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몰랐던 총수 송치형 두나무 의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5.02 15:50:08
  • 호수 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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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44위 코인 재벌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자산 10조가 넘는 두나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창업주 송치형 의장의 공이 크다. 스타트업 창업신화를 쓴 송 의장의 마법은 무엇일까.

‘최초’라는 단어만큼 화려한 수식어는 많지 않다. 최초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뜻이다. 한 분야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으려면 남들은 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가상자산 최초
상출제한집단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최초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열풍에 힘입어 사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자산총액이 약 10조8225억원으로 늘어 가상자산 거래 주력집단 중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됐다. 재계 순위로는 44위다.

지정자료(공정위가 매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계열사·친족·임원·계열사의 주주현황 등의 자료) 제출 의무를 지는 두나무의 동일인으로는 송치형 의장이 지정됐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과 상출제한집단을 나누어 지정한 2017년 이래 대기업집단 지정을 건너뛰고 단숨에 상출제한 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두나무가 첫 사례다.

공정위는 고객 예치금 약 5조8120억원을 두나무의 자산으로 봐야 하는지를 검토했다. 두나무가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금융·보험업이 아닌 정보서비스업 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회계기준원 자문 등도 이번 결정의 근거가 됐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을 산정할 때 비금융·보험사는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상 합산해 결정하고 금융·보험사는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으로 결정해 간주한다. 고객 예치금을 제외 자산이 5조원을 넘어 두나무는 대기업집단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고객의 코인은 두나무가 갖게 되는 경제적 효익이 없어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제외했지만, 고객 예치금은 두나무 통제하에 있고 그로부터 경제적 효익을 두나무가 얻고 있어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되더라도 채무보증이나 순환출자가 없어서 현재로선 사업 운영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두나무가)공정위에 표명했다”며 “14개 계열사 중 사익편취 행위 규제 대상이 있는지는 이달 말까지 관련 자료를 받아본 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으로 바로 올라선 데는 업비트의 고속성장 영향이 크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업비트는 시장점유율 80% 수준까지 차지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 성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90%에 가깝다. 직원 1인당 연봉은 3억9200만원으로 주요 증권사를 훌쩍 뛰어넘었다.

두나무는 지난 3월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 3조7046억원, 영업이익 3조27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나무의 실적은 지난해 불어닥친 코인 투자 열풍으로 크게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866억원)과 비교해 무려 3600% 넘게 증가했다.

두나무가 기록한 영업이익률 88.3%는 이례적인 수치다. 일반적인 기업으로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달성한 현대백화점(3조5725억원)의 영업이익은 264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3조15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이익은 1조4855억이었다.

영업이익률 88.3% 이례적 수치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 효과 톡톡

일각에서는 두나무에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이 나온 건 업비트가 암호화폐 결제·매매·예탁 등 시장의 기능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식시장의 경우 해당 기능들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법에 따라 여러 기관에 분산돼있다. 

하지만 아직 업권법조차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코인 거래소가 그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상충되는 기능을 거래소가 모두 독점하고 있어 감시·견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마진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나무 영업이익은 4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지주(2조5879억원)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4조원을 넘었고, 하나금융 또한 처음으로 3조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걸 감안하면 두나무의 성장세가 매섭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는 업비트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금융보험업과 마찬가지로 고객예치금(고객자산)은 자산총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업 회사의 경우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해당 여부를 결정한다.

두나무의 고공행진은 임직원을 돈방석에 앉게 했으며 송 의장을 재벌 오너 반열에 오르게도 했다. 지난달 5일 두나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송 의장을 비롯한 등기이사 3명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198억9849만8000원으로, 보수 한도 200억원을 꽉 채웠다.

송 의장은 급여 24억1380만원에 상여금 74억4166만6000원을 더해 총 98억5546만6000원의 보수를 받았다. 

두나무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결정한 배당총액은 약 2000억원(주당 5768원)이다. 이에 따라 지분 25.66%(889만6400주)를 가진 송 의장은 513억1443만5200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두나무 임직원의 지난해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3억9293만9000원으로 빗썸의 직원 평균 연봉(1억1800만원)보다 3.3배가량 앞섰다.


이처럼 두나무가 돈방석에 앉게 된 것은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 수익으로 폭리를 취한 덕분이다.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사고팔 때마다 정해진 수수료율에 맞게 받는 구조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 수수료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매출·영업익
3조원 돌파

스타트업 신화로 알려진 송 의장은 지난해 10월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 서울대편에 나와 ‘스타 비즈니스 만들기’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 의장이 외부 강연·토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의장은 자신의 창업 성공 비결에 대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탐색 기간이 너무 길면 동료들이 지친다”며 “사업 성공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3년 내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끈기와 우직함과 함께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끊고 돌아가는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지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작은 부자는 노력이 만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며 “사업의 성패는 시장의 비어있는 공간 찾기 여부에 달려 있는데, 변화의 시기에는 비어있는 공간이 많고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업비트를 설립할 때도 2009년 비트코인이 나오는 등 암호화폐 시장 초기라 기회가 컸었고 끊임없는 서비스 개선과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많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1등 사업자가 되는 것이 ‘스타 비즈니스’를 만드는 핵심 노하우라는 것이다. 


