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세금 폭탄’의 위력이 대단하다. 국세청이 발송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다주택 보유자들은 높아진 세 부담에 고뇌에 빠졌다. 정치권도 합세해 ‘종부세 폭탄론’을 외치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주자 간 공약으로까지 이어지며 종부세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각종 ‘폭탄론’으로 번진 종부세가 계속해서 거론되자 대다수 국민은 상위 2%에 해당하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부자 걱정’에 마음을 보태고 있다.
지난 22일 국세청이 보낸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일명 상위 2%에 해당하는 ‘부자’ 납세자들은 높아진 세 부담에 한숨을 내쉬었다. 종합부동산세율이 상향되며 공시가격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은 다주택 보유자들은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합 부작용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주택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 22일 한 인터넷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종부세 납부액을 확인한 납세자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며 앞으로 내야 할 금액을 글로 공유했다.
‘이 정도로 오를 줄 몰랐다’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는 반응이 누리꾼 사이에서 주를 이뤘다.
한시적 다주택자들 역시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현재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20대 공인중개사 조씨도 한시적 다주택자로 몰려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처했다.
올해 초 별세한 조씨 아버지는 대출 90억원가량이 낀 총가액 1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남겼다.
하지만 취등록세와 상속세 등을 낼 돈이 없는 조씨는 세금을 내기 위해 주택임대사업자를 자진 말소 처리하고 현재 빌라 매물들을 모두 내놓은 상태다. 주택임대사업자가 일반인에게 집을 팔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을 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빌라 처분은 여의치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조씨는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종부세 고지서에 적힌 금액에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씨는 졸지에 다주택자로 몰려 종부세 2억1000만원가량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조씨는 “세금을 내기 위한 돈을 마련하고자 빌라를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상속 처리된 매물 등에 다주택자로 몰렸고 대출도 나오지 않아 상속세를 낼 형편도 안 된다. 더군다나 2억이 넘는 종부세까지 감당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화가 난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국세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토지분 종부세 고지 현황에 따르면 올해 주택분과 토지분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인원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고지 인원이 74만41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새 38.0% 급증했다. 이는 당초 정치권 등에서 예상했던 수준인 80만명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일각에선 이번 종부세 인상 논란의 파급효과가 고스란히 서민층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위 2%만 해당? 월급쟁이들은 왜?
실제 억울한 사연 들어보니 ‘허걱’
하지만 여당과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폭탄’ 논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태주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 시사>에 출연해 최근 “종부세액이 급증한 것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며 “정부가 이전부터 예정한 정책의 효과”라고 반박했다.
‘종부세는 98%의 국민과는 무관하며 소수 고가의 집을 보유한 부자를 제외하고 종부세는 1~2주택 보유 가구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종부세 대상자 중 상당수가 실거주자라는 점이다. 부모 시골집을 자신의 명의로 해 2주택을 가진 사람, 세금 납부 여력이 없는 은퇴한 고령자 등 투기와 상관없는 사람들마저 의도와 상관없이 정부의 일방적 규제로 인한 주거비용 부담까지 짊어지게 된 것이다.
1세대 1주택자 또한 납부해야 할 세금이 크게 올랐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되자 그 여파로 올해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인원과 세액 모두 증가했다. 정부가 종부세 산출 3요소인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 시장 가액 비율 ▲세율을 한꺼번에 올린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정책에 따라 올해 전국 평균 공동 주택 공시가는 19.1% 상승했다. 이는 14년 만의 최대치의 금액이다. 공정 시장 가액 비율은 지난 2020년 90%에서 올해 95%로 인상됐다.
최근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중소형 아파트와 주택 등의 집값이 크게 오르자 기존 비과세 대상자였던 1세대 1주택자들도 과세대상에 포함됐다. 국회가 종부세 과세대상 기준을 공시가격 1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부족했다.
정부는 예상된 정책에 따른 조치라 주장하고 있지만 느닷없이 종부세 과세대상에 포함된 국민을 중심으로 ‘폭탄’ 논란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지난 22일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주택자 13만2000명에게 고지된 종부세는 2000억원이다. 전년인 2020년에는 1주택자 12만명에 1200억원이 고지됐다. 1년 새 1만2000명이 늘었고 800억원이 증가했다.
종부세를 두고 정치권 등이 각축전이 벌이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종부세 세율 인하’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등을 대선공약으로 거론하며 ‘종부세 폭탄론’을 꺼내들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도 지난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종부세는 서울의 일부 부자들만 내는 ‘부자세’라는 애기는 옛말”이라며 “종부세를 ‘종합 부작용세’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뿔난 민심
그러면서 “국민이 부동산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선 종부세 개편을 통해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해소해야 한다”며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하하고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등 여러 방면의 부동산 정책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종부세의 개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공동명의’ 종부세 절세팁
공시가격이 상승하며 소득이 없는 은퇴 1주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유한 1주택을 부부가 공동명의로 등록하는 ‘공동명의’가 주목받고 있다.
은퇴 후 특별한 소득없이 집 한 채만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의 경우 소액의 세금이라도 아쉬운 게 사실이다.
특히 장기보유세액공제나 고령자 공제를 다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 세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은퇴 1주택자에게 ‘공동명의’가 절세를 위한 팁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종합부동산세 적용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까지 늘어나 단독명의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에 따른 공제 혜택을 더할 경우 실제 세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1가구 1주택 합산 과세표준이 11억 이하라면 공동명의를 단독명의로 변경해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종부세 납부기준은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9억원을 초과한 주택을 보유한 경우 해당되기 때문이다.
2주택 이상은 합산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면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
지난 9월30일부로 신청 기간이 지났지만, 한시적으로 오는 12월1일 관할 세무서로 직접 방문해 납세자 신청이 가능하다. 납세자 신청은 1년 단위로 변경할 수 있다.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