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몰리는 ‘관문상가’ 어디?

전 국민의 백신 접종률 상승으로 상권이 회복될 기대감이 커지면서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않은 신축 상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관문상가(초입상가)가 눈에 띈다.

관문상가는 가시성과 접근성이 뛰어나다. 풍부한 유동인구를 우선적으로 흡수할 수 있어 고객 유입이 수월하다. 게다가 입지가 한정돼 있는 만큼 희소성이 높고, 상가의 가치 역시 꾸준히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상권의 시작점에 위치해 유동인구를 가장 먼저 흡수할 수 있다는 입지적인 장점 때문이다. 상권 앞자리 입지는 한정된 만큼 물량이 희소하고 그만큼 가치도 높다.

시작점 위치
좋은 접근성

관문형 상가 중에서도 코너·모퉁이에 자리 잡은 상가가 가장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 코너형 상가는 여러 면에서 보이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가보다 접근성이 더욱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관문상가란 상권이 형성돼 있는 길목 초입에 위치한 상가를 말한다. 주로 지하철역 입구에 위치해 있거나 먹자상권, 특화거리, 지역명소, 유명한 나들이 장소로 향하는 길목 초입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아 상가 투자의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접근성과 가시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상가인 만큼 유동인구를 선점할 수 있어 풍부한 배후수요를 확보하기에도 유리해 인기가 높다. 특히 신도시나 택지지구 내 관문형 상가는 상권의 시작점에 자리하기에 유동인구가 많이 다니는 길목을 선점할 수 있다.


상권 앞자리 입지는 한정돼 있는 만큼 물량이 희소하고 그만큼 가치도 높다. 유동인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보니 권리금은 당연 높게 형성되고 있다. 통계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서울 부동산정보조회 시스템을 보면 ‘연트럴파크’라 불리며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연남동 관문상가의 개별공시지가는 지난해 1월 기준 ㎡당 1335만원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가는 경의선 숲길 및 연남동 상권으로 들어가는 시작점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고, 집객력 또한 뛰어나다.

상권 초입…집객력·희소성 높아
풍부한 유동인구 가장 먼저 흡수

상가의 ㎡당 공시지가는 지난 3년간(2018~2020년) 약 52.03%(878만1000원→1335만원) 상승했다. 반면 입구에서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상가의 ㎡당 공시지가(594만7000원)는 관문상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송도신도시 관문형 상가인 ‘센트럴파크 1몰’은 2012년 당시 분양 당시 입점률이 80%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지금은 송도 최대 랜드마크로 알려져 외지 관광객들도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비슷한 사례는 세종시에도 있다. 세종시의 강남으로 알려진 2-4생활권에서 분양 예정인 ‘세종 리더스포레((HO3)’가 주인공. 배후 아파트 단지를 끼고 국립수목원, 아트센터 등 관광객을 독점할 수 있는 세종 2-4생활권 관문에 자리해 상권 활성화의 주역이 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역세권이나 나들이 장소 주변 상권은 대형상권으로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으로 풍부한 배후수요를 품고 있어 고객 유치에 유리하다”며 “이 중에서도 초입에 위치한 관문형 상가는 상권 확장이 한정적이어서 임차인 확보에 수월하고, 임대료도 높게 형성돼 안정적인 투자처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관문상가.

 


▲건대입구역 더 라움 에비뉴= 건대 더 라움 펜트하우스 단지 내 상가인 ‘건대입구역 더 라움 에비뉴’가 분양한다. 전용면적 58~74㎡으로 구성된 고품격 럭셔리 오피스텔. 지하 6층~지상 25층 규모로 조성됐다. 지하 2층~지상 2층은 프리미엄 상업시설인 더 라움 에비뉴, 지상 3~4층은 프라이빗 커뮤니티 시설인 더 라움 테라스, 5~25층은 럭셔리 주거공간인 더 라움 펜트하우스로 이뤄진다. 주차 대수는 판매시설 116대, 오피스텔 311대, 공공시설 29대 등 총 456대다.

지상 1층 전면부는 왕복 6차선 대로변을 접하고 있다. 입면부는 카페거리로 넓은 오픈페이스와 특유의 디자인이 조화돼 랜드마크 같은 상징성을 띤다. 후면부는 유명 디저트 브랜드 및 퓨전 레스토랑을 유치하여 대학상권 내 유입 가능한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 2호선 및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 일대는 서울 10대 상권이자 동부권 최대 상권으로 롯데백화점, 이마트, 스타시티몰, 롯데시네마, CGV, 건대로데오, 먹자골목 등이 모여 있어 풍부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인근 성수동 비즈니스타운과 건국대, 세종대에 자리한 6만 배후수요뿐만 아니라 일평균 유동인구 10만명을 자랑한다. 자동차를 이용해 단지 인근 영동대교와 청담대교를 건너면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으로 곧바로 연결돼 미래가치도 뛰어나다.

길목 선점
물량 희소

주변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우선 단지 인근에 있는 삼성동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에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인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가 추진 중이다. 또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고, 성수동 레미콘부지 공원화(2022년 철거 예정), 중곡역 종합의료단지(2021년 말 완공 예정), 청사·보건소·구의회·오피스·호텔 ·판매시설 복합단지인 구의역 행정단지(구의·자양 재정비촉진구역) 조성 등도 추진되고 있다.

