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온 국민을 경악케한 ‘오원춘 사건’. 20대 여성의 사체를 360여 조각으로 도려낸 희대의 살인범에게 항소심에서도 사형이 구형됐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인육 공급책 관련 의혹을 씻어내진 못했다. 정말 그는 인육을 노렸던 것일까. 아니면 사이코패스의 하나였을 뿐일까. 미공개 CCTV 영상을 통해 끝날 줄 모르는 인육 의혹을 파헤쳐봤다.
피살자의 사체를 360여 조각으로 나눈 뒤 13개의 비닐봉지의 나눠 담은 오원춘 살인사건의 잔혹성과 인육 유통 조직 연계설이 거셀 무렵이던 지난 6월. 오원춘 살인사건 1심 재판부는 공식적으로 오원춘의 행태가 ‘인육 제공’목적이라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그는 항소했다. 지난 13일 열린 항소심에서 오원춘은 “사형에는 이견이 없으나 사람들이 (내가) 인육을 팔았다고 해서 (억울해서) 항소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일용직 노동으로 근근이 생활하면서도 중국에 거액의 돈을 송금한 점, 시신훼손 이유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이들의 정체는?
이 가운데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그간 경찰 측에서 미공개로 일관해온 사건 현장 CCTV 일부를 확보한 후 이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사건 전후 상황이 기록된 2시간 분량의 CCTV에는 그간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몇 가지 사실들이 포착됐다.
CCTV에서는 사건 현장을 목격했을 것으로 예상하는 ‘한 묘령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간 이 여성은 사건 현장 쪽을 바라보는 듯 한 모습, 마치 망을 듯 한 모습을 보여 “오원춘과 인육을 유통하는 동업자”라는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미공개 CCTV에서 이 여성은 사건이 발생하기 2분여 전에도 택시를 타고 사건현장에 도착한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남자와 함께 말이다.
이 의혹을 바탕으로 전 의원이 새롭게 제기한 의문점은 이렇다. 먼저 사건발생 3분 전, 오원춘이 서서 피해자를 기다리던 전봇대 뒤에는 오원춘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사건 현장에 대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돌아간 CCTV 화면. 사건발생 1분40초 전 사건현장 인근에서 한 대의 택시가 서더니 1쌍의 남녀가 하차한다.
이후 사건발생시간 택시에서 내린 여성은 마치 망을 보는 듯한 행동을 하고 같이 하차한 남성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다.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오원춘이 전봇대 뒤에서 지나가는 피해자를 덮치는 모습이 포착된다.
더욱 의혹이 가는 것은 이 여성의 행동이다. 당초 사건 현장을 보지 못 했을 것이라는 경찰의 설명과 달리 지나가는 남자 행인과 눈이 마주치자 사건현장이 아닌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다.
전 의원은 “이 여성은 사건현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았고, 지나가는 행인이 그것을 눈치챌까봐 일부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며 “왜냐하면 이후에 이 여성이 다시 사건현장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고 말했다. 이는 “이 여성이 오원춘과 공범”이라는 최초 의혹제기가 사실일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묘령의 남녀 택시서 내린 후 모든 행동 시작
경찰 범행현장 2번 출동…사라진 그들 누구?
이후 CCTV가 다른 방향을 촬영하면서 아쉽게도 이 여성과 남성은 행방을 알 수 없게 된다. 묘령의 남녀가 망을 보거나 사라진 동안, 피해 여성은 오원춘의 집으로 끌려 들어가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 문을 잠그고 112에 전화를 결었다.
“여기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 당하고 있거든요. (자세한 위치 모르겠어요?)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요. (누가, 누가 그러는 거예요?) 어떤 아저씨요. 아저씨 빨리요, 빨리”.
피해 여성의 절규는 경찰 상황실로 전해지다 7분 36초에 끊기고 만다. 그리고 불과 5분 뒤 오원춘 집 인근에 순찰차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내 순찰차는 다른 골목으로 사라지고 34분 뒤 경찰용 밴이 출동하지만 역시 오원춘의 집 앞을 그대로 지나쳐 버린다. 결국 피해 여성은 6시간 뒤 살해됐고 신고 후 13시간 뒤, 잔혹하게 훼손된 모습으로 발견됐다.
국민 의혹 해소해야
전 의원에 따르면 새로운 의문들을 갖고 경찰에 확인한 결과, 이 두 남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 의원은 “아무리 봐도 미공개 CCTV 속 택시에서 함께 내린 남성과 여성은 오원춘과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들이 도착하기 전에 오원춘 사건의 징후나 움직임이 없었고, 이들이 도착한 이후에 마치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모든 행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1심 판결문과 2심 공판과정에서 판사들이 지속적으로 ‘인육’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사건 현장의 미공개 CCTV 역시 공범자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며 오원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오원춘 사건 이후 경찰청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옷을 벗고 수사팀이 줄징계를 받은 만큼, 공범 의혹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강력범죄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구실로 끔찍한 오원춘 사건을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철저한 보강 수사로 의혹을 해소시키는 것만이 사회에 만연한 공포와 불안에서 국민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사진=전병헌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