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진짜 역세권?

지하철역과 가까운 입지를 의미하는 ‘역세권’은 분양시장에서 흥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은 물론 상업시설이나 업무시설도 역과 가까울수록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투자가치 상승효과도 나타난다.

같은 단지라도 지하철역과 가까운 동이 멀리 떨어진 동보다 비싸게 거래될 만큼 역세권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존재감이 뚜렷하지만 어디까지를 역세권으로 봐야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역세권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같은 단지도
가격이 달라

분양시장에선 너도나도 역세권을 강조한다. 단지명에 지하철역 이름을 넣어서 분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행정구역이 달라도 역과 더 가까우면 해당 역을 단지명에 넣어 분양하기도 한다.

지하철, 경전철, 고속철도역 등 단지명에 ‘역’이름이 들어간 주거단지는 편리한 교통망으로 수요자들에게 큰 관심을 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역 이름이 들어간 아파트의 2018년 1순위 마감률은 70%, 2019년에는 74.5%, 지난해에는 75.4%를 기록했다. 올 1~4월 역시 84.2%의 마감률을 나타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역’ 이름 들어가면 흥행 성공
편리한 교통망 수요자 큰 관심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에도 단지명과 역 이름이 붙어 역세권 입지를 강조한 단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단지명만 들어도 역세권 입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위치와 주변 환경까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조건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오피스텔 시장에서 역세권 유무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단지명에 역 이름이 포함된 오피스텔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우수한 분양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 의정부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오피스텔은 60실 모집에 8702건이 접수돼 평균 145.0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가능역과 의정부경전철 흥선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으로 계약 당일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달 인천 부평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시티 부평역’은 서울지하철 1호선·인천도시철도 1호선·GTX-B노선(예정) 환승역인 부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가 부각되면서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총 1208실 모집에 9019건이 접수되며 7.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1호선·  신분당선 화서역 더블 역세권에 위치한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오피스텔도 460실 모집에 총 1만4463건이 접수되며 평균 31.44대1로 전 타입 청약 마감한 바 있다.

도보 5분? 걸어서 10분?
실제로 가보면…뛰어서?

역명이 들어간 오피스텔은 매매가 상승률도 높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대우건설의 ‘마곡나루역보타닉푸르지오시티’(2017년 2월 입주) 오피스텔의 전용면적 40㎡ 평균 매매가는 지난 1년간(2020년1월~2021년1월) 4500만원(3억6500만원→4억1000만원)이 상승했다. 전용면적 42㎡의 경우에는 7000만원(3억8000만원→4억5000만원)이 상승했다.

지하철 역세권 상가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상가 투자에서 역세권 여부는 투자처를 선택할 때 투자자들이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요소다. 역세권에 위치한 상가의 경우 풍부한 유동인구로 인해 임대 수요가 꾸준해 불황기에도 가격 하락이나 공실의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역세권 상가의 경우 일반 상가 대비 임대료가 높게 형성돼 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역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강남구 도산대로 평균 상가 임대료는 ㎡당 4만5100원인 반면 지하철3호선 신사역 일대는 2배가량 높은 8만2700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족족
완판 행렬

지방도 마찬가지다. 역과 거리가 있는 경북대북문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당 2만800원이지만, 대구지하철 1호선 대구역 인근 동성로 중심은 이보다 71.63% 높은 3만5700원으로 조사됐다(2021년 1분기 중대형 상가 기준).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역세권 상가의 인기는 꾸준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 선보였던 ‘힐스에비뉴 신도림역 센트럴’은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과 가까운 역세권 상가로 인기를 얻으며 분양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모든 계약을 마쳤다.

다음으로 업무시설인 소형 오피스(섹션 오피스)의 경우다. 최근 오피스 시장에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빌딩을 통째로 팔거나 1개층을 분양하는 등 단위 규모가 컸던 과거와 달리 일반 오피스 빌딩을 다양한 규모로 분할해 분양하는 소형 오피스가 틈새 수익형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블역세권
더 많은 인기

소형 오피스 분양 때도 초역세권이 각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근무자들의 출퇴근이 용이하고 외부 고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양시장에서는 역세권의 중요도를 높게 보기 때문에 ‘도보 5분’‘도보 10분’ 등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를 주로 내세우며 수요자의 발길을 이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을 가보면 이 같은 문구는 대체로 허위인 경우가 많다. 단지와 지하철역까지 직선거리로 300~400m 정도지만 언덕이 가팔라 10분 이상 소요되고, 대체로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예 터무니없이 거리가 1㎞ 이상 떨어진 경우도 있다.

