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강국' K-콘텐츠의 내일

‘대작 예감’ 묵혀둔 작품들 대방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21년 K-콘텐츠는 유례없는 실적을 냈다.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인한 악전고투의 환경에서 일궈낸 의외의 쾌거다. 비록 영화계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지만, 드라마와 OTT는 특히 강세를 보였다. 특히 전 세계가 국내 콘텐츠를 주시하고 있다. 작품의 질과 무관하게 OTT에 공개되는 모든 작품이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 2022년에도 K-콘텐츠의 미래는 밝다. 신선한 소재를 무기로 한 작품이 즐비하다. 

2021년은 한국 미디어 역사상 가장 빛나는 한 해로 기록될만하다. 과거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과 배우 윤여정이 나온 <미나리>가 전 세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으며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도 물론 기념비적인 업적이지만, 2021년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일군 K-콘텐츠의 활약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였다.

190개국
멋진 신세계

한국어로 된 국내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먼저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의 장벽이 있었다. 한국어는 라틴어를 기반으로 한 서구 열강의 언어와는 별개의 특성을 띤다. 우리나라 특유의 고유성이 짙고, 문법 패턴도 외국어와는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자막을 보는 것이 일상화됐지만, 해외에서는 자막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더빙으로 된 작품을 선호하는 국가도 많다. 우리나라만의 문화 특성 역시 유럽이나 북미권과는 차이가 크다. 이야기가 공감 가고 쉽게 이해되려면 각종 사물이나 풍경이 직감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한국 고유의 이야기가 해외에서 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 나라의 영화관을 통해 미디어를 수출하는 방식에서 국내 영화나 드라마는 해외시장의 빈틈을 노리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일일이 자막을 만들거나 더빙을 해야 하며, 다양한 홍보를 비롯한 마케팅 등을 해야 하는 수고가 뒤따른다.


그렇게 투자를 한다해도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러가지 어려움을 비교적 손쉽게 해소해준 것이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190개국의 나라에 망을 깔아 세계 각지의 회원이 플랫폼에 있는 한국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자막도 각 나라에 맞게 비교적 정확히 구현될 뿐 아니라 유명 작품은 더빙으로도 공개된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른 나라의 작품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지 약 5년 만에 K-콘텐츠가 꽃을 피웠다. 특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한 성공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전 세계에 <오징어 게임>과 관련된 밈이 지속해서 생겨났고, 관련 굿즈가 불티나게 팔렸다. <오징어 게임>을 기반으로 한 2차 콘텐츠물도 파생됐다.

늘 타 국가의 문화를 소비해왔던 것과 반대로 문화 강국으로서의 성장을 보여준 사례다. 

2021년 넷플릭스 역사에 남을 업적
2022년에도 세계적 흥행 이어갈까?

<오징어 게임>의 낙수효과는 이어졌다. <D.P.>와 <마이 네임>이 전 세계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찍었고, <지옥>은 <오징어 게임>을 능가하는 관심을 받았다. <지옥>은 북미권보다 유럽권에서 특히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초자연적인 현상 속에서 군중의 변화를 담은 <지옥>이 던지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질문에 전 세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응답했다. 

최근 공개된 <고요의 바다>의 경우 앞선 작품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TV 프로그램 부문 3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시청자들 사이에서 국내 작품은 공개가 되면 일단은 보고 평가하는 문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tvN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을 강타하며 한류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가운데 tvN <갯마을 차차차>, JTBC <구경이> 등 국내 방송사 드라마 중 일부도 상당한 사랑을 받았다. 남녀 간의 관계를 빠르게 형성시키는 서구의 스타일과 달리 촘촘하고 세밀하게 감정선을 그려내는 한국 드라마의 묘사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눈물을 자극하는 이른바 ‘K-신파’가 세계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 가운데 공개된 2022년 각종 영화와 드라마 라인업을 통해 K-콘텐츠의 강세가 앞으로도 이어지리라는 예상을 해본다. 국내에서 인정받는 창작자들과 훌륭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대거 참여할 뿐 아니라 소재나 장르도 다양하다.

참신한 상상을 바탕으로 공감 가는 인간의 보편성을 담아내면서 현실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즐비해서다. 

지난 한 해 K-콘텐츠로 1조원이 넘는 막대한 매출을 이룬 넷플릭스는 꾸준히 국내 이야기 시장에 투자 폭을 넓히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도 엄청난 가성비를 이끌어내는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다.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킬러 콘텐츠
전 세계 압도

K-콘텐츠는 이달부터 전 세계 시청자를 압도할 공산이 크다. 작금의 네이버 웹툰을 만든 킬러 콘텐츠인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과 KBS2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평범하던 학교에 갑자기 좀비가 출연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학원 좀비물 장르인 이 드라마는 윤찬영과 박지후, 이유미, 조이현, 안승균 등 각종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예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서 아직 미성숙한 고등학생들이 드러내는 인간성이 이 드라마의 매력적인 포인트다.

<오징어 게임>과 <지옥>의 뒤를 이을 명작으로 이름을 떨칠 예정이다.

전 세계 팬을 들끓게 한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이 한국에서 재탄생한다.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과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극이 담겼다. 유지태, 박해수, 전종서, 김윤진, 김성오, 박명훈 등 스타성과 연기력을 고루 갖춘 배우들이 나온다.

