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몰랐던 총수 송치형 두나무 의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5.02 15:50:08
  • 호수 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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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44위 코인 재벌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자산 10조가 넘는 두나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창업주 송치형 의장의 공이 크다. 스타트업 창업신화를 쓴 송 의장의 마법은 무엇일까.

‘최초’라는 단어만큼 화려한 수식어는 많지 않다. 최초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뜻이다. 한 분야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으려면 남들은 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가상자산 최초
상출제한집단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최초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열풍에 힘입어 사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자산총액이 약 10조8225억원으로 늘어 가상자산 거래 주력집단 중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됐다. 재계 순위로는 44위다.

지정자료(공정위가 매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계열사·친족·임원·계열사의 주주현황 등의 자료) 제출 의무를 지는 두나무의 동일인으로는 송치형 의장이 지정됐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과 상출제한집단을 나누어 지정한 2017년 이래 대기업집단 지정을 건너뛰고 단숨에 상출제한 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두나무가 첫 사례다.

공정위는 고객 예치금 약 5조8120억원을 두나무의 자산으로 봐야 하는지를 검토했다. 두나무가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금융·보험업이 아닌 정보서비스업 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회계기준원 자문 등도 이번 결정의 근거가 됐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을 산정할 때 비금융·보험사는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상 합산해 결정하고 금융·보험사는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으로 결정해 간주한다. 고객 예치금을 제외 자산이 5조원을 넘어 두나무는 대기업집단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고객의 코인은 두나무가 갖게 되는 경제적 효익이 없어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제외했지만, 고객 예치금은 두나무 통제하에 있고 그로부터 경제적 효익을 두나무가 얻고 있어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되더라도 채무보증이나 순환출자가 없어서 현재로선 사업 운영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두나무가)공정위에 표명했다”며 “14개 계열사 중 사익편취 행위 규제 대상이 있는지는 이달 말까지 관련 자료를 받아본 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으로 바로 올라선 데는 업비트의 고속성장 영향이 크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업비트는 시장점유율 80% 수준까지 차지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 성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90%에 가깝다. 직원 1인당 연봉은 3억9200만원으로 주요 증권사를 훌쩍 뛰어넘었다.

두나무는 지난 3월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 3조7046억원, 영업이익 3조27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나무의 실적은 지난해 불어닥친 코인 투자 열풍으로 크게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866억원)과 비교해 무려 3600% 넘게 증가했다.

두나무가 기록한 영업이익률 88.3%는 이례적인 수치다. 일반적인 기업으로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달성한 현대백화점(3조5725억원)의 영업이익은 264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3조15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이익은 1조4855억이었다.

영업이익률 88.3% 이례적 수치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 효과 톡톡

일각에서는 두나무에 지나치게 높은 마진율이 나온 건 업비트가 암호화폐 결제·매매·예탁 등 시장의 기능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식시장의 경우 해당 기능들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법에 따라 여러 기관에 분산돼있다. 

하지만 아직 업권법조차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코인 거래소가 그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상충되는 기능을 거래소가 모두 독점하고 있어 감시·견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마진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나무 영업이익은 4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지주(2조5879억원)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4조원을 넘었고, 하나금융 또한 처음으로 3조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걸 감안하면 두나무의 성장세가 매섭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는 업비트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금융보험업과 마찬가지로 고객예치금(고객자산)은 자산총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업 회사의 경우 자본금 또는 자본총액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해당 여부를 결정한다.

두나무의 고공행진은 임직원을 돈방석에 앉게 했으며 송 의장을 재벌 오너 반열에 오르게도 했다. 지난달 5일 두나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송 의장을 비롯한 등기이사 3명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198억9849만8000원으로, 보수 한도 200억원을 꽉 채웠다.

송 의장은 급여 24억1380만원에 상여금 74억4166만6000원을 더해 총 98억5546만6000원의 보수를 받았다. 

두나무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결정한 배당총액은 약 2000억원(주당 5768원)이다. 이에 따라 지분 25.66%(889만6400주)를 가진 송 의장은 513억1443만5200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두나무 임직원의 지난해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3억9293만9000원으로 빗썸의 직원 평균 연봉(1억1800만원)보다 3.3배가량 앞섰다.

이처럼 두나무가 돈방석에 앉게 된 것은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 수익으로 폭리를 취한 덕분이다.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사고팔 때마다 정해진 수수료율에 맞게 받는 구조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 수수료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매출·영업익
3조원 돌파

스타트업 신화로 알려진 송 의장은 지난해 10월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 서울대편에 나와 ‘스타 비즈니스 만들기’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 의장이 외부 강연·토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의장은 자신의 창업 성공 비결에 대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탐색 기간이 너무 길면 동료들이 지친다”며 “사업 성공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3년 내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끈기와 우직함과 함께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끊고 돌아가는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지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작은 부자는 노력이 만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며 “사업의 성패는 시장의 비어있는 공간 찾기 여부에 달려 있는데, 변화의 시기에는 비어있는 공간이 많고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업비트를 설립할 때도 2009년 비트코인이 나오는 등 암호화폐 시장 초기라 기회가 컸었고 끊임없는 서비스 개선과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많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1등 사업자가 되는 것이 ‘스타 비즈니스’를 만드는 핵심 노하우라는 것이다. 

