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무성' 윤석열 창당설 막전막후

별동대 행동 개시…진짜 임무는?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별동대인 새시대준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지 2주가 넘었지만 여전히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 대신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탓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최근 “정권교체를 해야 하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에 입당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새시대준비위원회(이하 새준위)가 창당을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윤 후보는 창당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창당론이 계속 수면으로 떠오른다.

그놈의 인연
이놈의 악연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에서는 다함께자유당을 창당했다. 창당을 통해 제3지대 중앙 정부 출범을 목표로 한 중도 층 확장이 창당 이유다.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중도층이 등을 돌릴 것을 대비한 셈이다. 하지만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다함께자유당도 해산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새준위가 창당을 염두에 둔 조직이라는 말이 나온다. 새준위 김한길 위원장이 ‘창당 전문가’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새준위 김 위원장은 몇 차례의 창당을 통해 세 확장을 시도한 바 있다. 


새준위 김 위원장이 몸담았던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민주당 내의 친노(친 노무현) 개혁 세력과 한나라당 탈당한 인사들이 만든 당이다. 창당 이후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확보해 제1당에 등극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제1당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새준위 김 위원장을 비롯한 인사들의 집단 탈당이 발생해서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되면서 함께 흡수됐다. 

이후 김 위원장은 여권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재편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2014년에는 민주당 대표를 맡으며 현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연합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다. 

현재 새준위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선대위와는 별도 기구인 새준위의 ‘운전수’다. 새준위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중도와 진보, 호남 세력 등을 통해 외연 확장을 시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윤 후보에게 필요한 반문 (반 문재인) 빅텐트 결합을 위한 전초기지인 셈이다. 

새준위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윤 후보와 연을 이어왔다. 당시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후보는 과거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한 외압을 폭로한 바 있다. 

새준위 김 위원장은 공개발언 등을 통해 윤 후보를 적극 옹호해왔다. 이후 공식적인 활동 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활동에서도 새준위 김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많은 조언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겉으론 외연 확장 속으론 이후 생각?
‘누구냐 넌’ 새준위 역할 의문 증폭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된 배경도 새준위 김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고 전해진다. 국민의힘 경선 토론에서도 새준위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많은 조언을 한 바 있다. 사실상 윤 후보의 정치 멘토로서 역할을 해온 셈이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되자, 새준위 김 위원장 영입을 적극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영입을 두고 당 안팎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그가 민주당 인사인 탓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새준위 김 위원장의 영입을 원하지 않았다. 당시 김 총괄위원장은 몇몇 인물을 영입한다고 해서 통합이 되느냐며 새준위 김 위원장의 영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김 총괄위원장이 선대위 합류를 거부하는 일도 발생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직접 나서 갈등을 봉합한 끝에 간신히 새준위도 닻을 올렸다. 출범 당시 새준위 김 위원장은 몽골기병처럼 진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새준위의 목표는 별도 기구를 통한 외연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윤 후보에게 약점인 중도층 확장을 노려 민주당보다 중도층 확보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새준위는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김 총괄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라는 말이 나와서다.

지금껏 선대위와 새준위는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액션을 취해왔다. 새준위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총괄위원장 역시 새준위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탓에 두 조직의 동행에 있어 불안감이 감지된다.

현재도 새준위는 선대위와 다른 일치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학력 위조 논란이 불거진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 논란의 수습을 두고서다. 그동안 선대위에서 김씨가 사과해야 한다는 말은 지속적으로 나왔다. 

직전 상황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여론이 좋지 않아 윤 후보에게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음이 언급됐다. 이에 따라 선대위 내부에서도 김씨가 유감 표명을 한 뒤 대응하겠다는 기류가 강하게 흘렀다. 새준위 역시 이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김씨가 공개석상에 등장해 사과했는데 문제는 그 이후였다. 새준위가 윤 후보의 아내 김씨 의혹에 대한 사과 이후 인터뷰를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다른 색깔?
이중플레이

창당설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셀프 인터뷰 영상이 창당을 더욱 견고히 하는 사례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새준위가 김씨와 크게 관련 있는 조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김씨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윤 후보의 인터뷰 영상을 기획하고, 인터뷰한 인물도 새준위 측 실무진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새준위의 역할을 두고서 당내에서조차 의문을 표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모르겠다는 게 이유다. 초기에는 단순 중도층을 노린 외연 확장이 새준위의 목표였지만 아직까지는 공개적인 성과 등이 뚜렷하지 않다. 

새준위에는 7개의 본부가 설립돼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본부는 ‘깐부찾기본부’와 ‘진상배달본부’다. 깐부찾기본부는 영향력 있는 사람을 찾아나서 정권교체에 힘을 실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진상배달본부는 SNS를 통해 윤 후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곳이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조직들이 오히려 선대위와 역할이 겹친다고 지적했다. 이들 조직 중 몇 개가 선대위의 미디어홍보본부와 비슷하다는 말 때문이다. 몇몇 논평들도 새준위가 따로 내는 경우도 있다. 

