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진짜 역세권?

지하철역과 가까운 입지를 의미하는 ‘역세권’은 분양시장에서 흥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은 물론 상업시설이나 업무시설도 역과 가까울수록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투자가치 상승효과도 나타난다.

같은 단지라도 지하철역과 가까운 동이 멀리 떨어진 동보다 비싸게 거래될 만큼 역세권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존재감이 뚜렷하지만 어디까지를 역세권으로 봐야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역세권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같은 단지도
가격이 달라

분양시장에선 너도나도 역세권을 강조한다. 단지명에 지하철역 이름을 넣어서 분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행정구역이 달라도 역과 더 가까우면 해당 역을 단지명에 넣어 분양하기도 한다.

지하철, 경전철, 고속철도역 등 단지명에 ‘역’이름이 들어간 주거단지는 편리한 교통망으로 수요자들에게 큰 관심을 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역 이름이 들어간 아파트의 2018년 1순위 마감률은 70%, 2019년에는 74.5%, 지난해에는 75.4%를 기록했다. 올 1~4월 역시 84.2%의 마감률을 나타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역’ 이름 들어가면 흥행 성공
편리한 교통망 수요자 큰 관심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에도 단지명과 역 이름이 붙어 역세권 입지를 강조한 단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단지명만 들어도 역세권 입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위치와 주변 환경까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조건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오피스텔 시장에서 역세권 유무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단지명에 역 이름이 포함된 오피스텔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우수한 분양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 의정부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오피스텔은 60실 모집에 8702건이 접수돼 평균 145.0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가능역과 의정부경전철 흥선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으로 계약 당일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달 인천 부평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시티 부평역’은 서울지하철 1호선·인천도시철도 1호선·GTX-B노선(예정) 환승역인 부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가 부각되면서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총 1208실 모집에 9019건이 접수되며 7.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1호선·  신분당선 화서역 더블 역세권에 위치한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오피스텔도 460실 모집에 총 1만4463건이 접수되며 평균 31.44대1로 전 타입 청약 마감한 바 있다.

도보 5분? 걸어서 10분?
실제로 가보면…뛰어서?

역명이 들어간 오피스텔은 매매가 상승률도 높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대우건설의 ‘마곡나루역보타닉푸르지오시티’(2017년 2월 입주) 오피스텔의 전용면적 40㎡ 평균 매매가는 지난 1년간(2020년1월~2021년1월) 4500만원(3억6500만원→4억1000만원)이 상승했다. 전용면적 42㎡의 경우에는 7000만원(3억8000만원→4억5000만원)이 상승했다.

지하철 역세권 상가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상가 투자에서 역세권 여부는 투자처를 선택할 때 투자자들이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요소다. 역세권에 위치한 상가의 경우 풍부한 유동인구로 인해 임대 수요가 꾸준해 불황기에도 가격 하락이나 공실의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역세권 상가의 경우 일반 상가 대비 임대료가 높게 형성돼 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역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강남구 도산대로 평균 상가 임대료는 ㎡당 4만5100원인 반면 지하철3호선 신사역 일대는 2배가량 높은 8만2700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족족
완판 행렬

지방도 마찬가지다. 역과 거리가 있는 경북대북문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당 2만800원이지만, 대구지하철 1호선 대구역 인근 동성로 중심은 이보다 71.63% 높은 3만5700원으로 조사됐다(2021년 1분기 중대형 상가 기준).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역세권 상가의 인기는 꾸준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 선보였던 ‘힐스에비뉴 신도림역 센트럴’은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과 가까운 역세권 상가로 인기를 얻으며 분양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모든 계약을 마쳤다.

다음으로 업무시설인 소형 오피스(섹션 오피스)의 경우다. 최근 오피스 시장에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빌딩을 통째로 팔거나 1개층을 분양하는 등 단위 규모가 컸던 과거와 달리 일반 오피스 빌딩을 다양한 규모로 분할해 분양하는 소형 오피스가 틈새 수익형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블역세권
더 많은 인기

소형 오피스 분양 때도 초역세권이 각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근무자들의 출퇴근이 용이하고 외부 고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양시장에서는 역세권의 중요도를 높게 보기 때문에 ‘도보 5분’‘도보 10분’ 등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를 주로 내세우며 수요자의 발길을 이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을 가보면 이 같은 문구는 대체로 허위인 경우가 많다. 단지와 지하철역까지 직선거리로 300~400m 정도지만 언덕이 가팔라 10분 이상 소요되고, 대체로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예 터무니없이 거리가 1㎞ 이상 떨어진 경우도 있다.

