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③강화도 보문사&석모도미네랄온천

강화도 서남쪽에 자리한 석모도는 소원 성취 기도처로 유명한 보문사를 품고 있다. 신라 시대에 창건한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국내 3대 해상 관음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는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덕분에 사계절 사람이 끊이지 않으며, 연초에는 새해맞이 기도를 하려는 인파로 북적거린다. 몇 년 전만 해도 석모도에 가려면 배를 타야 했지만, 2017년 석모대교가 개통하면서 보문사에 찾아가기 한결 수월해졌다.

관음 성지가 대부분 바닷가에 있는 것처럼 보문사도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낙가산 중턱에 자리한다. 낙가산은 관세음보살이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인도의 보타낙가산에서 따온 이름이며, 보문사에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마음의 힘이 끝없이 넓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자비로 살피는 관세음보살이 보문사 곳곳에 깃들었다.

석모대교 개통

절 입구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가파른 길을 따라 5분쯤 올라가야 한다. 노약자가 있다면 매표소에 문의해 셔틀 차량을 이용하자.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면 왼쪽에 개축한 용왕전과 새하얗게 빛나는 오백나한상이 보인다. 오백나한 뒤로 열반에 든 석가모니불을 모신 와불전이 있는데, 이곳에도 참배하며 기도하는 이가 많다. 길이가 약 10m에 달하는 와불상은 전각을 꽉 채울 만큼 거대하고 웅장하다.

나한상을 모신 천연 석굴도 영험이 깃든 기도처다. 설화에 따르면, 고기잡이하던 어부가 꿈에서 계시를 받고 그물에 걸려 올라온 석불을 이곳에 안치했다고 한다. 석굴 안을 흐르는 맑은 기운에 마음이 절로 경건해진다. 이 밖에 삼성각과 범종각 등 여러 전각이 있으며, 중심 전각은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보전이다.

산 중턱 절벽 바위에 모신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인천유형문화재)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도처다. 이곳에 닿으려면 계단 400여개를 올라야 하는데, 한 걸음 뗄 때마다 소원을 담은 마음에 정성을 더한다. 그래서인지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이 깊어진다.


눈썹바위라 불리는 기묘한 암석 아래 있는 마애석불좌상은 높이 920㎝, 너비 330㎝에 달한다. 1928년 보문사와 금강산 표훈사의 주지가 함께 새겼다. 마애석불좌상의 시선을 따르면 보문사 아래 옹기종기 모인 집과 석모도 앞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소원을 빈 뒤에는 보문사 아래 있는 석모도미네랄온천으로 가자. 강화군이 운영하는 시설로, 460m 화강암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를 각 탕에 바로 공급한다. 원탕에서 나는 온천수가 고온이라 데울 필요가 없다.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스트론튬 등 미네랄 성분을 다량 함유해 아토피나 건선 같은 피부 질환, 관절염,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쌓인 피로까지 스르르 풀린다.

실내탕과 노천탕, 황토방, 옥상 전망대, 족욕탕 등 여러 가지 시설을 갖췄으나, 지금은 코로나19 확신 방지를 위해 노천탕만 운영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욕으로 아쉬움을 달래자. 노천탕에는 크고 작은 15개 탕이 있다. 탕마다 온도가 조금씩 다르니 자신에게 맞는 곳을 이용하면 된다. 바람이 찬 날에는 돔 형태로 만든 탕이 인기다. 돔에 가득한 열기가 매서운 추위마저 사르르 녹인다. 야자 매트가 발바닥에 찬 기운이 닿는 것을 막아주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벤치에서 여유롭게 쉴 수 있다.

국내 3대 해상 관음 성지로 꼽혀
460m 화강암서 솟아나는 온천수

온천 이용 시 수영복이나 래시가드를 착용해야 입장 가능하며, 매표소에서 온천복을 대여한다(2000원). 환경보호를 위해 비누나 샴푸, 린스 등은 사용을 금한다. 온천욕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젖은 몸을 수건으로 가볍게 닦거나 그대로 말리기를 권한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하루 4회(07:00~09:00, 10:30~12:30, 14:00~16:00, 17:30~19:30), 회당 50명 이용 가능하다(화요일 휴무). 반드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미완료자는 PCR 음성 확인서(48시간 이내)나 의학적 사유에 따른 예외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온천 이용료는 어른 9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석모도수목원은 소박한 자연 속을 거닐며 삼림욕을 즐기는 여행지다. 잎을 다 떨군 활엽수와 여전히 푸른 기운이 감도는 침엽수가 어우러져 독특한 겨울 정취를 풍긴다. 계곡을 따라 돌탑지, 암석원, 고사리원, 바위솔원 등을 아기자기하게 꾸몄으며, 하룻밤 묵어갈 숙소도 있다. 온실과 생태체험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한 상태다. 수목원 입장료는 없고, 둘러보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석모도를 나서기 전 동남쪽 바닷가에 펼쳐진 칠면초 군락지도 둘러볼 만하다. 잿빛 갯벌을 뒤덮은 붉은 물결이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갯벌이 단단해 칠면초 사이를 거닐 수 있다. 파고라 아래 벤치에 앉아 겨울 풍경을 보며 잠시 쉬기도 적당하다. 이곳에서 석모대교까지 자동차로 10분쯤 걸린다.