OCN 오리지널을 이끌며 공포 마니아로부터 극찬을 받은 <손 the Guest>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 황정민이 뭉친 <수리남>은 2022년 최대 기대작 중 하나다. 남미의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작전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민간인 사업가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조우진과 박해수, 유연석 등 라인업이 화려하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 물밀 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성을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정치 전략가의 이야기를 다룬 <퀸메이커> 역시 기대작이다.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의 조합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희애가 은성그룹 전략기획실장 황도희 역으로 타이틀롤을 맡았으며, 문소리가 노동인권변호사 오승숙으로 분해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2022년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도 다수 공개된다. 주로 시리즈화되는 드라마에 주력한 넷플릭스가 영화 부문에서도 킬러 콘텐츠를 내보일 전망이다.

기대작은 배우 유아인과 고경표, 박주현 등이 출연하는 <서울 대작전>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당일에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된 ‘상계동 슈프림팀’의 질주를 담은 카체이싱 액션 블록버스터다. 올림픽을 앞두고 들뜬 분위기를 틈타 비자금을 뒤쫓는 작전에 막강한 운전 실력을 가진 드라이버들이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이다.

개봉 라인업
반전 노린다


충무로에서 가장 바쁘다는 창작자 연상호 감독이 <지옥> 시즌2에 앞서 공개하는 작품은 SF 영화 <정이>다. 기후변화로 더 이상 지구에서 살기 힘든 인류가 만든 피난처 쉘터에서 내전이 일어난 22세기를 배경으로 만들었다.

내전에서 승리를 거머쥘 키가 될 전설의 용병 ‘정이’의 뇌 복제 로봇을 성공시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강수현, 김현주, 류경수 등이 출연한다.

올해 OTT가 약진하는 가운데 국내 방송사 드라마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대다수의 채널 중 10% 시청률을 넘긴 작품이 손에 꼽는다. 대부분이 1~2% 시청률에서 허우적대는 가운데 사극만이 강세를 보였다. 지상파 방송사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2022년 반전을 노린다.

힘든 중에도 흥행 불패를 유지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는 웰메이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내세운다. 범죄 심리 수사극으로 김남길과 진선규가 주인공으로 나선다. 동기 없는 ‘묻지 마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연쇄살인범들의 마음을 치열하게 들여다 본 최초의 프로파일러 이야기다. 오는 14일 첫 방송한다.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MBC <내일>은 김희선과 로운, 이수혁 등 스타가 대거 출연한다. 워낙 인기를 얻었던 웹툰인데다가 <신과함께> <도깨비> 등을 통해 꾸준히 인기를 모은 소재인 저승사자를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죽고 싶은 사람들을 살리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다.

손예진과 전미도, 김지현 등 국내 최고의 여배우들이 힘을 합친 JTBC <서른, 아홉>도 관심 받는 드라마다. 특히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전성기를 맞이한 전미도와 드라마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손예진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마흔을 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로맨스 드라마다. 

<빈센조>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낸 배우 송중기는 JTBC <재벌집 막내아들>로 돌아온다.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인 윤현우가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이성민과 신현빈, 박지현 등이 나온다.

좀비·첩보·스릴러·SF 등 중무장
아기자기 이야기 반전 꾀하는 방송
‘막강 라인업’ 영화계 혹한기 넘나

SBS와 더불어 늘 기대되는 신작을 내놓는 tvN 역시 강력한 라인업으로 2022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연상호 감독과 배우 구교환, 신현빈의 <괴이>, 노희경 작가의 4년 만의 복귀작 <우리들의 블루스>, 배우 안보현이 타이틀롤을 맡은 <군검사 도베르만>, 김태리와 남주혁이 주연을 맡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동명 영화를 드라마화한 <돼지의 왕> 등 다양한 장르와 색다른 소재의 작품이 시청자와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2000년도 초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멀티플렉스가 늘어나면서 한국 영화계는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신작이 나올 때마다 극장을 찾아 영화를 곱씹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불어닥친 한국 영화계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묵혀둔 영화가 넘친다. 국내 최고의 연출진과 스타들이 만든 작품을 내걸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영화계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창고 영화가 되고 있는 영화가 대거 방출되길 바라고 있다. 

워낙 힘든 시기지만 관객들과 만나는 작품이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남매로 연기했던 최우식과 박소담이 2022년 영화계의 포문을 연다. 최우식은 조진웅과 함께 출연한 <경관의 피>로 얼굴을 비추며, 박소담은 원톱 주연을 맡은 <특송>으로 관객과 만난다. 

최근 개봉을 미룬 영화 <비상선언>과 <킹메이커>도 곧 개봉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작품 모두 뛰어난 연출진과 배우진이 나온 작품이라 코로나 시국을 뚫는 기대작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영웅> <인생은 아름다워> <행복의 나라로> 등이 지난해 모든 촬영과 후반작업을 마치고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작품들은 관객의 관심을 뜨겁게 받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일정을 조율 중이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과 강제규 감독의 <보스턴 1947>,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등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씨네필의 주목을 받는 작품 역시 기다리고 있다. 워낙 편집할 시간이 충분해 역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이외에도 <공조2:인터내셔널> <앵커> <마녀2> <정직한 후보2> <해적:도깨비 깃발> <범죄도시2> <한산:용의 출연> 등 인기 영화의 속편이 대거 개봉을 기다린다. 올해만큼 속편이 무더기로 개봉할 기회를 맞는 건 이례적이다.

역대급 영화들이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가 잠잠해져 해당 영화들이 스크린에 올리라길 기다리고 있다. 대다수 멀티플렉스가 전에 없던 혹한기를 맞는 터라 간절함이 크다. 

영화계 침체
거장의 귀환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계의 침체는 막바지로 몰리고 있다. 최근 <스파이더맨> 등 외화가 흥행을 한 점이 매우 기쁜 소식”이라며 “2022년은 훌륭한 한국 영화가 많아 그간의 고통을 날려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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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