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연기력 '라이징 스타' 열전

‘갑툭튀’ 걸출한 예비 스타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21년에는 그 어느 해보다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이 많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신예를 찾는 풍토가 생겼고, 그 과정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펼치는 배우도 많이 보인다. 올 한 해 두각을 나타내는 신예 배우들을 짚어봤다. 

연기란 글에 적힌 인물을 구현하는 작업이다. 글에 담긴 인물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찾아가야 한다.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하거나, 때로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행위를 상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신스틸러

대본에 담은 창작자의 의도를 찾아내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색채를 불어넣어야 비로소 좋은 연기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물의 심정을 오롯이 구현하려면 작은 몸짓 하나, 눈의 힘, 목소리의 톤까지 정밀하게 연결돼야 한다. 

매번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베테랑 연기자들도 언제나 연기가 쉽지 않다고 되뇐다. 영혼을 갈아 넣으며 인물을 탐구한다 해도 온전히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될성부른 배우들은 초반 몇 작품만으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다. 단 몇 작품만으로도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다. ‘신스틸러’라고 불리기도 하며, 주인공급 능력을 펼친 배우에게는 ‘라이징스타’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올해에는 뛰어난 걸출한 신예 배우가 유독 많이 보인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작품에서 경험을 쌓은 배우들이 좋은 기회를 잡고 유감없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인질>의 배우 이유미와 류경수, 정재원과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신승호와 조현철, JTBC 드라마 <로스쿨>의 고윤정 등이다.

최소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낸 <인질>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우는 이유미와 류경수, 정재원이다. 배우 황정민이 자신의 이름으로 나와 납치당했다가 탈출하는 내용의 영화에서 이유미는 납치된 20대 소연을, 류경수와 정재원은 납치범 동환과 용태로 분했다. 

납치된 20대 여성 소연을 연기한 이유미는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절제된 연기로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자칫 감정이 과잉될 수 있음에도, 절묘한 톤을 잡아 매끄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황정민과 이유미의 현실감 있는 연기 덕에, 강한 색감을 가진 납치범들의 매력도 도드라졌다. 

이유미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도 유산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10대 여고생으로 분해, 파격적인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깊은 내면에 있는 연기를 독특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해 ‘제2의 천우희’라고도 불린다. 

언제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사이코패스 동환 역의 류경수는 그야말로 ‘미친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광기 가득한 감성이 스크린을 채운다. <인질>에서 가장 매력적인 악역이다. 개성이 강한 역할을 매우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JTBC <이태원 클라스>에서 조폭 출신이지만, 조폭의 삶을 청산하고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는 인물을 훌륭히 표현하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인질> 속 납치범 중 가장 순수한 성격을 가진 용태를 연기한 정재원은 <인질>의 숨구멍이다. 그의 어리숙한 행동과 말투가 강력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킬 포인트라 할만한 장면이 정재원을 통해 만들어졌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D.P.>에는 주인공인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못지 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두 배우가 있다. 신승호와 조현철이다. 군대를 소재로 한 만큼 다양한 군상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신예 배우가 나오는데, 그중 가장 빛이 난다. 

이유미·류경수·조현철, 실력파 연기자
안희연·권유리·방민아, 아이돌도 강해 

신승호는 <D.P.>에서 말년 병장임에도 허구한 날 후임에게 폭력과 가혹행위,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는 황장수를 연기했다. 많은 남성 시청자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할 정도로 리얼한 연기라는 평가다. 아직 미필자라는 점이 놀라울 정도로, 작품 초반부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신승호가 연기한 황장수에게 시종일관 가혹행위를 당해 정신병에 가까운 분노를 얻는 조석봉 일병 역의 조현철은 <D.P.>의 사실상 주인공이다. 착하고 선한 군인에서, 극도의 분노로 후임들을 괴롭히는가 하면 선임을 구타하는 등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선함과 악함을 오고 가는 강렬한 눈빛에 잔상이 깊다. 이미 많은 작품에서 경험을 쌓은 조현철은 <D.P.>를 통해 대중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로스쿨>에서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전예슬 역의 고윤정도 깊이 있는 내면 연기가 장기인 배우다. 전형적인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서 자신을 괴롭힌 남자친구에 대해 명확히 죄를 묻는 인물로 성장하는 전예슬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감정신에서도 절제된 연기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주인공으로도 손색없는 외형을 갖고 있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돌에서 방향을 튼 배우들도 편견을 깨고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의 안희연(EXID 하니), MBN 드라마 <보쌈: 운명을 훔치다>의 권유리(소녀시대 유리), 영화 <최선의 삶>의 방민아(걸스데이 민아)가 대표적이다.

안희연은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가출 여고생 주영으로 분한다. 기존의 밝고 쾌활한 이미지와는 상반된 불안과 결핍을 표현한다. 온몸에 타투를 하고 거친 욕설을 뱉는 등의 파격 연기다. 몸에 맞지 않는 역할로 보이지만, 매우 준수하게 연기를 해낸다.

MBN <보쌈:운명을 훔치다>에서 유리는 광해군의 딸인 화인옹주로 분해 훌륭한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능동적이고 강한 여성상을 그려냈다. 

방민아는 최근 개봉한 <최선의 삶>에서 서열이 낮은 친구들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 잔심부름을 하는 10대 여고생 강이로 분했다. 어둡고 우울한 내면의 강이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매우 섬세한 감정선을 완벽히 표현하며, 뉴욕 아시안 영화제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안희연과 권유리, 방민아는 매력적인 외형과 두터운 팬덤이 있어 주인공을 맡기에 적합한 스타다. 연기력까지 받쳐주면서 충무로와 여의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방송 체제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OTT 플랫폼도 늘어나면서, 이야기 콘텐츠도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그 안에 투입되는 스태프는 물론 배우들의 몸값도 치솟는 중이다. 아울러 많은 배우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그만큼의 역량을 보여주는 연기자는 흔치 않다. 

그런 가운데 외형적인 매력은 물론, 다각도에서 좋은 연기를 펼쳐주고 있는 배우들이 속속 눈에 보이는 건 국내 이야기 산업 발전에 있어 고무적인 일이다. 

강한 개성

한 방송 관계자는 “웹드라마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배우가 기회를 얻고 있다.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많아지면서 재능 있는 연기자들이 실력을 발휘할 토대가 형성됐다”며 “앞으로 더 좋은 배우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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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