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일요시사>는 억울한 사람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합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 <일요신문고>는 건설 현장에서 일했지만 돈을 받지 못한 A씨 이야기입니다.
A씨 외 6명은 하도급업체 B 소장과 구두계약을 통해 지난해 10월6일부터 약 7일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리 주택 8채를 형틀 공사했다. 형틀 공사란 건물의 기초 뼈대나 토목작업을 하기 위한 콘크리트 기초를 만들 때 필요한 거푸집을 만드는 업무로 흔히 건설 일용직이 하는 일이다.
여윳돈 믿고…
A씨 외 6명은 하루 일당을 21만원으로 계산해 총 126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이후 B 소장은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번거롭다는 이유만으로 A씨에게 공사를 다 마친 뒤 지불하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당시 B 소장과 계약을 한 C 건축주도 A씨에게 “여윳돈이 8000만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C 건축주의 말을 믿고 공사 인원을 20여명으로 늘려 같은 달 16일부터 공사를 재개했다. 이들은 11월20일까지 약 한 달간 형틀 공사를 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출근한 근로자들은 현장 근처 함바 식당에서 아침, 점심을 먹기도 했다.
A씨를 비롯해 근로자들은 11월20일까지 공사했지만 결국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후 11월 말까지 공사 현장에서 일하지 않았다. 해당 근로자들은 임금을 받기 전까진 일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A씨 대리인이 공사 현장에 나와 C 건축주와 대화를 시도했다.
A씨 대리인에 의하면 C 건축주는 A씨 등에게 일을 다 마치면 5000만원이라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합의가 잘 이뤄지면서 이들은 공사를 재개했다.
12월 중순이면 일을 다 마칠 것이라 판단한 A씨 등은 12월9일 A씨 대리인을 통해 B 소장에게 전화해 곧 공사가 끝날 것이니 임금을 준비해달고 요구했다.
문제는 다음날에 일어났다. B 소장과 연락이 끊겼고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A씨 무리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믿었던 하도급 업자 갑자기 사라져
16명 두 달 임금 8000만원 못 받아
A씨 대리인은 “약 두 달간 형틀 공사를 한 A씨 무리가 B 소장에게 받아야 할 임금은 총 8358만원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A씨 무리는 C 건축주에게 5000만원이라도 받으려고 했다. 그 마저도 C 건축주는 주지 않았다. C 건축주는 B 소장과 계약했으니 A씨 무리에게 돈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C 건축주는 B 소장을 찾아야만 임금을 주겠다고 하는데 A씨 입장에선 황당할 뿐이었다. 그들이 흥신소도 아니고 B 소장을 어디서 찾아야 하느냐”며 억울해했다.
A씨 무리는 지난달 14일까지만 일했다. 날씨가 춥기도 했지만 돈을 받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 대리인은 같은 달 20일 서울시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이하 관악지청)에 진정서를 접수했지만 사업장 주소가 경기도 양주시다 보니 의정부로 이첩됐다.
A씨는 대리인을 통해 B 소장과 C 건축주를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A씨 대리인은 관악지청으로 C 건축주 집 주소가 은평구로 돼있고 B 소장의 집 주소가 수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해당 사건은 수원지청으로 이첩됐다.
A씨 대리인은 “의정부 지청으로부터 우리가 직접 C 건축주 소장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들었다. A씨와 구두 계약한 B 소장과의 일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B 소장 누나가 은평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수원지청으로 확인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서를 제출하면 고소인과 면담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면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감찰관 배정도 아직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해결해주지는 않고 계속 시간만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추워서 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 대리인은 서울 은평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는 ‘B 소장과 C 건축주가 해당 주택을 건설하면 고소인 A씨 외 16명에게 일을 하면 자신들이 지불한다고 해 10월6일부터 12월14일까지 현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고소인들은 본사에서 임금을 수령해 현재까지 고소 인원 16명에게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서부지청 관계자는 “이미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 C 건축주는 A씨와 계약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C 건축주는 “현재 근로자들은 공사를 일방적으로 하지 않는 상황이다. 나는 B 소장과 계약을 한 상황이지, 그들(A씨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근로자들이 B 소장에게 돈을 받았는지 여부는 나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소장 접수
이어 “그 사람들 말로는 다 합쳐서 8458만원 정도 임금이 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와 계약한 B 소장에게만 돈을 줄 수 있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요시사> 기자는 B 소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