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윤석열 위기탈출 세 가지 비책 

수족 잘린 독불장군 마지막 대검 꺼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벼랑 끝에 몰렸다. 선대위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연이어 불거진 탓이다. 위기가 닥치자 윤 후보가 직접 칼을 들고 수습에 나섰다. 수습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줄곧 지켜오던 지지율 1위 자리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내줬다. 현재 윤 후보의 지지율은 6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 층에서 이 후보에게 뒤쳐진다. 사실상 ‘데드 크로스’를 맞이한 셈이다. 

직접 칼
뽑아들었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전조 증상은 재차 촉발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에서부터 시작됐다. 최근 방문한 TK(대구, 경북)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발표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과거 검찰총장 시절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인물이다. 

현재는 박 전 대통령이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라 윤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를 따로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처가 리스크도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이며 윤 후보에게도 리스크로 다가온 상태다. 김씨가 사과까지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사과와 해명이었다는 지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최근에는 경찰이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양평 공흥 지구와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양평군청을 압수수색한 점도 윤 후보에게 리스크가 됐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후보 교체론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으면서도 윤 후보에게는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자체적으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부인해오던 선대위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개편의 시작은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전 수석부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시작됐다.

뒤이어 중책을 맡은 위원장이 줄줄이 직을 내려놨다. 사실상 선대위를 ‘리셋’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결국 거대한 매머드 선대위가 해체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출혈이 워낙 큰 탓에 선대위 재개편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일부 의원과 이 대표 간 서로 견제하는 행동을 취해서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라고 불린 국민의힘 권성동 전 사무총장과 이 대표는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 대표 사퇴 촉구 움직임까지 불거졌다.


시간 없는데…선대위 한달 만에 공중분해
“재개편 언제하나” 다시 만들어도 똑같다?

김 전 총괄위원장과 윤 후보 사이의 갈등 역시 극에 달했다. 선대위 쇄신을 김 전 총괄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통보 없이 단행한 점 때문이다. 

당초 김 전 총괄위원장이 스스로 사의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총괄위원장은 자신이 사퇴를 선언한 적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에서도 뒤늦게 사의 표명이 아니라고 정정한 일까지 벌어졌다. 

지속적으로 선대위 내부 자중지란이 이어지자 장고 끝에 윤 후보가 직접 칼을 빼들었다. 김 전 총괄위원장과의 결별도 암시했다. 

현재 김 전 총괄위원장은 원톱 자리를 내려놓은 상태다. 이 대표와 갈등을 겪었던 권 전 사무총장 역시 스스로 물러나면서 선대위 내분이라는 급한 불은 일단 꺼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 역시 두 인물의 사퇴를 받아들인 이후 선대위 전면 재개편을 선언했다. 

윤 후보는 기존 뼈대부터 다시 세우겠다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까지 선대위 조직은 직능총괄, 정책총괄, 선대총괄본부 등 여러 조직이 있었다. 이에 선대위를 선대본부로 슬림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새로운 ‘톱’ 자리는 4선인 권영세 의원이 선대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윤 후보의 법대 2년 선배이자 검사 선배다. 권 본부장은 이 대표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와 권 본부장은 2012년에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

실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권 본부장이 당 사무총장도 겸임한다.

그러나 사무총장 겸직을 두고 개편 시작부터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서 갈등이 비쳤다. 이 대표는 권 본부장의 임명을 거부한 반면 윤 후보는 임명 강행을 강행해서다. 

두 인물의 갈등은 국민의힘 전체의 갈등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 역시 사퇴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 

뒤집어진 당
갈등 최고조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사퇴 결의안을 채택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압박을 견디다 못한 이 대표가 나타나 한 발 물러선 것.

그는 자신이 사과드린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뛰어줄 것을 부탁했다. 이 대표의 합류로 재차 힘이 실린 개편된 선대본부가 윤 후보의 색깔을 얼마나 드러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이 대표와의 갈등을 풀면서 포용하는 이미지와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발목을 잡던 리더십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게 된 셈이다. 

