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인터뷰② '포기는 없다' 김두관 막판 전략

“윤석열 탄핵 못 한 게 천추의 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차철우 기자 = 20대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한창이다. 김두관 의원은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워 ‘언더독 효과’를 꾀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그의 대권 행보를 인터뷰했다. 

“나갔다 하면 당선이 보장되는 곳에서 꽃길만 걸어온 분들이 여기 있다. 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곳에서 빡빡 기며 여기까지 왔다. 경남 남해 제 고향에서 빨갱이 소리 들어가며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벽보를 지켰다. 험지 영남에서 노무현정부 출범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런데 제가 꼴찌다. 이보다 더 야속한 일이 어디 있겠나.”

‘대선 재수생’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지난달 대선 경선 후보 토론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켜온 김 의원이 당원들에 대한 야속함을 끝내 토로한 것.

‘칠전팔기’라고 했던가. 김 의원은 11번 치른 공직선거에서 5번 당선되고 6번 떨어졌다. 그중 경남에서만 9번 출마해서 4번 당선되고 5번 고배를 마셨다.

그의 굴곡진 정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공화국 해체, 지방도 잘 사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20대 대선에 호기롭게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 의원이 올해 6월 출간한 <꽃길은 없었다>라는 책 제목이 그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김 의원은 마을 이장으로 시작해 36세에 남해군수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전국 최연소 지자체장’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03년 3월 노무현정부의 첫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고, 2010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로 승리했다.


탄탄대로는 잠시였다. 2012년 지사직 중도 사퇴가 악수가 됐다. 재임 2년 차에 김 의원은 대선행을 택했다. 350만 도민들의 민심은 싸늘하게 식었고, 그해 보궐선거에서 경남은 보수 정당에게 넘어갔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게 ‘흑역사’로 회자되는 사건이다.

이후 김 의원은 정치적 공백기를 가진 후 재기에 성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김포갑, 21대 총선에서 ‘험지’인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지역구 탈환에 성공했다. 김 의원은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을 아우르는 업적으로 대권 잠룡 후보에 올랐다.

김 의원은 자타공인 ‘지방자치 전문가’로 꼽힌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그의 공로 덕분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의원은 과거 지역지 <남해신문>을 창간한 이력이 있다. 직접 신문 영업에 뛰어들어 소외된 주민들의 삶을 살폈다고 한다. 그에게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붙어진 배경이다.

김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불평등 해소와 분권 균형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60년 묵은 서울공화국 판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담대한 포부를 내놨다. 아래는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냈다. 

▲60년 묵은 서울공화국의 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공화국을 만들었다. 그 덕에 이렇게 성장했지만 문제가 너무 많다. 국토의 대부분인 지방은 메말라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이걸 깨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 잘 먹지도 않는 반찬을 상에 올려 놓듯이, 구색 맞추기로 균형발전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많다. 기득권을 뚫고 개혁해나갈 사람, 그 적임자는 바로 저 김두관이다. 

-여러 대권 공약 중 가장 강조하고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을 다섯 개의 메가시티와 두 개의 특별자치도로 재구조화하겠다는 게 대표 공약이다. 다른 후보들도 균형발전을 말하지만, 진짜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저는 수술을 하자는 것이고, 다른 후보들은 그저 반창고나 붙이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대한민국의 가장 절박한 문제고, 김두관만이 이것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5년도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넘기면, 지방은 완전히 폐허가 될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약은.

▲지난달 11일, 균형분권국가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우선 대통령, 국무총리, 법률로 정하는 국무위원과 지방행정부의 장으로 구성되는 ‘균형분권 국무회의’를 현재 국무회의와 같이 대통령의 심의기구로 신설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의 과세권과 입법권을 부여해 실질적인 분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 외에도 균형분권 국가를 위해 그간 제안했던 내용을 한데 묶었고, 새로운 과제도 제안했는데 ▲5개 메가시티 및 2개 특별자치도 재편 ▲혁신기업 지방 유치 ▲지방 기업·대학·연구기관 협업 체제 강화 ▲농산어촌 공동체 스마트 그린마을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11전 5승 6패’ 굴곡진 정치 여정
‘리틀 노무현’ 서울공화국 해체 선언

-2030 민심을 위한 공약은.

▲우선 청년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과 현장 간담회와 줌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 또 청년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민기본자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이면 청년기본법 후속 조치로 기재부 등 주요부처에 정책 전담 조직이 생겼고, 인력도 보강된다. 지난 간담회에서 청년들의 제안을 받아 청년청 설립을 약속한 바 있다. 

-대권후보로서 본인의 경쟁력은.

▲지방에서,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져온 정치인이다. 이장이라는 생활정치의 영역부터, 군수, 도지사, 장관까지 지내면서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속속들이 경험해봤다. 국회의원과 장관, 총리만 해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면서 동시에 행정부의 수반이다. 당연히 행정능력이 매우 중요한 자리다. 맡은 직위에 있을 때마다 뚜렷한 개혁 성과를 만들어온 후보라는 점에서 타 후보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권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어떤가.

