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있어야 사람도 모인다

대규모 일자리를 품은 지역 내 위치한 주거단지들이 강세다. 편리한 출퇴근이 가능해 지역 내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층이 탄탄하게 형성되고 있다. 풍부한 배후수요로 인해 환금성이 좋아 향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직장이 가까우면 취미나 여가활동을 할 시간이 늘어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대규모 일자리를 품은 지역은 쇼핑·의료·교육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도 구축된다. 이들 지역은 뛰어난 직주근접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도 활황세를 띠고 있다. 2030세대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함에 따라 일자리 창출 지역 내 부동산은 인기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030세대
시장 주도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복수응답) 중 ‘직주근접’을 택한 비율이 30.8%로 전체 항목 중 2위를 차지했다. 이 중 20대 이하의 직주근접 응답 비율은 무려 61.5%를 차지했으며, 30대의 경우 39%를 기록했다.

일자리 창출로 집값이 급등한 대표적인 지역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와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경남 진주혁신도시 등이 있다. 먼저 강서구 마곡지구는 첨단산업단지가 조성이 되면서 집값이 껑충 뛰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올해 강서구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은 19.47%로 서울에서 노원구(23.30%)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곡지구에는 롯데그룹 식품사의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롯데중앙연구소와 LG그룹 R&D 거점인 LG사이언스파크, 이랜드R&D센터, 에쓰오일 TS&D센터, 코오롱 미래기술원이 들어섰고, 향후 다양한 기업체도 들어설 전망이다.


다음으로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가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고덕국제신도시 제일풍경채는 지난 9월 전용면적 99㎡가 11억2500만원에 거래돼 작년 11월 거래액인 8억원보다 3억원 이상 올랐다. 이 단지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및 송탄일반산업단지와 인접해 있어 우수한 직주근접 여건을 갖췄다.

지방의 경우 경남 진주혁신도시가 있다. 경남 진주혁신도시 내 ‘중흥S-클래스 센트럴시티’는 직주근접 효과로 집값이 치솟고 있다. 중흥S-클래스 센트럴시티 전용 99㎡는 지난 9월 6억8000만원에 거래돼 작년 11월(4억1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7000만원 올랐다. 진주혁신도시는 진주상평일반산업단지와 인접해 뛰어난 직주근접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탄탄한 배후수요 바탕
안정적 임차수요 확보

일자리 창출지역 인근 직주근접 단지의 청약 경쟁률도 높은 편이다. 포스코건설이 경남 진주시 초전동에서 분양한 ‘더샵 진주피에르테’는 469가구 모집에 3만6180명이 몰려 77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GS건설이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일대에 분양한 ‘이천자이더파크’도 396가구 모집에 1만5753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39대1을 기록했다. 이천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어 직주근접이 가능한 지역이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에서 또한 ‘일자리’가 핫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일자리가 많다는 것은 곧 해당 지역의 경제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뜻하며, 많은 기업체가 모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탄탄한 배후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오피스텔이나 오피스 등의 임차수요를 확보하기 쉽고, 공실에 대한 걱정을 낮추는 것은 물론, 향후 높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일자리가 대기업을 기반으로 할 경우 파급효과는 더욱 크다고 조언한다. 대기업일수록 관련 협력업체들을 끌어들이는 유입력이 뛰어나 수요 확대에 유리해 투자 안정성이 높으며, 향후 지역 경제 발전에 따른 전체적인 부동산 가치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시장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은 핫플레이스로 통한다”며 “일자리 증가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주택은 물론 수익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더욱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지역 가치 상승에 따른 프리미엄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의 신규 분양 현황.


출퇴근
빠르게

 

▲더샵 송도 아크베이= 포스코건설의 ‘더샵 송도 아크베이’는 송도 6·8공구 핵심사업인 워터프론트 호수와 마주하고 있다. 워터프론트 사업은 송도국제도시 외곽을 ‘ㅁ’자 형태로 호수와 수로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오는 2027년까지 총사업비 6215억원을 투입해 교량, 인공해변, 수상터미널, 마리나시설, 해양스포츠 체험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송도국제도시는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끌고 있는 곳으로, 바이오 클러스터 규모가 앞으로 더욱 확대된다. 송도 4·5공구 92만㎡ 부지에 조성된 바이오 클러스터와 현재 매립 중인 송도 11공구를 연결해 총 200만㎡ 규모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더 그로우 서초= 명품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더 그로우 서초’는 서초 법조타운, 예술의 전당, 서울교대 등 서초동 핵심 위치에 있어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사업지 인근으로 양재·우면 R&CD 혁신 허브 및 양재 테크시티가 조성될 예정이다.