또 선대위 개편을 지속적으로 띄우며 윤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불거지던 처가 리스크까지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권 본부장의 등판으로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이견 조율 역시 수월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권 본부장도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여전히 측근 정치를 버리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가 의리와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초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영입도 인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앞서 권 전 사무총장과 함께 또 다른 윤핵관으로 언급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2선으로 후퇴했지만 여전히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이 대표 역시 윤핵관이 손을 떼고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을 만큼 의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런 탓에 선대위는 출범 전부터 여러 내부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을 겪었다. 확실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가 잠행을 하고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이유도 윤핵관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 위함이었다. 승부수를 던졌음에도 윤핵관은 여전히 선대위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을 두고 선대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이런 탓에 윤 후보가 향후 임명 과정에서 더욱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전면 배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선 출마 당시 무기로 들고 나온 반문재인 키워드 역시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문재인 전략만 있다는 게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나 홀로 
끝까지?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정권 심판론 하나로 당선에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윤 후보의 직속 기구였던 새시대준비위원회 역시 반문 빅텐트를 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국민의힘 외부에 있는 반문 집단으로 구성돼있었다.

공격적인 영입으로 외연 확장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무리한 확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 모양새다.

시작은 호남을 끌어안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용호 의원 등을 비롯한 호남 출신 인사를 영입해 반문 결집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밖의 인물들 역시 모두 끌어안으려는 시도는 윤 후보의 주된 전략이 반문 빅텐트라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신 전 수석부위원장의 영입 논란을 시작으로 반문 결집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 후보에게 반문 전략이 인사 영입 외에 없다는 말이 나와서다. 

이를 인식한 윤 후보는 거친 언행을 통해 반문 세를 다시 결속시키려 시도했다. 특히 윤 후보는 문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3류 바보, 미친 사람들 등의 발언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본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점을 두고서 발언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해당 발언은 자신을 반문 정점에 서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정권 심판 여론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비판 수위만 높아졌을 뿐 반문 빅텐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칠지에 대한 구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윤 후보가 앞서 지적받은 반사체 역할만 하면 이 이상의 반문 전략은 한계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윤 후보가 정책을 동반한 실용주의적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명분을 다지려면 대선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소 잃고 외양간…진퇴양난
말 잘 듣는 순정파 물색?

더 이상 유권자가 후보가 가진 명분 하나로만 표를 주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대선에서 유권자는 정권 연장 심판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후보가 가지고 있는 자질이나 능력도 중요하게 본다. 

또 반문 세력에는 청년층이 다수 포진돼있다.

그동안 윤 후보는 청년층 챙기기에 나섰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욱이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청년층도 윤 후보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윤 후보는 ‘석열이형’을 내세우며 청년층에게 다가가길 시도했으나 이는 청년층에게 소구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 역시 개편된 선대위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스스로도 자신의 반문 세력의 결집을 위해서 청년층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해석된다. 

윤 후보가 청년층 결집을 위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재차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도 생겼다. 이미 선대본부 안에서 홍 의원과 가까웠던 인사들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홍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던 김 총괄위원장마저 사퇴했다는 점에서 홍 의원 등판이 무리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 밖에 윤 후보에게 필요한 사안은 메시지 관리가 꼽힌다. 윤 후보는 최근까지 메시지를 던지는 부분에서 잦은 실수를 해왔다. 지지율 하락 책임이 본인에게도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자신만의 구체화된 메시지를 던질 필요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만간 윤 후보는 토론 등으로 대처능력과 메시지 검증을 맞이하게 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후 행보에서 메시지를 관리하지 못하면 윤 후보에게는 치명타가 될 확률이 높다. 

등 돌리는 
지지자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씀을 하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선대위 개편이 너무 늦었다”며 이 사태에 말을 보탰다. 최 교수는 “후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 받을 수 있는 게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터진 청년 리스크
윤석열 간담회 불참 논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5일 청년간담회에 목소리만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선대위 쇄신안 발표 이후 개최된 전국 청년 간담회 행사에서는 윤 후보가 참석 예정이었다고 전해진다. 

예정과 달리 윤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기자회견 5시간 만에…
결국 말뿐인 챙기기?

윤 후보는 “급한 일이 있었다. 청년과 함께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이런 탓에 일부 참가자가 욕설과 함께 불만을 드러냈다. 

또 해당 과정에서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준석계가 왔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진짜 환멸을 느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선 청년과 함께하겠다는 기자회견과 반대되는 행동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위 측은 윤 후보가 참석하지 않기로 한 일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청년간담회가 뭔지 모른다”고 밝혔다. <차>


<기사 속 기사> 김종인 진짜 몰랐나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상의하지 않고, 선대위 개편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김 전 총괄위원장과 이별을 택했다.  

최근 김 전 총괄위원장이 윤 후보를 향해 공개 저격에 나섰다.

그는 선대위 합류 이후 인사 영입 등의 정보, 윤 후보의 메시지나 일정 등의 보고가 본인에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선대위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와 함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여전히 밖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대위가 쇄신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윤 후보를 향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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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