▲이재명 지사는 장단점이 명확한 분이다. 적어도 업무능력으로는 검증된 분이라고 생각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 외의 자질이나 개인 주변의 문제들은 대선후보로서 엄격히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낙연 전 대표의 말 번복을 두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탄핵 관련 입장을 두고 말을 번복했다. 자신이 처한 정치적 자리에 따라 교묘하게 말씀을 번복해왔다. 과거 탄핵의 주체였던 민주당 소속일 때는 마치 탄핵에 참여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가, 지금 와서는 그때 탄핵 반대로 투표를 했다고 한다.

이런 후보를 믿을 수 있을까.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정치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또 거기에 걸맞게 책임을 지는 분이어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분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

-야권 대권후보 홍준표 의원이 봉하마을에서 ‘2002년 노무현처럼’ 문구를 방명록에 남겼다. 

▲아마도 도전해 역전을 만들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전 스토리는 여야를 떠나 정치를 하는 분들은 누구나 동경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윤 전 총장은 지도자감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실언을 한다. 요즘에는 아주 입을 닫지 않았는가. 말과 행동에서 지도자감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 국민의힘 입당 후 내부 사람들과 많은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 않은가. 저는 윤 전 총장이 당의 후보가 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건에 대한 생각은.

▲검찰이 고발장을 대신 써주고 고발을 사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검언유착을 넘어 전방위적인 정치검찰의 행태가 고스란히 밝혀진 사안이다. 의혹의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윤 전 총장은 당장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저는 이 사건은 국정조사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윤석열 탄핵을 추진하다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산되면서, 대권주자들 역시 부동산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국무위원인 장관들 청문회만 해도 현미경으로 검증하는 것이 다반사다. 대권주자라면 그만한 검증은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대권주자들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고위직을 지낸 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하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검증돼야 한다. 저는 이 주장을 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입장에 적극 찬성 입장을 냈다. 자기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 탐욕적인 사람은 국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야권에 비해 밀리고 있다. 

▲애초부터 경선 시점을 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충분히 집단면역을 이룬 이후 시점으로 연기할 수 있었는데, 지도부가 기존 일정을 강행했다. 지금 당장 순회 경선부터 많은 제약이 있다. 당원과 지지자 없이 치러지는 경선이라 아무래도 맥 빠지는 면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제서야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야당 주자들이 자리 잡을 시간을 골고루 줘서 구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경선 시점을 보면 오프라인 진행 환경도 민주당보다 나은 것 같다. 

노의 반전 드라마처럼 “대역전극 쓰겠다”
하루 멀다하고 실언 윤 “지도자감 아니다”

-지지율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략이 있다면.

▲선거에 딱히 왕도가 없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겠다. 저는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당당히 승부를 하려고 한다. 본격적인 경선에 접어들면 무엇보다 본선 경쟁력이 평가받을 것이다. 결국에는 수도권의 이재명, 호남의 이낙연, 영남의 김두관 구도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달 2일이 경남 지역 권리당원 투표인데, 약진을 예상하나.

▲다른 지역보다는 높게 나올 것 같지만, 얼마나 나올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아직 다른 지역 경선이 많이 남았고 시간도 한 달 가까이 남았다. 순회 경선에서 거두는 성적에 따라 경남지역 투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는.

▲남북관계의 위기 해소와 진전,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위상 강화, K-방역 코로나 대응, 문재인케어, 권력기관 개편 등 이전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다만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시민들의 주거 마련 여건이 악화돼 민심이 안 좋아진 점이 무척 아쉽다. 주거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1순위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한다. 

-여권이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개혁 과제는.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임대사업자 특혜는 반드시 폐지하고 넘어가야 한다. 당이 다주택자 문제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문제를 확실히 넘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입장은.

▲저는 법안에 찬성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법안 내용 중에서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걸 그냥 바로 반대했다고 언론이 써버렸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 것뿐인데, 언론에서는 그것만 실었다. 언론중재법 통과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6세 군수가 되었을 때부터 기자실을 폐쇄하면서까지 실천해왔다. 

-여권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현상에 대한 의견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그들이 뽑은 대표자에게 강하게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이다. 정치인은 이런 부분들을 다 감안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다. 그것들이 쌓여 정치적 자산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저는 선출된 의원들은 당원들의 쓴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당원의 권리기도 하다.

-만약 이번 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다면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 

▲아직은 결과를 말할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 불평등 해소와 분권균형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60년 묵은 서울공화국 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공화국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너무 많다.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득권을 뚫고 중단 없는 개혁에 매진하겠다. 

-추석을 맞아 <일요시사> 구독자 분들에게 덕담 부탁드린다.

▲<일요시사>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 명절을 맞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방역도 완화되지 않아 보고픈 가족들을 보지 못하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끝까지 힘을 모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여당 경선 중입니다. 저도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비전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지지해 주시고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