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지주사' 후성그룹 승계 과제

대관식 앞둔 황태자의 남겨진 퍼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후성그룹이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오너 2세는 십여 년 전부터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고, 그룹 핵심 계열사 경영을 맡아 능력을 충분히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주사 체제는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다.

후성그룹은 한국내화에 뿌리를 둔 중견 기업집단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사세 확장에 나선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한국내화, 후성, 퍼스텍 등 유가증권 상장사 3곳을 비롯한 24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사의 면모를 갖춘 상태다.

은둔형
알짜재벌

후성그룹은 창업주인 김근수 회장(1948년)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관계로 인해 현대그룹 방계로 분류된다. 김 회장은 정 창업주의 여동생인 고 정희영 여사와 고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수료한 김 회장은 같은 해 한국내화를 인수했고, 1983년 현대그룹으로부터 울산화학을 사들이며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나타냈다.

그룹 계열사 총매출은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상장 3사(한국내화·후성·퍼스텍)가 그룹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후성 3053억원 ▲한국내화 2180억원 ▲퍼스텍 1367억원 등 상장 3사의 매출 합계는 6600억원 수준이다.

상장 3사는 건실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후성 562억원 ▲한국내화 96억원 ▲퍼스텍 43억원 등이고, 특히 후성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18.4%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8.7%p 신장세를 나타냈다.


상장 3사가 그룹의 캐시카우라면, 비상장사인 후성HDS는 지배구조의 핵심 축이라고 볼 수 있다. 울산화학에 뿌리를 둔 후성HDS는 2007년 12월 투자자산을 제외한 사업 전체를 후성에 양도했고, 곧바로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다.

이후 후성HDS는 계열사 합병을 거치며 지주사 면모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 대다수가 후성HDS의 휘하에 놓인 구조가 구축된 상태다.

정리 안 된
그룹 뼈대

덕분에 오너 일가는 후성HDS를 지배함으로써, 나머지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말 기준 김 회장과 그의 아들인 김용민 총괄부회장이 보유한 후성HDS 지분은 90%에 근접한다.

다만 후성HDS는 상장 3사에 대한 지배력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후성HDS의 후성과 한국내화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6.6, 16.8%에 그친다. 심지어 퍼스텍 주식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상장 3사에 대한 후성HDS의 미흡한 지배력을 보충하는 김 회장과 김 총괄부회장이다. 김 회장은 ▲한국내화 16.88% ▲후성 12.59% ▲퍼스텍 26.55% 지분을 직접 보유 중이며, 김 총괄부회장 역시 ▲한국내화 8.57% ▲후성 22.76% ▲퍼스텍 17.83% 지분을 들고 있다.

특히 후성의 경우 김 총괄부회장의 지분율이 김 회장을 앞지른 상황이다.


1976년생인 김 총괄부회장은 1999년 워싱턴대학교를 졸업하고, 2006년 코넬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거쳤다. 이후 현대해상 뉴저지 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후성에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승계 작업이 가동된 건 15년 전 일이다. 2007년 김 회장은 김 총괄부회장에게 후성 주식을 증여했고, 이를 계기로 김 총괄부회장은 순식간에 후성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 무렵 김 총괄부회장은 후성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당시 부사장으로서 주로 사업 확장을 담당했고, 2차전지 사업 투자를 주도한 것도 김 총괄부회장이었다. 

2012년 김 회장이 후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김 총괄부회장의 보폭은 한층 넓어졌다. 후성에서는 송 대표와 공동대표로 선임됐고, 퍼스텍에서과 한국내화에서도 경영을 이끌어왔다.

알짜 회사는 오너 소유
곁가지만 지주사 관할

하지만 김 총괄부회장은 지난해 말 상장 3사 대표이사 직책을 모두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후성, 한국내화, 퍼스텍은 ‘오너 경영인-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전문 경영인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물론 김 총괄부회장의 영향력은 확고하다. 김 총괄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을 뿐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 멤버로서의 위상은 굳건한 셈이다.

김 총괄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김 회장과 유사하다. 김 회장은 2012년 한국내화와 후성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표면상 경영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계열사 이사회 등기임원이나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언제쯤 김 총괄부회장에게 후성HDS 주식을 넘길지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지주사 지분 승계는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나 다름없다. 2020년 말 기준 김 회장은 후성HDS 지분 79.9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반면 김 총괄부회장의 지분율은 9.41%에 머물러 있다. 

김 총괄부회장은 승계를 위해서라도 아버지가 보유한 후성HDS 지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상장 3사 주식 일부를  고점에 팔고 이를 통해 증여세 혹은 상속세 제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주식 매각이 지배력 감소로 이어질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지주사 체제를 뿌리내리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15년 만에…
확고한 장남

다만 후성HDS가 주력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지분 매입에 필요한 실탄이 충분치 못한 탓이다. 2020년 말 기준 후성HDS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3억원가량에 그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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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