업무지구
복합타운

서초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 따르면 서초대로 일대에 롯데칠성 부지, 코오롱 부지, 라이온미싱 부지 등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 국제 업무·상업 복합 중심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특별계획구역에 속한 4개 부지를 합치면 면적만 6만3006㎡에 달하며, 삼성타운(2만4000㎡)과 합해 면적 8만여㎡의 대규모 오피스 타운이 조성된다.

서초 정보사 부지는 첨단 업무복합단지, 친환경 문화예술 복합타운으로 개발될 예정으로, 2010년 정보사가 경기도 안양시로 이전한 이후 장기 표류되던 이곳은 최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안이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공실 걱정 적고
높은 수익 기대

현대차 GBC 부지도 인근이다. 총사업비 약 2조3000억원이 투입돼 남측 부지에 4차 산업혁명 클러스트, 북측 부지에 친환경 첨단 비즈니스 허브 및 미술관을 건립해 친환경 문화 예술 복합타운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브릴란테 덕수궁= 서울 중심 업무지구를 배후에 둔 오피스텔 ‘브릴란테 덕수궁’은 국내 3대 업무지구 중 하나인 시청, 광화문, 중심업무지구(CBD) 권역에 속해 풍부한 배후수요를 품고 있다.

서울시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CBD 일대에 등록된 사업체는 총 9만9806개이며 종사자 수는 65만3014명에 이른다. 서울시 내 전체 사업체(82만3624개)의 약 12%가 몰려 있는 셈이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높은 전문직 고소득 종사자들이 주 수요층인 데 따라 공실 위험이 적다. 편리한 교통환경도 돋보인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까지 도보 5분 거리로, 서울역·용산 ·강남·잠실 등 주요 지역으로 한 번에 오갈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 기준 시청역의 환승 유입 인원은 2만1390명이다. 최상위권인 강남역(2만6695명)과 홍대입구역(2만5688명)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건대 트레비앙= 서울 광진구에서 은일종합건설㈜이 시공, 아시아신탁㈜이 신탁하는 ‘건대 트레비앙’오피스텔은 강남, 잠실, 성수 IT밸리 등의 직주근접 수요를 노릴 수 있다. 앞으로 구의 자양 재정비촉진계획, 중곡지구 종합의료복합단지 조성 등 개발 호재도 기다리고 있어 가치 상승, 임대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세종대, 건국대, 한양대 트리플 학세권 캠퍼스타운이 갖춰져 수요층이 두껍다. 분양 관계자는 “구의 자양 재정비 촉진지구에 34층 규모의 MICE시설과 대규모 문화공원이 들어서게 되어 배후 수요층이 두꺼워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 금호건설의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오피스텔이 들어서는 고색2지구는 15만5000여㎡ 규모다. 이곳에 의료지원시설, 상업·업무시설, 판매시설, 공원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인접한 고색1지구까지 합치면 주거시설도 약 4000가구의 미니 신도시급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고색2지구에는 지하 4층~지상 10층 706병상 규모의 덕산의료재단 종합병원이 이달 착공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1단계로 2024년 457병상이 먼저 개원할 예정이다. 대형 판매시설용지가 있어 대형마트도 예정돼 있다.

주변 입지여건도 좋다. 수인분당선 고색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수원역도 가깝다. 수원역은 향후 가까운 거리에 약 35만㎡ 규모의 수원 스타필드(2023년 예정)가 조성되고 8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수원 델타플렉스가 가까운 것도 강점이다.

 

▲천안아산역 EG the1= 라인건설은 충남 아산 배방지구 6-3블록에 아파텔 ‘천안아산역 EG the1(이지더원)’을 분양한다. 충남 아산 배방지구 주변은 아산탕정택지개발지구와 불당지구에 R&D 창업·융합지구가 들어선다. 미래형 자동차 부품산업 특화 지역을 육성하기 위해 ‘천안아산 강소특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여의도 센트럴 큐브스테이트= 주거복합단지인 ‘여의도 센트럴 큐브스테이트’는 서울교를 이용해 여의도로 바로 건너갈 수 있다. 국내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풍부한 숙박 수요를 품고 있는 여의도는 약 4만2600개 사업체에서 종사자 약 36만76 00명이 근무 중인 대규모 업무지구다.