해당 본부들이 중도층까지 노린 곳이라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차별을 둘 수 있지만 아직까지 새준위만의 전략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욱이 새준위 자체가 별개 조직이라는 점 때문에 선대위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일각에선 과거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선대위가 운영했던 시민캠프와 비슷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도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시민캠프를 통해 지지자를 결속시키려는 행보를 보였다. 현재의 깐부찾기본부와 진상배달본부의 역할이 이와 비슷하다는 것. 

영입한 인사 역시 옛 노무현정부 소속 인사와 같은 국민의힘과 색깔 차이가 나는 인사들이 주를 이룬다. 우선 운전수인 새준위 김 위원장의 경우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논란이 있다.


새준위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등록하지 않아서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가 새준위 김 위원장을 영입한 직후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출범하면서 서서히 창당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본다. 

신지예 수석부위원장 영입에서도 해당 기류가 느껴진다. 그는 최근까지 제3지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당에 날선 비판을 해온 인물이다. 

예의주시
선대위 견제

과거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를 조폭과 양아치에 비유했다는 점에서 그의 새준위 합류는 국민의힘 당 내부에서도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 부위원장의 영입은 2030세대와 여성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함이라고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신 부위원장을 영입한 것 역시 새준위가 창당 이후 외연 확장을 하기 위한 연장선상이라 관측했다. 당 안팎에서도 그의 영입을 두고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결국 신 부위원장은 스스로 새준위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신 부위원장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사퇴하라는 종용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향한 강한 저항이 국민의힘 내부에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새준위의 색깔이 다른 인물 영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승규 전 국장원장의 영입이 그랬다. 그는 사법 농단 의혹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돈이다. 더욱이 김 전 원장은 강경 보수 인사로 분류된 전광훈 목사와 가까운 사이라고 전해진다.

그 밖에 기획조정본부장에 민주당 최명길 전 의원, 대외협력본부장에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용호 의원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인사 영입을 통한 외연 확장으로 윤 후보가 독자 세력을 만든 뒤 대선 이후를 기점으로 창당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또 새준위 김 위원장의 과거 전력을 비춰볼 때 윤 후보의 당선 이후 여소야대를 헤쳐 나가려면 창당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해당 인사들은 이미 과거 몸담았던 정당에게 배신자로 낙인이 가해진 이상 불이익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준위 김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굳건한 신뢰를 받고 있는 이상 그가 선택하는 것을 제재하기란 쉽지 않은 탓도 있다. 선대위 차원에서도 새준위 김 위원장에게 제재를 가할 방법은 딱히 없다.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팀이라는 연대 고리가 강력하게 작용하지 않아서다.

다만 한편으로는 새준위 김 위원장이 대선판에 선대위의 활동 영역까지 침범하게 되면 난처한 상황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색깔 다른 인사 광폭 영입 
내부서도 ‘혹시 딴 생각?’

새준위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내려진다. 특히 굵직한 인사들이 새준위의 창당론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태다.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창당을 노리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새준위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는 새준위가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기획을 의심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역시 윤 후보가 선대위와 병렬 조직으로 새준위를 만든 것을 두고 창당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비판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선대위를 물러나서 이를 활용해 윤 후보가 창당 등에 대한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 같은 창당론은 민주당에게도 공격 대상이 되기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새준위 김 위원장을 향해 “창당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윤 후보가 당선이 되면 이 대표와 홍 의원은 팽 당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 역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 후보가)정권을 잡은 후에도 국민의힘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창당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윤 후보가 패배할 경우 자칫 선대위와 ‘네 탓’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만일 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두 조직의 내부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결국 김 총괄위원장이 직접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지난달 13일 선대위 회의에서 공약을 내세우겠다는 곳이 너무 많다고 언급한 것.

이는 새준위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정계개편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하라며 쓴소리도 냈다. 새준위를 향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읽힌다. 다만 외부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질문을 받기 전 일찌감치 창당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사실무근”
 강력 부인

새준위는 창당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집권을 위한 조직일 뿐이라는 것. 집권 이후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국정 운영에 있어 당을 깰 필요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윤 후보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창당에 대해 부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TK도 빨간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달 29일 대구 경북(TK)을 방문했다.

이는 대선후보로 결정된 이후 처음이다.

윤 후보가 방문한 곳에서 강성 보수층이 집회를 열어 전직 대통령에게 사과하라는 말도 나왔다.

최근 윤 후보는 TK에서의 지지율이 예전만 못하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자 가상대결 시 TK에서 윤 후보는 36.1%,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32.9% 지지율을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난달 21일 조사 대비 44.4%에서 8.3%p 하락한 수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등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