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단독인터뷰> '코로나 최전선' 시신 모시는 이상재 장례지도사협회 회장

하루 20명 방진복 입고 보내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그는 매일 오후 5시 화장장으로 향한다. 방진복을 입고 기다리다 보면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다가온다. 운구차와 달리 유가족은 다가갈 수 없다. 묵념 후 관을 들고 화장장 안으로 들어간다. 화구까지 거리는 50m 남짓. 왕복 100m를 오갈 때마다 시신 한 구가 불길 속으로 사라진다. 그가 지난해부터 2년째 하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 2월20일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왔다. 전국의 화장시설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코로나19 사망자만을 위한 화장 시간대가 긴급 편성됐다. 이전 서울시립승화원(이하 승화원)의 경우 오후 4시45분이 마지막 시간대였다. 현재 승화원은 오후 5시 이후에 가장 북적인다. 

일반 화장
끝난 이후

한낮 최고 기온이 30.5도까지 오른 8월6일 경기도 고양시. 오후 4시30분쯤 되자 장례지도사들이 승화원 주차장으로 속속 모여 들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던 이들은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방진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날, 그들은 손 소독제로 부지런히 손을 닦고 하얀 옷을 뒤집어썼다. 

머리에 맞춰 고글 끈을 정리하고 나니 그 사이에도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 다음부터는 하염없는 대기 상태. 코로나19 사망자를 실은 운구차는 이미 승화원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지만 유가족이 늦어진다고 했다. 1시간가량 흘렀을까. 승화원 관계자가 서류를 들고 바삐 오가는 사이 유가족이 도착했다.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승화원 앞에 서자 유가족 사이에서 흐느낌이 새나왔다. 유가족은 시신이 담긴 관을 가까이서 볼 수 없다. 그 사이 장례지도사들은 관을 내리고 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고인의 신원 확인 조치가 끝나고 추모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어 장례지도사들이 관을 들었다.

그들은 화장장으로 향했고 방역 담당자는 운구차 안을 소독했다. 

이후 화장장에서 나온 장례지도사들은 방진복을 벗어 종량제 쓰레기봉투 안에 밀어 넣었다. 비치된 손 소독제로 다시 손을 닦았다. 휴대폰, 담배, 안경 등 소지품을 챙긴 이들은 승화원 주차장으로 향했다.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눈 이후 이들은 모두 흩어졌다.

1~2명 처리하다 10배 늘어
장례지도사 10명 매일 출근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처리하는 장례지도사들의 하루가 끝난 순간이다. 이날 코로나19 사망자는 3명이었다. 

138일 뒤인 지난 21일 다시 승화원을 찾았다. 불과 4개월 만에 상황은 심각하게 변했다. 오후 4시50분경 이미 20여대의 운구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승화원에서 하루 화장할 수 있는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은 20구. 20기의 화구를 꽉 채울 만큼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실제 이날 52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장례지도사들을 비롯한 그곳에 있는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각자의 역할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듯 마치 ‘시신 처리’라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100여명이 모였음에도 승화원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운구차 기사는 승화원 앞에 정확히 차를 댔고 장례지도사들은 카트째 관을 내렸다. 방역 담당자가 관을 소독하면 장례지도사들은 그대로 카트를 밀어 화장장 안으로 향했다. 직접 들고 운구하기엔 그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방역 담당자가 소독을 마치면 운구차는 그대로 승화원을 빠져나갔다. 

유가족은 화장장 안 화구로 향하는 길목인 복도에 모여 있었다. 신원 확인을 마친 후 유가족에게 추모의 시간이 주어졌다. 장례지도사들은 이 시간을 잠시 기다렸다가 이내 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같은 일을 반복했다. 장례지도사들은 운구차를 세운 승화원 앞마당부터 화구까지 50m 거리를 20여번 왕복했다. 이 과정에 약 1시간이 걸렸다.

1일 20구
포화 상태

일을 마친 장례지도사들은 방진복을 벗어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겨울 날씨에도 이들의 몸에선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옷을 챙겨 입은 장례지도사들은 말 그대로 홀연히 사라졌다. 4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장례지도사들의 일과는 변함이 없었다. 달라진 건 처리해야 할 시신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뿐이었다. 

지난 21일 이상재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이하 장례지도사협회) 회장을 만났다. 장례지도사협회는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 이후부터 현재까지 승화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과 처리를 의뢰 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장례지도사협회에서 의뢰 받아 처리한 코로나19 사망자는 전체(5015명, 21일 기준)의 20% 정도다.

