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투자 열기 어디로?

최근까지 수익형 부동산인 생활(형)숙박시설과 아파트 대체용 상품인 오피스텔 그리고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는 남달랐다. 추석 이후에도 이들의 선전이 이어질까.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옮겨간 투자 열풍이 추석 이후에도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들 상품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점으로 투자 열기가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 시장 과열의 원인인 주택 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한동안 투자 수요 유입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의견은
엇갈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 및 전셋값은 상승 폭이 꺾이지 않은 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매매값과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주택 마련에 부담을 느낀 수요가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으로 옮겨가 청약 경쟁 과열을 이끄는 모양새다.

먼저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활숙박시설이다. 청약 경쟁률만 보더라도 투자 열기를 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분양한 ‘서면 푸르지오 시티 시그니처’는 408실 모집에 총 24만여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되며 평균 594대1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서울시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르웨스트’도 876실 모집에 무려 57만5950건의 청약 건수가 접수돼 최고 6049대1, 평균 657대1의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아파트 대체용 주거 상품인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실적도 놀라웠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청약 접수일 기준)을 집계한 결과 2만1594실 모집에 26만3969명이 접수하며 12.2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3.11대1(1만2697실 모집, 3만9481건 접수)보다 약 4배가량 높은 수치다.


아파트 대체용 주거 상품
수익형 부동산 투자 열풍

지난해 기록인 13.21대1 경쟁률(2만7761실 모집, 36만6743명 접수)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지만, 최근 정부가 오피스텔 바닥 난방 규제 완화를 발표해 오피스텔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 연말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도시형 생활주택은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1995가구 분양에 11만8763건이 접수돼 평균 59.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경쟁률(9.97대1)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1~2인 가구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용면적 85㎡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도입된 주택을 말한다. 인동 간격이나 주차장 설치 규정 등 건축 기준이 아파트에 비해 느슨하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입지가 좋은 도심에 들어선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도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전용면적이 50㎡ 이하, 방 개수는 2개 이내로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면적을 60㎡까지 늘리고 방 개수를 최대 4개까지 구성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다만 이들 상품의 인기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선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시장 상황 변화가 없다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택 공급문제 반사익?
이미 한계점 도달했다?

생활숙박시설은 숙박시설로 분류돼 있어 원칙적으로 주거용으로 쓸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주거용 건물이 아니다보니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아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프리미엄을 받고 팔거나 임대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임차인 구하기도 쉽지 않고 수익률도 높지 않아 투자 열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반면 실수요의 가세로 주거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으로 한동안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에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 해소되기 어렵고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아파트 규제, 공급 부족,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 등으로 생활숙박시설,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최근 묻지마식 투자도 성행하고 있는데 입지나 공급 물량, 개발호재 등을 두루 살펴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에 공급(예정) 중인 생활숙박시설·주거용 부동산.

상품별
장단점

 

▲더 스테이 클래식 명동=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 옆 대로변에 생활숙박시설(서비스드 레지던스) ‘더 스테이 클래식 명동’이 공급된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3가 94번지 일대 대지면적 670.70㎡에 지하 2층~지상 13층 규모, 전용면적 21.254~32.220㎡(외부 발코니 3.3~8.6㎡ 별도 제공) 1.5룸, 2룸 생활숙박시설 117실과 근린상가 5실로 건립된다.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비롯해 침대, 식탁, 소파, 스타일러까지 풀퍼니시드, 하이엔드 급으로 기본 옵션이 제공된다. 생활숙박시설은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분양 호텔과 달리 취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장·단기 임대 또는 숙박업이 가능하다. 선착순으로 호수를 우선 지정할 수 있다.

역대급
경쟁률

 

 

▲트윈시티 남산= 서울역에 직접 연결되는 초역세권 오피스텔 ‘트윈시티 남산’이 화제다. 6년 동안의 임대 운영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매각으로 전환, 현재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다. 단지 내에는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자리해 있다.

