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에 열광하는 사람들 세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18 14:45:43
  • 호수 1371호
  • 댓글 7개

잘생기고 예쁘면 다 용서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이은해의 팬톡방이 생겨나고 있다. 팬들은 이은해의 외모를 칭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은해의 도피 과정에서 금전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마저 나온다.

가평계곡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가 잠적한 지 4개월 만에 잡혔다. 검거와 동시에 행방이 묘연했던 이은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종 세력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이은해 팬클럽으로 보이는 다수 단체대화방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카카오톡에서 ‘이은해’를 검색하면 ‘이은해 팬톡방’ ‘가평계곡 이은해 팬톡방’ ‘은해의 은해 이은해 팬클럽’ 등의 이름인 대화방이 나타났다. 

이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은 이은해를 옹호하는 내용의 대화를 했다. 심지어 이은해의 외모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화방에는 “외모가 예쁘면 죄가 용서된다” “이은해에게 잘못이 있다면 너무 이쁜게 죄”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와 함께 계곡 사망 사건의 피해자인 이은해의 남편 A씨를 두고 “솔직히 남자도 답답하지 않으냐”는 고인 모욕성 발언도 게재됐다.


네티즌 일부는 대화방에 들어와 채팅방 개설자를 비방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은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 “방장 각오하길” “관심받으려고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간 본인에게 되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사이코패스가 의심되는 이은해의 잔인한 범행이 ‘이쁘다’는 황당한 논리로 용서받고 그를 추종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실제 이은해의 도피를 도왔던 조력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4개월 동안 본인들 명의의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전혀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도 두 사람의 도피를 돕는 이가 있을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

실제 이들의 도피를 돕는다면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형법 151조(범인도피죄)에 따르면 벌금 이상 형의 범죄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도록 한 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 팬톡방 개설
‘잘못 있다면 예쁜 거’ 옹호 대화 공유

상한인 징역 3년은 살인죄 등 징역 5년형 이상의 중죄를 저지른 피의자 도피를 도왔을 때 선고된다. 검찰은 이은해와 조현수를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공개수배 중인데 살인죄가 입증될 경우 이들은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이은해 팬톡방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현재 이은해 관련 팬클럽은 비공개 전환되거나 삭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익명성에 기대 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슴속에 있는 가학성을 표출하는 것을 두고 우려를 드러냈다.

팬톡방 현상에 대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이들이 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올리는 이들은 가학성을 표출하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범죄자의 매력을 느낀 이들이 ‘팬클럽’을 형성하는 건 이전부터 종종 있어왔다.

1990년대 후반 탈옥 907일 만에 검거된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도 뛰어난 패션감각과 외모로 이른바 ‘신창원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신창원은 1997년 강도살인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8년째 복역 중이던 인물로, 교도소에서 탈옥 후 신출귀몰한 도피 행각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범죄자 최초로 그를 대상으로 한 팬카페가 개설됐고, 체포 당시 입었던 무지개색 셔츠는 품절 대란이 일어나는 등 블레임룩(blame look)의 원조가 되기도 했다. 블레임룩이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의 패션을 일반인이 따라하는 것을 뜻한다.

2003년 강도얼짱이란 말이 생겨났다. 같은 해 1월 이미혜는 남자친구와 함께 승용차를 훔쳐 달아난 뒤 여자 2명을 납치하고 돈을 갈취해 경찰 수배 대상에 올랐다. 두 사람은 3건의 강도와 12건의 절도 행각을 벌였고, 차를 버릴 때는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문까지 없앴다. 이처럼 치밀함을 보였던 이들은 곧 현상수배 전단에 오르게 됐다.

‘블레임룩’ 신창원 최초로 팬덤 형성
‘강도얼짱’ 이미혜 수배지 미모 화제

20대 초반이었던 이미혜의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여느 범죄자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이씨의 미모를 내세우며 ‘강도 얼짱’ 팬카페까지 개설했는데 회원 수가 6만명을 넘기도 했다.

2009년에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한 피의자 조두순을 옹호하는 온라인 카페가 생겼다. 당시 해당 카페는 조두순의 이름과 함께 ‘성범죄자의 인권을 위한 카페’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1년 뒤 중학생을 납치하고 살해한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를 옹호하는 온라인 카페가 개설됐다. 당시 카페에서는 도주 중에 자르지 못해 눈을 가린 김길태의 머리 모양을 두고 ‘김길태 컷’이라는 이름까지 지었고 그가 입고 있던 의류 브랜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 하이브리스토필리아(범죄자 애호 심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동조하거나 매력을 느끼는 심리다. 김기윤 변호사는 “범죄자의 삶을 동경하는 심리가 작용해(이은해를 옹호하는) 대화방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카페 개설 배경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 회원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이를 다시 불법 카페 매매 시장에 되팔아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다. 수익 목적을 위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응원해 어떻게든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범죄자를 옹호하는 단체대화방을 운영하거나 대화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대화방 내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한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유족 측이 민사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관심 끌려고…


오 교수는 “미국에서도 1970년대 여성 30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테드번디와 결혼하겠다고 나섰던 이들이 있었다. 결국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보려는 행동들”이라며 “이런 팬클럽이 언론 보도를 통해 관심받게 되면, 자신들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것처럼 보이게 되기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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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