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인터뷰② '포기는 없다' 김두관 막판 전략

“윤석열 탄핵 못 한 게 천추의 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차철우 기자 = 20대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한창이다. 김두관 의원은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워 ‘언더독 효과’를 꾀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그의 대권 행보를 인터뷰했다. 

“나갔다 하면 당선이 보장되는 곳에서 꽃길만 걸어온 분들이 여기 있다. 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곳에서 빡빡 기며 여기까지 왔다. 경남 남해 제 고향에서 빨갱이 소리 들어가며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벽보를 지켰다. 험지 영남에서 노무현정부 출범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런데 제가 꼴찌다. 이보다 더 야속한 일이 어디 있겠나.”

‘대선 재수생’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지난달 대선 경선 후보 토론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켜온 김 의원이 당원들에 대한 야속함을 끝내 토로한 것.

‘칠전팔기’라고 했던가. 김 의원은 11번 치른 공직선거에서 5번 당선되고 6번 떨어졌다. 그중 경남에서만 9번 출마해서 4번 당선되고 5번 고배를 마셨다.

그의 굴곡진 정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공화국 해체, 지방도 잘 사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20대 대선에 호기롭게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 의원이 올해 6월 출간한 <꽃길은 없었다>라는 책 제목이 그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김 의원은 마을 이장으로 시작해 36세에 남해군수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전국 최연소 지자체장’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03년 3월 노무현정부의 첫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고, 2010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로 승리했다.


탄탄대로는 잠시였다. 2012년 지사직 중도 사퇴가 악수가 됐다. 재임 2년 차에 김 의원은 대선행을 택했다. 350만 도민들의 민심은 싸늘하게 식었고, 그해 보궐선거에서 경남은 보수 정당에게 넘어갔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게 ‘흑역사’로 회자되는 사건이다.

이후 김 의원은 정치적 공백기를 가진 후 재기에 성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김포갑, 21대 총선에서 ‘험지’인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지역구 탈환에 성공했다. 김 의원은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을 아우르는 업적으로 대권 잠룡 후보에 올랐다.

김 의원은 자타공인 ‘지방자치 전문가’로 꼽힌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그의 공로 덕분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의원은 과거 지역지 <남해신문>을 창간한 이력이 있다. 직접 신문 영업에 뛰어들어 소외된 주민들의 삶을 살폈다고 한다. 그에게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붙어진 배경이다.

김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불평등 해소와 분권 균형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60년 묵은 서울공화국 판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담대한 포부를 내놨다. 아래는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냈다. 

▲60년 묵은 서울공화국의 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공화국을 만들었다. 그 덕에 이렇게 성장했지만 문제가 너무 많다. 국토의 대부분인 지방은 메말라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이걸 깨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 잘 먹지도 않는 반찬을 상에 올려 놓듯이, 구색 맞추기로 균형발전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많다. 기득권을 뚫고 개혁해나갈 사람, 그 적임자는 바로 저 김두관이다. 

-여러 대권 공약 중 가장 강조하고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을 다섯 개의 메가시티와 두 개의 특별자치도로 재구조화하겠다는 게 대표 공약이다. 다른 후보들도 균형발전을 말하지만, 진짜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저는 수술을 하자는 것이고, 다른 후보들은 그저 반창고나 붙이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대한민국의 가장 절박한 문제고, 김두관만이 이것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5년도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넘기면, 지방은 완전히 폐허가 될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약은.

▲지난달 11일, 균형분권국가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우선 대통령, 국무총리, 법률로 정하는 국무위원과 지방행정부의 장으로 구성되는 ‘균형분권 국무회의’를 현재 국무회의와 같이 대통령의 심의기구로 신설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의 과세권과 입법권을 부여해 실질적인 분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 외에도 균형분권 국가를 위해 그간 제안했던 내용을 한데 묶었고, 새로운 과제도 제안했는데 ▲5개 메가시티 및 2개 특별자치도 재편 ▲혁신기업 지방 유치 ▲지방 기업·대학·연구기관 협업 체제 강화 ▲농산어촌 공동체 스마트 그린마을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11전 5승 6패’ 굴곡진 정치 여정
‘리틀 노무현’ 서울공화국 해체 선언

-2030 민심을 위한 공약은.

▲우선 청년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과 현장 간담회와 줌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 또 청년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민기본자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이면 청년기본법 후속 조치로 기재부 등 주요부처에 정책 전담 조직이 생겼고, 인력도 보강된다. 지난 간담회에서 청년들의 제안을 받아 청년청 설립을 약속한 바 있다. 

-대권후보로서 본인의 경쟁력은.

▲지방에서,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져온 정치인이다. 이장이라는 생활정치의 영역부터, 군수, 도지사, 장관까지 지내면서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속속들이 경험해봤다. 국회의원과 장관, 총리만 해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면서 동시에 행정부의 수반이다. 당연히 행정능력이 매우 중요한 자리다. 맡은 직위에 있을 때마다 뚜렷한 개혁 성과를 만들어온 후보라는 점에서 타 후보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권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어떤가.

