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몰이' 검찰 세 장의 카드

‘2022 대선’ 칼잡이가 요리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돌고 돌아 검찰의 시간이다. 여야 유력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검찰 손에 떨어졌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검찰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있다. 검찰총장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그에게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검찰은 역대 대선 정국에서 늘 주인공이었다. 대선 구도가 어떻게 짜였든 마지막에는 결국 후보에 대한 의혹 수사로 귀결됐기 때문. 검찰 수사 결과는 누군가에겐 ‘면죄부’가 되기도 했고, 누군가에겐 ‘쐐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대선후보들에 대한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지막엔
의혹 수사

여야는 대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진통 끝에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경선 2위를 기록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무효표 문제를 들어 불복 의사를 밝히는 듯했으나 사흘 만에 수용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봉합 단계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2차 컷오프에서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를 확정했다. 후보들은 내달 5일, 최종 경선을 앞두고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는 윤석열‧홍준표 2강, 유승민 1중, 원희룡 1약의 구도로 짜여있다. 최종 경선은 당원과 국민 여론을 50%씩 조사한다. 현재 당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윤 후보가 타 후보에 비해 유리한 국면이다.

공교로운 점은 여야 가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검찰의 굴레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윤 후보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사건이 검찰에 넘어가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불거진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들이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 후보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4040억원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4000억원이 넘는 개발 수익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이, 수천억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윤, 고발 사주에 부인 주가 조작 의혹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5903억원. 이 중 68%인 4040억원이 화천대유로 흘러 들어갔다.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의 개인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돈은 3억5000만원으로, 8개사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다.

이들이 전체 배당금의 70%에 가까운 돈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관련자들의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사건은 게이트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법조계 인사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언급되는 중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여기에 지난 12일 해당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공식입장이 나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김 총장이 김창룡 경찰청장과 연락해 검경간 보다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체를 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현재도 검경  간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이미 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에 김태훈 4차장 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린 것을 시작으로 화천대유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유력 주자
연루 의혹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의 신병 확보가 이뤄졌다. 검찰의 칼끝은 이제 ‘그분’으로 통칭되는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야당에서는 해당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로 명명하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28%)가 이낙연 후보(62%)에 크게 밀린 원인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꼽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 후보는 연일 이 후보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이낙연 후보의 승복 선언으로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며 “이 지사는 대장동의 몸통, 김만배가 말하는 ‘그분’이라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가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드러나고 있는 여러 정황은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의 공동정범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상황도 그리 녹록치는 않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기간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측근 검사를 통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이 고소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결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이로 지목되고 있는 손준성(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관여 사실과 정황을 확인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죽였다
살렸다

당초 검찰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대검찰청 감찰부가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검찰은 검사 9명 규모로 수사팀을 꾸려 대검 진상조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제보자 조성은씨 등도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손 검사의 관여 사실을 확인하고 공수처에 넘긴 것.

검사 비위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 입장에서 고발 사주 의혹보다 더 큰 문제는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다. 검찰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 2011년 주가 조작꾼과 공모해 회사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김건희씨는 이 과정에서 돈을 대주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3년 도이치모터스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판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주가 조작 혐의로 김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중 이모씨가 지난 6일 구속됐고, 이번에 김씨도 구속됐다. 나머지 한 명은 연락두절 상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김건희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김건희씨에 대한 조사가 혐의 입증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윤 후보 입장에서는 악재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김건희씨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윤 후보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여야 상관없이 모든 사안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행보는 대선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 실제 역대 대선 정국에서 검찰이 미친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수사에 속도 붙어
대선 영향 미칠까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이다. 당시 대선 전초전 격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과 자동차 시트 납품업체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대통령이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다스가 190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문회사 BBK의 주가조작 사건에 공모했다는 주장이 더해졌다. 

검찰은 2007년 7월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8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면서 도곡동 땅에 대해서는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후 대선을 2주 앞두고 “도곡동 땅과 다스, BBK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는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역대 최대 표차로 압도하고 당선됐다. 당선 이후 진행된 특검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다스, BBK 관련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과 특검이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꼬리표가 끊임없이 따라 다녔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지난해 10월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회삿돈 252억원가량을 횡령했다고 적시했다. 검찰과 특검의 판단이 12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검찰의 수사 진행 과정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총장님
역할론

일각에서는 결국 수사 주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김오수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김 총장이 여야 후보를 둘러싼 사건 수사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대선 정국이 뒤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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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