이날 장례지도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피곤한 얼굴로 <일요시사> 취재진을 맞이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 및 처리 일을 한 이후부터 다시 피우기 시작한 담배 때문에 여러 차례 잔기침을 토했다. 20년 동안 금연했던 이 회장도 밀려드는 코로나19 사망자 앞에선 속수무책인 듯했다.

사망자 수가 폭증한 이후부턴 담배도 더 늘었다.

“정말 비극적인 현장이죠”
20년 끊은 담배 다시 물다

장례지도사협회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당시 사망한 38명의 시신을 처리한 경험이 있다. 당시 경험을 계기로 이번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처리에도 투입된 것. 10명가량의 장례지도사가 승화원에서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50대로 장례지도사 경력 20~30년 차의 베테랑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에서 사망할 경우 밀봉해 입관 절차가 이뤄진다. 이후 승화원으로 운구되면 장례지도사들이 화장 절차를 밟는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망할 경우, 즉 자택 사망자의 경우는 일이 조금 복잡하다. 장례지도사들이 직접 사망 장소로 가서 시신을 수습해 처리해야 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자택 사망자가 11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장례지도사들은 늘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있다. 특히 자택 사망자의 경우 사망 장소의 방역 수준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한 편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유가족 또한 확진자인 사례가 많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아직까진 코로나19에 감염된 장례지도사가 없지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셈이다.

“이 일은 장례업을 하는 전문인으로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없다면 현장에서는 안 하겠다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을 매일 접한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큽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가족이 다 있잖아요. 그리고 현재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일의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정말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염 위험
두려움 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의 감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것도 장례지도사들이다. 100세 노모의 시신을 담은 관을 보면서 80세 아들이 ‘엄마, 엄마’ 하면서 우는 모습, 산모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사산된 아기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참담함, 슬픔에 못 이겨 장례지도사에게 날카롭고 예민하게 쏟아내는 유가족의 반응 등 장례지도사들은 너울대는 감정의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화장이 모두 끝난 오후 5시부터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이 시작되다 보니 20구의 시신을 모두 처리하는 데 2~3시간 정도 걸린다. 유가족은 화장예약 순서에 따라 1~20번의 순번을 받게 된다. 마지막 순번의 유가족은 고인의 유골을 받기까지 6~7시간 동안 화장장 인근에서 기다려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유가족의 추모 시간이 너무 짧다는 보도가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명의 시신을 처리하는데 앞에서 적체가 일어나면 절차가 계속 뒤로 밀리게 됩니다. 또 고인 1명에 유가족이 3명만 와도 총 60여명이 해당 장소에 있는 셈입니다. 방역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는 뜻이죠.”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화장장 역시 포화 상태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하루 화장 가능한 시신의 수는 정해져 있는데,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일정이 밀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시간대를 늘려 더 많은 시신을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지나치게 길어지는 대기 시간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실행은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2년 동안 유지해온 ‘선화장 후장례’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사망자의 경우 24시간 이내에 화장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가족이 이에 동의해야만 1000만원의 장례 지원비 등을 지급하는 구조라 정부가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들어 고인을 충분히 추모하지 못하는 유가족의 슬픔, 시신 감염 우려는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지난 17일 “사망자의 존엄을 유지하고 유족의 애도를 보장하면서 방역 측면에서도 안전한 방향으로 장례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 불만 장례지침 변경?
“안정 시스템 바꾸면 혼란”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부터 현재까지 현장에서 상황을 진두지휘한 이 회장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선화장 후장례’ 시스템이 간신히 안정화된 상태에서 ‘선장례 후화장’ 등의 방식으로 현 상황을 변화시킬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일괄 화장 방식이 추가 감염을 막는 나름의 ‘방패’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이나 지침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2년 이상 처리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경험으로 정책 수립이나 지침 마련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의 소통 공간이 부족한 점 등 현장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달라는 일종의 호소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이 회장의 대답은 ‘결국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로 귀결됐다. 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가 폭발하면서 사망자 수 역시 끝 모르고 증가 중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처리한 시신 가운데 3분의 1이 최근 3개월(10~12월)에 집중돼있을 정도다.

12월 들어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20명의 사망자를 처리했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넘었고 그 수치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령층에서 사망자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지금 방역 수준으로는 현재 나오고 있는 사망자 숫자를 줄이기 어렵습니다. 방역에 있어서 어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승화원에서 일을 마치고 장례지도사들끼리 소주 한 잔씩 하면서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먹고사는 일이라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더 이상 사망자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처음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처리했을 땐 이런 상황이 2년이나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분이 이곳으로 오시게 될까요. 정말 비극적인 현장입니다.”

많은 죽음
특단 조치

지난 23일(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09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 수 역시 108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5015명(22일 기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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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