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특별인터뷰② '포기는 없다' 김두관 막판 전략

“윤석열 탄핵 못 한 게 천추의 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차철우 기자 = 20대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한창이다. 김두관 의원은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워 ‘언더독 효과’를 꾀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그의 대권 행보를 인터뷰했다. 

“나갔다 하면 당선이 보장되는 곳에서 꽃길만 걸어온 분들이 여기 있다. 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곳에서 빡빡 기며 여기까지 왔다. 경남 남해 제 고향에서 빨갱이 소리 들어가며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벽보를 지켰다. 험지 영남에서 노무현정부 출범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런데 제가 꼴찌다. 이보다 더 야속한 일이 어디 있겠나.”

‘대선 재수생’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지난달 대선 경선 후보 토론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켜온 김 의원이 당원들에 대한 야속함을 끝내 토로한 것.

‘칠전팔기’라고 했던가. 김 의원은 11번 치른 공직선거에서 5번 당선되고 6번 떨어졌다. 그중 경남에서만 9번 출마해서 4번 당선되고 5번 고배를 마셨다.

그의 굴곡진 정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공화국 해체, 지방도 잘 사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20대 대선에 호기롭게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 의원이 올해 6월 출간한 <꽃길은 없었다>라는 책 제목이 그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김 의원은 마을 이장으로 시작해 36세에 남해군수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전국 최연소 지자체장’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03년 3월 노무현정부의 첫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고, 2010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로 승리했다.


탄탄대로는 잠시였다. 2012년 지사직 중도 사퇴가 악수가 됐다. 재임 2년 차에 김 의원은 대선행을 택했다. 350만 도민들의 민심은 싸늘하게 식었고, 그해 보궐선거에서 경남은 보수 정당에게 넘어갔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게 ‘흑역사’로 회자되는 사건이다.

이후 김 의원은 정치적 공백기를 가진 후 재기에 성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김포갑, 21대 총선에서 ‘험지’인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지역구 탈환에 성공했다. 김 의원은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을 아우르는 업적으로 대권 잠룡 후보에 올랐다.

김 의원은 자타공인 ‘지방자치 전문가’로 꼽힌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그의 공로 덕분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의원은 과거 지역지 <남해신문>을 창간한 이력이 있다. 직접 신문 영업에 뛰어들어 소외된 주민들의 삶을 살폈다고 한다. 그에게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붙어진 배경이다.

김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불평등 해소와 분권 균형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60년 묵은 서울공화국 판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담대한 포부를 내놨다. 아래는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냈다. 

▲60년 묵은 서울공화국의 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공화국을 만들었다. 그 덕에 이렇게 성장했지만 문제가 너무 많다. 국토의 대부분인 지방은 메말라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이걸 깨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 잘 먹지도 않는 반찬을 상에 올려 놓듯이, 구색 맞추기로 균형발전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많다. 기득권을 뚫고 개혁해나갈 사람, 그 적임자는 바로 저 김두관이다. 

-여러 대권 공약 중 가장 강조하고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을 다섯 개의 메가시티와 두 개의 특별자치도로 재구조화하겠다는 게 대표 공약이다. 다른 후보들도 균형발전을 말하지만, 진짜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저는 수술을 하자는 것이고, 다른 후보들은 그저 반창고나 붙이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대한민국의 가장 절박한 문제고, 김두관만이 이것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5년도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넘기면, 지방은 완전히 폐허가 될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약은.

▲지난달 11일, 균형분권국가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우선 대통령, 국무총리, 법률로 정하는 국무위원과 지방행정부의 장으로 구성되는 ‘균형분권 국무회의’를 현재 국무회의와 같이 대통령의 심의기구로 신설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의 과세권과 입법권을 부여해 실질적인 분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 외에도 균형분권 국가를 위해 그간 제안했던 내용을 한데 묶었고, 새로운 과제도 제안했는데 ▲5개 메가시티 및 2개 특별자치도 재편 ▲혁신기업 지방 유치 ▲지방 기업·대학·연구기관 협업 체제 강화 ▲농산어촌 공동체 스마트 그린마을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11전 5승 6패’ 굴곡진 정치 여정
‘리틀 노무현’ 서울공화국 해체 선언

-2030 민심을 위한 공약은.

▲우선 청년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과 현장 간담회와 줌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 또 청년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민기본자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이면 청년기본법 후속 조치로 기재부 등 주요부처에 정책 전담 조직이 생겼고, 인력도 보강된다. 지난 간담회에서 청년들의 제안을 받아 청년청 설립을 약속한 바 있다. 

-대권후보로서 본인의 경쟁력은.

▲지방에서,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져온 정치인이다. 이장이라는 생활정치의 영역부터, 군수, 도지사, 장관까지 지내면서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속속들이 경험해봤다. 국회의원과 장관, 총리만 해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면서 동시에 행정부의 수반이다. 당연히 행정능력이 매우 중요한 자리다. 맡은 직위에 있을 때마다 뚜렷한 개혁 성과를 만들어온 후보라는 점에서 타 후보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권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어떤가.

