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회면을 장식했던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이 조만간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는 생소한 직책을 달고 자문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은 지난 1월부터 ㈜대웅·대웅제약·한올바이오파마 등 그룹 산하 세 곳의 법인에서 ‘최고비전책임자(CVO, Chief Vision Officer)’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CVO는 미등기·비상근 임원 직책이다.
면죄부
윤영환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윤 전 회장이 그룹 임원 명단에 등재된 건 3년여 만이다. 윤 전 회장은 2018년 8월 임직원들에게 한 거친 언행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적나라한 욕설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윤 전 회장의 일상화된 언어폭력이 부각됐고, 급기야 이 사건이 공론화된 직후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윤 전 회장은 “㈜대웅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대웅제약의 등기임원 직위를 모두 사임한다”며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자숙하겠다.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과 회사 발전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임직원들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윤 전 회장의 CVO 직책 수행을 사실상 경영 복귀 수순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표면상 윤 전 회장의 역할은 자문 역할에 국한되는 듯 보이지만,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조만간 윤 전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 윤 전 회장이 CVO로 이름을 올린 ㈜대웅·대웅제약·한올바이오파마 등은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윤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자취를 감췄던 시기에도 간접적으로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회장이 ㈜대웅과 대웅제약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윤 전 회장의 사내 입지는 공고했다는 점 때문이다.
영향력의 원천은 지주회사 지분율이다.
3년 만에 맡은 생소한 직책
없어도 잘 돌아갔는데…
윤 전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났을 당시 ㈜대웅 지분 11.61%(674만861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지분율과 최대주주 지위는 올해 1분기까지 변동 없이 이어졌다. 또한 윤 전 회장이 최대주주인 ㈜대웅은 대웅제약 지분 47.71%(552만8060)를 보유 중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윤 전 회장의 위상이 굳건했던 셈이다.
공교롭게도 ㈜대웅·대웅제약은 윤 전 회장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이로 인해 윤 전 회장 복귀의 필요성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윤 전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던 2018년에 별도 기준 479억원이었던 ㈜대웅의 매출은 지난해 96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20억원에서 5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대웅제약 역시 비슷한 흐름이었다. 2018년 별도 기준 308억원이었던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955억원으로 세 배 이상 커졌다. 최악의 성적표를 공개했던 2020년(영업이익 126억원)과 비교하면 7.5배 불어난 수치다.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이 당면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윤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웅제약이 위장약 ‘알비스D’를 특허출원 과정에서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22억8700만원과 검찰 고발 조치를 취했다.
자사 제품의 특허만료로 경쟁사의 복제약(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하자, 데이터가 조작된 허위 특허를 내세워 경쟁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혐의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웅제약 전·현직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윤 전 회장도 특허출원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부각됐지만, 검찰은 직원들의 일탈로 결론 내린 바 있다.
예고된 수순
일각에서는 윤 전 회장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윤 전 회장은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인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16기) 후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 검사,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등을 지냈다.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