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폭행 등 '줄줄이' 사고 치는 경찰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0.06 05:02:09
  • 호수 13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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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하면 망신살…부러지는 민중의 지팡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경찰이 망신살을 사고 있다. 현직 경찰관들이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면서 경찰조직에 대한 신뢰도를 훼손시키고 있다.

경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음주운전, 초과근무 수당 부정 수령, 폭행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경찰에 대한 조직 신뢰도가 하락하는 분위기다. 

정신나간…
왜 이러나

지난달 29일 제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30분경 도평동 한 도로에서 A 경사가 음주운전을 하다 앞에서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A경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 이상)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차량이 앞차를 다시 들이받으며 2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등 4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한 경찰관이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부산경찰청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북부서 B 경위가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 수령한 정황이 적발돼 감찰을 진행했다. B 경위는 출근한 뒤 초과근무를 신청하고 북구 만덕동의 한 골프 연습장에 10여 차례 출입하는 등 근무시간에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과실을 인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 경찰관은 시민과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 5월 청주상당경찰서 C 순경은 술에 취해 60대 시민과 폭행 시비에 휘말렸고, 경찰은 그를 폭행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C 순경은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양측 모두 입건된 만큼 일방적 폭행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폭행, 술판, 살인까지
크고 작은 각종 사건 휘말려 추락

이뿐만 아니다. 지난 2월엔 코로나19가 확산세였던 시기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수칙을 어기고 원룸에 모여 술판을 벌인 충북경찰청 기동대 경찰관 6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이웃의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다”는 신고로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토킹 관련 범죄도 있었다. 인천청 광역수사대 소속이던 경감은 지난달 20일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처음 본 여고생 3명에게 접근했다. 한 여고생을 따라가 같이 술을 마시자며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로 범칙금 5만원을 부과하는 통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24일에도 인천경찰청 기동대 소속이던 한 경사가 인천 서구 길거리에서 20대 여성을 10분 넘게 쫓아가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그는 처음 본 여성에게 말을 걸었으나 답이 없자 10여분간 쫓아가면서 “같이 달려요”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그를 인천 강화경찰서로 인사 조치하고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스토킹도 부족해 현직 경찰관이 불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월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 간부끼리 애정행각을 벌인 사실이 발각돼 공무원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파면된 바 있다. 또 대구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모 파출소 소속 경찰관이 지난달 14일 오전 시간대에 근무 중 휴게시간을 이용해 상간녀의 집에 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잡고 보니
현직 경찰

신고인은 “아내와 이혼소송 중인 이 경찰관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야간 근무 휴게시간에 상간녀 집에 들락거렸다”면서 “통상 휴게시간은 근무지에서 장비를 풀고 잠시 쉬는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달성경찰서 청문감사실은 신고 내용을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해당 경찰관에 대한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결국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야간 근무 중 근무지를 이탈해 상간녀의 집에 간 경찰관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경찰관인 매제의 불륜 행위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힌 글쓴이는 “2020년 7월 매제가 외도하고 있음을 가족들이 알게 돼서 한 차례 용서했지만, 12월에도 같은 사람과 외도를 저질렀다”며 “현재 매제는 상간녀와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전입신고하고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간 근무 중인 매제가 지난달 13일 오후 11시에서 다음 날 오전 1시 사이에 상간녀의 집에서 불륜 저지르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비위가 이어지면서 일선 경찰관 사이에선 ‘경찰의 망신’이라는 자책과 함께 지휘부 책임론도 나온다. 비위 징계만 강화하는 대책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지적이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징계받고
슬쩍 복귀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로 입건된 공무원은 2017년 400명, 2018년 395명, 2019년 412명, 2020년 392명으로 연평균 400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성폭력 범죄로 입건된 경찰청 소속 공무원이 76명으로 부처들 가운데 검거된 인원이 가장 많았다. 서울시(31명)와 소방청(22명), 경기도(21명), 경기도교육청(1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성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검거해야 할 경찰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들 중 가장 많았다는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공무원의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철저한 내부 교육과 엄격한 징계 등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국가공무원 징계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찰청 파면 건수는 25건에 달했다. 경찰청 파면 건수는 2018년 22건에서 2019년 20건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파면은 감봉이나 정직 등의 징계 처분에서 수위가 가장 높은 단계다. 국가공무원 복무 징계 관련 예규를 보면 직무 관련해 금품 등 재산상 이익을 받은 행위로 법적 처분을 받거나 고의로 100만원 넘게 출장 여비·초과근무 수당을 수령한 경우에 파면 처분, 또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 등에도 파면이 이뤄진다.

경찰청 징계 매년 증가
“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경찰의 비위 문제는 그동안 계속 발생했다. 파면을 포함한 경찰의 징계 건수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경찰청 징계 건수는 2018년 406건에서 2019년 416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420건을 기록했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 비위 문제는 해마다 국회서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경찰청은 최근 3년간 징계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소속 공무원의 비위를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경찰이 소리 없이 복귀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처벌 이후에도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비위 행위에 경각심을 부르고 재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간혹 비위 행위자에 대한 경찰 내부 징계가 시민이 공감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외국처럼 민간인 소청심사위원회 등 외부감사위원을 도입해야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내부의 통제와 감시 기능에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옴부즈만이나 시민참여 등을 확대해 외부 통제 및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찰 조직이 커진 만큼 조직 내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고 경찰 스스로 비위, 비리에 대한 경찰 조직의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감찰 조사

경찰관들의 사고가 잇따르자 경찰청과 서울청은 지난달 24일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별점검’을 이달 12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물의를 일으킨 직원들에 대해 강도 높은 감찰 조사와 엄격한 책임 추궁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직원이 3만명이 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종종 있다”며 “잠잠하다가 최근 1~2건씩 연달아 발생하다 보니 술도 자제하고 조심하자는 차원으로 내부 점검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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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