게다가 지도상에서는 단지와 지하철역까지 직선거리로 가깝지만 실제로는 큰 건물이나 산 등이 가로막고 있어 우회해서 가야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입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덜컥 청약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렇다면 역세권 기준은 어떻게 따져봐야 할까.

법적으로 ‘지하철역과 단지까지 몇 m 떨어진 거리여야 역세권이다’라고 판단 내리는 기준은 없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떨어져 있으면 역세권으로 분류하지만 “그럼 501m 떨어진 단지는 역세권이 아니냐”고 딴죽을 건 사람도 있다. 그만큼 역세권을 구분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다만 서울시 자료를 통해 역세권에 대한 공적 기준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건립 및 운영 기준’에 따르면 ‘개통된 역(예정 포함)의 승강장 경계로부터 500m 이내의 지역’을 역세권으로 정의한다. 여기에 1차 역세권(초역세권)은 250m까지, 2차 역세권(직접 역세권)은 그 밖의 범위로 나눠 세분화하고 있다. 또 각자의 걸음 속도나 평지·오르막에 입지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단지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면 사람들이 역세권이라고 인식한다.

출퇴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지하철역 접근성은 주거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가격 차가 날 수 밖에 없다. 비슷한 거리라도 언덕보단 평지 역세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데, 예를 들어 ‘지하철역과 500m 떨어진 평지’‘300m 떨어진 언덕’이라면 대체로 평지를 선택해 역세권을 구분 짓는 기준은 개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역세권은 분양시장에서 당연 투자 1순위로 꼽힌다”며 “같은 역세권이라 할지라도 단일 역보다는 2개 이상의 역이 교차하는 더블역세권 단지가 출퇴근이 편리하고 각종 편의시설, 의료·교육시설 등이 몰려 있어 수요자나 임차인, 고객 등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에서 분양(예정) 중인 역세권 단지.

 

▲트윈시티 남산= 서울의 중심지 서울역에 직접 연결되는 초역세권 오피스텔이 화제다. 그 주인공은 ‘트윈시티 남산’. 6년 동안의 임대 운영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이번 달부터 매각으로 전환, 현재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단지는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면적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다.

단지 내에는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자리해 있다. 서울역 12번 출구와 오피스텔 지하통로가 바로 연결되는 탁월한 입지 여건이 이 단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입주민들은 서울역 1·4호선과 경의선, 공항철도 노선과 KTX, 광역지역버스 환승센터 등 각종 교통수단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다. 향후 GTX-A(2023년 개통 예정)와 GTX-B(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신안산선(2단계 연장)까지 연결된다면 서울의 교통 중심지로의 자리매김이 확실시된다.

 

▲화곡역 더챔버·화곡역 챔버 아케이드= 한양건설이 서울 강서구 강서로에 공급하는 하이엔드 주거공간 ‘화곡역 더챔버’가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2층, 총 154실 규모다. 지하 2층~지상 2층에는 5호선 화곡역과 직통 연결되는 단지 내 상업시설 ‘챔버 아케이드’가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챔버 아케이드의 지상 1층은 5호선 화곡역 1, 2번 출구와 맞닿아 있다. 지하 2층은 화곡역과 직통 연결될 예정으로 입주민들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지하철과 직통 연결되는 단지의 경우 희소성 및 상품가치가 뛰어난 만큼 강서구 일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향후 완성되는 화곡역 트리플 역세권의 풍부한 교통 호재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릴 전망이다. 기존 지하철 5호선 화곡역에 오는 2023년 서부광역철도 대장홍대선(예정), 오는 2027년 2호선 청라연장선(예정)이 개통할 예정으로 광화문, 여의도, 상암DMC, 마곡지구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건대입구역 라움 에비뉴= 라움PFV(트라움하우스)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원에서 ‘건대입구역 라움 에비뉴’를 분양 중이다. 2018년 최초 하이엔드 오피스텔 분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더 라움 펜트하우스’단지 내 상업시설로,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다.

출퇴근 편리
랜드마크로

서울 지하철 1호선 및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 더블 역세권 상업시설로, 도보 약 1분 거리에 위치해 지하철역 이용객 등 풍부한 유동 인구를 소비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강남, 삼성, 역삼 등 서울 주요 업무 지구에서도 환승 없이 단시간에 도달 가능해 종사자 수요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힐스테이트 남산= 현대건설은 서울 중구 묵정동 일원에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남산’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9층, 2개동 규모이며,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면적 21~49㎡ 282가구와 단지 내 상업시설 ‘힐스 에비뉴 남산’(지하 1층~지상 1층)으로 구성된다.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과 2·5호선 을지로4가역, 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