▲이재명 지사는 장단점이 명확한 분이다. 적어도 업무능력으로는 검증된 분이라고 생각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 외의 자질이나 개인 주변의 문제들은 대선후보로서 엄격히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낙연 전 대표의 말 번복을 두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탄핵 관련 입장을 두고 말을 번복했다. 자신이 처한 정치적 자리에 따라 교묘하게 말씀을 번복해왔다. 과거 탄핵의 주체였던 민주당 소속일 때는 마치 탄핵에 참여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가, 지금 와서는 그때 탄핵 반대로 투표를 했다고 한다.

이런 후보를 믿을 수 있을까.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정치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또 거기에 걸맞게 책임을 지는 분이어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분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

-야권 대권후보 홍준표 의원이 봉하마을에서 ‘2002년 노무현처럼’ 문구를 방명록에 남겼다. 

▲아마도 도전해 역전을 만들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전 스토리는 여야를 떠나 정치를 하는 분들은 누구나 동경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윤 전 총장은 지도자감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실언을 한다. 요즘에는 아주 입을 닫지 않았는가. 말과 행동에서 지도자감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 국민의힘 입당 후 내부 사람들과 많은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 않은가. 저는 윤 전 총장이 당의 후보가 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건에 대한 생각은.

▲검찰이 고발장을 대신 써주고 고발을 사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검언유착을 넘어 전방위적인 정치검찰의 행태가 고스란히 밝혀진 사안이다. 의혹의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윤 전 총장은 당장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저는 이 사건은 국정조사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윤석열 탄핵을 추진하다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산되면서, 대권주자들 역시 부동산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국무위원인 장관들 청문회만 해도 현미경으로 검증하는 것이 다반사다. 대권주자라면 그만한 검증은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대권주자들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고위직을 지낸 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하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검증돼야 한다. 저는 이 주장을 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입장에 적극 찬성 입장을 냈다. 자기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 탐욕적인 사람은 국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야권에 비해 밀리고 있다. 

▲애초부터 경선 시점을 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충분히 집단면역을 이룬 이후 시점으로 연기할 수 있었는데, 지도부가 기존 일정을 강행했다. 지금 당장 순회 경선부터 많은 제약이 있다. 당원과 지지자 없이 치러지는 경선이라 아무래도 맥 빠지는 면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제서야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야당 주자들이 자리 잡을 시간을 골고루 줘서 구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경선 시점을 보면 오프라인 진행 환경도 민주당보다 나은 것 같다. 

노의 반전 드라마처럼 “대역전극 쓰겠다”
하루 멀다하고 실언 윤 “지도자감 아니다”

-지지율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략이 있다면.

▲선거에 딱히 왕도가 없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겠다. 저는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당당히 승부를 하려고 한다. 본격적인 경선에 접어들면 무엇보다 본선 경쟁력이 평가받을 것이다. 결국에는 수도권의 이재명, 호남의 이낙연, 영남의 김두관 구도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달 2일이 경남 지역 권리당원 투표인데, 약진을 예상하나.

▲다른 지역보다는 높게 나올 것 같지만, 얼마나 나올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아직 다른 지역 경선이 많이 남았고 시간도 한 달 가까이 남았다. 순회 경선에서 거두는 성적에 따라 경남지역 투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는.

▲남북관계의 위기 해소와 진전,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위상 강화, K-방역 코로나 대응, 문재인케어, 권력기관 개편 등 이전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다만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시민들의 주거 마련 여건이 악화돼 민심이 안 좋아진 점이 무척 아쉽다. 주거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1순위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한다. 

-여권이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개혁 과제는.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임대사업자 특혜는 반드시 폐지하고 넘어가야 한다. 당이 다주택자 문제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문제를 확실히 넘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입장은.

▲저는 법안에 찬성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법안 내용 중에서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걸 그냥 바로 반대했다고 언론이 써버렸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 것뿐인데, 언론에서는 그것만 실었다. 언론중재법 통과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6세 군수가 되었을 때부터 기자실을 폐쇄하면서까지 실천해왔다. 

-여권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현상에 대한 의견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그들이 뽑은 대표자에게 강하게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이다. 정치인은 이런 부분들을 다 감안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다. 그것들이 쌓여 정치적 자산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저는 선출된 의원들은 당원들의 쓴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당원의 권리기도 하다.

-만약 이번 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다면 이후 계획은 무엇인가. 

▲아직은 결과를 말할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 불평등 해소와 분권균형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60년 묵은 서울공화국 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공화국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너무 많다.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득권을 뚫고 중단 없는 개혁에 매진하겠다. 

-추석을 맞아 <일요시사> 구독자 분들에게 덕담 부탁드린다.

▲<일요시사>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 명절을 맞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방역도 완화되지 않아 보고픈 가족들을 보지 못하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끝까지 힘을 모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여당 경선 중입니다. 저도 서울공화국 해체라는 비전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지지해 주시고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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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