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강만수 강판론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1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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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샌 메가뱅크…날 샌 킹만수호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MB노믹스'의 대표 아이콘이란 이유로 '킹만수'라 불린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잇따른 악재로 고심하고 있다. IPO는 불발 위기에 처했고 HSBC은행 인수도 무산됐다. 최근에는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도 다시 불거졌다. 강 회장의 오랜 숙원이던 산업은행 민영화는 제자리걸음이다. 현 정부 임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MB노믹스' 입안자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뒤로하고 강만수 회장이 산은금융지주에 입성한지 1년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파이오니어적 성장을 위해 민영화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밝히며 임기 내 산은 민영화를 목표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던 강 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날아가버린
메가뱅크 꿈

기업공개(IPO)는 국회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고 HSBC(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 인수작업도 돌연 중단됐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추진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도 무산됐다.

지난해 3월 강 회장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급부상한 것은 '메가뱅크론'이다. 강 회장은 지난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주창했던 메가뱅크의 꿈을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통해 이루려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산은금융지주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의 꿈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산은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야당과 금융노조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반대 여론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우리금융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금융지주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의 95% 이상 인수하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쳐 50%만 확보해도 인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산은금융에 우리금융을 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반발이 제기돼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강 회장은 산은금융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해제와 연내 IPO 상장으로 민영화 문제를 해결하려했다.

"민영화 반대, IPO 계속 추진" 말바꾼 산은 수장
MB임기 종료 앞두고 추진 프로젝트 차질 불가피

또한 부족한 수신기반 확보 및 개인고객 유치를 위해 HSBC 서울지점 11개 인수 추진과 다이렉트뱅킹 시스템 도입을 통한 공격경영을 벌여왔다.

산은금융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순조로웠다. 지난 1월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우리은행처럼 지분은 정부가 보유하지만 인사권, 예산권 등은 모두 자율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부 지분이 있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감독은 물론, 감사원과 국회의 감사,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 및 시장 감시는 계속 받아야 하지만 산업은행의 민영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산은지주는 민영화 대상기관으로 민간 시중은행과의 경쟁 등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요 하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인력운용과 예산집행상 제약이 존재, 경쟁력 강화 및 투자매력도 제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은지주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했던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연내 IPO 상장이 국회 반대에 좌절됐다. 사실 산은지주 IPO는 MB정부 초기에는 급물살을 탔다. 2008년 초 민영화 기반이 마련됐고 2009년 4월에는 여야가 2014년 5월까지 산은지주 주식을 시장에 한 주 이상 매각키로 하는 산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같은 해 10월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가 분리됐다.

2011년 3월 강 회장이 취임하면서 IPO는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곧 대선정국이라는 큰 벽에 가로막혔다. 정권말기와 IPO 시점이 맞물리면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이렇게 되자 강 회장은 말을 바꿨다. IPO와 산은 민영화는 별개라는 주장을 제기한 것.

사실상 물 건너간
연내 IPO 상장

강 회장은 지난 7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은 민영화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한 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IPO가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IPO와 민영화 사이에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며 "IPO가 곧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산은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산은의 경우 IPO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맞지만 궁극적인 민영화는 다음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다. 다만 IPO 추진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강 회장은 "여야가 합의하고 많은 학자들과 노조가 찬성해 법안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IPO가 진행되고 있는데 (IPO가 무산된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떠오르는
리베이트 사건

그러나 강 회장의 의지와는 달리 산은 IPO는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제조건인 산업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도 보고서 등을 통해 산은 IPO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실은 지난 7월24일 발간한 정책현안에서 "최근 유로존 위기로 증시가 침체돼 산은의 공모가 산정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시장 여건을 고려해 매각시기와 규모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뿐만 아니라 IPO를 염두에 두고 소매금융 기반 확보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해온 다이렉트 뱅킹은 '고금리'를 앞세워 저금리로 마땅히 예금할 곳을 찾지 못한 고객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자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마진 우려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31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던 HSBC 서울지점의 개인금융사업부문 인수도 돌연 중단됐다. 직원 고용승계에 대한 이견차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4월 산업은행과 HSBC는 거래의 기본 원칙에 합의, 본 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직원 고용관련 조건 등에 대한 상호간의 입장차이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2년 터진 이른바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 금태섭 변호사에 따르면 정준길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은 지난 4일 전화를 걸어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은 산업은행 투자금융실에 근무하던 강성삼씨가 1999∼2000년 5개 벤처기업에 산은 자금을 투자해 주는 대가로 3억9973만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을 받고 이를 매각해 총 11억7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내용이다. 강씨는 이중 3억1300만원의 주식을 받은 혐의를 제외하고 유죄로 판단돼 2003년 대법원에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산은 민영화 난항 연내 IPO 좌절
우리금융·HSBC 인수 작업 중단
목줄 쥔 기업들 '돈 먹는 하마'로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1조409억원)보다 40% 감소한 6196억원에 머물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그동안 평가손익에 반영했던 금호석유화학 전환사채 등이 지난해 말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올 상반기부터 파생상품 관련 수익이 줄어 외환 및 파생상품 관련 수익은 1억149억원으로 무려 79.5%나 감소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 0.71%)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5.8%)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32%, 8.22% 감소했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14.59%로 전년 동기 대비 2.57% 떨어졌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STX그룹과 금호산업, 팬택은 '돈 먹는 하마'다. 최근 우리은행으로 주채권은행이 변경된 쌍용건설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 6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의 부천시 중동 리첸시아 주상복합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분양수입금 배분을 놓고 최근까지 우리은행 등 PF대주단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2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팬택의 경우 애플과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단단히 굳히면서 M&A시점조차 잡기 어려워졌다. 유동성위기로 휘청거리면서 자금수혈을 받은 쌍용건설에는 앞으로 어느 정도의 돈이 더 들어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회장이 산은지주회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1년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지난 만큼의 임기가 남았지만 MB정부는 4개월 남짓 남았기에 이마저도 보장할 수 없다. 기재부 장관이었던 강 회장이 산은지주 회장으로 온 애초 목적이 MB정부의 산은지주 민영화란 공약을 해결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이는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임기 내에 산은지주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며 큰 소리 치던 강 회장은 민영화 반대론자가 됐다. 그러다가 민영화도, IPO도, HSBC은행도 잃었다. 강만수호가 동력을 잃은 것으로 비쳐진다.

남은 임기 1년6개월
꽉 채울 수 있을까?

경산남도 합천 출생인 강 회장은 경남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뉴욕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재무부 보험국장·이재국장·국제금융국장을 거쳐 내무부 및 재정경제원 세제실장으로 일했다.

제14대 관세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을 역임한 강 회장은 2008∼2009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기획재정부의 초대 장관으로 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 수장을 맡았다. 2009년 1월 기획재정부 장관을 퇴임한 그는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1년 3월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 행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13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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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