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리더십 리스크 막전막후

샅바만 잡고 있다가 진짜 싸움 끝날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투스톤’의 공방으로 국민의힘이 연일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민심은 이준석 대표의 판정패. 각종 난제들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야권이 이대로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녹취록 파문 등 각종 내홍에 시달리면서 ‘이준석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 발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당의 자중지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내홍에
힘겨루기

지난 4월 이후 국민의힘은 연일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여당을 누른 후 당은 승승장구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당 대표가 당선됐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론이 부상했다. 

이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적임자로 자리 잡는 듯했다. ‘영남당’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대변인 토론 배틀과 같은 신선한 시도 역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두 달 만에 11만명의 당원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와 야권 1강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싸움’으로 민심이 식어가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은 47%, ‘정권 재창출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9%였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당시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각각 55%, 34%로, 21%에서 8%로 격차가 좁혀진 상황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조). 

둘의 갈등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가 ‘정시 출발론’을 내세우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연일 압박했을 당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입당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입당 예정 사실이 유출되자 다음 날 전격 입당을 단행했다. 

유례없는 당 대표-대권주자 ‘1강’ 갈등
각종 대리전에 민심 싸늘…당 자중지란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대표가 호남에 출장 차 내려갔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입당 소식을 다른 인사들을 통해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거진 ‘당 대표 패싱론’은 둘의 갈등에 결정적인 화근이 됐다. 

이후 이들의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윤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의 ‘탄핵’ 발언에 이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통화 녹취록’ 파문까지 터지면서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단체가 규탄대회를 열고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윤 캠프는 “우리와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비대위 추진설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윤 전 총장 측에서 이 대표 체제를 대신한 비대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불쾌함을 토로했고, 윤 전 총장은 비대위 추진설에 대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의 세력으로 꼽히는 ‘유승민계’도 반격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4일 윤 전 총장을 향해 “정권교체를 하러 온 건가, 아니면 당권 교체를 하러 온 건가”라며 공개 저격했다. 대권후보가 ‘대리전’에 나선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대표의 측근은 현재 유승민 캠프에 대거 몰려있다. 당내 주요 보직에는 이 대표의 측근이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스스로 ‘유승민계’라는 눈총을 의식해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투스톤
대리전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이 대표에게는 ‘공정성’ 시비가 늘 따라 다녔다. 계파가 뚜렷한 그가 경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는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오히려 유승민이 가장 불리해질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유 전 의원에 대한 이 대표의 각별한 애정은 정계 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 전 의원은 이 대표의 부친과 두터운 관계다. 이 대표는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 경력을 쌓았고, 이를 발판 삼아 박근혜정부의 비대위원으로 정계에 데뷔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야지. 유승민 대통령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유승민계’ 공식이 다시 한번 강조되자 정계는 들썩였다.

당 대표와 이례적인 갈등에 윤 캠프 측은 “개별 구성원의 발언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식의 해명을 내놨다. 민심 역시 윤 전 총장으로 기울었다. 최근 이 대표와 당내 대권주자 간 갈등이 불거졌던 것을 두고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선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앤써치가 <매일경제>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 대표와 윤석열, 원희룡 등 일부 대선주자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누구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당 지지층 중 35.1%가 이 대표를 지목했다. 대표와 후보 모두의 잘못이라는 응답이 23.7%로 뒤를 이었다(자세한 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조).

줄줄이
판정패

이외에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 최근 정계에 떨어진 ‘부동산 폭탄’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 12명 중 절반에 대해서만 징계 조치를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출 후 부동산 문제에 대해 여당보다 더 엄격한 기준과 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에서만큼은 선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다소 낮은 처벌 수위로 인해 이 대표가 당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더해 이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역시 실패한 상태다. 합당은 야권 단일화를 위한 이 대표의 핵심 과제였다. 이대로면 국민의당이 주축이 되는 제3지대와 중도층 표심 경쟁을 해야 한다. 사실상 야권 분열인 셈이다.

그간 이 대표와 안 대표는 지난한 ‘샅바싸움’을 이어왔다. 안 대표는 지난 16일 회견을 열어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다”고 선언했다. “상처를 입었다”는 감성적인 호소까지 더해졌다. 

국민의당 합당 결렬…멀어지는 보수통합
“골든타임 놓칠라” 이대론 정권교체 필패?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 대표가 안 대표에게 합당에 관한 양자택일을 공개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예스(Yes)냐, 노(No)냐만 답하면 된다” “정상적인 언어로 소통하자”며 강압적인 태도로 국민의당의 감정을 건드렸다.

이 대표가 속으로는 협상 결렬을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당내에서 이 대표를 향한 질타도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준석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워낙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직접 협상하겠다고 하길래 정말 그걸 믿고 있었는데 공격하고 끊고 일주일이 지나니까 국민의당 측에서 협상 결렬 선언을 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당내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분열은 공멸이다. 감정싸움할 때가 아니다. 몇 날 며칠 밤을 새더라도 다시 하시라”면서 “당 지도부의 노력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한다”고 했다.

안 대표의 독자 대선 출마로 국민의힘은 야권 분열의 리스크 하나를 안게 됐다. 제1야당으로서 ‘범야권 플랫폼’을 자처한 게 무색해진 양상이다. 당 밖에선 제3지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안 대표와의 연대에 선을 그었지만, 야권 분열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3지대
야권 분열?

야권 통합은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진보진영 득표율은 47.25%이고 보수진영의 득표율은 52.2%였다. 야권에서는 당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의 단일화 실패를 뼈아픈 실책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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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