▲이재명 지사는 장단점이 명확한 분이다. 적어도 업무능력으로는 검증된 분이라고 생각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 외의 자질이나 개인 주변의 문제들은 대선후보로서 엄격히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낙연 전 대표의 말 번복을 두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탄핵 관련 입장을 두고 말을 번복했다. 자신이 처한 정치적 자리에 따라 교묘하게 말씀을 번복해왔다. 과거 탄핵의 주체였던 민주당 소속일 때는 마치 탄핵에 참여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가, 지금 와서는 그때 탄핵 반대로 투표를 했다고 한다.

이런 후보를 믿을 수 있을까.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정치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또 거기에 걸맞게 책임을 지는 분이어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분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

-야권 대권후보 홍준표 의원이 봉하마을에서 ‘2002년 노무현처럼’ 문구를 방명록에 남겼다. 

▲아마도 도전해 역전을 만들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전 스토리는 여야를 떠나 정치를 하는 분들은 누구나 동경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윤 전 총장은 지도자감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실언을 한다. 요즘에는 아주 입을 닫지 않았는가. 말과 행동에서 지도자감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 국민의힘 입당 후 내부 사람들과 많은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 않은가. 저는 윤 전 총장이 당의 후보가 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건에 대한 생각은.

▲검찰이 고발장을 대신 써주고 고발을 사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검언유착을 넘어 전방위적인 정치검찰의 행태가 고스란히 밝혀진 사안이다. 의혹의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윤 전 총장은 당장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저는 이 사건은 국정조사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윤석열 탄핵을 추진하다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산되면서, 대권주자들 역시 부동산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국무위원인 장관들 청문회만 해도 현미경으로 검증하는 것이 다반사다. 대권주자라면 그만한 검증은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대권주자들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고위직을 지낸 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하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검증돼야 한다. 저는 이 주장을 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입장에 적극 찬성 입장을 냈다. 자기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 탐욕적인 사람은 국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야권에 비해 밀리고 있다. 

▲애초부터 경선 시점을 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충분히 집단면역을 이룬 이후 시점으로 연기할 수 있었는데, 지도부가 기존 일정을 강행했다. 지금 당장 순회 경선부터 많은 제약이 있다. 당원과 지지자 없이 치러지는 경선이라 아무래도 맥 빠지는 면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제서야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야당 주자들이 자리 잡을 시간을 골고루 줘서 구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경선 시점을 보면 오프라인 진행 환경도 민주당보다 나은 것 같다. 

노의 반전 드라마처럼 “대역전극 쓰겠다”
하루 멀다하고 실언 윤 “지도자감 아니다”

-지지율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략이 있다면.

▲선거에 딱히 왕도가 없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겠다. 저는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당당히 승부를 하려고 한다. 본격적인 경선에 접어들면 무엇보다 본선 경쟁력이 평가받을 것이다. 결국에는 수도권의 이재명, 호남의 이낙연, 영남의 김두관 구도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달 2일이 경남 지역 권리당원 투표인데, 약진을 예상하나.

▲다른 지역보다는 높게 나올 것 같지만, 얼마나 나올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아직 다른 지역 경선이 많이 남았고 시간도 한 달 가까이 남았다. 순회 경선에서 거두는 성적에 따라 경남지역 투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는.

▲남북관계의 위기 해소와 진전,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위상 강화, K-방역 코로나 대응, 문재인케어, 권력기관 개편 등 이전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다만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시민들의 주거 마련 여건이 악화돼 민심이 안 좋아진 점이 무척 아쉽다. 주거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1순위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한다. 

-여권이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개혁 과제는.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임대사업자 특혜는 반드시 폐지하고 넘어가야 한다. 당이 다주택자 문제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문제를 확실히 넘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입장은.

▲저는 법안에 찬성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법안 내용 중에서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걸 그냥 바로 반대했다고 언론이 써버렸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 것뿐인데, 언론에서는 그것만 실었다. 언론중재법 통과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6세 군수가 되었을 때부터 기자실을 폐쇄하면서까지 실천해왔다. 

-여권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현상에 대한 의견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그들이 뽑은 대표자에게 강하게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이다. 정치인은 이런 부분들을 다 감안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다. 그것들이 쌓여 정치적 자산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저는 선출된 의원들은 당원들의 쓴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당원의 권리기도 하다.

-만약 이번 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다면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 

▲아직은 결과를 말할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 불평등 해소와 분권균형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60년 묵은 서울공화국 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공화국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너무 많다.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득권을 뚫고 중단 없는 개혁에 매진하겠다. 

-추석을 맞아 <일요시사> 구독자 분들에게 덕담 부탁드린다.

▲<일요시사>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 명절을 맞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방역도 완화되지 않아 보고픈 가족들을 보지 못하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끝까지 힘을 모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여당 경선 중입니다. 저도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비전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지지해 주시고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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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