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섹시한 보스 박희순

“돈이 얼마 들더라도 섹시해야 했어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허스키한 목소리와 서구적인 인상, 날렵한 이미지는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을 표현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배우 박희순에게는 부드러운 역할보다는 늘 사나워 보이는 역할이 주어졌다. 인물이 정의의 편에 서거나 불의의 위치에 있거나, 그는 늘 강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에서 박희순은 카리스마의 정점을 찍었다.

박희순이라는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킨 첫 영화 <세븐 데이즈>에서서 직업이 형사인 성열을 연기했다. 아이를 유괴당한 지연(김윤진 분)을 끝까지 돕는 성열은 누구보다 강인했고 무서웠다. 수틀리면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아껴둔 악당

박희순은 <밀정>에서 장옥 역을 맡으며 추운 겨울 한성 바닥과 옥상을 휩쓸면서 홀로 일본군과 대치했다. 장옥은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위인으로 꼽히는 김상옥 열사를 모티브했다. 자결로써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그가 내뿜는 에너지는 얼얼할 정도로 인상이 깊다.

영화 <작전>에서 주가를 조작하는 보스일 때도, <가비>에서 암살에 노출된 고종황제일 때도, <1987>에서 권력을 받드는 시녀 조한경 반장일 때도, <마녀>에서 괴물을 길러낸 미스터 최일때도 박희순의 얼굴에는 늘 강함이 서려 있었다. 

국내 내로라하는 창작자들은 박희순의 얼굴에 담긴 강함을 끄집어내려는 데 주력했던 듯 보인다.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 늘 드세고 짐승 같은 인물을 연기해온 박희순은 지겨울 법도 했을 텐데 <마이네임> 속 마약 밀매 조직인 동천파의 보스 최무진을 연기하기로 선택했다. 진정한 강함을 표현하고 훌훌 털어내자는 속내가 있었다.

“<마이네임>만큼은 그토록 제가 아껴뒀던 악당, 누아르의 보스를 해낸 느낌이에요. 최무진 같은 역할을 안 해본 것도 아니죠. 이런 역할을 많이 해봤는데, 최대치는 한 번 뽑아내고 졸업을 해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번에 만족스럽게 연기해서, 훌훌 털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최무진은 죽음을 앞에 두고 무서워하는 눈을 보며 상대를 죽여야 기어코 성이 풀리는 악마 같은 인간이지만, 마음 한쪽에는 자신을 배신하는 사람에 가슴 아파하는 인간적인 면도 있다. 자신이 믿는 사람은 끝까지 지지할 뿐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늘 현명한 판단을 한다.

마약을 밀매하거나 사람을 죽이지만 않으면 누구보다도 매력적인 인물이 최무진이다. 그간 카리스마 측면에서 내공을 쌓아온 박희순은 그야말로 멋있는 악당을 그려낸다. 최무진이 한껏 멋을 드러내니 한소희, 이학주, 김상호, 장률, 안보현 등 주요 인물들이 살아나고, 작품도 빛이 난다.

<마이네임>이 거침없는 흥행을 하는 데 수훈갑이다.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하기도 했는데, 실감이 잘되지 않네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최무진은 복잡한 악인이에요. 일관된 악인은 많이 봐왔죠. 누아르에서는 보통 감정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데 <마이네임>에서 여성 작가님이 쓰셔서 그런지 감정선이 짙어요. 슬픔과 분노가 공존하죠. 이걸 잘 건드려보면 좋은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이네임> 조직 보스 ‘무섭지만 멋있다’
“카리스마 분야서 이젠 졸업하려 합니다”


최무진의 눈에는 들개 같은 악랄함이 엿보이는데, 의상은 늘 딱 떨어지는 슈트다.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짐이 없다. 소탈하고 편해 보이는 찰나도 없다. 언제나 각이 잡혀있다. 술을 마실 때도, 웃을 때도 눈물을 흘릴 때도 최무진은 늘 긴장감을 준다.

섹시한 보스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

“평소 섹시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 ‘내가 섹시해서 그런 말이 나오는구나’ 싶겠는데, 전혀 그런 말을 들어보질 못하다가 이 작품으로 그런 칭찬을 듣네요. 작가님이 쓴 무진의 매력이 큰 몫을 한 것 같아요. 김진민 감독도 제게 ‘이 작품 속 무진은 무조건 멋있고 섹시해야 한다. 돈이 많이 들어도 좋으니 섹시하게 해달라’고 주문했고요.”

단순히 강하고 무섭기만 했으면 편했겠지만, 최무진의 감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둘도 없이 믿었던 친구가 알고 보니 경찰 스파이었다. 슬픈 심정으로 복수를 했는데, 진실을 모르는 친구의 딸은 자신을 거둬달라 한다. 그뿐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위해 헌신한다.

내가 직접 죽인 친구의 딸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 아무리 악마 같은 최무진이라도 순간순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희순은 작품 내내 모호함을 드러내야 했다. 진실과 거짓, 거짓과 진실을 오가면서.

“지우(한소희 분)는 내가 죽인 친구의 딸이죠. 그를 보는 감정에는 아마 500가지가 넘게 뒤섞여 있을 거예요. 한 가지로 정의해서 연기하지 않았어요. 연기하는 순간마다 여러 생각이 오갔던 것 같아요.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가짜일지 고민하면서요.”

“암자에서 지우를 속이는 신이 진실과 거짓을 내포하는 대표적인 장면 같아요. 사실 제가 인터뷰하는 것도 좀 부담스러운 게 있어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해석이 쏟아지고 있는데, 제가 괜히 정의해서 상상이 펼쳐지는 걸 막고 싶지 않아요. 관객들의 생각이 곧 정답입니다.”

처음부터 강한 긴장감을 주며 출발하는 <마이네임>은 마지막회 정점을 향해 끝없이 내달린다. 그리고 마지막은 지우와 무진의 1:1 싸움이 펼쳐진다. 총으로 쉽게 승부를 낼 수 있지만, 수많은 감정이 얽히고설킨 두 사람은 몸을 부딪쳐가며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숨 막히는 싸움을 보고 있자면 눈시울이 불거진다. 

“모든 장면이 다 소중한데요. 많은 분이 마지막 장면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감정이 극에 달한 채 액션을 했어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감정 액션이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 같아요. 저도 액션 연기를 하는 중에 눈물이 났어요. 감독이 절대 울지 말라고 했는데, 멈춰지지 않더라고요. 결국, 눈물이 나는 장면은 다 걷어냈더라고요. 지우 눈만 봐도 슬퍼서, 눈물을 못 멈추겠더라고요.”

감정 액션

박희순의 다음 작품은 다시 넷플릭스에서 나온다. 마약 조직과 연관된다. 제목은 <모범가족>.  “<모범가족>은 <마이네임>과는 다릅니다. 다시 한 번 좋은 연기로 찾아뵐게요.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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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