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몰이' 검찰 세 장의 카드

‘2022 대선’ 칼잡이가 요리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돌고 돌아 검찰의 시간이다. 여야 유력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검찰 손에 떨어졌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검찰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있다. 검찰총장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그에게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검찰은 역대 대선 정국에서 늘 주인공이었다. 대선 구도가 어떻게 짜였든 마지막에는 결국 후보에 대한 의혹 수사로 귀결됐기 때문. 검찰 수사 결과는 누군가에겐 ‘면죄부’가 되기도 했고, 누군가에겐 ‘쐐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대선후보들에 대한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지막엔
의혹 수사

여야는 대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진통 끝에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경선 2위를 기록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무효표 문제를 들어 불복 의사를 밝히는 듯했으나 사흘 만에 수용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봉합 단계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2차 컷오프에서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를 확정했다. 후보들은 내달 5일, 최종 경선을 앞두고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는 윤석열‧홍준표 2강, 유승민 1중, 원희룡 1약의 구도로 짜여있다. 최종 경선은 당원과 국민 여론을 50%씩 조사한다. 현재 당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윤 후보가 타 후보에 비해 유리한 국면이다.

공교로운 점은 여야 가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검찰의 굴레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윤 후보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사건이 검찰에 넘어가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불거진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들이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 후보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4040억원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4000억원이 넘는 개발 수익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이, 수천억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윤, 고발 사주에 부인 주가 조작 의혹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5903억원. 이 중 68%인 4040억원이 화천대유로 흘러 들어갔다.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의 개인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돈은 3억5000만원으로, 8개사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다.

이들이 전체 배당금의 70%에 가까운 돈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관련자들의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사건은 게이트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법조계 인사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언급되는 중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여기에 지난 12일 해당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공식입장이 나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김 총장이 김창룡 경찰청장과 연락해 검경간 보다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체를 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현재도 검경  간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이미 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에 김태훈 4차장 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린 것을 시작으로 화천대유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유력 주자
연루 의혹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의 신병 확보가 이뤄졌다. 검찰의 칼끝은 이제 ‘그분’으로 통칭되는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야당에서는 해당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로 명명하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28%)가 이낙연 후보(62%)에 크게 밀린 원인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꼽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 후보는 연일 이 후보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이낙연 후보의 승복 선언으로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며 “이 지사는 대장동의 몸통, 김만배가 말하는 ‘그분’이라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가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드러나고 있는 여러 정황은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의 공동정범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상황도 그리 녹록치는 않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기간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측근 검사를 통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이 고소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결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이로 지목되고 있는 손준성(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관여 사실과 정황을 확인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죽였다
살렸다

당초 검찰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대검찰청 감찰부가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검찰은 검사 9명 규모로 수사팀을 꾸려 대검 진상조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제보자 조성은씨 등도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손 검사의 관여 사실을 확인하고 공수처에 넘긴 것.

검사 비위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 입장에서 고발 사주 의혹보다 더 큰 문제는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다. 검찰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 2011년 주가 조작꾼과 공모해 회사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김건희씨는 이 과정에서 돈을 대주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3년 도이치모터스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판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주가 조작 혐의로 김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중 이모씨가 지난 6일 구속됐고, 이번에 김씨도 구속됐다. 나머지 한 명은 연락두절 상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김건희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김건희씨에 대한 조사가 혐의 입증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윤 후보 입장에서는 악재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김건희씨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윤 후보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여야 상관없이 모든 사안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행보는 대선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 실제 역대 대선 정국에서 검찰이 미친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수사에 속도 붙어
대선 영향 미칠까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이다. 당시 대선 전초전 격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과 자동차 시트 납품업체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대통령이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다스가 190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문회사 BBK의 주가조작 사건에 공모했다는 주장이 더해졌다. 

검찰은 2007년 7월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8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면서 도곡동 땅에 대해서는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후 대선을 2주 앞두고 “도곡동 땅과 다스, BBK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는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역대 최대 표차로 압도하고 당선됐다. 당선 이후 진행된 특검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다스, BBK 관련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과 특검이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꼬리표가 끊임없이 따라 다녔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지난해 10월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회삿돈 252억원가량을 횡령했다고 적시했다. 검찰과 특검의 판단이 12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검찰의 수사 진행 과정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총장님
역할론

일각에서는 결국 수사 주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김오수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김 총장이 여야 후보를 둘러싼 사건 수사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대선 정국이 뒤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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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