오피스텔 분양가는 5년 전 가격 그대로다. 전용 3.3㎡당 3700만원에서 4000만원 수준으로, 한 채에 2억5000만~4억원 정도다. 주변 분양가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높은 임차율도 이 단지를 주목하게 한다. 이미 준공된 상태로 오피스텔 내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선유도역 펫앤스테이=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인근에 반려동물 특화 주거 공간을 앞세운 ‘펫앤스테이’가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2층, 1개동, 전용면적 19·29㎡, 총 149실 규모다. 타입별로는 19㎡ 97실, 29㎡ 52실의 1~1.5룸 구조로 이뤄진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동물병원, 도그짐, 펫 동반카페, 펫 호텔 등의 펫 전문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미끄럼방지 바닥부터 펫도어, 반려견 전용 샤워기, 특화 조명, 차음 중문, 환기시설 등 반려동물의 건강과 편의를 고려한 요소가 인테리어에 반영된 것도 특징이다. 공용 공간에는 앞마당(운동장), 세족시설, 배변처리기, 무인 택배실, 코인세탁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입주민을 위한 전용 발렛주차시스템 또한 운영 계획에 있다.

 

▲더 프레임 서초= 서울 중심에 위치해 최적의 입지 조건을 자랑하는 ‘더 프레임 서초’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1만1994㎡, 지하 3층~지상 15층 2개동으로 이뤄지며, 공동주택(소형 하이앤드) 86세대 규모다.

하이엔드 주거공간으로 우면산을 바라보는 쾌적한 조망을 자랑한다. 김찬중 건축가와 오호근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해 건축을 넘어 미학을 담은 디자인으로 설계 완성도를 높였다. 디엠피건축사사무소는 최근 서초, 수유, 신촌 등 도심지 내 중소형 유닛 주거시설의 걸작을 만들어낸 바 있다.


중소형 평형대로 구성돼 총 6가지 타입으로 선보인다. 와이드한 삼중 접합 유리 창호 설계와 높은 천장고에 맞는 라인디퓨저 시공으로 소음, 환기, 채광 효율을 극대화시켰다. 실내 디자인은 민 설계가 맡아 효율적인 공간 활용은 물론 품격을 더했다. 이태리 프리미엄 가구 피앙카와 원목마루 리스토네 조르다노, 이태리 수전업계 1위 제시사 제품과 독일 명품 주방가구 불탑사 제품이 사용된다.

 

▲힐스테이트 남산= 현대건설은 서울 중구 묵정동 일원에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남산’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9층, 2개동 규모이며,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 21~49㎡ 282가구와 단지 내 상업시설 ‘힐스 에비뉴 남산’(지하 1층~지상 1층)으로 구성된다.

일부 가구는 남산 조망을 누릴 수 있다. 전용 38㎡A(RT1), 44㎡A(RT1)의 경우 광폭 루프 테라스가 제공돼 캠핑이나 개인정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용 21㎡A를 제외한 전 가구에 드레스룸을 마련되고, 호텔식 분리형 욕실도 설치될 예정이다. 전용 38㎡이상 타입에는 펜트리가, 일부 가구에는 테라스가 조성된다. 전 가구에는 지하 공용 공간에 창고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가구당 1대 이상의 주차 공간(100% 자주식 주차)도 확보했다.

 

▲신길 AK 푸르지오= 대우건설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255-9번지 일원에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로 구성된 주상복합 단지 ‘신길 AK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4층 5개 동 규모로 전용면적 49㎡ 도시형생활주택 296가구와 전용 78㎡ 오피스텔 96실로 이뤄진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급증하는 1~2인 가구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2009년 도입한 주택으로, 건축법상 도시 지역에만 건립할 수 있어 대체로 입지가 우수하고 주택으로 분류돼 평면 구조가 아파트와 유사하다.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하며 재당첨 제한과 실거주 의무도 없다. 오피스텔은 100실 미만으로 구성돼 전매 제한이 없다.

묻지마식
투자 주의


▲삼성동 위레벤646=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결합 상품인 ‘위레벤646’이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분양에 나선다. 서울 지역에서는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단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한강, 탄천 등 쾌적한 자연환경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는 위레벤646은 지하 5층~지상 19층 총 108세대 규모로 도시형생활주택 63세대 30~101㎡ 타입, 오피스텔 45호실 18~34㎡ 타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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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