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가을과 함께 성큼 다가왔다. 해마다 다가오는 명절이지만 매번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고향으로 가는 승차권 예매부터 성묘·음식준비까지. 그 중 가장 큰 고민은 단연 명절선물이다. 추석에는 주변 지인들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되새기고 예의를 갖춘다지만, 잘 못 골랐다가 되레 주고도 욕먹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이번 추석에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은 양말, 손수건 같은 ‘잡화 세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누, 샴푸 등의 생필품 세트도 반갑지 않은 선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어려운 경기 탓에 실속형 선물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명절 의미를 느끼기 힘든 ‘흔한’ 선물은 여전히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는 어려워도…
티켓몬스터가 추석을 맞아 2040 남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오픈서베이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추석 선물로 가장 반갑지 않은 항목을 묻는 질문에 41%의 응답자가 양말과 손수건 같은 ‘잡화 세트’를 꼽았다. 또한 비누, 샴푸 등 생필품세트가 반갑지 않다고 선택한 비율 역시 26.6%에 달했다.
직장인 김모(33·남)씨는 “잡화세트는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기쁠 게 없다. 성의가 없을 뿐더러 가격도 낮고, 심지어는 어떻게 처리하기도 힘든 선물이다”라며 “이런 선물을 하는 회사는 직원에 대한 인간적인 고려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28·여)씨는 “비누, 샴푸 등의 선물이 필수품임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샴푸나 치약이 귀했던 시대와는 달리 물자도 풍부하고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취향이 두드러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라며 “선물은 현실적인 부분과 인간적인 부분 모두가 중요하기 때문에 성의를 더 보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된장이나 한과 같은 전통 특산품, 햄과 참치캔 등 필수 먹을거리의 경우 각각 9%, 11%만 거부감을 보여 생필품 중에서도 특히 먹을거리 관련 아이템을 고르는 게 실패를 줄이는 방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받고 싶은 추석선물은 무엇일까. 온라인리서치 리서치패널코리아가 운영하는 패널나우가 회원 230명을 대상으로 ‘다가오는 명절 한가위.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가요?’를 묻는 질문에 과반수가 넘는 57%(130명)의 응답자가 ‘머니머니해도 현금이 최고’를 택했다. 2위는 15%(34명)로 ‘실용성 있는 상품권(백화점, 마트, 문화상품권)’이 차지했다.
양말 손수건 잡화세트 “너무 흔한 선물은 싫어요”
선물 구입비는 10만원대…실용적인 돈 선물 1위
응답자들은 ‘현금으로는 뭐든 살 수 있으니까, 맘에 드는 걸로 살 수 있다’ ‘돈만 밝히는 속물은 아니지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좋다’ ‘굳이 바라는 건 없지만 그래도 받게 된다면 현금이 최고가 아닐런지.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니까’로 선택 이유를 밝혔다.
뒤이어 ‘건강 제일! 건강보조식품(홍삼, 영양보조제 등)’이 7%(15명)로 3위를 나타났으며, ‘명품 가방’ 5%(12명), ‘단풍놀이 등 가을을 위한 아웃도어 용품’ 3%(8명), ‘한우세트’ 3%(8명), ‘부담없는 과일세트’ 3%(7명), ‘굴비세트’ 2%(5명), ‘화장품’ 2%(5명) 를 기록했다.
AK플라자가 AK멤버스 회원 2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받고 싶은 추석 선물을 묻는 질문에 역시 상품권(35.4%)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고 현금(21.3%), 정육세트(20.5%)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34%는 올 추석 선물은 10만∼20만원 상당의 비용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10만원 미만의 선물을 고르겠다는 응답자는 26.7%, 30만원 이상 40만원 미만의 금액을 쓰겠다는 이들은 21.5%를 차지했다.
직장인 조모(31·남)씨는 “경기불황으로 고가의 추석선물세트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만족스럽지 못한 선물을 드릴 수는 없기 때문에 다른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도록 상품권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추석은 짧은 연휴 때문에 귀성하려는 이들이 많이 줄 것으로 전망됐다. 추석 연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전체의 30.1%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겠다고 답했다. 시간적인 부담(36.6%)이나 경제적인 부담(27.5%), 잔소리 등 친척을 만나는 데에 대한 부담(13%) 등이 귀성을 포기하게 하는 요소로 꼽혔다.
명절 스트레스 역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73.1%의 응답자가 추석 연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부담(30.5%)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귀성길 교통체증(18.5%)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나왔다.
받는 건 특별한 걸로?
직장인 김모(35·남)씨는 “명절 때마다 친척들로부터 ‘결혼 안하니, 돈 많이 모았니, 연봉은 얼마니, 회사는 괜찮니’ 등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스트레스다”라며 “적당한 스트레스가 있어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지만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만이라도 마음고생 안하고 편하게 있다가 오고싶다”고 털어놨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올 추석은 짧은 연휴와 불황의 여파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부싸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선물은 10만원대의 저비용 고품질 상품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동을 주기 위한 선물, 조금 더 관계를 소중히 할 수 있는 선물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