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단독인터뷰> '코로나 최전선' 시신 모시는 이상재 장례지도사협회 회장

하루 20명 방진복 입고 보내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그는 매일 오후 5시 화장장으로 향한다. 방진복을 입고 기다리다 보면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다가온다. 운구차와 달리 유가족은 다가갈 수 없다. 묵념 후 관을 들고 화장장 안으로 들어간다. 화구까지 거리는 50m 남짓. 왕복 100m를 오갈 때마다 시신 한 구가 불길 속으로 사라진다. 그가 지난해부터 2년째 하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 2월20일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왔다. 전국의 화장시설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코로나19 사망자만을 위한 화장 시간대가 긴급 편성됐다. 이전 서울시립승화원(이하 승화원)의 경우 오후 4시45분이 마지막 시간대였다. 현재 승화원은 오후 5시 이후에 가장 북적인다. 

일반 화장
끝난 이후

한낮 최고 기온이 30.5도까지 오른 8월6일 경기도 고양시. 오후 4시30분쯤 되자 장례지도사들이 승화원 주차장으로 속속 모여 들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던 이들은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방진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날, 그들은 손 소독제로 부지런히 손을 닦고 하얀 옷을 뒤집어썼다. 

머리에 맞춰 고글 끈을 정리하고 나니 그 사이에도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 다음부터는 하염없는 대기 상태. 코로나19 사망자를 실은 운구차는 이미 승화원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지만 유가족이 늦어진다고 했다. 1시간가량 흘렀을까. 승화원 관계자가 서류를 들고 바삐 오가는 사이 유가족이 도착했다.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승화원 앞에 서자 유가족 사이에서 흐느낌이 새나왔다. 유가족은 시신이 담긴 관을 가까이서 볼 수 없다. 그 사이 장례지도사들은 관을 내리고 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고인의 신원 확인 조치가 끝나고 추모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어 장례지도사들이 관을 들었다.

그들은 화장장으로 향했고 방역 담당자는 운구차 안을 소독했다. 

이후 화장장에서 나온 장례지도사들은 방진복을 벗어 종량제 쓰레기봉투 안에 밀어 넣었다. 비치된 손 소독제로 다시 손을 닦았다. 휴대폰, 담배, 안경 등 소지품을 챙긴 이들은 승화원 주차장으로 향했다.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눈 이후 이들은 모두 흩어졌다.

1~2명 처리하다 10배 늘어
장례지도사 10명 매일 출근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처리하는 장례지도사들의 하루가 끝난 순간이다. 이날 코로나19 사망자는 3명이었다. 

138일 뒤인 지난 21일 다시 승화원을 찾았다. 불과 4개월 만에 상황은 심각하게 변했다. 오후 4시50분경 이미 20여대의 운구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승화원에서 하루 화장할 수 있는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은 20구. 20기의 화구를 꽉 채울 만큼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실제 이날 52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장례지도사들을 비롯한 그곳에 있는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각자의 역할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듯 마치 ‘시신 처리’라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100여명이 모였음에도 승화원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운구차 기사는 승화원 앞에 정확히 차를 댔고 장례지도사들은 카트째 관을 내렸다. 방역 담당자가 관을 소독하면 장례지도사들은 그대로 카트를 밀어 화장장 안으로 향했다. 직접 들고 운구하기엔 그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방역 담당자가 소독을 마치면 운구차는 그대로 승화원을 빠져나갔다. 

유가족은 화장장 안 화구로 향하는 길목인 복도에 모여 있었다. 신원 확인을 마친 후 유가족에게 추모의 시간이 주어졌다. 장례지도사들은 이 시간을 잠시 기다렸다가 이내 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같은 일을 반복했다. 장례지도사들은 운구차를 세운 승화원 앞마당부터 화구까지 50m 거리를 20여번 왕복했다. 이 과정에 약 1시간이 걸렸다.

1일 20구
포화 상태

일을 마친 장례지도사들은 방진복을 벗어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겨울 날씨에도 이들의 몸에선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옷을 챙겨 입은 장례지도사들은 말 그대로 홀연히 사라졌다. 4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장례지도사들의 일과는 변함이 없었다. 달라진 건 처리해야 할 시신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뿐이었다. 

지난 21일 이상재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이하 장례지도사협회) 회장을 만났다. 장례지도사협회는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 이후부터 현재까지 승화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과 처리를 의뢰 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장례지도사협회에서 의뢰 받아 처리한 코로나19 사망자는 전체(5015명, 21일 기준)의 20% 정도다.

