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예술의전당 직원들,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28 14:44:18
  • 호수 13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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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로 나뉜 임금협약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우릴 동료라고 생각하면 이럴 순 없죠.” 임재훈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예술의전당은 총 10만7454평으로 미술관 등 홀 9개를 포함한 건물로 이뤄져 있다. 이 모든 건물은 시설지원·환경미화·보안경비·주차관리팀 등이 안팎으로 ‘예술의전당답게’ 관리한다. 하지만 이들의 처우는 예술의전당답지 않은 실정이다.

예술의전당 조직은 크게 ‘경영본부’ ‘공연예술본부’ ‘예술협력본부’로 나뉜다. 이 안에는 총 4개의 세부 부서가 있다. 경영지원부에는 환경미화팀·시설지원팀·보안경비팀이 있다. 고객마케팅부에는 주차관리팀이 있다. 이들은 용역에서 공무직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불평등”

문재인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에서 환경미화, 시설관리원, 경비원 등 파견·용역 노동자 12만1000명을 정규직 전환했다.

몇몇은 여기에 해당됐으나 모든 파견·용역직이 해당되지 못했다. 자회사를 포함한 다른 공공기관에 위탁 또는 용역사업을 주고 있는 경우로, 예술의전당은 이에 해당한다.  

2018년 7월1일 예술의전당 용역 노동자들은 공무직원으로 전환됐다. 기존에 정규직 직원은 일반직, 용역에서 전환된 직원은 공무직으로 불렀다. 지난해 12월 기준 예술의전당 일반직은 167명, 공무직은 221명이다. 


공무직원이 말하는 불평등은 임금에서 시작한다. 일반직원의 평균 연봉은 7200만원이고, 공무직원의 평균 연봉은 2450만원이다.

평균 연봉 4750만원 격차의 이유는 업무의 성격과 전문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공무직원이 일반직원들만큼 연봉을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서울의 높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서울형 생활임금’에 맞게 올려 밥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서울형 생활임금’은 서울시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정책으로, 공무직 및 기간제 등 직고용 노동자는 2015년부터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적용했다.

올해 생활임금은 시급 1만766원으로 최저임금보다 1606원 높아, 월급은 225만원을 받아야 서울시 생활임금에 해당한다. 하지만 환경미화팀과 주차관리팀의 월급은 210만원 선으로 서울형 생활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임재훈 예술의전당 시설관리 노조위원장(제2노조)은 공무직이 된 후 월급을 인상해달라고 주장했고, 올해부터는 ‘서울형 생활임금’에 맞춰달라고 지속해서 요청 중이다. 

이에 대해 예술의전당은 “임금협약 때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의논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예술의전당 노동조합은 일반직원과 공무직원으로 구성된 1노조와 공무직 중 시설관리·환경미화팀인 2노조로 나눠져 있다.

교섭권 여부는 1노조에만 있으며 현재 ▲부장급 이상 직원 ▲회계·감사·예산·제도 담당 3급 이상 직원 ▲임원의 비서 및 운전기사 제외한 직원이 가입 대상이다.

2노조는 전 직원을 가입 대상으로 하며, 시설지원팀과 환경미화팀 대부분이 2노조 소속이다.

지난해 12월27일 예술의전당은 임금협약을 시행했다. 임금협약서에는 ‘일반직은 기본급 2.3% 인상하며, 공무직은 기본급 2.5% 인상과 직무급 1만3000원을 인상한다’고 기재돼있다.

이에 공무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고려해준 것으로 여겨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임금협약서 외 부속 합의서를 따로 만든 것이다. 부속 합의서에는 ‘일반직 기본급 2.3%과 직무급 10만원 인상한다’고 기재됐다. 공무직은 기존 임금협약서 내용과 동일하다.

