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따라? 공무원 꿀보직 소문과 진실

편하면 여자가? 힘들면 남자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 경찰·소방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중요한 보직이 많은 경찰·소방직에 여성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도 사실상 성별에 따라 보직이 고정돼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성별에 따라 상대적으로 편한 보직엔 여성이, 힘든 보직엔 남성이 주로 발령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자 K여경’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게시물에는 충북 청주의 한 도로에서 벌어진 음주 난동 현장이 찍힌 사진 7장이 포함됐다. 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경찰관 2명이 주취자로 보이는 남성 1명을 체포하는 장면이 담겼다. 

비난

게시글에 올라온 사진과 주장에 따르면 여경은 주취자를 제지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남성 경찰관만 참여했다. 여경은 해당 현장 상황을 영상 채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 속에 등장한 남성 경찰이 주취자를 제압하는 동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경이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여경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저것들은 진짜 존재 이유가 뭔가”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하는 일이 뭐가 있나” “세금이 아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여경을 향해 원색적인 욕설과 조롱을 하기도 했다.

이 글의 조회 수는 하루 만에 14만건을 넘겼고, SNS에 공유되면서 ‘여경 무용론’ 논란으로 확대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은 사진 속 여경은 중앙경찰학교 소속 교육생으로 실습 나왔다가 현장에 출동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경찰은 초기 단순 주취자 처리 건이어서 교육생을 포함한 1개 팀만 현장 출동을 보냈고 주취자가 완강히 저항해 교육생에게 증거 수집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취자에 대한 여성 경찰의 대응 논란이 발생한 것은 비단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지난 6월에도 남성 경찰이 주취자를 체포하는 동안 여성 경찰이 구경만 하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국가경찰위원회는 여경 무용론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6월21일 남녀 동일 기준 체력검사 도입 방안 등을 의결했고 지난 8월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이런 논란에서는 소방공무원도 자유롭지 못하다. 

2017년 JTBC <잡스>에 화재 진압 대원으로 1년여 근무 후 사내 아나운서 및 홍보 업무를 맡게 된 한 여성 소방관이 출연했다. 한 진행자가 화재, 사고 현장에 여성 대원이(많이) 없는 이유를 묻자 이 여성 소방관은 체력 테스트를 통과했기에 자신은 있었지만, 현장에 직접 나가보니 체력적으로 버거웠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경찰·소방 고정직 성별 논란
일반 행정직 공무원도 해당? 

산악사고, 수난사고, 교통사고 등 응급상황 시 현장의 소방관은 25㎏에 육박하는 장비를 짊어진다. 부상자까지 이송할 경우 무게는 가중된다. 그 때문에 구성원 대부분이 남성으로 이뤄져 있다. 여성 소방관들은 주로 구급 소방관으로 많이 근무한다고 한다. 


주취자, 노숙자부터 사고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환자를 관리하는 게 구급 소방관들의 임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와 소방제도가 흡사한 일본의 경우 2017년 기준 여성 소방관 비율은 2.9%로 우리보다 훨씬 낮다.

국제소방협회에 따르면 미국(7.3%), 독일(8.7%), 스웨덴(4.3%) 등 선진국 대다수가 5~10% 사이의 여성 소방관 비율을 보인다. 단순 비교가 능사는 아니지만 힘을 많이 요하는 영역이 존재하는 건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직 소방공무원들조차 체력이 좋은 남성 동료와 외근(현장) 업무를 수행하기를 희망했다. 소방관 대부분이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체력’이 중요하다고 여겼고, 10명 중 6명은 성별이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소방청과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지난 6~8월 소방관 1만5203명을 대상으로 ‘체력 관련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1.7%가 소방 업무 수행에 있어 체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선 소방관들도 체력이 업무에 직결된다고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신체능력을 크게 요하는 경찰과 소방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행정직 공무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지방자치단체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공무원 A씨는 동사무소 청소, 구청 교통지도, 구청 건설과 근무, 구청 광고물 게시 등 상대적으로 현장에 가깝고 상대적 격무에 시달리는 보직은 대부분 남성 공무원이 맡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직급 다른 책임
남녀 따라 역할 분담?

더불어 내근직 남성 공무원들도 독박 외근 및 출장에 피로를 호소하며,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겨야 내근직에 발령내주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 젊은 미혼 남성들의 불만이 특히 심하다고 했다.

실제 서울특별시 내 25개 자치구를 살펴봤을 때 문제는 확연히 드러났다. <일요시사>는 업무가 과중하고 현장 업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두 과인 건축과와 교통지도과의 ‘서무’ 업무 담당자의 성비를 살펴봤다. 건축과와 교통지도과는 소위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밖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상대적 기피과 중 하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서무 업무란 ‘특별한 명목이 없는 여러 가지 일반적인 사무. 또는 그런 일을 맡은 사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사무실 내에서 진행되는 업무를 뜻한다.

서울특별시 내 25개 자치구에서 건축과 서무 담당자는 총 25명이다. 이 중 22명이 여성으로 여성 비율이 88%에 달했다. 교통지도과 서무 담당자는 총 12명으로 이 중 11명이 여성으로 비율이 92%에 육박한다. 대부분이 남성인 두 과에서조차 서무 담당자 중 여성 비율은 90%에 육박하는 것이다. 

여성 공무원 증가세에 따라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29일 ‘2021년도 제1회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최종합격자 2839명의 명단이 이날 발표됐다. 최종 합격자의 성별 구성은 남성 1215명(42.8%), 여성 1624명(57.2%)으로 전년도에 이어 여성 비율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7월8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 인사 통계도 여성 공무원 증가세를 드러냈다. 

쏠림

2020년 기준 전국 지자체 여성 공무원 수는 13만6071명으로 전체의 46.6%를 차지했다. 1년 전(13만2563명)보다 3508명 증가했으며, 여성 공무원 비율로는 전년도 39.3%에서 7.3%포인트 오르며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lyricki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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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