역세권 기본
개발 호재도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지체됐던 개발 사업들이 속속 가시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영등포구는 서울 20 30 도시기본계획상 강남·여의도와 함께 3대 도심으로 지정된 이후 영등포뉴타운, 쪽방촌과 집창촌 등 재개발 사업, 영등포 로터리 고가차도 철거 사업 등이 탄력을 받으면서 주거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4 부동산 공급 대책의 핵심인 서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1차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영등포구가 선정돼 주거 환경 개선이 기대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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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법부가 빌미를 제공했단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허점이 많은 법안을 밀어붙인단 비판도 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엮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패로 쓰려 했던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에 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 제도는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5대 개혁안 확정 발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대법원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이 특히 반발했던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이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현행 14명인 대법관은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30명까지 채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신임 대법관 16명과 임기 만료 후 교체되는 대법관 10명 등 총 26명을 임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대법관 증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대법관 임명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 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사법 해체안”이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빌미로 작용하는 구체적 사례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등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핵심 근거는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술이 발달해 정확한 서류 접수·반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후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에 참여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아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후 지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하거나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33일 앞둔 지난 5월1일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받았고,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로부터 불과 9일 후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다. 빌미 제공한 사법부에 몰아치는 민주 왜? 당리당략 위해 여야 번갈아 “대법관 증원” 민주당은 “기록 6만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졸속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대법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감수한 무리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몰아치기 전술로 사법개혁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사법개혁안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추진 ▲법 왜곡죄 신설 등이다. 대법관 증원론은 1994년부터 제기됐다. 상고허가제는 밀려드는 상고심 접수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부터 운영됐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고심 접수는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에 접수된 상고심 접수 건수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을 제외하면 1만3026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시도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은 그 외 상고심을 맡아 사실상 4심 법원 체제로 운영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내세워 ▲불법 로비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을 저질렀단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상고법원 설치는 금기시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누가 봐도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남은 대안은 대법관 증원밖에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부는 1994년에도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대법관 수도 15명”이라며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 기능 측면에서 볼 때, 대법관 13명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제기될 때마다 ▲전원합의체 유지 ▲파기환송 증가로 인한 송사 비용 증가 ▲재판 지연 ▲인사청문회·임명 지연 등 논점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우리법연구회 좌편향 논란을 제기하면서 대법관 증원을 시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법관 출신 8명을 포함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현시점에선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여야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가 곧 백지화시켰다. 돌고 도는 직권남용 당시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겨냥해 대법관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민주당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하게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양산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 왜곡죄 신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추진된다. 범여권은 꾸준히 법 왜곡죄 신설을 시도했다. 제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심상정 전 의원이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남국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발의했다. 지난해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까진 검사·사법경찰관 등 수사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의됐으며, 이번 추진엔 법관도 포함된다. 1년여 동안 법관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할 정도로 달라진 변수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심각한 오류들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쪼개는 검찰 해체 법안 통과를 완수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에 소속될 검사는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된다. 공소청에서 근무할 검사는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다. 부장검사를 지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법 왜곡죄에 관한 소고>에서 “기소 이후엔 절차 지휘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검사는 판사에 의한 법 왜곡죄의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해체 이후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소 유지는 법관이 전담하는데, 검사가 어떻게 법 왜곡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되느냐”는 취지의 반박이다. 김 부교수는 법관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민주당의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 도입이 특정인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법안엔 검사 등 수사기관으로 규율 범위가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자, 12일 만에 법관을 적용 대상에 추가해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구하기? 그러면서 “이 의심은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으로부터 비롯됐다. 독일의 법 왜곡죄는 “법관 등이 재판 등을 하면서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취지의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관 전용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에 대해서도 이미 있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정치 보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다수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검찰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직권남용죄를 다수 적용했던 사람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검찰의 직권남용죄 총처분 건수는 2011년 4057건서 2020년엔 1만4050건으로 늘어난 통계도 제시됐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권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남용인지, 직권과 행사에 방해를 받은 권리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하면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사·기소를 하는 수사기관과 판단을 하는 법관의 재량에 판단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소원 당시 “조항이 모호해서 정권교체 후 정치 보복을 위한 고위공직자 처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파기환송에 “판사 법 왜곡 처벌” 수사권 없어지는데 검사도 포함 추진 권 전 재판관은 지난 2022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용을 방지하려면 요건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헌 의견을 냈다”며 “우려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의견을 밝혔을 때 서둘러 개정했다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이 발언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문정부도 직권남용죄의 함정에 빠져,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에 대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에 대해서도 “인사권과 관련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루돼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정부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다수의 직권남용을 지휘했던 윤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수의 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대통령 재임 중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사건도 있었던 현실을 고려한 법안 추진이었다. 발의 시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다음 날인 지난 5월2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이란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반발은 정작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하단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에 사법개혁안 중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대통령까지 옭아매 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은 임기 중에만 중지된다. 퇴임 이후엔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으면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진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공소 취소”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월 “공소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비판받은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유엔 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하게 추진한 사람이 정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설정해서 당 대표 재선에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노리려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법률적 이해관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엔 이 대통령의 법률적 이해관계가 묶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아울러 “특정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위해 현임 대통령까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개의치 않는다. “보복·당리당략·자기 정치를 위해 막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데도 특유의 몰아치기가 작동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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