아이들이 있다면 강화 부근리 지석묘(사적)를 코스에 넣어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청동기시대 고인돌 유적과 강화역사박물관, 강화자연사박물관을 두루 관람할 수 있다. 부근리 지석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탁자식 고인돌로, 덮개돌 무게만 50t이 넘는다. 강화역사박물관에 고인돌을 세우는 과정을 실감 나게 설명한 디오라마가 있다.

지석묘

햇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면 장화리 일몰 조망지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강화도에서 이름난 일몰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붉게 번져가는 노을과 출렁이는 파도가 어우러져 역동적이다.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여행을 마무리하기 좋은 장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강화 부근리 지석묘→석모도수목원→보문사→석모도미네랄온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화 부근리 지석묘→강화역사박물관→강화자연사박물관→보문사→석모도미네랄온천
둘째 날: 함상공원→도비도→왜목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강화군 문화관광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
- 보문사 www.bomunsa.me
- 석모도미네랄온천 www.ghss.or.kr/user/facilities/tour/sukmo.do
- 강화역사박물관 www.gang hwa.go.kr/open_content/museum_history
- 강화자연사박물관 www.ganghwa.go.kr/open_content/museum_natural  

문의 전화
-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124
- 보문사 032)933-8271
- 석모도미네랄온천 032)930-7051
- 석모도수목원 032)932-5432
- 강화역사박물관 032)934-7887
- 강화자연사박물관 032)930-7090

대중교통
[버스] 신촌-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지하철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 정류장에서 3000번 버스 18분 간격 운행, 약 2시간 소요.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서 31B번 지선버스 이용, 보문사 정류장 하차, 보문사까지 도보 약 2분.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서 31B번 지선버스 이용, 석모도미네랄온천 정류장 하차, 석모도미네랄온천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강화군교통정보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guide/bus_urban.jsp

자가운전
올림픽대로 김포 방면→누산교차로에서 강화 방면 오른쪽→마송지하차도에서 강화 방면 지하차도 진입→10.7㎞ 이동, 교동·인화 방면 오른쪽→8.3㎞ 이동, 부근교차로에서 석모도 방면 좌회전→360m 이동, 부근삼거리에서 우회전→5.7㎞ 이동, 보문사 방면 우회전→2.9㎞ 이동, 오상리 입구에서 우회전→4.7㎞ 이동, 석모대교 방면 좌회전→500m 이동, 석모대교 방면 회전교차로에서 2시 방향→1.5㎞ 이동, 석모도자연휴양림 방면 회전교차로에서 4시 방향→3.1㎞ 이동, 석모교삼거리에서 보문사 방면 좌회전→1.7㎞ 이동, 매음리 방면 좌회전→3.5㎞ 이동, 보문사 방면 좌회전(좌회전 직전 석모도미네랄온천)→보문사

숙박 정보
- 라르고빌리조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화도면 해안남로2845번길, 032)555-8868
- 옛날에금잔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내가면 강화서로225번길, 070-8262-6731
- 노을내리는 아름다운집(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삼산면 삼산남로, 010-8505-9160
- 호텔 에버리치: 강화읍 화성길, 032)934-1688
- 프레시아 호텔: 길상면 전등사로, 032)937-6826
- 라미르리조트 풀빌라&글램핑: 삼산면 삼산북로, 032)934-8200

식당 정보
- 춘하추동(밴댕이무침·꽃게탕): 삼산면 삼산남로, 032)932-3584, http://석모도춘하추동.com
- 뜰안에정원(간장게장): 삼산면 삼산남로, 032)932-3071
- 강화손칼국수 본점(바지락칼국수): 양도면 강화남로, 032)937-8707
- 별천지(밴댕이무침·병어조림): 삼산면 어류정길212번길, 032)932-9936

주변 볼거리
석모도자연휴양림, 상주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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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