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사건’ 풀리지 않은 인육 수수께끼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18 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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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CCTV 보니…운반책 공범 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온 국민을 경악케한 ‘오원춘 사건’. 20대 여성의 사체를 360여 조각으로 도려낸 희대의 살인범에게 항소심에서도 사형이 구형됐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인육 공급책 관련 의혹을 씻어내진 못했다. 정말 그는 인육을 노렸던 것일까. 아니면 사이코패스의 하나였을 뿐일까. 미공개 CCTV 영상을 통해 끝날 줄 모르는 인육 의혹을 파헤쳐봤다.


피살자의 사체를 360여 조각으로 나눈 뒤 13개의 비닐봉지의 나눠 담은 오원춘 살인사건의 잔혹성과 인육 유통 조직 연계설이 거셀 무렵이던 지난 6월. 오원춘 살인사건 1심 재판부는 공식적으로 오원춘의 행태가 ‘인육 제공’목적이라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그는 항소했다. 지난 13일 열린 항소심에서 오원춘은 “사형에는 이견이 없으나 사람들이 (내가) 인육을 팔았다고 해서 (억울해서) 항소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일용직 노동으로 근근이 생활하면서도 중국에 거액의 돈을 송금한 점, 시신훼손 이유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이들의 정체는?

이 가운데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그간 경찰 측에서 미공개로 일관해온 사건 현장 CCTV 일부를 확보한 후 이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사건 전후 상황이 기록된 2시간 분량의 CCTV에는 그간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몇 가지 사실들이 포착됐다.

CCTV에서는 사건 현장을 목격했을 것으로 예상하는 ‘한 묘령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간 이 여성은 사건 현장 쪽을 바라보는 듯 한 모습, 마치 망을 듯 한 모습을 보여 “오원춘과 인육을 유통하는 동업자”라는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미공개 CCTV에서 이 여성은 사건이 발생하기 2분여 전에도 택시를 타고 사건현장에 도착한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남자와 함께 말이다.


이 의혹을 바탕으로 전 의원이 새롭게 제기한 의문점은 이렇다. 먼저 사건발생 3분 전, 오원춘이 서서 피해자를 기다리던 전봇대 뒤에는 오원춘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사건 현장에 대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돌아간 CCTV 화면. 사건발생 1분40초 전 사건현장 인근에서 한 대의 택시가 서더니 1쌍의 남녀가 하차한다.

이후 사건발생시간 택시에서 내린 여성은 마치 망을 보는 듯한 행동을 하고 같이 하차한 남성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다.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오원춘이 전봇대 뒤에서 지나가는 피해자를 덮치는 모습이 포착된다.

더욱 의혹이 가는 것은 이 여성의 행동이다. 당초 사건 현장을 보지 못 했을 것이라는 경찰의 설명과 달리 지나가는 남자 행인과 눈이 마주치자 사건현장이 아닌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다.

전 의원은 “이 여성은 사건현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았고, 지나가는 행인이 그것을 눈치챌까봐 일부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며 “왜냐하면 이후에 이 여성이 다시 사건현장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고 말했다. 이는 “이 여성이 오원춘과 공범”이라는 최초 의혹제기가 사실일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묘령의 남녀 택시서 내린 후 모든 행동 시작
경찰 범행현장 2번 출동…사라진 그들 누구?

이후 CCTV가 다른 방향을 촬영하면서 아쉽게도 이 여성과 남성은 행방을 알 수 없게 된다. 묘령의 남녀가 망을 보거나 사라진 동안, 피해 여성은 오원춘의 집으로 끌려 들어가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 문을 잠그고 112에 전화를 결었다.


“여기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 당하고 있거든요. (자세한 위치 모르겠어요?)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요. (누가, 누가 그러는 거예요?) 어떤 아저씨요. 아저씨 빨리요, 빨리”.

피해 여성의 절규는 경찰 상황실로 전해지다 7분 36초에 끊기고 만다. 그리고 불과 5분 뒤 오원춘 집 인근에 순찰차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내 순찰차는 다른 골목으로 사라지고 34분 뒤 경찰용 밴이 출동하지만 역시 오원춘의 집 앞을 그대로 지나쳐 버린다. 결국 피해 여성은 6시간 뒤 살해됐고 신고 후 13시간 뒤, 잔혹하게 훼손된 모습으로 발견됐다.
 
국민 의혹 해소해야

전 의원에 따르면 새로운 의문들을 갖고 경찰에 확인한 결과, 이 두 남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 의원은 “아무리 봐도 미공개 CCTV 속 택시에서 함께 내린 남성과 여성은 오원춘과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들이 도착하기 전에 오원춘 사건의 징후나 움직임이 없었고, 이들이 도착한 이후에 마치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모든 행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1심 판결문과 2심 공판과정에서 판사들이 지속적으로 ‘인육’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사건 현장의 미공개 CCTV 역시 공범자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며 오원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오원춘 사건 이후 경찰청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옷을 벗고 수사팀이 줄징계를 받은 만큼, 공범 의혹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강력범죄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구실로 끔찍한 오원춘 사건을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철저한 보강 수사로 의혹을 해소시키는 것만이 사회에 만연한 공포와 불안에서 국민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사진=전병헌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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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