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를 뛴다> 수원특례시장 이재준 후보 “다양한 기회 있는 도시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해 4125명을 선출하는 초대형 선거다. 지방선거는 4년간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다. <일요시사>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그동안 국민과의 접촉면이 적었던 후보들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1월13일 경기도 수원시가 특례시로 승격됐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재정적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 지방행정체계의 새로운 모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선출되는 후보는 초대 수원특례시장이 된다. 수원의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후보의 사무실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수원시 장애인단체의 정책전달·지지선언 일정이 한창이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도 이 후보는 장애인단체 관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행사 이후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지지자의 요구에도 일일이 응했다. 

지지자의 손을 꼭 붙잡고 응원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일 15개 이상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에도 이 후보는 침착했다. 주변 참모들이 일정을 맞추느라 허둥지둥하는 상황에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그는 “늘 이렇게 사무실이 북적이냐”는 질문에 “잘 되는 집이라 그렇다”고 크게 웃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한다면? 


▲수원시 최초의 제2부시장으로, 그리고 노무현-문재인정부의 도시계획에 참여했던 정책전문가로서, 수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정을 꾸려 생활해온 수원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수원특례시의 완성을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를 하게 됐다. 

올해 1월 특례시로 승격
지위는 있지만 권한 부족

-수원특례시장에 출마한 계기는?

▲지난 2015년부터 염태영 전 수원시장과 함께 한국형 실리콘밸리,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수원도시정책시민계획단 활동 등 수원시의 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발로 뛰어왔다. 지난 10년간 변화해온 수원시가 이제 수원특례시로 더 큰 걸음을 걸으려 하고 있는 중요한 국면에서 수원시 미래 100년을 계획한 사람으로서 결실을 맺고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 

-수원특례시의 현실은?

▲현재 수원특례시는 특례시라는 지위는 부여받았지만 그에 걸맞은 위상과 권한은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시가 특례시로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권한 중 행정특례는 일부만 이양된 상황이며 재정특례는 법적으로 가로막혀 있다. 재정과 권한, 사무를 이양 받는 게 우선돼야 한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정특례 권한의 확보를 위해 차기 경기도지사, 중앙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적 방안을 구축하겠다. 행정특례 권한 중 현재 이양되지 않은 도시계획 부분은 특례시로서의 실질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정부에 적극적인 이양을 요구하겠다. 시민과 소통하고 의견을 청취해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수원특례시민의 최대 관심사는?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다. 수원시 전체 면적의 46%가 고도제한 규제에 묶여 수원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원특례시에 맞는 성장은 이뤄낼 수 없다. 또 국가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수원화성 군공항의 한계는 분명하다. 수원화성 군공항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존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혐오시설 이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신규로 이전될 군·민간 융합 공항을 화성국제공항(가칭)이라 명명하고, 화성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서수원 일대와 화성 지역에 경제자유구역 건설을 진행한다면 현재 반대하고 있는 화성 지역의 여론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중앙정부에서 민관국제공항에 대한 길을 열어놓은 상황이고, 각 지자체들도 전향적으로 입장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안에 군공항 이전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이다.

-수원특례시의 경제 상황은 어떤가

▲수원시는 경기도 내 대표 경제도시이지만 지금은 활력을 잃고 침체기를 겪고 있다. 실제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지역 내 총생산(GREP) 부동의 1위였던 수원시의 경제는 화성·용인·성남시에 뒤쳐져 3~4위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시 재정 또한 2008년 자체 수입이 98.5%에 달했으나 현재는 45.9%까지 감소했다.

군공항 이전 문제 최대 관심사
적극적인 소통 통해 해결할 것

-이를 위한 공약이 있는지

▲수원시의 경제구조 개편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자영업·생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신(新)지식성장 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폴리스, 첨단기업 신도시, R&D 사이언스파크, 북수원 테크노밸리 등 4곳을 연결하는 서수원의 'W-City'를 구축하고, 여기에 대기업 수를 기존 4개에서 30개까지 확대 유치하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일자리가 증가하면 청년층의 인구 유출과 베드타운화 현상을 방지하고, 자생형 미래 신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생활·환경·청년·돌봄·문화·시민참여 등의 분야에 걸쳐 다양한 혁신 계획 등을 시민에게 제시했고 이를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수원특례시장 후보로서 자신의 강점은?


▲지금 수원시민은 자기 삶의 작은 부분들을 실제로 바꿔줄 수 있는 유능한 수원특례시장을 원하고 있다. 추상적이거나 관료주의적인 행정가가 아니라 실행능력을 갖춘 실천가를 원하는 것이다. 나는 시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기획능력, 실천력을 갖춘 유능한 실천가, 소통가로 이미 검증받았다.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각종 위원회에서 위원으로 뛴 경험도 있다. 

-선거 전략이 있다면

▲현장과의 소통이다.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만나고 듣고 소탈하게 시민과 마음을 나누면서 현장의 이야기가 시정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그것을 선거 전략의 핵심으로 가져가고자 한다. 시민의 시각에서 부정적인 정치가 아니라 올바른 정치를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당 프리미엄’을 넘어야 하는 상황인데

▲대통령은 여당이지만 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다. 실제 지자체 행정을 진행함에 있어서 주로 협의를 해야 될 곳은 바로 입법부다. 특히 특례시의 실제적인 권한을 확보해야 하는 입법적인 측면에서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후보라는 점은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설득력 있는 계획을 가지고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수원특례시장으로 당선된다면 임기 첫날 어떤 업무를 보겠나?


▲수원시의 가장 낮은 곳에서 시민을 위해 희생하시는 분들을 찾아 수원특례시의 새로운 시작을 인사드릴 예정이다. 이어 시장으로서의 첫 업무는 수원군공항 이전 관련 대책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원특례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나은 시민의 삶, 더 좋은 민주주의’ 시정 철학을 토대로 모든 계층의 수원특례시 시민이 다양한 기회가 있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특례시로서의 품격을 갖추되, 시민의 삶을 따뜻하고 든든하게 하는 포용도시를 만들겠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그동안 염태영 시장의 주요 성과이자 대한민국 지자체의 자치와 분권의 좋은 선례인 주민참여 거버넌스를 더욱 발전시키겠다. 행정동 단위로 주민자치회를 뿌리 내리고 마을 단위에서부터 자치와 분권이 이뤄지는 주민참여 거버넌스를 그 중심에 두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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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