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 의혹 교육부 차관 이상한 변명

“인사혁신처서 그렇게 통보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대 총장은 장차관급 의전을 받는다. 고위공직자인 만큼 까다로운 인사 검증 절차를 거친다. ‘고위공직후보자 인사 검증 기준’에 따라 7대 비리 등에 해당하는 문제가 드러날 경우 임용 제청이 거부될 수 있다. 이때 임용 제청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다. 교육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총장 임용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겸직 위반 ▲세금 체납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에도 총장으로 임용됐다. 특히 2016년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법인)’에 고 총장을 대표자로 한 법인 ‘월튼메이’가 올라 있는 부분은 문재인정부가 정한 7대 비리(세금 탈루)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톱다운?

당장 교육부의 부실한 인사 검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립대는 총장 임용 과정에서 교육부와 청와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학내 선거를 통해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면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에서 심의해 인사혁신처에 임용 제청을 한다.

이후 국무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재가가 떨어지면 총장으로 임용되는 방식이다. 

고 총장은 지난해 11월24일 학내 선거에서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이후 인사위 심의를 거쳐 2월 말 임용 제청됐다. 지난달 국무회의 의결로 고 총장은 방송대 제8대 총장으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고 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눈여겨볼 점은 총장 후보자 선거 직전 교육부의 방송대 종합감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25일부터 11월5일까지 10일간 방송대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2018년 3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약 3년 동안의 기관 운영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취지였다. 

앞서 교육부는 ▲교직원 인사 및 복무 관리 ▲입시 및 학사 관리, 예산 및 회계 관리 ▲연구비 및 실험 실습 기자재 관리 ▲시설물 및 안전관리 ▲민원·비위 제보에 따른 확인 필요사항 등을 감사하겠다고 공지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감사 과정에서 고 총장 관련 민원이 제기됐다. 실제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고 총장 관련 의혹을 감사 과정에서 인지했다고 인정했다. 교육부 내부에서 고 총장이 방송대 총장으로 임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교육부 차관 인사위 위원장 맡아
사안 심각성 알고 있었는데 왜?

이뿐만 아니라 지난 2월 방송대 관계자와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만난 자리에서도 고 총장에 대한 논란이 언급됐다. 이날 자리에는 방송대 관계자 2명과 외부 인사 1명, 정 차관 등 4명이 참석했다. 실제 식사에 참석한 김모 교수는 “다른 방송대 관계자와 정 차관이 독대하는 과정에서 고 총장 관련 논란이 화제로 올랐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차관은 인사위의 위원장을 맡는다. 정 차관이 고 총장 관련 논란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2주 뒤인 2월 말 교육부는 고 총장을 방송대 총장으로 임용 제청한다고 밝혔다.

고 총장을 둘러싼 의혹에 교육부가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교수가 학내 게시판에 고 총장의 해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지만 교육부의 ‘인증’이 강력한 방패가 됐다. 결국 고 총장은 지난 7일 취임식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고 총장의 취임식 전날(6일) 정 차관에게 기사를 하나 보내줬다. 그랬더니 다음 날 오전 8시30분경에 전화를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게재된 <일요시사> ‘<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 교육부 이중잣대 추적’(1369호) 기사다. 고 총장을 둘러싼 의혹과 교육부의 들쭉날쭉한 총장 임용 제청 기준을 지적한 내용이다.

이날 통화에서 정 차관은 인사혁신처를 언급했다. 그는 “인사혁신처와 관련한 건은 어쨌든 저도 그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서 ○○○한테도 말씀드렸지만 상당히 심각하게 봤는데 의외로 그 사안에 대해서는 저희가 느낀 것만큼 그렇게 최종 통보오기로는 그러질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결정적으로 저희가 임용 제청 추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는, 저희 교육부가 이제 예를 들어서 직무유기나 경우에 따른 직권남용 이런 걸로 이제 법적인 다툼에… 아시겠지만 인사위원회가 되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인사혁신처가 그렇게 통보해 오는데 그 재량권을 남용하는 경우가 말씀드린 그런 게 해당될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 차관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은 ▲“(고 총장 관련 사안을) 상당히 심각하게 봤는데” ▲“인사혁신처가 그렇게 통보해 오는데”라는 정 차관의 말이다.

문제 제기하자 직접 전화로 해명
인사처 “교육부에 말 안 한다”

먼저 국립대 총장의 임용 제청 여부를 결정하는 인사위에서 고 총장 관련 의혹을 심각하게 봤는데도 불구하고 임용 제청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문부호가 붙었다. 이미 교육부는 여러 국립대 총장 후보자를 상대로 임용 제청을 거부한 바 있다. 

당장 고 총장 직전 총장인 류수노 전 방송대 총장도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로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40개월 만에 총장으로 임용됐다. 공주교대 역시 1순위 총장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로 27개월째 총장이 공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정 차관이 인사혁신처를 언급한 점이다. 국립대 총장 임용 프로세스대로면 인사혁신처는 교육부의 임용 제청을 받아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올리는 등 행정 절차를 처리할 뿐이다. 

실제 인사혁신처 대변인은 “인사혁신처는 국립대 총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는다”며 “행정 절차를 진행할 뿐 검증은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인사혁신처에서 교육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일은 없다. 내용을 검토하지도 않는다”며 “임용 제청 여부는 교육부가 인사혁신처로 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차관의 말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임용 과정이 교육부-인사혁신처-청와대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인사혁신처-교육부로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이라며 “교육부나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진실공방


김 교수는 “고 총장과 관련한 교육부의 결정은 전국의 공무원에게 ‘겸직을 해도 된다’는 나쁜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고 총장은 겸직 위반을 관리하는 교무처 부처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겸직 사실은 철저히 숨겼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차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교육부 대변인실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결국 답신은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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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