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③강화도 보문사&석모도미네랄온천

강화도 서남쪽에 자리한 석모도는 소원 성취 기도처로 유명한 보문사를 품고 있다. 신라 시대에 창건한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국내 3대 해상 관음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는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덕분에 사계절 사람이 끊이지 않으며, 연초에는 새해맞이 기도를 하려는 인파로 북적거린다. 몇 년 전만 해도 석모도에 가려면 배를 타야 했지만, 2017년 석모대교가 개통하면서 보문사에 찾아가기 한결 수월해졌다.

관음 성지가 대부분 바닷가에 있는 것처럼 보문사도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낙가산 중턱에 자리한다. 낙가산은 관세음보살이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인도의 보타낙가산에서 따온 이름이며, 보문사에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마음의 힘이 끝없이 넓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자비로 살피는 관세음보살이 보문사 곳곳에 깃들었다.

석모대교 개통

절 입구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가파른 길을 따라 5분쯤 올라가야 한다. 노약자가 있다면 매표소에 문의해 셔틀 차량을 이용하자.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면 왼쪽에 개축한 용왕전과 새하얗게 빛나는 오백나한상이 보인다. 오백나한 뒤로 열반에 든 석가모니불을 모신 와불전이 있는데, 이곳에도 참배하며 기도하는 이가 많다. 길이가 약 10m에 달하는 와불상은 전각을 꽉 채울 만큼 거대하고 웅장하다.

나한상을 모신 천연 석굴도 영험이 깃든 기도처다. 설화에 따르면, 고기잡이하던 어부가 꿈에서 계시를 받고 그물에 걸려 올라온 석불을 이곳에 안치했다고 한다. 석굴 안을 흐르는 맑은 기운에 마음이 절로 경건해진다. 이 밖에 삼성각과 범종각 등 여러 전각이 있으며, 중심 전각은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보전이다.

산 중턱 절벽 바위에 모신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인천유형문화재)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도처다. 이곳에 닿으려면 계단 400여개를 올라야 하는데, 한 걸음 뗄 때마다 소원을 담은 마음에 정성을 더한다. 그래서인지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이 깊어진다.


눈썹바위라 불리는 기묘한 암석 아래 있는 마애석불좌상은 높이 920㎝, 너비 330㎝에 달한다. 1928년 보문사와 금강산 표훈사의 주지가 함께 새겼다. 마애석불좌상의 시선을 따르면 보문사 아래 옹기종기 모인 집과 석모도 앞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소원을 빈 뒤에는 보문사 아래 있는 석모도미네랄온천으로 가자. 강화군이 운영하는 시설로, 460m 화강암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를 각 탕에 바로 공급한다. 원탕에서 나는 온천수가 고온이라 데울 필요가 없다.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스트론튬 등 미네랄 성분을 다량 함유해 아토피나 건선 같은 피부 질환, 관절염,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쌓인 피로까지 스르르 풀린다.

실내탕과 노천탕, 황토방, 옥상 전망대, 족욕탕 등 여러 가지 시설을 갖췄으나, 지금은 코로나19 확신 방지를 위해 노천탕만 운영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욕으로 아쉬움을 달래자. 노천탕에는 크고 작은 15개 탕이 있다. 탕마다 온도가 조금씩 다르니 자신에게 맞는 곳을 이용하면 된다. 바람이 찬 날에는 돔 형태로 만든 탕이 인기다. 돔에 가득한 열기가 매서운 추위마저 사르르 녹인다. 야자 매트가 발바닥에 찬 기운이 닿는 것을 막아주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벤치에서 여유롭게 쉴 수 있다.

국내 3대 해상 관음 성지로 꼽혀
460m 화강암서 솟아나는 온천수

온천 이용 시 수영복이나 래시가드를 착용해야 입장 가능하며, 매표소에서 온천복을 대여한다(2000원). 환경보호를 위해 비누나 샴푸, 린스 등은 사용을 금한다. 온천욕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젖은 몸을 수건으로 가볍게 닦거나 그대로 말리기를 권한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하루 4회(07:00~09:00, 10:30~12:30, 14:00~16:00, 17:30~19:30), 회당 50명 이용 가능하다(화요일 휴무). 반드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미완료자는 PCR 음성 확인서(48시간 이내)나 의학적 사유에 따른 예외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온천 이용료는 어른 9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석모도수목원은 소박한 자연 속을 거닐며 삼림욕을 즐기는 여행지다. 잎을 다 떨군 활엽수와 여전히 푸른 기운이 감도는 침엽수가 어우러져 독특한 겨울 정취를 풍긴다. 계곡을 따라 돌탑지, 암석원, 고사리원, 바위솔원 등을 아기자기하게 꾸몄으며, 하룻밤 묵어갈 숙소도 있다. 온실과 생태체험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한 상태다. 수목원 입장료는 없고, 둘러보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석모도를 나서기 전 동남쪽 바닷가에 펼쳐진 칠면초 군락지도 둘러볼 만하다. 잿빛 갯벌을 뒤덮은 붉은 물결이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갯벌이 단단해 칠면초 사이를 거닐 수 있다. 파고라 아래 벤치에 앉아 겨울 풍경을 보며 잠시 쉬기도 적당하다. 이곳에서 석모대교까지 자동차로 10분쯤 걸린다.


