엄격한 관리하에 약물을 투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테가덤에 대해서는 “의료 소모품 관리는 병원의 업무표준관리지침 및 의료기구 관리지침·기구 세척·소독·멸균지침에 따라 의료품을 관리하고 있다”며 “직원 필수 교육으로 매년 1회 이상 감염관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앞선 답변과 같이 병원은 환자의 빠른 쾌유를 위해 최선의 진료서비스를 목표로 모든 의료진이 노력하고 있다”고 에둘러 부정했다. 이어 ‘관할 보건소 등으로부터 의료 규정 위반에 관련된 별도의 제재나 지도를 받은 바 있는지’ 묻자 “없다”고 일축했다.


병원은 답변서에서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병원 측 답변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병원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을 여럿 확보했다. 이들은 각각 병원 측 해명을 반박할 수 있을만한 증거를 담고 있었다.

‘사진 1’ 속 주사제에는 제각각 숫자가 적혀있다. 이는 해당 주사제가 투여될 시간을 의미한다. 예컨대 ‘4P’라고 적혀있는 주사제는 ‘오후 4시’ 투여 예정이다. 크게 그려진 십자가는 식염수와 약물 혼합(+)을 마쳤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사진 속 주사제들은 이미 모두 혼합된 채 보관 중인 것인데, 오후 4시와 11시 투여 예정인 주사제는 ‘1시간 규정’을 준수했다면 함께 존재할 수 없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오후 3시21분. 4시 주사제는 문제없다고 치더라도, 11시 주사제는 원칙보다 6시간30분 이상 일찍 조제됐다. 규정에 따르면 무균 시설 내 제조 등 엄격한 조제 절차를 거치더라도, 보관 가능 시간은 최대 6시간이다.

해명 적당히
책임은 회피


심지어 ‘엄격한 조제’가 이뤄졌는지도 미지수다. 우려대로 미리 조제된 주사제 일부가 유출된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진 중 하나에서 주사기는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고, 새어 나온 주사제는 바닥에 흘러 있었다. A씨 주장대로 주사제는 미리 조제되고 있었고, 관리도 부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병원 측의 테가덤 해명도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사진 2’에선 개별 포장이 모두 벗겨진 채 쌓여있는 테가덤 뭉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그 위에 ‘깐 것’이라고 적힌 것은, 의료진이 의도적으로 껍질을 벗겨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힘을 싣는다. 

“보건소 제재·지도를 받은 바 없다”는 병원 답변도 사실과 다르다. <일요시사>는 송파구 보건소가 지난 1월 작성한 민원 답변서를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송파구 보건소 의약과는 지난 1월5일 병원 현장 점검에 나섰고, 현장에서는 명확한 위반 사실을 찾지 못했다.

다만 보건소는 병원 측에 “해당 민원이 발생하는 사례가 없도록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남긴 바 있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반박자료를 첨부해, 병원 측에 답변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대답이 돌아왔던 이전과는 달리, 병원은 메일을 확인한 지 나흘이 지났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병원 관계자를 채근하자 “아직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우리 역시 관련 부서에서 전해 들은 게 딱히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람 잡는’ 관행이 이어진 기간은 확인된 것만 반년이다. 이마저도 현재 진행형이다. 애꿎은 피해자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동안 이 관행을 끊어낼 방법이 정말 없었을까.

A씨는 “보건소에 이어 구청에도 위반 사실을 알려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일요시사>가 입수한 것과 유사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보건소와 송파구청에 넘겼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이들은 병원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당황스럽게도 ‘증거 부족’이었다.

의료진 편의 위해 의료법 위반 의혹
일단 발뺌했지만…위반 정황들 발견

<일요시사>는 A씨가 보건소와 구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확인했다. 보건소는 “의료법 등 법령 위반에 대한 처분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 접수된 내용과 그 증거자료를 근거로 담당 공무원이 현장 상황을 점검한 뒤 구체적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처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요청에 따라 현장 점검을 실시했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인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출한 사진만으로는 행정처분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송파구청은 보건소 답변을 그대로 인용하기만 했다. 구청이 따로 취한 조치는 전무했다.

A씨는 “보건소와 구청 측에 ‘사진 속 약물이 실제로 존재한 바 있는지, 담당자는 누구인지까지 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며 “실존 여부를 확인하는 만큼 확실한 게 어디 있겠느냐. 그럼에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조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니 지켜보는 사람 속이 다 타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증거가 뻔히 있는 상황인데, 한 번 만에 잡지 못했다면 몇 번쯤 더 살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립병원 입원 환자들 생명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는데, 저렇게 미온적으로 대충 시늉만 하고 마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만약 관련 의료사고가 터지면 환자는 ‘삼중고’에 빠진다. 환자는 원래 아픈 곳을 살피는 동시에 2차 감염까지 치료해야 하고, 또 이 가운데 2차 감염 책임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잘못은 의료진이 하고, 부담은 환자가 지는 불합리한 구조다.

게다가 의료진 과실 입증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천신만고 끝에 법적 다툼으로 들어가도, 환자가 승리할 확률은 단 1%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 과실로 제기된 소송은 총 6300여건으로 이 가운데 의료진 과실이 명백하게 인정된 건은 단 64건뿐이다.

환자 1명이 ‘상처뿐인 승리’를 거머쥘 때, 다른 환자 99명은 분루를 삼키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법도, 국가도 이들을 굽어살피지 않는다.

보건소·구청 
수수방관 한몫

A씨는 “이 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공무원들의 사명감 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의료진 공무원들이 투철하게 규정을 지켰다면, 혹은 보건소나 구청 공무원들이 조금만 더 면밀히 살펴봤다면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다”며 “이들 사이에 만연한 안일함이 환자들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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