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박병석 의장 “편 가르기 및 증오정치 청산해야“

“침묵하는 다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개헌 필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퇴임을 앞두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편 가르기와 증오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 우리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익숙하다”며 “자기 편의 박수에만 귀 기울이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 합리적인 다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념과 지역, 세대, 성별로 갈라진 ‘국민 분열’의 적대적 정치를 청산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통합으로 나가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개헌이 꼭 필요하다”며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고, 다당제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 권력을 분산시키고 협치하게끔 개혁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치를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새 헌법을 만들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장은 “우리는 전환기적 시련과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감염병과 기후위기, 공급망 혼란, 남북 갈등을 비롯한 숱한 불안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위기에 강한 민족으로 이미 식민지배와 전쟁, 가난을 이겨냈다. 짧은 시간 안에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퇴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 박병석입니다.

오늘 저의 의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대면 기자 간담회를 갖습니다. 아직은 경계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비로소 소중한 일상을 하나씩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와 싸우느라 고통을 겪으신 국민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눈물겨운 헌신으로 코로나를 막아 내신 방역 당국과 의료진 한 분 한 분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와 감사를 전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년 전 6월, 의장직을 맡은 첫날의 다짐을 새겨봅니다.

저는 ‘소통’을 으뜸으로 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를 마음 깊숙이 새겼습니다. 정치는 배, 국민은 강물과 같습니다.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을 지키는 국회’,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 ‘국민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직 국민과 국익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를 꽃피우고자 했습니다.

21대 국회는 거의 모든 법안들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20년 가까이 논란이 됐던 세종시 국회의사당 설치법을 여야가 한마음으로 처리했습니다.

여야의 의견이 다른 법안들도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중재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최근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안이었습니다.

양당 의원총회에서 추인도 받았습니다.

새 정부 인수위에서도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혔고, 당시 대통령은 잘된 합의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권 거의 모든 단위의 동의와 공감대를 거친 아주 높은 수준의 합의였습니다.


국민투표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단계의 합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의가 한순간에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입니다.

의회정치의 모범을 보였으나 일방적으로 뒤집혔습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21대 국회는 정부 예산안과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안 등 민생 관련 법안들을 최우선으로 다뤘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영업시간 단축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자영업자들, 일터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노동자들, 생계를 걱정하는 서민들을 위해 여야는 5차례 추경을 신속하게 통과시켰습니다.

예산안도 2년 연속 여야합의로 법정시한 내에 통과시켰습니다.

아주 드문 좋은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가 간 외교 공백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의회 외교에 팔을 걷었습니다.

의회 외교와 정부 외교는 씨줄과 날줄의 관계입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각종 회의에서 67개국의 국회의장과 23개국의 대통령, 국왕, 총리 등 최고 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한반도평화 외교’와 ‘코리아 세일즈 외교’에 중점을 뒀습니다.

아시아태평양의회포럼(APPF) 총회에서는 한반도 평화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관련국 대통령의 적극적 협력을 얻어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국민과 우리를 도운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을 무사히 탈출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요소수 파동 때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바레인 등을 직접 접촉해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입국 제한이 엄격할 때 여러 나라에서 우리 기업인들의 특별 입국 절차에 관한 협조를 받기도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즉 WHO를 직접 방문해 한국이 백신-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받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가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의장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와 국회국민통합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했습니다.

5년 단임 정부로서는 다루기 힘든, 세 명의 대통령 시대를 감안한 15년간의 미래비전을 다듬었습니다.

국회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각 분야 석학들이 참여한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는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선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회국민통합위원회는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의장인 저의 입장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일하는 국회를 지향했습니다.

국회가 언제든지 열릴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국회가 멈추지 않도록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과 투표까지 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갖췄습니다.

21대 국회는 지난 2년 동안 본회의에서 역대 최다인 4355건의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상임위 법안 소위는 이전 국회 대비 37%(36.6%) 증가한 470회를 열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런 노력과 원칙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도 있었습니다.

때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엄존하고 있습니다.

그 장애물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의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익숙합니다.

자기편의 박수에만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지 돌아봅시다.

침묵하는 다수, 합리적인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념과 지역, 세대, 성별로 갈라진 ‘국민 분열’의 적대적 정치를 청산합시다.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개헌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 정치의 갈등과 대립의 깊은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갖는 선거제도에 있다고 오래전부터 강조해왔습니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다당제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제도적으로 권력을 분산시키고 제도적으로 협치를 하게끔 개혁해야 합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도자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협치는 성공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화와 협치를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새 헌법을 만들도록 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전환기적 시련과 도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감염병과 기후 위기, 공급망 혼란, 남북갈등을 비롯한 숱한 불안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습니다.

저성장과 양극화, 사회적 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에 강한 민족입니다.

우리는 이미 식민지배와 전쟁과 가난을 이겨냈습니다.

짧은 시간에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떤 위기도 다시 이겨내고 전진할 것입니다.

의회민주주의의 이정표를 남기기 위해 성심으로 노력했습니다.

부족함과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회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입니다.

의회정치가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함께 노력해주신 국회의원과 국회 직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후대의 국회 지도자들이 저의 부족함을 거울삼아 아름다운 의회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우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장으로서 국민과 더불어 일했던 지난 2년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며칠 후면 평의원으로 돌아갑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국익을 위한 헌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걷겠습니다.

저는 매일 기도를 합니다.

열심히만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좋아지는 세상, 인생에 한 번 실패해도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세상,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세상, 어느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꿈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는 나라, 남과 북이 화해와 평화의 강을 함께 노 젓는 나라를 위해서 헌신해달라는 기도를 합니다.

국민통합과 한반도평화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치에 뛰어들 때 지녔던 초심을 되새기며 헌신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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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