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투어가 향후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사우디인터내셔널을 주관하기로 했다. 지난 9월20일 아시안 투어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인근의 킹압둘라 이코노믹시티의 로열그린스 골프&컨트리클럽에서 내년 2월3일부터 6일까지 ‘사우디인터내셔널 프리젠티드by 소프트뱅크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스(SBIA)’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마예드 알 소로 골프사우디와 사우디골프연맹 CEO는 “대회 일정을 공표한 것은 국제사회와 걸프협력이사회(GCC)에 우리의 비전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발전”이라며 “선수와 후원사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주요 투어와 협업을 통해 프로 골퍼들의 게임을 도울 예정인데 이게 바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조민탄 아시안투어 커미셔너이자 CEO는 “이 대회는 아시안 투어로서 큰 기회이기에 우리 회원들과 관계자들, 팬들에게 많은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어 홈페이지에 대회 개최 소식을 띄워놓고 있다.
2019년 창설된 사우디인터내셔널은 올해까지 3년간 유러피언 투어가 주관했다. 총상금 350만달러로 열려 필 미켈슨, 브룩스 켑카 등 스타를 초청하는 대회로 흥행을 이끌었다.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이 첫해에 이어 올해까지 2회 우승했고,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이 지난해 우승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소속 선수들에게 이 대회 출전 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발맞춰 유러피언 투어 역시 내년에는 대회를 주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투어가 이 대회를 단절한 이유는 2023년 1월 신설되는 프리미어골프리그(PGL)가 이 대회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PGL은 이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에게 투어 참가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를 주관할 투어 기구가 닫힌 사우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아시안 투어를 새로운 파트너로 삼고 대회를 이어가려 한다. 대회당 총상금은 350만달러(41억6150만원)를 시작으로 향후 500만달러(59억4500만원)까지 증액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개점휴업’ 상태인 아시안 투어로서는 호재를 만났다.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의 반다르말레이시아 오픈 이후로 어떤 대회도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각국이 코로나19의 팬데믹 확산 우려로 국경 이동이 쉽지 않다. 종전까지 공동 주관하던 한국, 일본 투어도 2년째 자국 투어로만 진행하고 있다.
PGA 투어 출전 금지령 후폭풍
PGL 창설 논란에 따른 차선책
아시안 투어의 공동 주관은 내년에 코로나19 상황과 백신 접종 및 이동의 편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대회가 열린다면 아시안 투어 출전권을 가진 한국 선수들은 상금 큰 대회의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웬만한 투어가 신설되는 것에 눈 하나 깜짝 않던 PGA 투어가 이처럼 질겁을 하고 PGL을 강하게 막는 이유는 PGL이 중동의 오일달러를 무기로 엄청난 돈을 뿌리기 때문이다. PGL은 최고 스타 선수 40여 명만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F1 스포츠 레이스처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개월간 18개 대회 일정으로 진행되며, 그중 12개는 미국에서, 아시아와 유럽에서 나머지 6개 대회를 개최한다. 대회는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진행된다.
개인전은 대회당 상금이 2000만달러(237억원)로 PGA 투어에서 총상금이 가장 많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1500만달러)보다 500만달러가 더 많다. 한 대회에서만 우승해도 돈방석에 앉는다. 우승 상금도 400만달러(47억6000만원)로 마스터스 우승 상금의 두 배가 넘는다. 대회마다 꼴찌를 해도 15만달러(1억8000만원)가량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