송 의장은 “이 과정에서 시장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훌륭한 팀원과 주변 조력자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만 CEO가 창업 초기 좋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핵심에 집중하지 않고 네트워크 확대나 벤처캐피털(VC)과의 미팅에 주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의장은 충청남도 공주 출생으로 충남과학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경제학부를 부전공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정보기술(IT) 기업 다날에서 병역특례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면서 휴대폰 결제 시스템 등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송 의장은 IT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휴대폰 불법 결제 사건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다날 근무 당시 불법 결제 패턴을 찾아 방지하는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 한국과 중국에 적용했다. 송 의장은 IT 시스템 개발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3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일에 재미를 느껴 진로를 바꿨다. 

병역 복무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인 이노무브에 입사했다. IT 관련 개발 업무과 일반 기업의 새 수익모델을 찾는 일을 하다가 2011년 말 두나무를 설립했다. 동문인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과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내 사무실을 얻었다. 

초기 두나무는 가상자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송 의장은 당시 8개의 아이템으로 서로 다른 비즈니스를 실행해보고 가장 괜찮은 것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계획이었다. 전자책(E-book) 플랫폼 사업으로 시작해 업계 순위 10위에 올랐지만, 매출이 신통치 않아 접었다. 

이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뉴스를 모아 추천해주는 ‘뉴스메이트’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IT 벤처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비슷한 경쟁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했다. 

2011년 말
설립해 성장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로 광고가 많이 붙으려면 트래픽이 있어야 하는데 생각했던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회의와 구상 끝에 ‘증권 플러스 for 카카오‘ 증권 앱을 만들었다. 

당시 증권 전문가인 김형년 퓨처위즈 총괄본부장과 상의해 손을 잡았다. 2013년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2억원 투자를 받고, 금융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카카오에서도 33억원을 투자받았다. 주식거래 시장은 홈트레이닝시스템(HTS)에서 모바일트레이시스팀(MTS)로 변하는 추세다. 

기존 증권사와는 달리 증권 플러스는 카카오와 연동된 소셜 기능과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인터페이스를 갖춰 각광받고 있었다. 송 의장 경력으로 안전거래를 위한 보안 기능을 달고, 한 번의 터치로 시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심 종목이 설정 가격에 도달하면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했고, 카카오 이름에 걸맞게 소셜 기능도 추가해 자기 정보를 공개한 유저의 투자종목을 볼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핵심적인 것은 UI가 뛰어난 앱으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휴는 순식간이 이뤄졌으며 증권 앱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카카오 증권으로 발전해 누적 거래액이 22조원을 돌파하면서 큰 성공을 맞이했다. 2016년 두나무 투자일임을 설립해 투자 일임 서비스도 제공했다. 부자들은 상속과 재테크 등을 위해서 자문사에 수억원 수수료를 내고 투자 일임을 서비스받는다.

하지만 평범한 개인들은 서비스받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아 받지 못한다. 송 의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투자 시두나무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최소 일임 규모를 50만원으로 낮춰서 서비스를 내놨다. 

2017년 두나무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오픈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송 의장은 거래소라는 아이템이 카카오스탁을 운영했던 두나무 팀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특강 강연자 나서
“3년 내로 사업 승부 봐야”

거래소 서비스를 위한 기획과 개발에 고민했고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완성했다. 송 의장은 암호화폐에 대한 경험이 없어 서비스 콘셉트를 고민했다. 이를 위해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은 뒤 2017년 당시 성장하는 시장, 뛰어난 팀, 역량 있는 파트너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덕분에 업비트는 출시 2개월 만에 하루 최대 거래량 12조 DAU 190만의 국내 최대 거래소가 될 수 있었다. 

업비트의 성공에 가장 큰 요인은 쾌적한 사용환경이었다. 경쟁사에 비해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또 업비트에서는 단기적인 거래량 경쟁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고도화했다. 또, 국내 최대 125개 코인에 대한 입출금도 지원한다. 

최근 미국 경제 매거진 <포브스>는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했는데 송 의장이 8위에 올랐다. 매체는 그의 순자산을 37억달러(약 4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두나무 지분 2.5%를 매입했을 당시 기업가치를 170억달러(약 21조5000억원)로 계산해 판단한 것이다.

이 중 송 의장은 두나무 최대주주로 지분 25.7%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포브스>는 지난해보다 7명 증가한 19명의 억만장자를 공개했다. 가상자산 억만장자 1위는 순자산 650억달러(약 79조3000억원)로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창펑 자오가 차지했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대표,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대표가 뒤를 이었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도 16위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송 의장과 두나무를 공동 설립한 인물로, 두나무 지분 13.2%를 소유하고 있다.

송 의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을 두고 ‘세상에 이로운 기술과 힘이 되는 금융으로 미래세대를 키웁니다’라는 슬로건에 맞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두나무는 지속 가능 경영 강화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ESG 경영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송 의장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는 두나무의 주요 사업에 대해 ESG 관점에서 안건을 검토하고,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해 제언한다. 지난해부터 나무·청년·투자자 보호 등 3대 키워드를 선정해 2024년까지 ESG 활동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본격적인 ESG 활동에 앞서 두나무는 ▲수익을 나눠 환경과 사회발전에 기여 ▲두나무 기술을 활용해 정보 제공 교육 ▲디지털자산 표준 규정과 건강한 투자 생태계 조성 등을 목표를 설정했다.

“ESG 활동에
1000억 투자”

송 의장은 “탄소중립은 ESG 경영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이슈”라며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두나무의 기술과 자원을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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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