이날 장례지도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피곤한 얼굴로 <일요시사> 취재진을 맞이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 및 처리 일을 한 이후부터 다시 피우기 시작한 담배 때문에 여러 차례 잔기침을 토했다. 20년 동안 금연했던 이 회장도 밀려드는 코로나19 사망자 앞에선 속수무책인 듯했다.

사망자 수가 폭증한 이후부턴 담배도 더 늘었다.

“정말 비극적인 현장이죠”
20년 끊은 담배 다시 물다

장례지도사협회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당시 사망한 38명의 시신을 처리한 경험이 있다. 당시 경험을 계기로 이번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처리에도 투입된 것. 10명가량의 장례지도사가 승화원에서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50대로 장례지도사 경력 20~30년 차의 베테랑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에서 사망할 경우 밀봉해 입관 절차가 이뤄진다. 이후 승화원으로 운구되면 장례지도사들이 화장 절차를 밟는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망할 경우, 즉 자택 사망자의 경우는 일이 조금 복잡하다. 장례지도사들이 직접 사망 장소로 가서 시신을 수습해 처리해야 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자택 사망자가 11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장례지도사들은 늘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있다. 특히 자택 사망자의 경우 사망 장소의 방역 수준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한 편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유가족 또한 확진자인 사례가 많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아직까진 코로나19에 감염된 장례지도사가 없지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셈이다.

“이 일은 장례업을 하는 전문인으로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없다면 현장에서는 안 하겠다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을 매일 접한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큽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가족이 다 있잖아요. 그리고 현재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일의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정말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염 위험
두려움 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의 감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것도 장례지도사들이다. 100세 노모의 시신을 담은 관을 보면서 80세 아들이 ‘엄마, 엄마’ 하면서 우는 모습, 산모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사산된 아기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참담함, 슬픔에 못 이겨 장례지도사에게 날카롭고 예민하게 쏟아내는 유가족의 반응 등 장례지도사들은 너울대는 감정의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화장이 모두 끝난 오후 5시부터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이 시작되다 보니 20구의 시신을 모두 처리하는 데 2~3시간 정도 걸린다. 유가족은 화장예약 순서에 따라 1~20번의 순번을 받게 된다. 마지막 순번의 유가족은 고인의 유골을 받기까지 6~7시간 동안 화장장 인근에서 기다려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유가족의 추모 시간이 너무 짧다는 보도가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명의 시신을 처리하는데 앞에서 적체가 일어나면 절차가 계속 뒤로 밀리게 됩니다. 또 고인 1명에 유가족이 3명만 와도 총 60여명이 해당 장소에 있는 셈입니다. 방역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는 뜻이죠.”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화장장 역시 포화 상태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하루 화장 가능한 시신의 수는 정해져 있는데,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일정이 밀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시간대를 늘려 더 많은 시신을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지나치게 길어지는 대기 시간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실행은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2년 동안 유지해온 ‘선화장 후장례’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사망자의 경우 24시간 이내에 화장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가족이 이에 동의해야만 1000만원의 장례 지원비 등을 지급하는 구조라 정부가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들어 고인을 충분히 추모하지 못하는 유가족의 슬픔, 시신 감염 우려는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지난 17일 “사망자의 존엄을 유지하고 유족의 애도를 보장하면서 방역 측면에서도 안전한 방향으로 장례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 불만 장례지침 변경?
“안정 시스템 바꾸면 혼란”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부터 현재까지 현장에서 상황을 진두지휘한 이 회장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선화장 후장례’ 시스템이 간신히 안정화된 상태에서 ‘선장례 후화장’ 등의 방식으로 현 상황을 변화시킬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일괄 화장 방식이 추가 감염을 막는 나름의 ‘방패’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이나 지침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2년 이상 처리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경험으로 정책 수립이나 지침 마련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의 소통 공간이 부족한 점 등 현장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달라는 일종의 호소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이 회장의 대답은 ‘결국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로 귀결됐다. 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가 폭발하면서 사망자 수 역시 끝 모르고 증가 중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처리한 시신 가운데 3분의 1이 최근 3개월(10~12월)에 집중돼있을 정도다.

12월 들어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20명의 사망자를 처리했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넘었고 그 수치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령층에서 사망자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지금 방역 수준으로는 현재 나오고 있는 사망자 숫자를 줄이기 어렵습니다. 방역에 있어서 어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승화원에서 일을 마치고 장례지도사들끼리 소주 한 잔씩 하면서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먹고사는 일이라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더 이상 사망자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처음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처리했을 땐 이런 상황이 2년이나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분이 이곳으로 오시게 될까요. 정말 비극적인 현장입니다.”

많은 죽음
특단 조치

지난 23일(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09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 수 역시 108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5015명(22일 기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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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