게다가 지도상에서는 단지와 지하철역까지 직선거리로 가깝지만 실제로는 큰 건물이나 산 등이 가로막고 있어 우회해서 가야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입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덜컥 청약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렇다면 역세권 기준은 어떻게 따져봐야 할까.

법적으로 ‘지하철역과 단지까지 몇 m 떨어진 거리여야 역세권이다’라고 판단 내리는 기준은 없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떨어져 있으면 역세권으로 분류하지만 “그럼 501m 떨어진 단지는 역세권이 아니냐”고 딴죽을 건 사람도 있다. 그만큼 역세권을 구분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다만 서울시 자료를 통해 역세권에 대한 공적 기준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건립 및 운영 기준’에 따르면 ‘개통된 역(예정 포함)의 승강장 경계로부터 500m 이내의 지역’을 역세권으로 정의한다. 여기에 1차 역세권(초역세권)은 250m까지, 2차 역세권(직접 역세권)은 그 밖의 범위로 나눠 세분화하고 있다. 또 각자의 걸음 속도나 평지·오르막에 입지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단지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면 사람들이 역세권이라고 인식한다.

출퇴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지하철역 접근성은 주거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가격 차가 날 수 밖에 없다. 비슷한 거리라도 언덕보단 평지 역세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데, 예를 들어 ‘지하철역과 500m 떨어진 평지’‘300m 떨어진 언덕’이라면 대체로 평지를 선택해 역세권을 구분 짓는 기준은 개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역세권은 분양시장에서 당연 투자 1순위로 꼽힌다”며 “같은 역세권이라 할지라도 단일 역보다는 2개 이상의 역이 교차하는 더블역세권 단지가 출퇴근이 편리하고 각종 편의시설, 의료·교육시설 등이 몰려 있어 수요자나 임차인, 고객 등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에서 분양(예정) 중인 역세권 단지.

 

▲트윈시티 남산= 서울의 중심지 서울역에 직접 연결되는 초역세권 오피스텔이 화제다. 그 주인공은 ‘트윈시티 남산’. 6년 동안의 임대 운영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이번 달부터 매각으로 전환, 현재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단지는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면적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다.

단지 내에는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자리해 있다. 서울역 12번 출구와 오피스텔 지하통로가 바로 연결되는 탁월한 입지 여건이 이 단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입주민들은 서울역 1·4호선과 경의선, 공항철도 노선과 KTX, 광역지역버스 환승센터 등 각종 교통수단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다. 향후 GTX-A(2023년 개통 예정)와 GTX-B(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신안산선(2단계 연장)까지 연결된다면 서울의 교통 중심지로의 자리매김이 확실시된다.

 

▲화곡역 더챔버·화곡역 챔버 아케이드= 한양건설이 서울 강서구 강서로에 공급하는 하이엔드 주거공간 ‘화곡역 더챔버’가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2층, 총 154실 규모다. 지하 2층~지상 2층에는 5호선 화곡역과 직통 연결되는 단지 내 상업시설 ‘챔버 아케이드’가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챔버 아케이드의 지상 1층은 5호선 화곡역 1, 2번 출구와 맞닿아 있다. 지하 2층은 화곡역과 직통 연결될 예정으로 입주민들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지하철과 직통 연결되는 단지의 경우 희소성 및 상품가치가 뛰어난 만큼 강서구 일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향후 완성되는 화곡역 트리플 역세권의 풍부한 교통 호재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릴 전망이다. 기존 지하철 5호선 화곡역에 오는 2023년 서부광역철도 대장홍대선(예정), 오는 2027년 2호선 청라연장선(예정)이 개통할 예정으로 광화문, 여의도, 상암DMC, 마곡지구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건대입구역 라움 에비뉴= 라움PFV(트라움하우스)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원에서 ‘건대입구역 라움 에비뉴’를 분양 중이다. 2018년 최초 하이엔드 오피스텔 분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더 라움 펜트하우스’단지 내 상업시설로,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다.

출퇴근 편리
랜드마크로

서울 지하철 1호선 및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 더블 역세권 상업시설로, 도보 약 1분 거리에 위치해 지하철역 이용객 등 풍부한 유동 인구를 소비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강남, 삼성, 역삼 등 서울 주요 업무 지구에서도 환승 없이 단시간에 도달 가능해 종사자 수요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힐스테이트 남산= 현대건설은 서울 중구 묵정동 일원에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남산’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9층, 2개동 규모이며,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면적 21~49㎡ 282가구와 단지 내 상업시설 ‘힐스 에비뉴 남산’(지하 1층~지상 1층)으로 구성된다.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과 2·5호선 을지로4가역, 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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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