송 의장은 “이 과정에서 시장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훌륭한 팀원과 주변 조력자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만 CEO가 창업 초기 좋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핵심에 집중하지 않고 네트워크 확대나 벤처캐피털(VC)과의 미팅에 주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의장은 충청남도 공주 출생으로 충남과학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경제학부를 부전공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정보기술(IT) 기업 다날에서 병역특례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면서 휴대폰 결제 시스템 등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송 의장은 IT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휴대폰 불법 결제 사건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다날 근무 당시 불법 결제 패턴을 찾아 방지하는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 한국과 중국에 적용했다. 송 의장은 IT 시스템 개발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3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일에 재미를 느껴 진로를 바꿨다. 

병역 복무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인 이노무브에 입사했다. IT 관련 개발 업무과 일반 기업의 새 수익모델을 찾는 일을 하다가 2011년 말 두나무를 설립했다. 동문인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과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내 사무실을 얻었다. 

초기 두나무는 가상자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송 의장은 당시 8개의 아이템으로 서로 다른 비즈니스를 실행해보고 가장 괜찮은 것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계획이었다. 전자책(E-book) 플랫폼 사업으로 시작해 업계 순위 10위에 올랐지만, 매출이 신통치 않아 접었다. 

이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뉴스를 모아 추천해주는 ‘뉴스메이트’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IT 벤처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비슷한 경쟁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했다. 

2011년 말
설립해 성장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로 광고가 많이 붙으려면 트래픽이 있어야 하는데 생각했던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회의와 구상 끝에 ‘증권 플러스 for 카카오‘ 증권 앱을 만들었다. 

당시 증권 전문가인 김형년 퓨처위즈 총괄본부장과 상의해 손을 잡았다. 2013년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2억원 투자를 받고, 금융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카카오에서도 33억원을 투자받았다. 주식거래 시장은 홈트레이닝시스템(HTS)에서 모바일트레이시스팀(MTS)로 변하는 추세다. 

기존 증권사와는 달리 증권 플러스는 카카오와 연동된 소셜 기능과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인터페이스를 갖춰 각광받고 있었다. 송 의장 경력으로 안전거래를 위한 보안 기능을 달고, 한 번의 터치로 시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심 종목이 설정 가격에 도달하면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했고, 카카오 이름에 걸맞게 소셜 기능도 추가해 자기 정보를 공개한 유저의 투자종목을 볼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핵심적인 것은 UI가 뛰어난 앱으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휴는 순식간이 이뤄졌으며 증권 앱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카카오 증권으로 발전해 누적 거래액이 22조원을 돌파하면서 큰 성공을 맞이했다. 2016년 두나무 투자일임을 설립해 투자 일임 서비스도 제공했다. 부자들은 상속과 재테크 등을 위해서 자문사에 수억원 수수료를 내고 투자 일임을 서비스받는다.

하지만 평범한 개인들은 서비스받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아 받지 못한다. 송 의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투자 시두나무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최소 일임 규모를 50만원으로 낮춰서 서비스를 내놨다. 

2017년 두나무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오픈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송 의장은 거래소라는 아이템이 카카오스탁을 운영했던 두나무 팀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특강 강연자 나서
“3년 내로 사업 승부 봐야”

거래소 서비스를 위한 기획과 개발에 고민했고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완성했다. 송 의장은 암호화폐에 대한 경험이 없어 서비스 콘셉트를 고민했다. 이를 위해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은 뒤 2017년 당시 성장하는 시장, 뛰어난 팀, 역량 있는 파트너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덕분에 업비트는 출시 2개월 만에 하루 최대 거래량 12조 DAU 190만의 국내 최대 거래소가 될 수 있었다. 

업비트의 성공에 가장 큰 요인은 쾌적한 사용환경이었다. 경쟁사에 비해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또 업비트에서는 단기적인 거래량 경쟁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고도화했다. 또, 국내 최대 125개 코인에 대한 입출금도 지원한다. 

최근 미국 경제 매거진 <포브스>는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했는데 송 의장이 8위에 올랐다. 매체는 그의 순자산을 37억달러(약 4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두나무 지분 2.5%를 매입했을 당시 기업가치를 170억달러(약 21조5000억원)로 계산해 판단한 것이다.

이 중 송 의장은 두나무 최대주주로 지분 25.7%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포브스>는 지난해보다 7명 증가한 19명의 억만장자를 공개했다. 가상자산 억만장자 1위는 순자산 650억달러(약 79조3000억원)로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창펑 자오가 차지했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대표,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대표가 뒤를 이었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도 16위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송 의장과 두나무를 공동 설립한 인물로, 두나무 지분 13.2%를 소유하고 있다.

송 의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을 두고 ‘세상에 이로운 기술과 힘이 되는 금융으로 미래세대를 키웁니다’라는 슬로건에 맞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두나무는 지속 가능 경영 강화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ESG 경영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송 의장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는 두나무의 주요 사업에 대해 ESG 관점에서 안건을 검토하고,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해 제언한다. 지난해부터 나무·청년·투자자 보호 등 3대 키워드를 선정해 2024년까지 ESG 활동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본격적인 ESG 활동에 앞서 두나무는 ▲수익을 나눠 환경과 사회발전에 기여 ▲두나무 기술을 활용해 정보 제공 교육 ▲디지털자산 표준 규정과 건강한 투자 생태계 조성 등을 목표를 설정했다.

“ESG 활동에
1000억 투자”

송 의장은 “탄소중립은 ESG 경영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이슈”라며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두나무의 기술과 자원을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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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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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