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황제 의전' 논란 강성국 법무부 차관

“비 좀 맞으면 죽나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황제 의전’ 논란에 휘말렸다. 강 차관이 빗속 브리핑을 하는 내내 한 공무원이 무릎을 꿇은 채로 우산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야권을 비롯해 전방위에서 맹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강 차관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아프가니스탄 특별 입국자 정착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내내 법무부 직원이 무릎을 꿇고 그를 위해 우산을 받친 데에 대한 비판이 끊이고 있다.

무릎을?
맹비난

강 차관은 이날 오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직원 및 가족의 입국에 대한 설명을 했다.

강 차관이 비오는 야외에서 약 10분간의 브리핑을 진행하는 동안 한 법무부 직원은 뒤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우산을 들어 강 차관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은 그는 목에 공무원증을 걸고 있는 채였다.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이에 대한 비판이 뒤따랐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 직원도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 아닌가”라며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라고 썼다. 그러면서 “저 차관님 나리 반성하셔야”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캠프도 “법무부 차관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밝혔다. 김인규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방송용 카메라가 돌고 있음에도 이 정도면 커튼 뒤에선 문재인정부의 일부 고위 관계자들이 그 이상의 갑질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강 차관을 향해 “국민의 공복이 될 자격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강 차관을 즉각 경질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눈을 의심케 하는 ‘황제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강 차관은 물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녹아내리는 설탕인 것인가. 그야말로 물에 젖으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는 ‘슈가보이’ 아니겠는가”라고 비꼬았다.

‘빗속 브리핑’ 무릎 꿇고 우산 받친 공무원
“때가 어느 때인데” 아리송한 사과도 도마

그는 “국민의 상식과 괴리된 ‘황제 의전’은 강 차관이 법무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 나아가 뒤떨어진 시대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며 “다른 부처도 아닌 정의를 대표하는 법무부의 차관이 국민 앞에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직원의 무릎을 꿇린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강 차관은 ‘황제 의전’에 대해 해명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과거 정치인들이 직접 우산을 쓰고 일정을 진행하는 모습과 함께 강 차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과한 의전으로 곤혹을 겪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우산은 본인이 직접 들고 브리핑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모습이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비 좀 맞으면 죽느냐”라며 강 차관의 의전을 비판했다. “벌 받는 모습인가” “썩은 관료주의”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강 차관은 “엄숙하고 효율적인 브리핑이 이루어지도록 저희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진력을 다하는 그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 자신부터 제 주위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도록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강 차관의 사과를 두고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우산을 받친 직원의 행동을 ‘숨은 노력’이라고 표현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무릎을 꿇은 직원이 아닌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사과도
아리송

야권 대선주자들도 강 차관의 ‘황제 의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강 차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강 차관의 사진을 올리며 “이 사진 하나로 문재인정권 5년이 평가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국민을 이렇게 대한 5년이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국민은 이렇게 모시고 가야 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시민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페이스북에 “부끄러움은 아는 세상이 되자”고 적었다. 그는 “어제 참모들로부터 법무 차관의 우산을 받쳐 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그게 무슨 소린가’ 하고 넘어갔다”고 운을 뗐다.

최 전 원장은 “그런데 밤늦게 영상을 보게 됐고,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사진도 봤다. 신문 제목처럼 저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법무 차관, 비 안 맞아서 좋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비 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차관이 비를 안 맞도록 우산을 받쳐 든 그 젊은이는 속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우리 사회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저는 분노한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과 미래를 빼앗아 가 버린 정권, 입으로만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정권, 이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지난 6월18일 새만금사업 현장 방문 당시 영상을 공유하며 “우산이요?”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참모로부터 건네받은 우산을 직접 들고 15분가량의 현장 브리핑을 듣는 영상과 강 차관을 대비시켜 우회 비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의전사

국민의힘 신인규 상근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 차관의 과잉 의전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인형전달식 취재 요청을 두고 “인권 감수성 제로인 법무부의 장관과 차관은 법무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기초적인 자질이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박 장관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를 무리하게 진행시켰다”며 “심지어 법무부는 기자단에게 ‘협조를 안 해주면 허가를 안 해줄 수도 있다’는 겁박까지 하면서 박 장관의 행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인형이 뭐라고 이렇게 난리를 펴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강 차관은 어물쩍 사과가 아닌 사퇴로 책임져야 하며, 박 장관 역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논란과 관련해 “그 과정이야 어떻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고위 공직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이유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히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가진 주례회동에서 과잉 의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이같이 말했다고 총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김 총리는 이어 “재발방지를 위해서 ‘장·차관 직무 가이드’ 등 관련 매뉴얼을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나가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과 김 총리는 필요 이상의 의전 등 과잉 행위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각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그간 관행화된 의전 등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사실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의 ‘황제 의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과거 비슷한 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2017년 5월 김 전 대표는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마중 나온 수행원에게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한 손으로 밀어 보냈다.

‘우산 지붕’ ‘노룩 패스’…
필요 이상 과잉 행위 점검

수행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가방을 미는 모습에 일부 네티즌들은 ‘노룩(no look) 패스’라며 김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 전 대표 는 우산과 관련된 의전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014년 8월 전남 순천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당시 당 관계자들이 차량에서 건물 입구까지 우산을 들고 일렬로 선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전 대표를 포함한 회의 참석자들이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 ‘우산 지붕’을 만든 것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또한 국무총리 재임 시절 수차례 과잉 의전 논란을 겪었다. 2015년 7월 서울 구로노인종합복지관 방문 당시 황 총리를 태우기 위해 관계자가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는 바람에, 정작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16년엔 황 총리의 열차 탑승을 돕기 위해 관용 차량이 서울역 기차 승강장까지 진입한 사례도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뒤에도 황제 의전 꼬리표는 계속 따라붙었다. 2017년 1월 황 권한대행은 충남 논산시 육군 훈련소에서 열린 훈련병 수료식에 참석했다.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겨울철에는 실내 강당에서 수료식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의전 및 경호 문제로 야외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영하 13도에 달하는 한파 속에서 장병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마찬가지다. 홍 의원은 2017년 7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충북 청주시 수해 현장을 찾은 바 있다. 문제가 된 것은 홍 의원이 장화를 신고 벗는 과정이었다. 홍 의원이 선 채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자 한 관계자가 허리를 숙여 장화를 신겨준 것이다. 한 수행원이 허리를 숙인 채 직접 홍 의원의 장화를 벗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논란이 반복되는데도 황제 의전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의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은 저서 <의전의 민낯>을 통해 “받는 사람에게는 권위를 살리는 방편이 되고, 행하는 사람에게는 습관이고 관행이기 때문”이라며 “의전에 싸인 리더는 자신이 제법 근사하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유는?
습관·관행

‘의전 해체’는 수혜자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허 전 사무총장의 지적이다. 그는 ▲임원진 비서를 통합할 것 ▲상급자가 직접 식사 약속을 잡고 식당을 예약할 것 ▲집무 공간을 최대한 줄일 것 ▲수행 비서가 차 문을 열게 하지 말 것 ▲관용차 앞 좌석을 당기지 말 것 등 사소한 일부터 상급자가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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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