 

▲챔버 아케이드= 지하철과 직통 연결 상가인 ‘더챔버’내 ‘챔버 아케이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강서구에 예정된 각종 대형 호재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높은 미래가치로도 시선이 쏠린다.

권리금도
높게 형성

가양동 옛 CJ제일제당 부지에 복합쇼핑몰 및 업무·상업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으로, 이 사업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만큼 스타필드 이상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또 서울시는 김포공항 일대 부지를 항공 관련 신산업, 물류 거점으로 조성해 서남권의 미래 산업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화곡동에 들어서는 더챔버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거듭나고 있는 화곡역과 직통 연결되는 초역세권 입지로 눈길을 끈다. 지하철 5호선이 지나는 화곡역에 오는 20 23년 서부광역철도 대장홍대선(예정), 2027년 지하철 2호선 청라연장선(예정)이 개통될 예정으로 향후 대중교통 편의성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직주근접도 가능할 전망이다.

분양 관계자는 “여러 개발 호재가 이어지는 강서구에 많은 수요자가 기다려온 지역 최초 하이엔드 주거공간인 더챔버가 완공되면 강서구가 서울 서부권을 대표하는 최고의 입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챔버는 서울 강서구 강서로 174에 들어선다. 단지 규모는 지상 3층~지상 12층, 총 154실이다. 챔버 아케이드는 지하 2층~지상 2층 단지 내 상업시설에 조성될 예정이다.

 

▲진접 삼부르네상스 더퍼스트=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527-1번지 일대에 ‘진접 삼부르네상스 더퍼스트’단지 내 상가가 분양 중이다. 진접 역세권 4000여 세대 초입상가이자 최고 27층, 3개동, 348세대 아파트 독점 단지 내 상가다. 아파트는 100% 분양이 완료됐다.


1층, 총 5개 호수로 공급돼 업종이 겹치지 않는다. 편의점, 세탁소, 제과점, 과일가게, 미용실, 치킨전문점, 중개업소, 커피전문점, 분식전문점, 반찬전문점, 문구점, 패스트푸드점 등이 권장 업종이다. 전용면적은 약 33~50.5㎡, 3.3㎡당 분양가는 2200만~2300만원 선이다.

남양주 진접 삼부르네상스 더퍼스트 입주자를 고정 고객으로 취함은 물론 단지 앞 수변 공원, 인근 초·중·고등학교의 유동인구 유입에 유리하다. 합리적인 분양가를 가진 단지 내 상가로 독점 업종 보장 및 생활밀착형 업종 구성으로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수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자리 한정…그만큼 가치↑
공시지가·입점률 모두 높아

최근 구글이 집계한 ‘코로나19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에서의 이동 추이는 마이너스 13%,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정거장에서의 이동추이는 마이너스 4% 등 외부 활동에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에 중심가의 대형 상권보다는 주거지가 밀집한 단지 내 상가가 한동안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지 내 상가의 가치도 크게 오르고 있다. 최근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상가들을 살펴보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일원에서 분양한 ‘수원 인계 한양수자인’단지 내 상가는 매매가 6억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2017년 초기 매입가 3억4300만원 대비 약 2억5700만원이 오른 가격이다.

진접 삼부르네상스 더퍼스트 단지 내 상가가 들어서는 진접은 서울 당고개역에서 4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인 진접역이 2021년 12월 개통될 예정이다. 진접역이 개통되면 당고개역까지 14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노원역까지 20분 내로 도착, 잠실까지는 30분대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납부조건은 계약금 30%, 중도금 50%, 잔금은 20%며 대출은 문의를 통하면 된다.

 


▲시흥장현 시티프론트 애비뉴= ‘시흥장현 시티프론트 애비뉴’가 시흥 플랑드르와 시너지 효과를 내 장현지구의 새로운 투자처로 관심을 받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 업무 5블록, 6블록 총 2개 블록에 들어선다. 2개 동, 오피스 562실, 상업시설 87실로 시흥 장현지구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블록별로 보면 5블록에는 지하 3층~지상 10층에 오피스 421실과 상업시설 64실, 6블록에는 지하 4층~지상 10층에 오피스 141실, 상업시설 23실이 조성된다.

시흥 장현지구 업무 5블록, 6블록 총 2개 블록을 아울러 들어서는 대규모 오피스 타워 내 상가다. 탁월한 입지여건과 탄탄한 배후수요 등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소사~원시선이 지나는 시흥시청역 역세권 상가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시흥시청역은 현재 2018년 개통한 소사~원시선이 통과하고 있지만, 향후 신안산선(2024년 예정)과 월곶판교선(2025년 예정)이 추가로 지나게 돼 트리플 역세권이 완성될 예정이다.

개발호재 다양
높은 미래가치

미리 상권을 선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은 미래가치가 예상된다. 또한 인근으로 다양한 개발 호재도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오는 2024년까지 시흥시청을 포함한 일대에 복합행정타운이 조성될 계획이다. 보건소와 중앙도서관, 문화원, 시민문화복지관 등 다양한 공공청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시흥시청역 인근에는 버스터미널과 주차장, 상가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환승센터도 조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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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