이 내용에 분노한 공무직원은 “서울시청 공무직원의 평균 연봉은 3850만원이고 세종문화회관은 3350만원정도다. 그런데 예술의전당은 2450만원으로 연봉이 너무 낮다”며 “공무직은 낮은 연봉으로 배려 대상이고 타 관공서 및 공기업은 연봉 4~5% 인상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술의전당은 공무직원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금도 작고 숙직도 힘들어
모두 촉탁직…대부분 중장년

임 위원장은 “무대팀은 공연이 늦어지면 10시 이후에 끝난다. 코로나 전에는 11시에도 끝나서 차비 명목으로 10만원을 더 받았다. 이걸 핑계로 일반직원들이 10만원 더 달라고 한 것이다. 따로 진행된 임금협약 후 무대팀은 1노조에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임금 외에 다른 문제점도 있다. 보안경비팀은 제대로 된 숙직실이 없는 상황에서 숙직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겨울 추위가 절정일 때도 제대로 된 난방기구 없이 오직 전기매트에 의지해서 잠을 자야 했다.

한겨울 밤 온도가 영하 9도일 때, 숙직실 온도는 10도 전후였다. 야외 온도가 영하 7일 때, 실내는 11도인데 중앙난방을 끈 적도 있었다. 건물 로비에서 접이식 침대를 펼치고 자야 했다. 전기장판을 틀어도 한기가 가실 수 없는 상황이다. 


보안경비팀 A씨는 사내 통신망에 숙직환경 개선 요청 글을 올렸다.

A씨는 “보안경비팀의 숙식 장소가 코로나19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냐. 지난해에 구입한 미니 접이식 침대에 누우면 종아리 절반밖에 오지 않는 것을 아느냐”며 “경비 데스크 뒤에서 가취침해야 할 때는 꼬박 24시간 마스크를 착용한다. 품격 있는 예술의전당 위상에 걸맞게 사람답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A씨는 2번째 글에서 “글을 올린 후 1월28일 오전10시30분경 보안경비팀장의 호출을 받고 면담했다. 팀장은 ‘사내 통신망에 왜 그런 글을 올렸냐’ ‘이런 제안이 조직에 득이 되느냐’ ‘이 방법이 정상적이냐’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계속 이렇게 대처할 것이냐’고 질문했다”며 “대다수 팀원에게 열악한 숙식 환경이 개선되면 득이 되는 것 아니냐. 예술의전당이 아직도 구시대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해당 글을 올린 이후 예술의전당은 보안경비팀에게 난방기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기자가 취재 차 방문했던 지난 18일 이후 공사를 해서 숙직실을 마련했다.

임 위원장은 기존에는 없었던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공무직원들은 ▲환경미화팀 주6일제 근무에서 주 5일제로 ▲주차관리팀 핸드폰 사용 허가 ▲직원 중 코로나19 발생 시 일반직원들처럼 재택근무 허가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용역 직원들이 공무직원으로 전환된 지 4년째다. 이들은 공무직 입사 이후 꾸준히 자신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개선된 사항은 손에 꼽힐 정도다.

그 이유는 공무직원들은 ‘촉탁직’이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해서 촉탁직은 일용직, 임시직 등처럼 일정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 의해 근로하는 기간제 근로다.

이는 예술의전당 내규로 규정돼있다. 공무직원들의 정년은 보안경비 직군·환경미화 직군 만 65세, 시설지원 직군·주차관리 직군 만 60세다.

이들은 정년을 다 채운 뒤 평가에 따라 추가 근무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공무직원들의 나이가 대부분 중장년층인 것을 고려해, 공무직원들은 부당한 상황이 발생해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4년째 조율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공무직원들은 기존 용역 직원이 전환된 상황이라 임금체계를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예술의전당은 기본급과 직무급으로 나뉘는데, 공무직원은 100% 직무급이 확정돼 본 임금협약서에 넣었다. 일반직원은 직무급을 새로 받아야 하는 직원이 60%라서 본 협의가 아닌 부속 합의서에만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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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