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 남겨진 숙제

이재명과 정면승부 피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흥행몰이에 성공한 국민의힘 본경선 투표 결과 윤석열 후보가 대선주자로 결정됐다. 이제 윤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하지만 경선 과정 중 여러 논란에 휩싸여온 만큼 이제부터의 실책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게 마이너스다. 

국민의힘 최종 경선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최종 투표 참여율은 역대 최고 기록인 63.89%를 기록했다. 흥행몰이에 성공한 셈이다. 윤석열 후보는 48.85%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됐다.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배경에는 그동안 앞서 왔던 당심이 실제 투표에서도 연결돼 우위를 차지한 결과로 보인다.

정치 신인
무서운 질주

당초 당원 투표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의 당원 비율만 34%에 달했던 탓에 해당 지역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보수세가 두드러지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TK(대구·경북)에서 당심이 결집되며 윤 후보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변수로는 세대별 투표율이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새로 가입한 2030세대에서는 홍 의원의 지지가 두드러졌다. 

반면 전통적인 당 지지층인 60대 이상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예상되면서 각 세대의 투표 참여율이 당락을 가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승리의 추는 쉽사리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여론과 당원 지지 반영 비율이 각각 50%였기에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종 투표 직전 홍 의원이 상승기류를 타며 윤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윤 후보의 쉬운 승리가 점쳐진 것과는 대비된 양상이다. 결국 윤 후보의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상황은 백중세로 빠져들었다. 두 인물 역시 서로 승리를 자신했다. 

투표 결과 윤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홍 후보는 여론에서 앞섰지만 당심을 더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패배의 원인이 된 셈이다. 

해당 결과는 윤 후보가 보수층의 가치에 더욱 부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윤 후보가 앞서는 모습을 보이자 당심이 결집됐다고 읽힌다. 앞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지만, 보수층은 윤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바 있다.

여론서 뒤쳐졌으나 당심 앞서
반문재인으로 중도 확장 필수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 뒤 100일(11월5일 기준) 만에 만들어낸 성과로 사실 그의 출마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그의 존재감은 부각됐다.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올리게 된 시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으면서부터다. 판정승을 거둔 윤 후보의 인지도는 더욱 상승세를 탔는데 이때 윤 후보의 인지도를 더욱 부각시키게 된 계기가 됐다.


야권에서 윤 후보를 정권교체를 위한 적임자로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출마 선언은 이른바 국민의힘에 새로운 바람인 ‘윤풍’을 일으켰다.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후보는 선언문 대부분을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과 정권교체의 필요성으로 채웠다. 그는 정권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며 문정부가 공정과 법치를 짓밟았고 국민의 삶이 힘겨워졌다고 주장했다. 

반문재인이라는 빅텐트를 구상하기 위해 시작부터 초석을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정권교체를 바라는 반문 강경 보수층의 지지도 함께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정권교체가 절실한 국민의힘은 윤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본격 입당하면서 공식적인 대선 행보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새 인물이 불어넣는 신선함과 참신성이라는 무기를 가지게 된 셈이다. 

당초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단순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정치인이나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선함
참신성

새로운 정치인의 등장은 늘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발생시켰다. 과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전 대표도 정치권을 요동치게 했다. 그만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크기 때문이었다. 

보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윤 후보는 첫 행보로 충청권인 ‘대전행’을 택하기도 했다. 대전을 방문해 자신의 뿌리가 충청이라고 언급하면서 ‘충청대망론’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충청은 스윙보터로 불리는 만큼 중도층의 확장과 반문 세력의 결집을 위해 필수적으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지역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 지역의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다.

윤 후보는 충청에서 강세다. 현재 충청권의 윤 후보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에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을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재 중도층의 지지는 연일 하락세다.

여론조사에도 중도층 대부분이 홍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중도층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만큼 윤 후보에게는 리스크로 다가올 수도 있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본래 지지층 외에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하는 그에게 외연 확장은 필수로 여겨진다.

윤 후보는 현재 중도층 중 홍 의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 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중도층엔 2030세대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윤 후보에게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청을
잡아라

즉시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공약도 내세웠으나 여전히 약점으로 거론된다. 결국은 홍 의원의 청년 지지층 표심을 흡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닌 가운데 우선 윤 후보 본인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는 잇따른 실수로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1일 1실수’는 대세론까지 흔들리게 한 계기가 됐다. 경선 토론회서 손바닥 ‘왕(王)’ 자가 논란이 됐고, 이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연결됐다. 손바닥 왕 자는 주술 논란으로 번지며 윤 후보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실수는 연이어 나왔다. 경선 막판 전두환 옹호 논란에 이어, 개 사과 논란까지 겹치면서 결국 위기론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윤 후보가 신인의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정치 경험이 전무해 여전히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시선도 강한 편이다. 장점으로 평가받던 직설적 화법은 단점이 돼 연일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의 또 다른 문제는 ‘고발 사주’ 의혹이다. 해당 사안은 여전히 윤 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더욱이 최근 MBC <PD수첩>을 통해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윤 후보를 직접 언급했던 녹취가 공개되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윤 후보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드러나지는 않았다. 고발 사주 의혹은 향후 이 후보와의 대결에서 핵심 쟁점이 될 요인으로 보인다. 여전히 의혹을 해소되지 않은 상황으로 윤 후보가 해당 의혹을 완벽하게 해소해야 이 후보와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지금부터 실수는 없다?
24시간 ‘입 조심’ 경계령

가장 큰 문제는 ‘처가 리스크’로 현재까지도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장모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며 아내 김건희씨도 논문 조작 논란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연루돼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지금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던 윤 후보는 “법 적용에는 예외가 없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처가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지율이 큰 폭으로 수직낙하할 수 있다. 대선 레이스에서 여권의 파상공세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다면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그 밖의 문제는 정치적 메시지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메시지는 충분하지만 정치적 행보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에서도 반문 테두리에 갇혀 본인만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여러 분야의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만일 본경선에서도 확실한 콘텐츠 구축에 실패할 경우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발생하게 될 문제는 국민의힘의 실수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관련된 의혹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처가 리스크
반드시 넘어야

한 정치 전문가는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라며 “같은 당이 아닌 민주당에서 의혹을 제기할 것이기 때문에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윤 후보가 자신과 관련된 의혹들의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실수는 어떤 식으로는 치명타”라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어디까지 왔나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와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잇따라 조사했다. 

김 의원의 경우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으나 여전히 고발사주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며 손 검사 역시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탓에 공수처는 수사에 돌입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손준성 보냄’이라는 메시지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발 사주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조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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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