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홍수아와 뮤지컬 스타 민영기가 첫사랑 동갑커플로 나선다. 오는 2월22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홍수아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었지만 전교 1등을 하는 성숙하고 순수한 ‘오정화’로, 민영기는 야구부 투수 ‘강진영’으로 변신해 학창시절의 꿈과 낭만,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선사한다. 작품에선 풋풋한 첫사랑 파트너지만 사석에선 장난기 넘치는 선후배다. 인터뷰 내내 웃음과 농담이 끊이지 않았다.
성숙하고 순수한 ‘오정화’·야구부 투수 ‘강진영’으로 호흡
공연 끝나면 ‘커플’ 아닌 ‘사제지간’…보컬 트레이닝 자청
“(홍)수아는 연기자라 그런지 연기를 너무 잘해 내가 부러울 정도”라고 성악과 출신인 민영기가 먼저 띄워주자 “오빠는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진영으로 변해 있어요”라는 화답이 들린다. 손발이 척척 맞지만 사실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사이다.
KBS 2TV 주말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에 출연하며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는 홍수아의 뮤지컬 도전은 화제의 집중에 서있다. 낮에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밤에는 공연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야말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에서도 검증 받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뮤지컬에 처음 도전해서 무척 떨려요. 많이 떨리지만 너무 좋은 작품인 데다 캐릭터까지 잘 맞아 좋아요.”(홍수아)
처음 만났지만 ‘호흡 척척’
홍수아가 뮤지컬 도전을 결심한데는 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모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해미의 영향이 컸다. 극중 엄마는 나이에 맞지 않게 애교를 부리고 딸은 철부지여서 비교적 잘 어울려 보였다. 뮤지컬 출연 제의도 드라마 촬영을 하던 중 박해미로부터 받았다. 드라마에선 모녀간이지만 <진짜진짜 좋아해>에선 이모·조카 사이.
“박해미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했죠. 진짜 엄마 같아요. 호흡법부터 발성법까지 뮤지컬의 기본을 엄마처럼 자상하게 가르쳐 주시거든요.”(홍수아)
“(홍)수아야 몇 살이니?” 민영기가 파트너로 만난 홍수아를 처음보고 한말이다. <진짜진짜 좋아해>에선 동갑커플로 나오지만 민영기가 73년생, 홍수아가 86년생으로 실제로는 띠동갑도 넘는다.
민영기는 파트너가 너무 어려 ‘어떻게 감정을 잡아야 하나’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로미오와 줄리엣>, <지킬 앤 하이드>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은 뮤지컬 스타에게 홍수아의 연기력은 출중해 보였다.
“감정 잡고 눈물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 대사도 하기 전부터 눈물이 글썽거려요. 수아의 감정연기는 대단해요. 저도 한 수 배우고 있어요.”(민영기)
생전 처음 무대에 서는 홍수아에게 역시 노래가 가장 큰 과제다. 노래 잘하는 배우들과 비교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어릴 적부터 한국 무용을 해서 춤은 비교적 적응을 빨리 하고 있다.
“솔직히 뮤지컬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노래가 딸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어떤 말이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가 중요한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 이번 공연이 끝나면 제가 보컬 트레이닝을 시킬 거에요. 이젠 스승이 되는 거죠. 혹독하게 키울 겁니다.”(민영기)
처음 서는 무대다 보니 공연 중 대사를 잃어버려 허둥대기도 한다. 이런 때는 역시 베테랑 파트너가 있어 든든하다.
“갑자기 대사가 생각이 안 나고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다행히 오빠가 빨리 캐치를 하고 다음 대사를 해주셨어요. 아마 관객들은 눈치 못 채셨을 거에요.”(홍수아)
“그 장면 끝나고 수아가 얼마나 당황했던지 나가는 길을 못 찾고 다른 길로 나가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어요.”(민영기)
민영기는 평소 홍수아를 ‘홍드로’라고 부른다. 두산 베어스의 명예 선발 투수인 홍수아는 80km대의 최고 구속에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연상시키는 멋진 투구폼으로 ‘홍드로’란 별명과 함께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팬들은 다음 시구에는 어떤 폼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
“부담이 되는데요. 연구를 하고 있어요. 사실 80km대의 공을 던지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던지고 나면 어깨가 아파요. 2주 정도는 지독하게 연습하고 던지죠.”(홍수아)
“언더핸드를 권하고 싶은데요. 그런 폼으로 던져본 연예인이 아직 없잖아요.”(민영기)
홍수아의 야구와의 인연은 뮤지컬로도 이어진다.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남자 친구가 고교 야구 에이스 투수로 나온다.
“이 뮤지컬 캐스팅 될 때 야구 뮤지컬인 줄 모르고 갔어요. 왠지 내가 공을 던져야 될 듯한 느낌이 들어요. 내 인생이 자꾸 야구와 엮여 들어가 신기해요.”(홍수아)
‘따뜻한 삼촌’-‘순수한 홍드로’
“조금만 가다듬으면 큰 배우가 될 거라 확신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자청해서 스승으로 나서질 않았겠죠.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는 선배 민영기와 “부족한 게 많은데 옆에서 챙겨 주시니까 항상 고맙죠. 평생 못 잊을 거에요”라며 감사함을 전하는 후배 홍수아.
정상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접근하고 있는 두 배우가 새로운 도전 무대 앞에 섰다. 서로를 ‘따뜻한 삼촌’, ‘순수한 홍드로’라고 부르는 둘의 하모니가 어떤 색깔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크다.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