아이들이 있다면 강화 부근리 지석묘(사적)를 코스에 넣어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청동기시대 고인돌 유적과 강화역사박물관, 강화자연사박물관을 두루 관람할 수 있다. 부근리 지석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탁자식 고인돌로, 덮개돌 무게만 50t이 넘는다. 강화역사박물관에 고인돌을 세우는 과정을 실감 나게 설명한 디오라마가 있다.

지석묘

햇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면 장화리 일몰 조망지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강화도에서 이름난 일몰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붉게 번져가는 노을과 출렁이는 파도가 어우러져 역동적이다.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여행을 마무리하기 좋은 장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강화 부근리 지석묘→석모도수목원→보문사→석모도미네랄온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화 부근리 지석묘→강화역사박물관→강화자연사박물관→보문사→석모도미네랄온천
둘째 날: 함상공원→도비도→왜목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강화군 문화관광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
- 보문사 www.bomunsa.me
- 석모도미네랄온천 www.ghss.or.kr/user/facilities/tour/sukmo.do
- 강화역사박물관 www.gang hwa.go.kr/open_content/museum_history
- 강화자연사박물관 www.ganghwa.go.kr/open_content/museum_natural  

문의 전화
-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124
- 보문사 032)933-8271
- 석모도미네랄온천 032)930-7051
- 석모도수목원 032)932-5432
- 강화역사박물관 032)934-7887
- 강화자연사박물관 032)930-7090

대중교통
[버스] 신촌-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지하철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 정류장에서 3000번 버스 18분 간격 운행, 약 2시간 소요.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서 31B번 지선버스 이용, 보문사 정류장 하차, 보문사까지 도보 약 2분.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서 31B번 지선버스 이용, 석모도미네랄온천 정류장 하차, 석모도미네랄온천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강화군교통정보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guide/bus_urban.jsp

자가운전
올림픽대로 김포 방면→누산교차로에서 강화 방면 오른쪽→마송지하차도에서 강화 방면 지하차도 진입→10.7㎞ 이동, 교동·인화 방면 오른쪽→8.3㎞ 이동, 부근교차로에서 석모도 방면 좌회전→360m 이동, 부근삼거리에서 우회전→5.7㎞ 이동, 보문사 방면 우회전→2.9㎞ 이동, 오상리 입구에서 우회전→4.7㎞ 이동, 석모대교 방면 좌회전→500m 이동, 석모대교 방면 회전교차로에서 2시 방향→1.5㎞ 이동, 석모도자연휴양림 방면 회전교차로에서 4시 방향→3.1㎞ 이동, 석모교삼거리에서 보문사 방면 좌회전→1.7㎞ 이동, 매음리 방면 좌회전→3.5㎞ 이동, 보문사 방면 좌회전(좌회전 직전 석모도미네랄온천)→보문사

숙박 정보
- 라르고빌리조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화도면 해안남로2845번길, 032)555-8868
- 옛날에금잔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내가면 강화서로225번길, 070-8262-6731
- 노을내리는 아름다운집(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삼산면 삼산남로, 010-8505-9160
- 호텔 에버리치: 강화읍 화성길, 032)934-1688
- 프레시아 호텔: 길상면 전등사로, 032)937-6826
- 라미르리조트 풀빌라&글램핑: 삼산면 삼산북로, 032)934-8200

식당 정보
- 춘하추동(밴댕이무침·꽃게탕): 삼산면 삼산남로, 032)932-3584, http://석모도춘하추동.com
- 뜰안에정원(간장게장): 삼산면 삼산남로, 032)932-3071
- 강화손칼국수 본점(바지락칼국수): 양도면 강화남로, 032)937-8707
- 별천지(밴댕이무침·병어조림): 삼산면 어류정길212번길, 032)932-9936

주변 볼거리
석모도자연휴양림, 상주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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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